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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의 전설을 이야기한 모파상

문서에서 전망하다 (페이지 78-81)

“바다에 세워진 그 요정의 성을 처음 본 것은 캉칼에서였다.

어슴푸레 나타난 성은 안개 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잿빛 그림자였다. 그것을 다시 본 것은 석양 무렵의 아브랑슈에서 였다. 광활하게 펼쳐진 모래밭도, 지평선도 모두 붉은색이었 으며, 터무니없이 큰 만도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직 깎 아지른 듯 가파르게 솟은 수도원만이 환상적인 저택처럼 육지 에서 멀리 저 너머로 물러난 채, 꿈의 궁전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는 해의 진홍빛 속에 검은 윤곽으로 남아있었다. 다음날, 나는 새벽부터 백사장을 가로질러 그곳을 향해 갔다. 무늬를 새겨 공들여 다듬어놓은,

얇고 부드러운 모슬린처럼 어렴풋한 그 기괴하고 산처럼 거대 한 보석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갈수록 감탄은 커져 만 갔다. 세상의 그 무엇도 그보다 놀랍고 완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중략)… 돌로 만들어낸 불꽃놀이, 아니면 화강암으 로 짜놓은 레이스라고나 할까? 거대하고도 섬세한 걸작 건축 물이었다.”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몽생미셸의 전설(La légende du Mont-Saint-Michel)』 중에서

모파상은 프랑스 소시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글을 쓴 작가 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모파상은 「몽생미셸의 전설」이라는 글을 통해서 바스-노르망디 출신의 농부에게서 들은 몽생미 셸의 전설을 이야기한다. 이 몽생미셸의 전설이란 ‘성 미카엘 과 악마의 큰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으로, 요약하자 면 다음과 같다. 성 미카엘은 이웃에 사는 악마의 심술을 피 하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 거처를 마련하였으나 모래사장만을 다스린 탓에 가난했다. 반면 악마는 초원과 기름진 땅, 비옥 한 계곡, 풍요로운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가난으로 힘들 었던 성자는 악마에게 ‘자신에게 땅을 양도하면, 땅을 관리하 문학과 공간 • 2

회랑에서 바라본 노르망디 해안

472호 2021 February 는 일과 밭을 가는 일, 씨 뿌리기와 비료 주기 같은 모든 일을

자신이 하고, 수확물은 악마와 반씩 나눌 것’을 제안한다. 천성 이 게을렀던 악마는 성자의 제안을 수락하였고, 이와 동시에 땅 밑과 땅 위의 수확물 중 땅 위의 것을 선택하게 된다. 6개 월 뒤, 땅 밑에서는 홍당무, 순무, 양파 등 맛있고 두툼한 뿌리 가 열렸지만, 땅 위의 잎은 쓸모가 없어서 악마는 아무것도 가 지지 못했다. 이에 악마는 성 미카엘과 다시 계약을 맺어, 이 전과는 반대로 자신이 땅 밑의 수확물을 가지기로 한다. 하지 만 이듬해 봄, 땅 위에는 귀리, 아마, 완두콩, 양배추 등 열매

가 맺히는 식물로 뒤덮이게 되면서 또다시 악마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잔뜩 화가 난 악마는 미카엘이 관리하던 땅을 모 두 다시 빼앗았고, 이를 괘씸히 여긴 미카엘은 악마를 몽생미 셸로 초대해 크게 혼을 냈다. 결국 세상 끝까지 쫓겨나 불구가 된 악마는 절뚝거리며 석양 속에 우뚝 서 있는 숙명의 성을 바 라보며, 자신이 언제나 패자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먼 곳으 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결국 빛나는 승리의 천사, 칼을 차고 악마를 물리친 하늘의 영웅인 성 미카엘은 바 스-노르망디의 수호성이 되어 악마로부터 풍요로운 밭과 언 덕, 계곡, 목장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 제로 몽생미셸 수도원의 꼭대기에는 황금빛의 미카엘상이 자 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전설을 통해 모파상은 몽생미셸이 ‘천사장 미카엘 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불리게 된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 고 있음과 동시에, 그 이름이 내포하는 것처럼 그 공간을 신의 위대함과 노동의 가치와 자원의 축복이라는 숭고하고 신성한 의미를 증거하는 장으로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모파상은 몽 생미셸을 ‘돌로 만들어낸 불꽃놀이, 화강암으로 짜놓은 레이 스, 거대하고도 섬세한 걸작 건축물’로 묘사하고 있다. 몽생미 셸은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곳이라고 느낌을 전하며, ‘신은 자 기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 역시 자기 모습을 신에 게 되돌려주었는데 바로 그것이 몽생미셸’이라는 표현으로 이

몽생미셸 성벽 안쪽 모습 몽생미셸 수도원의 성 미카엘상

몽생미셸의 회랑

문학과 공간 • 2

472호 2021 February472호 2021 February 필자는 신의 거처라도 발견한 것 같은 놀라운 마음으로 육

중한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방들과 빛이 통과해 들어오는 복 도를 헤매고 다녔는데, 그 엄숙함과 위엄에 조금은 겁이 나기 도 하였다. 모파상 역시 ‘경이에 찬 눈길로 하늘로 쏘아 올린 불꽃형상의 작은 종루들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착잡하게 얽 힌 망루, 이무깃돌(gargoyle), 날씬하고 매혹적인 장식물’에 대 한 언급을 하였는데, 실로 공감하였다.

지금 몽생미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름 난 관광지(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이자 조 용한 수도원이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선 이곳이 단지 폐쇄된 성당이나 수도원으로 사용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한 해 250 만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부각되는 것이 수익이나 지역 사회 발전 면에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방향성이 어떠하든 필자는 세계의 다른 어떤 대성당이나 수 도원에서보다 이곳 몽생미셸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세 속적인 존재인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신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자신의 존재성과 인간다움을 다시 찾고 싶다면, 아마도 필 자는 주저 없이 이곳 몽생미셸을 방문해 보라고 권하지 않을 까 한다.

중세 항구도시 옹플뢰르의 햇살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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