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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분석

Ⅳ. 학업 유형과 교사, 학교의 대응: 사례 분석

2. 나나중학교

가. 학교의 맥락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추천을 받아 나나중학교를 연구학교로 선정하였다.

나나중학교는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남녀공학의 공립중학교이다. 학교의 학생 수는 2014년 4월 현재 900여명이고 교원은 총 48명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는 23.3명이 다(교육부, 2014)4). 경기도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20.4명인 것과 비교하면 나나중학교 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나나중학교는 수도권 위성도시로 발달한 중소도시 중 구도시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 잡 고 있다. 서울의 도시화과정에서 철거된 지역 주민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곳으로 오래전부 터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속한다. 나나중학교는 새로 조성된 신시가지와 인접 한 구시가지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의 위쪽으로는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 단지 가, 그리고 학교의 양 옆과 아래는 다세대 주택들이 있어 학교 주변이 소란스럽지는 않다.

나나중학교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하여 학교에서는 교육복지우 선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에 이 사업의 직접적인 초점이 되는 학생은 전체 학 생의 약 19%정도이다. 학생들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학생들 은 빌라 또는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나나중학교 학교장은 저소득층이 많이 다니 고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낮은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는 좋은 편이라고 하였다. 이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여러 프로그 램 운영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이 교실 수업 이외의 장면에서 만날 기회가 많으며 이를 통 해 교사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커져 학생들을 유연하게 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나중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은 낮은 편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보면 전국 평균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가 각기 1.3%, 5.2%, 3.4%인 반면, 나나중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의 순으로 각각 5.2%, 14.0%, 10.4%이다(윗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국어는 4배, 수

4) 교육부(2014). 학교알리미 교육정보 공시서비스. http://www.schoolinfo.go.kr (2014. 5. 30. 인출)

학은 3배, 영어는 3배 이상 높다.

관찰학급은 2학년 교사들이 협의하여 3반으로 결정하였다. 3반에 대해 교사들은 다른 학급에 비해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하려고 하는 분위기”로 활발한 편이며, 때로는 학생 들의 수업 참여가 활발하다 못해 “떠들썩한 분위기”, “들썩들썩한 기분”, “붕 떠 있는 분위 기”가 있다고 하였다.

나. 학업 유형별 특성

나나중학교 관찰과 면담 자료를 기초로 학업성취와 참여 양상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유 형별 집단을 나누어본 결과, 저성취를 보이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무기력형으 로, 중에서 중저 정도의 성취도를 보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따라 수업에 참 여를 하는 학생들을 조건형으로, 중성취를 가지고 있으며 수업 참여를 조용히 하는 학생 들을 순응형으로, 고성취를 보이며 의지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을 모범형으로 구 분하였다. 학생들의 성취도의 고저는 1학기 기말 성적을 가지고 교사들의 자문을 얻어 대 체적으로 평균 85점 이상을 고성취로, 평균 60점 이상~평균 85점미만을 중성취로, 평균 60점미만을 저성취로 구분하였다.

가가중학교와 비교하여 보면 무기력형, 순응형, 모범형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 나 나나중학교에서는 가가중학교에서 보이는 갈등형은 잘 보이지 않으며 조건형이 잘 드 러나 보인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은 받지만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이 시시한 학 생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나중학교 학생들의 유형을 살펴본다.

1) 무기력형: 잠을 자거나 멍 때리거나

수업에 대한 참여의지가 없고 학습 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아이들은 주로 잠을 자거나 멍한 상태로 있는 편이다.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 등 “뭘 해야 되니까” 깨어있어 야만 하는 예체능 교과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멍하니 허공 을 바라본다. 교사가 하라고 지시한 필기, 문제풀이 등도 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있어 야 할 교과서도 잃어버렸거나 챙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무기력한 학생들을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자는 애”, “얌전”하고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멍 때리고 있는”, “의욕 없고 성적 최하”라고 한다. 반 친구 들은 무기력형에 속하는 학생들을 “걔는 하나도 몰라요”, “엎드려 자요”라고 특징을 이야 기한다.

이준석과 김지섭은 거의 모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멍하니 앉아 있다. 이들이 수 업시간에 잠을 자는 이유는 “수업이 재미없으니까”, “그냥 졸려가지고”이다. 이 학생들은 수업 시간이 되면 잠을 자거나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교사들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잠을 깨우거나 주위를 환기시키지만 별 소용이 없다. 엎드려 잠을 자는 무 기력한 학생들은 교사가 깨우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잠깐 깬 척을 한 뒤에 다시 잠을 청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계속 잠을 자는 학생들을 단속하기 위해 ‘수업 벌점자5)로 체 크한다’는 엄포를 놓기도 한다. 어느 과목이든 수업 벌점자로 3번 걸리면 벌점 1점을 받게 되고, 이 벌점은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 질서 유지 수단으로 활 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기력형의 학생들에게는 이 제도도 별로 통하지 않는다.

벌점자 적으라 하면, 적는다 하면 적으라고 냅둬요. 그래가지고 오늘 국어 시간에 그냥 적으 라고 냅두고 그냥 잤잖아요. (중략) 걍 넌 떠들어라. 난 이러고 있을 테니. (이준석)

어떤 수업 시간에도 재미가 없는 준석은 “성적표가 3개[교과목 점수]가 한 자릿수”를 받 는다. “애들이랑 놀 때”인 쉬는 시간에는 졸리지 않지만 수업시간에는 “눈이 저절로 감겨”

늘 졸거나 잔다. “시험 시간에도 의지가 없으면” 졸릴 정도이다. 준석은 수업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선생님들이 신경을 쓰지 않기에 그냥 잠을 잔다.

평소엔 뭐라 안 했어요. 수학 쌤도, 국어 쌤도 제 자는 거에 대해 건드리지도 않아요. 제가 계 속 자니까. (중략) 국어 쌤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조용히만 하래요. 그래가지고 그냥 잤죠. 계속 자요. 국어시간, 역사시간. (중략) 걍 그 두 시간은 그냥 자는 시간. (중략) 그냥 수학 쌤이 이제부터 뭐 안 푸는 사람 그, 자는 사람 다 벌점자 적을 거라고 했어요. 별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냥 안 풀고 있었죠. 그냥 안 했어요. 그 때. (이준석)

이런 준석이도 담임교사 시간은 교사가 “무서워” 그리고 영어 하반에서는 학생수가 적 어 자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잠을 참으려고 한다.

5)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 태도를 요구하기 위해 수업상점자, 수업벌점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준석과 지섭이 깨어있을 때도 있지만, 그 때에도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니 멍하게 앉아 있거나 때로 친구들과 장난을 친다. 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은 모둠활동을 하는 수학 시간과 음악시간이었다. 지섭은 모둠활동을 하는 수학시간에 자지는 않지만 수업에 참여 하거나 참여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수업을 시작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교과서를 펼쳐 놓기는 하였지만 보지는 않는다. 모둠원끼리 함께 문제를 풀어보라는 교사의 지시에도 혼 자 풀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준석은 자거나 모둠원들과 장난을 친다. 교사가 칠판에 문 제를 적거나 학습지에 있는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다른 친구들이 푸는 모습을 쳐다볼 뿐이다.

모둠 활동 시간에 수학 교사는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1:1로 지도하기도 한다.

모둠 내에서는 문제를 푼 친구가 그렇지 않은 친구에게 문제 풀이를 설명해준다. 수학교 사나 친구의 설명을 듣고 있지만 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수학에 대한 상식. 초등학교 문제만 알고 있죠. 중학교 건 아직 못 했고. (중략) 아, 수학을 다 시 시작할라면 중1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요. 그래가지고 좀 그렇죠. (중략) 네. 아, 제가 지금 수학을 풀라면 그 앞에 부분을 알아야 뒤에 부분을 풀 수 있거든요? 한 개를 모르면 그냥 다 못 풀어요. (이준석)

수학교사는 때로 친구들이 다 풀어놓은 답을 베껴 쓰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준석 과 지섭은 이 지시도 따르지 않는다. “귀찮아가지고 종 치자마자 바로 나가” 버린다. 학교 에서 하는 수학이 너무 어려운 준석은 자신의 상황을 “초등학교 학생에게 중학교 문제라 고 그냥 풀라는 거랑 똑같아요, 저한텐”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음악시간에 잠을 자지는 않지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시간 에 이들은 리코더를 부는 것처럼 입술을 대고 있지만 직접 불지 않고 부는 척만 한다. 준 석이와 지석이는 리코더를 입술 가까이에 대고 있지만 소리 내어 불지는 않고 가만히 앉 아 있었다.

준석은 고등학교는 “안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학력은 챙겨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계획이다.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 기 때문이다.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고등학교는

준석은 고등학교는 “안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학력은 챙겨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계획이다.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 기 때문이다.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고등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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