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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과 학부모와의 갈등사례: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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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고·국제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및 제주외고 상황에 대한 이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 외국어고(이하 ‘외고’)·국제고·자립형사 립고(이하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과학고·영재 학교 및 비평준화 지역 명문 일반고가 빠져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붕괴되어버린 고교평준화를 되살린 공약이라고 평가되었다.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 정 정의당 후보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이들 고 등학교의 선발권을 박탈하여 ‘선지원 추첨’만 허용하겠다고 공약함으로써,

‘비선발 배정’이라는 고교평준화의 의미를 담은 공약을 제시한 사실이 있다.

전환 절차와 관련해서도, 자사고 등 관련 규정들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대통령 령)에만 근거하고 있으므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간단히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인수위원회 기능을 담당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에 ‘100대 국 정과제’를 발표하며 ‘일괄 전환’이 아닌 ‘단계적 전환’을 천명하였고, 2017 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에서도 시행령을 개정해 일 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재지정 심사를 거쳐 ‘단계적 전환’을 할 방침임을 명시한 적도 있었다(이범, 2020).

그러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다시 입장을 ‘일괄 전환’으로 전환하였 다. 즉, 2019년 11월 7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외고·국제고·자사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 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앞서 교육부는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 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과학고·영재고·외고·자사고·일반고의 고 교 유형별 서열화가 확인된다고 밝힌 바가 있는데, 그 후속조치로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제 전환하면서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 고 미래 고교교육을 준비하고자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90)

이러한 정부방침은 2020년 2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설립 근거를 아예 삭제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구체화되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제주지역과 관련이 있는 학교는 제주외고 한 곳뿐이다.

2004년 3월 5일 문을 연 제주외고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4개 학과 로 구성된 학교로, 한 학과당 학생 수는 학년별 25명 내외로 전체 300여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다.

정부의 일반고 일괄 전환 방침과 관련해서, 수도권 지역 자사고와 국제고들 은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를 삭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 다’는 주장을 하면서, 2020년 5월 28일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2021년 4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 학교들은 헌법소원의 결과에 따라 정부 방침이 변경되어야 한 다고 주장하고 있다.

2) 갈등 전개과정

(1) 2017년 ~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갈등 개요

전술한 바와 같이, 2019년 11월 7일 교육부장관의 외고·국제고·자사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제주지역에 관련된 유 일한 학교인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과거 2015년에도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및 신제주권 이전 문제가 제주특별자치도교 육청의 주도 하에 쟁점으로 불거졌다가 학부모 등의 반발로 무산된 사실이 있었 다. 2019년 상황은 정부의 확고한 정책에 따라 불가피하게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 환이 추진되어야 할 상황이므로 2015년과는 근본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전국 최초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및 신제주권 이전 문제를 결정하고 추진하려고 하자, 제주외고 학부 모 등을 중심으로 ‘제주외고는 전국적 상황과 달리 고교서열화의 문제를 발생

90) 정부 "외고·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고교 서열화 해체. 「연합뉴스」.(2019.11.7.)

시키지 않았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한 법률적 하자를 다투는 소송이 제 기된 상황인데 무리하게 전국 최초로 일반고 전환 및 신제주권 이전을 결정하려 는 것은 교육감의 신제주권 득표를 위한 정치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등을 주장하며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를 통한 공론화 절차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 고 있는 갈등사례이다.

(2) 잠재기: 2020년 2월 7일 오전까지(일반고 전환 및 전환 모형 공론화 추진을 공식화하는 시기)

잠재기는 아직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조직화되기 이전의 단계로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중앙정부의 방침과 궤를 같이하면서 제주외고를 일반 고로 전환하는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에서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한 ‘전환 모형’(읍·면 일반고로 전환 또는 제주시 동지 역 평준화고로 편입 여부)을 공론화 의제로 실제 채택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주요 진행경과는 <표 26>와 같다.

<표 26>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공론화 관련 갈등 잠재기 주요 진행경과

일시 행위자 형식 주요내용 출처 확인

2019.11.21. 교육감

도의회 교육행정질문

답변

“외고 → 일반고 전환정책 매우 긍정적, 2025년 이전 완료

추진” 의사 밝힘

제주의소리 (2019.11.21.)

2019.12.26. 교육감 언론사 신년 인터뷰

읍·면 일반고로 전환 또는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로 편입

여부 공론화 추진 의사 밝힘

연합뉴스 (2019.12.26.)

2020.1.17.

교육청 (교육공론화

위원회)

위원회 의결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공론화 제2호 의제로 공식 결정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홈페이지.

보도자료 (2020.1.20.)

2020.2.7.

교육청 (교육공론화

위원회)

위원회 의결 향후 공론화 방법 심의·의결 (여론조사 및 토론회 등)

학부모뉴스24 (2020.2.10.)

2019년 11월 21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 교육행정질문 중 강철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외고·자사고·국제고 등의 고등 학교 유형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의 정부 방침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 로 평가한다"면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몰제가 적용되 는 2025년 이전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피력했다.91)

2019년 12월 26일, 이석문 교육감은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제주외고 의 일반고 전환에 대하여 “읍·면 일반고로 전환할지,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 로 편입할지 등을 놓고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밝히면서 향후의 정책방향을 밝혔다.92)

2020년 1월 17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2차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를 개최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을 제2호 의제로 공 식 결정했다.93)

2020년 2월 7일,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제3차 회의에서 향후 ‘공론화 방 법’을 심의·의결하였다. 즉, 3월 초순 도민 여론조사, 도민참여단 토론회 및 전 문가 토론회를 거쳐 정책권고안을 마련한 후 2020년 4월 하순에 이석문 교육감 에게 제출하고, 이에 대하여 교육감은 5월 중순 경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 이었다.94)

(3) 표출기: 2020년 2월 7일 오후 ~ 7월(학부모들의 반대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 출되는 시기)

이 시기는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제주외고 학부모들의 조직적인 반대 입 장이 공식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주요 진행경과는 <표 27>와 같다.

91) 이석문 “외고→일반고 전환 매우 긍정적, 일몰 전 준비”. 「제주의소리」(2019.11.21.).

92) [신년인터뷰] 이석문 제주교육감 “공교육 IB 도입 안착 주력”. 「연합뉴스」(2019.12.26.).

93)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제2호 공론화 의제 확정.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보도자료.(2020.1.20.).

94) 제주교육청,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모형’ 공론화 방법 심의 의결. 「학부모뉴스2 4」.(2020.2.10.).

<표 27>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공론화 관련 갈등 표출기 주요 진행경과

일시 행위자 형식 주요내용 출처 확인

2020.2.7.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 위원회

도의원 간담회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학부모 30여명과 도의원 3명

간담회 진행

(선제적 추진에 대한 강한 불만 제기)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보도자료

(2020.2.10.)

2020.3.2.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 위원회

기습 기자회견

‘일방적인 밀실행정 중단, 제주외고 전환 공론화 의제 백지화, 구성원 의견

반영된 제주외고 활성화 방안 제시’촉구

제주의소리 (2020.3.2.)

2020.5.28.

교육청 (교육공론 화위원회)

보도자료 7월 내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정책 권고안 확정 추진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홈페이지.

보도자료 (2020.5.29.)

2020.5.28.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 위원회

도의회 청원서 반대서명

제출

교육청이 추진하는

‘제주외고 교육공론화 중단’

청원서 제출

제주신문 (2020.5.28.)

2020.6.17.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 위원회

기자회견 제주외고 공론화 철회 촉구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2020.6.17.)

2020.7.13.

교육청 (교육공론 화위원회)

보도자료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숙의 위한 교수·언론인·교원 등 참가하는 전문가 토론회 7월 말 개최

및 도민참여단 토론회 8월 말 개최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홈페이지.

보도자료 (2020.7.16.)

2020년 2월 7일 오후 14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충룡 부의장과 교육의원 부공남·김창식이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도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동문·지역주민·학교 교직원 등 30여 명이 함께 참여하였다. 간담회에서 학부모 등은 제주외고는 당초 설립목적대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가시적인 교육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으 며 동문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은데, 다른 타시도 일부의 자사고와 외고에서 고 교서열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전국보다 앞장서며 폐지를 하려고 하고 있

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정부정책이고,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2025년에 선택권이 더 축소될 수 있다. 일반고 전환에 대한 내용은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에서 다양한 민주적인 절 차와 여론조사·전문가 집단 참여·해당 학교의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 며 진행될 것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는 취지 로 해명하였다. 이 자리에서 도의원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제주외고의 학 부모 등의 동의 없이 도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제주외고를 동지역으로 이전하거 나 현재의 상황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고, 현재 공론화위원회에는 제주외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재직 중 교직원이나 학부모·학생·동문·지역주민 등은 위원에 없는 상황이어서 직 접적인 이해관계자와는 다르게 인식이 되고 있어,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이 부분 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발언하였다.95)

2020년 3월 2일, 제주외고 학부모·동문·지역주민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제주외고 폐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학부모 참여를 배제한 일방적인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비대위는 “이석문 교육감은

‘전국 최초’라는 명분을 내세워 직접적인 교육 당사자인 재학생·학부모·교 사를 배제한 채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재학 생과 학부모 및 1,500여 동문은 비대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불공정한 기 회, 사교육 열풍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특목고와 비교할 때 제주외고와 같은 지방 공립외고의 경우 교육비는 물론 교육의 내용면이나 기 회균등 차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인 밀실행정 중단, 제주외고 전환 공론화 의제 백지화, 구성원 의견 반영된 제주외고 활성화 방안 제시 등”을 촉구했다.96)

2020년 5월 28일,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제4차 회의를 열어, 도민 1,600명 대

95) “교육적 가치가 높은 제주외고” 살리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도자료.

(2020.2.10.).

96) 제주외고 학부모 기습시위 “일반고 전환 중단하라”. 「제주의소리」(20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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