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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Maze(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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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Maze>123)는 높이 3m, 폭 3m의 네 개의 면에 검은색 선으로 미로를 그리고, 그 미로를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신체의 움직임과 미디어 혹은 디지털 기술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결합하였다.

[그림 22] 진시영, <Human Maze>, 4 Channel Video, Synchronizer, Variable Size, 2004

이 작품의 제작과정은 다음과 같다. 거대한 하얀 종이에 연필로 퍼포머만 알아볼 수 있도록 미로의 선을 그린 뒤 미로를 통과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그 영상을 사람 키 높이의 검정 테이프가 붙은 4면의 근접화면에 프로젝팅 하였다. 퍼포머들이 기어가는 벽에 검정테이프로 미로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 스크린 위에 검정 테이프를 붙임으로써 실제 오브제와 허상인 영상을 결합하여 다층위적인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123) <Human Maze(인간 미로)>는 미국에서 대표작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귀국 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스튜디오에서 이 작품을 소개했다.

[그림 23] <Human Maze> 작품 제작 과정

또한 당시에 모든 사물을 흰색으로 한정하여 공간을 만들어냈다. 미로는 인간의 정신을 상징한다. 이 작품을 위에서 바라본다면 마치 조물주의 시선으로 미로를 끊임없이 헤매며 출구를 찾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끝을 향해 가지만 그 길이 맞는 것인지도 모른 채 바로 앞의 길만 빠져나갈 뿐인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작품은 화면을 연결하는 기법인 ‘싱크로나이저(Synchronizer)’

라는 장치를 처음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싱크로나이저’란 여러 대의 VTR이나 MTR(멀티트랙 레코드)등의 재생 속도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컨트롤러이다.124) 이 장치를 사용하면 각각의 화면을 따로 촬영하여 동시에 재생을 할 때 영상 시작 시간을 동시에 시작할 수 있도록 컨트롤함으로써 한 화면과 다른 화면을 이어져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싱크로나이저를 이용하여 연기자가 미로의 한 면에서 다른 한 면으로 통과하는 것처럼 네 개의 화면을 하나로 이어져 보이도록 하였다.

124) 『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64202

&cid=42605&categoryId=42605.

[그림 24] 싱크로나이저(Synchronizer)의 원리와 작품에 실제로 사용된 기기

<Human Maze>에서 보이는 신체성은 수행적이고 연극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미로’라는 의도된 공간을 설정하고, 퍼포머가 흰 옷을 입고 이 곳을 기어가는 신체적 행위를 하도록 요청했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존재에 대한 은유이자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한다. 광주시립미술관 변길현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갤러리 입구 바로 앞에 높이 3m, 폭 3m의 온통 흰색의 방을 들어가려면 맨 먼저 무언가 종이에 스치는 소리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연기자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리로서, 그 방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벽에서 흰 물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가가서 바라보면 이는 다름 아닌 인간들로서 검정색 돌출된 띠(미로의 선) 안에서 규칙적이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관객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으며 이는 의도된 공간설정이다. 이런 상징적 지도는 현실의 인간성에 대한 은유이며 복잡하고 여린 인간의 존재를 느끼게끔 하는 경험의 제공 장소인 것이다.”125)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우리 자신 스스로가 어떤 한계와 미로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인식하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충분한 거리를 제공 하고자 했다.

125) 광주시립미술관 변길현, <제7회 청년작가 초대-진시영 展> 전시서문, 2012, http://blog.daum.net/

gmablog/89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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