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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문서에서 전망하다 (페이지 84-87)

최상철, 한영주 지음 서울연구원 펴냄

472호 2021 February

로는 서울시청, 서쪽으로는 덕수궁, 남쪽으로는 플라자호텔, 동쪽으로는 환구단을 면하 고 있어,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관통하는 공간에 자리한다. 이 공간은 지난 150년 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주변 공간의 변화와 상호 작용하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왔다. 그러한 의미에서 서울광장은 어느 광장보다도 ‘시대와 호흡하는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서울광장의 재조명: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서울광장의 형성과 변화를 주변 공간과의 상호 작용 측면에서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묻고 있다. 광장 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광장은 보통 정치적인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 사회 적 기능과 정치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광장과 주변 지역의 물리적 형태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희 소하다. 이 연구는 저자의 풍부한 학문적, 실무적 경험에 기반하여 서울광장과 그 주변 지역 물리적 형태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도시계획제도의 변화를 살피고 있 다.1) 역사적 정황을 풍부하게 되짚어보면서도 궁극적으로 그것이 광장의 형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주목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연구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서울광 장을 새롭게 재조명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광장은 문화유적(덕수궁과 환구단), 공공시설(서울시청), 상업공간(플라자호텔과 롯데호텔 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서울광장의 경계부는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과 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서측은 덕수궁 부지였지만 일제강점기 때 태평통(현 세종대로) 개설에 따른 덕수궁 궁역의 후퇴로 경계가 결정되었고, 북측은 일제강점기 때 태평통과 황금정통(현 을지로)의 직교에 따른 당시 경성일보사 부지 경계를 후퇴시키면서 공간이 확보되었다. 해방 이후 서울광장 동측과 남측은 민간용지였지만 1950년대 이후 도로나 광장공간으로 편입되었고, 오늘날 이 일대는 롯데호텔과 플라자호텔이 점유하고 있다.

이후 태평로, 소공로, 을지로, 무교로가 교차하는 교통처리를 위한 교통광장으로 유지 되다가 2004년 현재와 같은 보행자 중심의 광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서울광장 동측과 남측의 도시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 는지에 대한 논의는 특히 흥미롭다. 본래 서울광장 동측은 국립도서관, 산업은행, 반도 호텔이 있었던 자리이다. 1970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시작하면서 정부는 중화 학공업 육성을 위한 외자도입에 국력을 집중하였고, 이때 일본에서 재벌로 성장한 롯데 와 교섭이 이루어졌다. 1972년 정부는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특정가구 정비지구’를 신 설하였으며, 민간의 도시계획사업 실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당시 외자도입을 추구

1) 저자 최상철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도시계획사를 강의했으며, 서울시 도시계획과 계장과 서울연구원장을 지냈음. 또 다른 저자 한영주는 (사)도시·지역계획연구원장으로, 국토연구원과 서울연구원의 창설과 함께 하였으며 전북연구원 초대원장을 지냈음.

하던 정부의 강력한 행정적 지원을 받아 오늘날 서울광장 동측에 롯데타운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한편 서울광장 남측에는 1960년대까지 상태가 매우 열악한 차이나타운이 있었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 1972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하여 도심재 개발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입체환지제도 및 소상공인들의 이주대책지 마 련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를 통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협의가 추진되었고, 행 정청이 아닌 민간이 주도한 최초의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오늘날 플라자호텔이 들어서 게 되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류동주 서울시 도시계획과 계장의 생생한 증언이 실려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서울광장은 어떠한 공간인가? 현재 서울광장의 모습은 평화로우면 서도 역동적이다.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근처의 직장인들 이 점심시간의 평화로움을 즐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성취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 리고 글로벌화의 이상을 잘 보여주는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 이 서울광장은 공간의 상징성과 구조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공간이 가 진 역사적 상징성을 잘 보전하면서 보다 시민친화적, 주변 지역과의 통합적인 공간으 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의 말미에 그동안의 풍부한 정책 경험을 살 려 서울광장의 발전을 위한 제안을 적고 있다. 정책담당자들과 관계자들이 반드시 참 고했으면 한다.

이 책은 서울의 역사에 대한 그간의 학술적 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학술도서 라기보다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도서에 가깝다. 쉽게 쓰는 것은 어렵게 쓰는 것보다 어 려운 법이다. 저자는 기존의 논의를 소화하고 거기에 특유의 통찰을 더하여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오랫동안 서울의 도시계획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 현장에서 고민 해 왔던 두 노(老) 석학의 지혜와 통찰이 돋보인다.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서울의 역사에 관심 있는 전문가, 학생, 일반 시민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472호 2021 Febr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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