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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규제이론 관점에서의 고찰

5.1. 분석의 배경과 필요성

‘규제 포획’에 대한 계량 분석은 크게 ‘포획’이라는 결과에 주목하 는 방식과 ‘포획’의 영향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가령 ‘포획 이론’의 선구자인 Stigler(1971)는 동 논문에서 철도산업계에 의한 주(州)별 트럭 운행 및 적재량 제한 사례를 종속변수로 두고 주별 화물수송용 철로의 길이, 주별 대형트럭의 인구 당 대수, 고속도로 시스템의 질 등을 설명변수로 삼아 분석하거나, 미용사나 변호사 등 의 면허 규제 사례를 인구 당 해당 전문 인력의 수나 도시화 수 준141)에 회귀하여 논함으로써 전자 유형의 대표적인 분석법을 보여 주었다. 후자의 경우 개업의(Physician)의 자격이 주(州) 내로 제한 되는 규제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연방 전체를 포괄하는 경우 를 비교․분석한 Leffler(1978)나 Paul(1982)의 연구 등에서 규제가 있는 주에서의 개업의 소득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통계적으로 유의 하게 높은 사실을 짚은 예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김영덕(2016)은 전자의 방 식을 활용하여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계획’이라는 규제의 포 획 가능성을 업종별 배출량당 부가가치, 온실가스 초기배출량, 연구 개발비, 시장집중도 등의 설명변수를 통해 가늠하고자 하였고, 김상 헌(2010)은 후자의 방식을 활용하여 헤리티지 재단이나 세계경제포 럼 등에서 발표하는 각 국의 규제수준, 혹은 이익집단의 영향력 지 수를 주요 설명변수로 삼아 각 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코자 하였다.

141) 도시화(Urbanization) 수준은 이런 유형의 연구에서 ‘조직 결성에 소요되는 거래비용’의 대리변수로 자주 쓰인다. 도시화 수준이 높을수록 그러한 거래비용 은 낮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는 인터넷 보급률이나 스마트 폰 사용률 등이 변수로 쓰이기도 한다.

어느 방식을 택하든, 이런 유형의 연구에는 관련 데이터의 뒷받침 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하나의 규제가 도입 여부에 차이가 있거나 그 수준이 다른 경우가 많아 손쉽게 패널데이터가 구축되는 편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도 이런 탓에 대부분 국제 거시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산업 부문을 분석할 때도 중분류나 소분류 수준의 여러 산업이 비교 가능할 때 행해진 경우가 대부분 이다.

그러나 본고는 이보다 세부적인 산업 영역과 매우 구체적인 사례 를 다룰 뿐 아니라 정량적인 측면의 분석을 위해서는 기업 레벨의 데이터까지 필요로 하는 관계로 계량 분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본장에서는, 후자, 즉 규제포획의 영향을 규명하는 방식에 집 중하되 행동경제학적 아이디어를 일부 차용한 ‘실험적 방법론 (Experimental method)’을 활용하고자 한다. Lunn(2014)이 OECD 보고서에서 잘 정리하고 있듯, 최근 선진 각국에서는 정부규제에 의 해 야기되는 시장의 창의성과 개방성 제한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규 제방식의 개발을 위하여 행동경제학적 시각의 활용에 힘쓰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관점은 정부가 선택설계자(choice architect)로서 국 민들이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특히 ‘작위/부작위 명령, 금전적 징벌/유인 등 전통적 규제방식보다 는 정보제공, 선택구조 변경 등의 정책수단의 활용가능성’을 확대하 는 방식이 바람직하게 인식되고 있다.

제도․정책에 대한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본 장은 행동경 제학적 개념의 하나인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142)나 Roe, Levy, and Derby(1999), Patrik et al.(2015) 등에 의하여 식품 부문 의 건강강조표시, 혹은 에코 라벨(eco label)을 분석하는데 사용된

142)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Kahneman(2011)에 따르면 ‘프레이밍 효과’는 ‘표현 이 믿음과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동일한 상황일지라도 이를 접하는 표현에 따라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고의 주된 논의 중 하나가 ‘식이보충제’의 국내적 표현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점에 대한 강조 인 만큼 이를 ‘프레이밍 효과’의 개념으로 분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후광 효과(Halo effect)'143)의 개념을 활용하여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비자의 구매의사에 미치는 영향 역시 이런 맥락에서 분석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와 이 용어 및 ‘식품의약품 안전처’ 기관명이 명기된 식별도안으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 표 시는 국내적 제도의 산물이다. 건기식법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제 도적 지원과 잠재적으로 ‘건강강조표시’ 표기가 가능한 일반 농식품 에 대한 제도적 배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본 장에서 그 효과를 검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