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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생활문화예술이 문화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

1) 문화시설 확충 중심 문화정책의 한계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문화시설을 확충하여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화복지적 차원에 서 전개되어 왔다. 문화복지 증진을 표명한 제5공화국은 1984년 「지방문화중흥 5개년 계 획」을 수립하여 ‘문화 인프라 확충’을 국정지표로 삼고 문화시설들을 건립하기 시작하였 다. 이후 「문화창달 5개년 계획(1993~1997)」을 통해 문화예술회관, 지방문화원, 문화의 집 등 문화 인프라의 확충이 본격화되었다(서울문화재단, 2014a: 28). 국가 문화기반시설 의 확충을 강조하는 이러한 기조는 1996년 ‘문화복지를 개막하는 해’를 선포한 문민정부 나, 1998년 ‘문화예산 1%’를 주창하며 ‘창의적 문화복지국가’ 정책을 내놓았던 국민의 정 부까지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다(박승현, 2016: 32).

1990년대 후반 이후 문화정책 전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많은 지자체 들이 지역의 발전전략에 문화전략을 추가하였는데, 주요 사업으로는 문예회관, 공공도서 관 등의 지역문화기반시설 확충, 문화의 거리 조성, 지역축제 활성화 등이었다(김소영, 2010: 8~9). 특히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지역문화정책의 우선순위를 ‘문화공간의 확충’으 로 설정하면서 문화기반시설 건립이 경쟁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서울시 역시 문화시설 확충에 초점을 둔 문화정책을 펼쳐 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시 민 문화서비스 제공시설(구민회관, 구민체육센터,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의집, 도서관 등)이 지속적으로 확충되어 왔으며, 특히 2000년 이후 공연장이 매우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백선혜, 2011: 4).

자료: 서울서베이, 각 년도.

[그림 2-1] 서울시 문화시설 증가 추이

문화 인프라의 확충을 우선하는 문화정책은 많은 국가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영국의 경우도 전쟁 이후 경제 재건기였던 1950년대에는 예술지원금의 전체적 규모가 미약한 편이었지만, 세계경제가 호황기를 맞이한 1960년대에는 늘어난 국 가재정을 바탕으로 중앙과 지역에 많은 공연장과 미술관을 설립하게 된다(박승현, 2016:

29). 이는 일반시민들에게 ‘고급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문화의 민주화 (democratization of culture)’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문화의 민주화’ 이론에서 바라보 는 예술은 전문가가 창출하는 ‘고급예술’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재능과 안목을 가진 예술 가의 창작품을 상류계층만이 소비함으로써 문화적 불평등이 발생하였다면, 이에 대한 접 근기회를 일반대중에게 확대함으로써 문화 소외를 극복하고 문화적 평등을 꾀하고자 하 는 것이 ‘문화의 민주화’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화정책의 핵심에 공연장, 박물관, 미 술관 등의 문화시설 건립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고급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문화의 민주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민의 예술관람률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 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시민이 경험한 문화예술은 연간 평균 미술 관람 0.2회, 음악․무

용 발표회 관람 0.11회, 연극(뮤지컬) 공연 관람 0.37회에 불과하다(영화 관람은 연간 평 균 2.6회). 게다가 관람률은 2007년(미술 관람 0.4회, 공연 관람 0.43회)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또한 서울시민의 문화환경 만족도 역시 2011년 6.02점에서 2015년 5.63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서울서베이, 2016). 미국의 경우에도 국립예술기 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출범 이래 전문예술단체는 증가했으나 예술관 객의 증가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판명됐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6). 문화시설을 확충한다고 해서 시민이 저절로 예술을 감상하고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 되면서, 고급예술의 생산과 보급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 문화정책이 문화소비자, 즉 일 반시민의 문화향유에 관심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자료: 서울서베이, 각 년도.

[그림 2-2] 서울시민 문화환경 만족도

2) 생활문화예술을 강조하는 ‘문화민주주의’

‘문화의 민주화’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

이다. 문화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서, 상향적 이고 자발적인 방식을 취한다. 모든 사람은 창조적 소양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문화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과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여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창조 역량을 발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 로 삼는다(서순복, 2007: 30~31; 박승현, 2016: 30~31). 따라서 기존의 정책처럼 문화시 설을 제공하여 관람객을 확대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문화적 역량을 증 대시키고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생활방식을 스스로 창출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윤소영, 2010: 20~26).

그렇기 때문에 문화민주주의에서 바라보는 예술은 고급예술을 포함해 대중예술, 지역예 술, 아마추어 예술까지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정형화된 문화시설에서 이루어지 지 않는 문화활동들도 모두 포함된다. 또한 문화민주주의에서는 예술작품의 미학적 질보 다는 정치적․민족적․사회적 동등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 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지 않으며, 예술참여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객지향성을 보 인다. 모든 종류의 문화예술은 문화수용자들의 가치와 선호를 반영하는 한 고급문화이든 대중문화이든 모두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서순복, 2007: 32~33). 이러한 ‘문화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정책이 요구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을 강조하게 된다.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정책의 실현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일 방적인 하향식 접근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민주주의에 따른 문화정책은 고급예술의 방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정 책의 영역이 시민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수행되는 생활문화예술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하 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제반 변화는 생활문화예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문화예술의 가치와 효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문화예술은 현대사회의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예를 들어 노동의 소외와 실업의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 각종 사회적 강압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생활문화예술은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 에게 개인적 독립성, 능동적 창조성, 자율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제공함으로써 불안 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과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발 달은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생활 문화예술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기능, 공동체의 형성, 자율적 공간의 확보 등에 있어 그 잠재력을 가상공간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3~4).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와 함께, 시민의 생활문화예술 참여 확대 경향도 확인된다. 문화체 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문화예술동아리 참여율 이 2008년 2.6%에서 2014년 5.8%로 약 2배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서울문화재 단 정책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문화향유실태조사에서 향후 동아리 참여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49.0%로 참여 의향이 없는 응답자(15.5%)보다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조사는 비록 동아리 참여자의 절대 규모는 작지만, 참여 비중이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2008 2010 2012 2014

2.6% 2.8% 4.0% 5.8%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각 년도, 「문화향수실태조사」.

[표 2-1] 서울시 내 문화예술동호회 참여율

자료: 서울문화재단, 2015, 「2014 서울시민 문화예술향유실태조사」.

[그림 2-3] 서울시 문화고관여자의 향후 동호회 참여 의향

3)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생활문화예술동아리 지원이 정책 의제화

문화민주주의 패러다임의 확산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생활문화예술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었으며, 그 결실이 2014년 1월 28일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이 법으로 시민 의 문화향유 활동이 생활공간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지역문화진흥 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강화되었다. 특히 문화예술단체/동호회 활동 시 설 및 공간의 제공과 그에 따른 예산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김창수, 2014: 16).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생활문화’는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 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생활문화예술 의 활동영역은 향수(享受), 교육, 참여, 창작으로 구분되며3), 개인 차원의 생활문화예술 활동과 동아리(단체) 활동으로 발현된다. 정책적 관심은 주로 동아리(단체) 영역에 초점

을 두고 있는데, 이는 생활문화예술의 속성과 관계가 있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장 지역의 생활문화진흥 제7조(생활문화 지원)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활문화를 활성화하 기 위하여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여 운영하는 문화시설의 운영자는 시설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여 운영하는 문화시설의 운영자는 시설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