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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법제와 정부계약법제의 기본적인 관계설정은 크게 두 가지 의 대립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계약법제와 단절하여 민간 투자법제를 독자적으로 입법화하는 방식(이를 ‘독립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다)과 민간투자법제를 독자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정부계약법에 의 의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화하는 방식(이를 ‘의존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다)이 그것이다.

비교대상 법제들이 양자 중에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단정적으로 이 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UNCITRAL이 독립모델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 법률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별도로 두면서 상 당히 자족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미국도 주정부 단위에서 정부계약법 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면서 별도의 입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UNCITRAL도 민간투자법제에 관한 상세한 입법지침 등을 공 공조달에 관한 모델법과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

유럽연합 및 이의 영향을 받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상대적으로 의존모델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경쟁적 대화방식과

같은 계약체결방식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정부계약법제에 규정을 두고 민간투자법제도 이에 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개별 국가들을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보면 의존성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민간투자방식에 관해서 별도의 법률명령이나 지 침 등이 상세하게 제정되어 있는 프랑스와 영국은 상대적으로 독립성 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부계약법의 민간투자방식에 의 적용범위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독일은 의존성이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 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법제에서도 완전한 독립모델이나 의존모 델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도 민간투 자법이 완전히 자족적인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 계약법의 적용여부나 적용범위가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다. 미국에서 도 계약체결절차에 있어서는 공공조달법제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 고 있다. UNCITRAL에서도 민간투자법제에 관한 상세한 입법지침을 제정하면서 이 내용이 공공조달에 관한 모델법의 내용을 상당부분 참 고하면서 이를 민간투자방식에 맡게 변형하였음을 밝히고 있다는 점234) 에서 그러하다. 또한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에서도 민간투자방식에 관 한 독자적인 규율을 하고 있는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이러한 비교법적 분석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결국 민 간투자법제가 ‘어느 정도’ 정부계약법제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 직한가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이와 관련 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34) UNCITRAL, Legislative Guide on Privately Financed Infrastructure Projects, 2001, P. 61 참조.

첫째, 전통적으로 물품, 용역, 공사와 관련한 공공조달을 각각 별도 로 규율해왔던 유럽연합 및 회원국들에서는 민간투자방식이 이들 세 가지 규정 중 어느 규정의 적용을 받을 것인가가 주요한 논쟁이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계약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와 계 약의 주된 대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쟁은 유럽연합에서 이 세 가지 종류를 모두 하나의 지침에서 통합해서 규율을 하게 되면서 상당부분 해소되었지만, 독일 에서는 국내규정에서 이들 세 가지를 여전히 분리해서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민간투자방식에 관해서 별도의 독자적인 입법을 두고 있고, 물품, 용역, 공사와 관련한 공공조달을 포괄하여 규율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논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논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투자법에서 완전 히 자족적인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 약법내에서도 물품이나 용역에만 적용되는 규정과 공사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구분되고 있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서 해석상 문제가 될 경우에는 유럽연합 및 독일에서의 논의가 주요 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민간투자방식에도 BOT, BTL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유형에 따라 정부계약법의 적용여부를 달리 보는 것이 필요하 다는 독일에서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고 주로 독일에서 이러한 논의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독일의 민간투자법이 정부계약법에의 의존성이 가장 강하다는 점을 반영하면서도,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민간투자 법을 개혁과정에서 민간투자방식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규율을 구체

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독일에서의 위와 같은 논의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계약체결 이전단계와 계약체결 이후단계를 나누어서 보는 방 식이다. 유럽연합에서 계약체결 이전단계와 관련해서 민간투자와 관 련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투자법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해서 볼 것 은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