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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규제이론 관점에서의 고찰

4.1. 규제에 대한 경제학적 방법론 개관

경제학에서 ‘규제(Regulation)'를 다루는 가장 오래된 방식은 시장 실패(market failure)와 관련 있다. 불완전경쟁이나 정보비대칭성, 공 공재, 외부효과 등의 이유로 시장에 의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공평 성이 적절히 확보될 수 없는 경우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이를 바로잡는 데서 규제의 근거를 찾는다. 이는 경제학뿐 아니라 행정 학, 정책학 등의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공익이론(the public interest theory)'으로 불려왔는데,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실증 차원의 여러 사 례연구들이 이뤄지면서 흔히 ‘실증화된 규범 이론(Normative Turned Positive Theory: NTP 이론)’, 혹은 ‘실증이론으로서의 규범 적 분석(Normative Analysis as a Positive Theory: NPT 이론)'으 로 불리고 있다(Viscusi et al. 2005).

그러나 규제의 근거를 이러한 ‘공익’이 아니라 사익(private interest)에서 찾는 이론도 있다. Stigler(1971)는 직관적으로는 피규 제자가 규제를 싫어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규제가 그들의 수요에 의 하여 취득되는 것이라며 ‘산업, 혹은 기업이 언제, 왜, 그들의 목적을 위하여 국가(The state)를 사용하는지, 혹은 어떻게 국가의 특정한 목적에 의하여 그러한 산업이 선발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경제학 적 규제이론의 주 목적임을 천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국가는 국가

82) 본 절은 Laffont and Tirole(1991, 1993), Viscusi et al.(2005), Dal BÓ(2006), Bowrey et al.(2007), Veljanovski(2010) 등의 논문과 저서에 서술 된 분류와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국내에서도 최병선(1992), 허성욱(2008), 김상헌(2010) 등이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최병선(1992)의 경 우 행정학이나 정책학적 차원의 ‘규제’이론을 광범위하게 다루기는 하지만 경제 학적 방법론에 대하여는 다소 단순한 수준의 소개에 그칠 뿐 아니라 출판연도 가 이른 관계로 이후의 방법론적 발전상이 생략되어 있고, 허성욱(2008)과 김상 헌(2010)은 Viscusi et al.(2005)에서 정리된 내용의 일부를 국문으로만 바꾸어 서술한 한계가 있다.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 부문에 잠재적인 ‘자원’이거나 ‘위협’이다.

국가는 보조금을 집행하거나 진입장벽을 만들거나 가격을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통하여 시장에 개입할 수 있으며, 국가의 이러한 힘은 이익집단들의 관심과 로비가 향하는 대상이 된다. 즉 우리가 시장에 서 관찰하는 사실들이 각 산업체의 시장 내 순수한 ‘이윤극대화' 행 위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Olson(1965)의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 이론을 기반으로 이처럼 Stigler가 본격적으로 발전시켰고, 이후 Peltzman(1976)과 Becker(1983) 등에 의하여 더욱 확장된 이 이론을 경제학 전통 속에서는 ’포획이론(capture theory)'이라 부른 다. 물론 이들 학자들 간에도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이들 연구가 대체로 ‘이익집단들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수요에 따 라 규제가 공급된다.’는 가설의 토대 위에서 이러한 규제를 통하여 이익집단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자신들에게로 경제적 이 익을 이전시킬 수 있음을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Viscusi et al.(2005)과 Veljanovski(2010)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이 러한 포획이론의 아이디어와 시각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되 구체 적인 각 사례의 분석 결과에 따라 규제가 특정 이익집단의 편익을 위한 것인지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수행되는지를 검증하고 논하는 ‘규제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Economic Theory of Regulation)' 관점에서의 연구가 최근 관련 연구의 대종(大宗)을 이 루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규제의 성격이나 내 용이 바뀌기도 하고, 이익집단들 간의 역학관계나 정부의 기조, 산 업계 여건 등도 변화하는 가운데 실증적인 검토의 중요성이 강조되 고 있는 것이다. 가령 NTP이론이 ’규제 완화(deregulation)'를 시장 실패가 보정된 상황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데 반해, 포획이론과 ‘규 제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은 규제로 이익을 얻어온 집단의 상대적 영향력이 여하한 이유로든 감소되는 경우에 규제가 완화된다는 기 본 가정 위에서 상황을 실증적으로 검토· 분석한다83).

한편 Laffont and Tirole(1993)은 이러한 포획이론의 아이디어를 다시 두 종류로 구분하여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의 견해와

‘버지니아 학파(Virginia school)’의 견해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전자 는 상기한 학자들84)에 의하여 ‘포획’ 행위와 그로 인한 시장 왜곡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후자는 Tollison, Tulloch 등에 의하여 이 익집단이 그러한 ‘포획’에 집중하는 근거로 ‘지대(rent)'이론을 정초 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발전시켜온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Laffont과 Tirole은 그 때까지의 ‘포획이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한다. 첫째, 이들 이론이 정보의 비대 칭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규제기관이 피규제자(기 업이나 산업 부문)와 관련된 모든 정보, 가령 비용 구조, 기술력, 영 업능력, 노력이나 의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므로, 피규제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할 수 있는 데, 바로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의 존재가 ‘지대’의 원인이 된다는 것 이다. Laffont과 Tirole에 따르면 규제자와 피규제자 사이에 정보가 대칭적이라면 규제자가 사회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적절하고 공평한 규제 수단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지대’가 생기지 않고, 이에 따라 피규제집단에 의한 ‘포획’의 유인(incentive) 역시 사라지게 된 다. 둘째로, 이들은 포획이론에 기반을 두고 논지를 전개하는 학자 들이 규제의 수요 측면, 즉 이익집단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규제의 공급자인 국가기관이나 정치가 등에 대한 분석 에 소홀함을 지적한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포획이론이 규제 공급 측을 국가나 ‘정부(Government)', 혹은 ’입법부(Legislator)', '규제자 (Regulator)' 등 단일한 주체로 상정한 데서 나아가, 기업(firm)과 대

83) 이러한 관점은 분명히 규제와 정부개입(government intervention)에 대한 중 대한 진전이기는 하나, 실증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으로 나타난다(Viscusi et al.,2005, p.393).

84) Stigler, Peltzman, Becker 등은 모두 시카고대학의 교수들이다. 본문에 언급 하지는 않았으나 포획이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법경제학자 Posner 역시 그러하다.

리인(agent)과 의회(Congress)를 시장 행위자로 가정한 3단계 (three-tier hierarchy) 모델을 제시한다. 즉 규제 공급 측을 규제집 행 기관을 가리키는 ‘대리인’과 규제법령을 만드는 ‘의회’로 구분함으 로써 보다 현실에 가까운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이밖에도 신제도경제학의 맥락에서 Williamson(1985), North(1990), Levy and Spiller(1994) 등에 의해 제안된 ‘거래비용 접 근법(transaction cost approach)’도 최근의 규제 관련 연구에 도입되 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거래 쌍방 간의 발견, 계약, 감 시 및 계약의 이행 촉구 등에 따르는 거래비용이 존재하는 시장 안 에서 정부는 규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이러한 거래비용을 최소화하 여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Veljanovski(2010)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법은 특히 망(Network)산업 분야에 자주 적용되 는데 이는 동 산업이 '자산의 특정성(asset specificity)'85)이 높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있으며, 생산물이 많은 대중에 의해 소비되는 거의 필수적 인 서비스 상품이기 때문에 독과점적인 시장구조를 보일 때가 많고 정부의 개입 역시 활발하기 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이상 살펴본 여러 경제학적 방법론 중 ‘공익이론’과

‘포획이론’, 그리고 Laffont과 Tirole이 발전시킨 ‘3단계 모델’을 중심 으로 건기식법과 건강기능식품시장의 역사와 구조를 분석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포획이론’과 ‘3단계 모델’ 두 방법론의 적용에 초점을 두고자 하는데, 이는 앞선 법제 분석을 통하여 단순히 ‘공익’적 관점 에서만 이 법제와 시장을 검토하여서는 여러 논점들이 충분히 드러 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최근의 규제 관련 경제학적 연구 가 대부분 기본적으로 ‘포획’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행된다는

85) '자산특정성(asset specificity)‘은 Williamson이 창안한 개념으로 특정 거래를 위하여 투자된 자산이 그 거래에 특정화되어 있고 매몰비용에 가까운 성격의 것이라 다른 거래들을 위하여 전용될 수 없는 정도를 뜻한다. 자산특정성이 높 을수록 거래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행태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거래비용 역시 증 가한다.

사실86)에 기인한다. ‘포획이론’을 통해서는 건기식법의 도입이 농산 가공품이나 한약, 혹은 농업이나 한의학계 등에 미친 영향이, 그리 고 ‘3단계 모델’을 통해서는 생산자-소비자 뿐 아니라, 입법부-행정 규제당국, 혹은 행정규제당국-생산자 간의 정보비대칭 가능성이 검 토될 것이다. 또한 독자적인 절로 따로 구성하지는 않았으나 ‘거래 비용 접근법’, 혹은 신제도경제학적 관점과 개념들도 필요에 따라 일부 다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