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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은 농촌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가?

한국 사회에 축적된 사회적 자본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지대 하게 기여하였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즉,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이룩한 한국의 농촌발전은 한국의 지역사회 속에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촉진될 수 있었는가? 농촌지 역사회에 축적된 사회적 자본은 농촌발전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바꾸어 말하면 한국의 농촌 지역사회에 서 사회적 자본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며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 사회 적 자본이 농촌 지역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면 1980년대 이후 쇠퇴하고 있는 한국의 농촌 지역사회와 사회적 자본은 어떠한 관련성 이 있는가? 한국의 농촌 지역에서 사회적 자본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왜 농촌개발에 중요한가?

2.1. 주민 참여형 지역사회 개발과 사회적 자본

1953년 이후 한국의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 설

보다 월등한 경제력과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였다.

치했던 한․미 경제조사단(OEC)의 애덤스(Lucy W. Adams) 지역개발국장 은 한국의 어려운 농촌 재건을 위해서 UN과 미국 원조청(ICA)이 지원하 는 지역사회개발사업(community development program)을 도입하도록 권 고했다. 한․미 합동 조사단은 이 권고에 따라 경기도 광주 지방을 중심으 로 지역사회개발사업을 도입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조사 결과, 한․미 합동 조사단은 “한국의 농민들은 자력으로 자신들의 마을을 개선해 나아갈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하였다(농촌진흥청 1979).

이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농민들은 절대 빈곤 속에서도 외부의 지 원이 있을 경우 협동과 자조적인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관혼상제와 관련된 의례를 수행하기 위해 계 (契)를 조직하여 상부상조의 규칙을 정하고 이를 자주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러한 계 조직은 오랜 역사와 함께 마을 주민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주민 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와 협동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농촌 지역사회에서는 계를 통하여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농촌사회를 운 영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은 협동과 자조 정신을 바탕으로 식량 증산과 사회 간접자본 구축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농촌 새마을운동은 개발에 필요한 재원의 49%를 농촌 주민이 부담하면서 농촌마을 환경 개선, 농로 개설과 하천 정리, 용수 개발 등 농업생산기반 구 축과 자조, 자립, 협동 정신의 함양으로 농촌의 발전에 기여한 주민 참여형 지역개발 모델: participatory community development model)로서 UN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자조, 자립, 협동정신, 자주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 력은 곧 사회적 자본을 의미한다. 당시 한국의 농촌 지역사회에 존재했던 사회적 자본은 누가 갑자기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농촌사회 속에 내재되 어 온 것으로서 주민이 지니고 있던 지역사회의 존립 기반이자 삶의 양식 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농촌 새마을운동은 정부가 약간의 물질적 지원을 하고 운동 지침을 정

해 추진했지만 마을에서 개발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하는 일은 모두 주민들 의 몫이었다. 따라서 1970년대 농촌개발사업은 주민 참여가 매우 활발했던 시기였으며 마을 단위 농촌개발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도 주민 참여하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은 농촌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축 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1950년대 이후 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의 농촌 지역사회는 인구와 더불 어 사회집단이 증가하는 시기였다. 민간 부문이 매우 취약했던 1950~’60년 대, 정부는 농촌개발을 정부 주도로 수행하기 위하여 마을 단위에 각종 학 습단체를 조직․운영해 왔다. 이들 마을 단위의 학습조직은 정부가 보급하 는 농업기술의 습득, 생활 기술 전파의 거점 역할을 했으며 가족계획이나 절미․저축 운동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을 수용해 실천하는 역할을 하였다.

1960~’70년대는 각종 계가 많이 출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정기환 1987).

2.2. 정부 주도형 농촌 지역개발과 사회적 자본

농촌 사회조직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이 후 거세게 나타난 이농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1977년도 국무총리령으로 정 부 지원 하에서 조직 운영되던 각종 학습 조직을 영농회, 부녀회, 청소년회 로 통합한 것이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하다. 농촌 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농촌에서 사회적 자본의 축소를 가져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농촌 사회집단의 와해와 축소 또한 사회적 자본의 축소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농업․농촌사회에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시장개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농촌개발 정책이 정부 주도로 전환되 었다는 점이다. 농촌 종합개발, 정주권 개발, 문화마을사업 등의 추진 과정에 서 주민 참여가 약화되고 개발의 전문성을 내세운 정부, 전문 기관과 전문가 등에 의해서 농촌개발사업이 주도되었다. 농촌개발 과정에서 주민 참여의 약화는 농촌 지역사회의 지도력 약화와 사회적 자본의 축소를 의미한다.

세계화, 시장개방 등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EU의 대 응은 우리와 다르게 진행되어 왔다. 시장개방 등으로 농업부문이 어려워지 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EU는 과감하게 보조를 축소하고 정책 개발과 집행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크게 신장됐다. 시장개방의 문제를 주민 참여, 파트 너십 강화, 주민 참여가 전제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관리(governance) 방 식의 도입 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정부 주도의 정책, 특 히 생산이나 가격 관련 농업보조를 통한 정부 정책이 농업의 경쟁력 강화 나 농촌의 회생을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U의 파트너십 강화와 주민 참여에 의한 새로운 지역관리 체제의 구축 은 곧 농촌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보 조도, 기술 축적도 주민 참여가 전제되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지 지 않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촌개발 정책에서도 최근 주민 참여와 파트너십 강화, 거버 넌스 등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혁신과 농업 클러스터의 개념도 도입되고 있다. 이 모두 주민 참여와 합의, 협력 등을 전제로 하 는 것이며 이것이 곧 사회적 자본을 의미한다. 한국의 농촌개발, 특히 농촌 지역개발 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재정적 보조에 의한 물 리적 자본 축적이나 기술의 개발․보급만으로는 어렵다. 물리적 자본과 기술력의 발현은 인적 자본의 육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때 가 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