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South Korea
3. 비교를 위한 개념적 분석틀(Conceptual Framework)
본 논문은 독일과 한국의 상반되는 원자력 이용을 설명하기 위해 거시적 차 원에서의 구조적, 제도적 요인과 미시적 차원에서의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자 구 성, 반핵운동, 원전사고 등의 상황적 요인을 포괄하는 총제적인 접근(a holistic approach)을 시도한다. Midttun and Rucht(1994)는 서유럽 8개국의 원 자력정책을 비교분석하면서 통합적인 접근(integrative approach)의 필요 성을, Rüdig(1990)은 세계 반핵운동 조사연구에서 ‘다원적인 정치과정 관점 (a multifactorial political process perspective)’을 강조한다. 구조적 요인 과 상황적 요인은 상호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이다. Joppke(1993, p.10)의 표현을 빌리면, 구조만을 강조하면 ‘공허한 거시일반화(the empty macrogeneralization)’에 빠지며 미시 차원의 상황적 요소만을 고려하면 ‘맹목 적인 미시경험주의(the blind microempiric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
독일과 한국의 비교연구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지역 간 비교연구(a cross-cultural comparison)이다. Lijphart(1975)와 Smelser(1973)는 비교하 는 사례(사회 또는 국가)가 유사할수록 비교연구의 목적인 사례 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독립변수를 분별하고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에 대한 가설 설정 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특히 Lijphart(1975)는 유사한 사례 간 비교 로 비교연구를 제한한다. 이에 반해 Joppke(1993)는 비교연구의 목적은 비교 사 례 간 서로 다른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기초해 상이한 발전경로를 부각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Lijphart의 유사 사례 비교연구는 서로 다른 사례를 배제하기 때문에 비교 연구의 결과로 단지 부분적 일반화만 도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간 비교 연구는 이론적 개념 개발과 일반화를 위한 좋은 출발 이 될 수 있다(Ragin, 1987; DeFelice, 1986). 사회 시스템 또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매우 다른 지역 간 사례를 비교하기 위해 Smelser(1973)는 개념적 분석틀
이나 사회내적 관계(intra-societal relations)를 분석하기 위한 범주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념적 분석틀에 기초해 독일과 한국 의 원자력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개념적 분석틀로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후기자본주의의 위기경향성 가설을 적용한다.
Habermas(1973)는 후기자본주의의 정당성 문제에 대한 연구에서 경제에 대 한 국가 개입이 증대하면서 경제위기가 다른 사회정치시스템으로 전이되는 위기 경향성 가설을 제시한다.
4)
전통 맑스주의에서 이윤율 저하법칙에 따른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주장했다면, Hirsch(1974, 1976), Offe and Ronge(1976) 등은 국가 개입과 자본주의 발전에 내재한 구조적 모순을 강조하고, Forsthoff(1971)는 항 공, 우주개발, 원자력 등 거대과학기술(big-science technologies) 연구개발에서 나타나는 국가 개입의 모순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즉, 국가 개입이 공공 이익보다 는 사적 이익에 더 기여함으로써 국가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데 모순이 발생하게 된 다는 것이다. Habermas(1973)는 이러한 모순을 위기경향성 개념으로 사회정치 시스템에서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분석한다.Habermas는 사회정치시스템을 경제시스템, 정치투입시스템(political input system), 정치산출시스템(political output system), 그리고 사회문화시스템 으로 구분한다. 사회적 생산과 사적 전유(private appropriation)라는 경제시 스템의 모순은 국가개입을 통해 정치산출시스템에서의 합리성 위기로 대체된다.
Habermas는 합리성 위기가 무엇보다 국가의 계획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기술한다. 생산이 사회화됨에 따라 지속적인 자본 축적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계 획의 필요성이 증대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복잡성이 증대한 사회에 서 계획은 행정시스템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부과한다. 개별 자본 사이에, 또는 개 별 자본과 전체 자본의 이해관계 사이에, 또는 시스템 차원에서의 특정 이해관계 와 일반 이해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국가 행정시스템으로 전이된다. 정 치산출시스템에서의 합리성 결핍은 일반 시민의 이해보다 조직화된 부분적 이해 관계의 실현을 용이하게 한다. 특히 원자력, 방위 산업과 같은
거대과학산업(big-4) 초기 자유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와 달리 20세기 들어서면서 국가의 경제 개입이 많아 지는 조직자본주의(organized capitalism)가 후기자본주의의 특성이다.
science industry)에서 행정 관료의 사적 영역과 기업에 대한 의존이 심화된다.
이런 경향과는 반대로 시민사회의 계획과정 참여에 대한 요구는 증대한다(ibid., p.102). 관료 계획 또는 정책이 공공 이익을 증대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일반 대 중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 정치투입시스템에서의 정치적 정당성 위기로 이어진다.
Habermas는 정치산출시스템과 정치투입시스템에서의 합리성 위기와 정당성 위기는 사회문화시스템에서의 ‘동기부여’ 위기(Motivationskrise)를 통해서만 촉 발된다고 기술한다(ibid., pp.70-71). 사회문화시스템은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 에서 재화와 공공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동시에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은 사회 문화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동기부여’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 사회문화시스템은 정치시스템에 정당성이라는 형태로 동기를 부여한다. 경제시스템의 경우 고용 및 직업훈련 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경제활동 성과에 대한 동기가 필요하 기 때문에 경제시스템은 이 부분을 사회문화시스템에 의존한다. 즉, 사회적 정체 성과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동기가 사회문화시스템에서 제공되지 않 을 때 정치, 경제 시스템의 위기가 초래된다.
후기자본 주의의 정당성 문제를 시스템 차 원에서 추 상적으 로 논의한 Habermas의 위기경향성 가설을 본 연구에서 원자력산업에 적용하여 분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Habermas는 후기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시장을 대체 하고, 보완하며, 시장의 부작용을 보상한다고 기술한다(ibid., pp.53-54, 77-87).
원자력발전 기술이 핵무기 기술에서 유래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원자력발전의 독 특한 위험 특성,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의 필요성으로 인해 원자력산업은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과 지원에 의해 시장이 형 성된 대표적인 분야이다. 여기에 원자력발전 사고와 방사성폐기물의 장기적 보관 에 대해 공적 영역의 보상과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원자력산업에는 사회적 생산과 이익의 사유화, 여기에 위험의 사회화라는 모순이 내재되어 있다.
Habermas는 국가의 경제 개입이 증대하면서 경제시스템에서의 모순과 이로 인 한 위기가 사회정치시스템으로 전이된다고 기술한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의 원자 력산업 지원이 정치산출시스템, 즉 원자력행정에서 어떤 합리성 위기로 나타나는 지 분석한다.
Habermas는 사회문화시스템에서의 ‘동기부여’위기가 정치산출시스템 및 정치
투입시스템의 위기를 촉발시킨다고 말한다. 서구선진공업국에서는 1950, 60년대 원자력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으나 1970, 80년대 반핵운동과 쓰리마일,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원자력발전 용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Habermas가 추상적으로 논의한 사회문화시스템에서의 ‘동기부여’ 위 기는 원자력산업 부문에서는 ‘수용성’ 위기로 드러난다. 시민사회에서 원자력 이 용에 대해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은 결국 원자력 이용을 수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에서 원자력 이용에 대한 ‘동기부여’를 철회할 때 원자력 수용성 위기가 발생한다. 원자력의 수용성 위기는 시민사회에서 반핵운동 으로 표출되며 수용성 위기가 결국 원자력 이용의 정치적 정당성 위기를 촉발시키 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Habermas가 시스템 차원에서 제기한 추상적인 위기경향성 논의는 원자력산업이라는 구체적인 부문에서의 위기경향성 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개념적 분석틀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와 원자력산업 간의 관계에 주목한 Camilleri(1984)의 원자 력정책 비교연구도 원자력산업의 국가 개입에 있어서의 모순적 성격과 이에 대 한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 언급한다. Camilleri에 따르면 국가는 원자력산업 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종종 국가의 다양한 기능 사이 에 모순(conflicting functions)이 발생하고 원자력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 영역으로 확산된다(spill over)고 진술한다(ibid., pp.274-275). 따라서 본 연구 는 Haberams(1973)의 위기경향성 가설의 개념적 분석틀을 적용해 Camilleri 가 언급한 원자력산업 육성에 있어 국가 기능 사이의 모순과 원자력산업을 둘 러싼 갈등의 정치적 파급효과에 대해 체계적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Habermas(1973)의 후기자본주의의 위기경향성 개념에 의거하여 원자력산업에 나타난 사회정치시스템에서의 위기 유형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치산출시스템은 국가의 행정기능에 관련된 부분으로 본 연구에서는 원 자력행정을 의미한다. 원자력행정의 합리성 위기는 다음의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가 원자력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할 때 원자력행정의 합리성 위기가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가의 원자력육 성정책이 방사성폐기물처분정책과 충돌할 때이다. 둘째, 국가의 원자력프로젝트
우선, 정치산출시스템은 국가의 행정기능에 관련된 부분으로 본 연구에서는 원 자력행정을 의미한다. 원자력행정의 합리성 위기는 다음의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가 원자력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할 때 원자력행정의 합리성 위기가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가의 원자력육 성정책이 방사성폐기물처분정책과 충돌할 때이다. 둘째, 국가의 원자력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