•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죽음 결정에 대한 제도적 접근 <<

2. 연명의료결정 관련 제도적 쟁점

연명의료결정법은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는 과정에서 여러 이 해당사자의 개입이 있었고, 발의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과 정에서 본래의 내용이 변경되거나 삭제되면서 법과 현실 간 괴리가 발생 하게 되었다(김명희, 2018).

첫째, 국가위원회의 논의 및 권고, 발의된 법률안 초안에서도 연명의료 의 종류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해 4 가지 시술 외의 특수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위 ‘등’이 빠지면서 열거된 시 술 외의 특수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실 제 임상에서 쓰이는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와 같은 특수한 연명의료결정을 해당 법으로는 다룰 수 없는 모순 이 발생하게 되었다. 둘째, 무연고자는 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연명

11) https://www.lst.go.kr/decn/maincontent.do

12) http://www.bokuennews.com/news/article.html?no=164379

의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률안에 담고 있었으나 법률 제정 과정 에서 삭제되었다. 이에 따라 무연고자는 직접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연명의료결정이 가능하지 않게 되 었다. 셋째, 연명의료결정법 제10조(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서는 미성년 자를 제외하고는 환자만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어 대리 인 지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반면 동법 제29조(호스피스의 신청) 제2항 에서는 말기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경우 대리인 지정에 의한 대리 동의를 허용하고 있다. 즉 동일 법률 내에서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 이 용에 대한 대리인, 대리 동의 가능 여부를 달리 보고 있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진단(의사 2 인의 허락)을 반드시 선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 본인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이보다는 환자에게 질 환의 중증도, 예후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고 환자 본인과 의료 진, 또는 환자와 가족 및 의료진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또한 말기 환자로 진단받을 수 있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간경화의 경우 사망하기 훨씬 이전 시점에 연명의료계획서 를 작성할 수 있으나 4개 이외의 질환자는 임종기 환자라고 진단되어야 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계획서의 작성 시점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특정 시점보다는 환자 의 의향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작성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명희, 2018).

한편 현행법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 우 환자 가족 전원(배우자 및 모든 직계 존・비속)의 합의가 있어야 연명의 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직계가족 수가 많은 고 령 환자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가족 전원의 합의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지체할 수 있으며, 오히려 연명의료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합의가 필요한 환자 가 족의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 개정안(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발의)이 올해(2018년) 9월 3일 심의・가결되었다. 개정안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합의가 필요한 환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5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산하 연명의료 전문위원회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 환자 가족 범위 축소의 필요성 을 검토하고 환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조 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발표한 바 있으며, 8월 28일 진행된 제363회 국 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도 “직계혈족이 많은 고령 환자는 모든 직계 존・비 속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며, 자녀나 부모와 같은 1 촌 이내의 가족이 환자의 평소 의사를 잘 파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 안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언급된 바 있다(메디컬투데이, 2018. 9. 5.).13)

이외에도 공공의료기관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의무 지정 하고,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기관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환자 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원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었다(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발의). 이는 사전연명의향서 작 성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2018년 7월 기준 총 1만 1528 명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 이 타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했으며(환자 가족의 진술 28.5%,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 36.7%), 본인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것은 34.9%, 이 중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의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것은

13)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331429

0.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청년의사, 2018. 9. 6.).14)

〔그림 4-3〕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 현황

자료: 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576011)에서 2018.9.26. 발췌

또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전연명의 료의향서 작성뿐만 아니라 연명의료결정 문서 확인과 관련해 접근성 차 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 폐암 말기인 최모 환자의 경우 무의미 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였으나 환자가 임종기 를 맞이한 요양병원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국립 연명의료기관 전산망에 등록된 사전의향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환

14)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0095

자의 자녀들이 요양병원 당직의에게 사전의향서의 작성 사실을 전하였음 에도 CPR과 기관지삽관이 진행되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요양병원에서는 임종기 판단,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할 법적 자격이 없으므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CPR 등 연명의료를 실시할 수밖에 없 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인력 부족이나 재정 여건 등 의료기관윤리위원 회를 설치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을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5월 24일부터 지정 공용윤리위원회(전국 8개 의료기관에 설치)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위탁 및 심사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돼 실제 공용윤리위원회를 활 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위탁 시 보증금 400 만 원, 심사 건당 30만 원 소요)(국민일보, 2018. 8. 7.).15)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