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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분석

Ⅳ. 학업 유형과 교사, 학교의 대응: 사례 분석

1. 가가중학교

가. 학교의 맥락

가가중학교는 서울에서 여러모로 중간 수준의 평범한 학교라고 볼 수 있다. 1982년에 개교한 남녀공학 중학교로서 주택가와 상업지구가 섞여있는 지역에 위치한다. 학생들의 가정・경제적 배경이 정확하게 데이터로 산출되지는 않지만 이 학교 인근에 고급주택부터 다세대 빌라까지 있기에 비교적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가중학교 전체 학생 수는 2014년 4월 1일 현재 400여명, 학급당 학생 수는 25.7명이 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3.2명이다(교육부 2014)2). 중학교 2학년까지 무상급식이던 2013년에는 3학년 중 중식지원자 수가 약 20% 정도였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지만 저소득층도 제법 있는 학교이다. 학교 조직은 업무 위주로 교무기획부, 교육연구부, 생활인권부 등이 편성되어 있으며 학년부 중에서는 3학년부만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교 원의 수는 남자 교원이 8명, 여자교원이 23명으로 총 31명이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전국 평균보다 근소한 차이로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3년도 국 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1.3%, 수학 5.2%, 영어 3.4%, 전체 3.4%인데, 가가중학교는 국어 2.7%, 수학 3.7%, 영어 3.2%, 전 체 3.2%로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도 전국적으로 75.8%

인데 가가중학교는 77.9%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전국 평균과 비교할 때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2% 높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 낮은 것이다(윗글).

가가중학교는 교과교실제 도입 초기부터 전교과 교과교실제를 추진해오고 있다. 이 학 교는 인근의 다른 학교와 비교해 보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 교도 기피하는 학교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자녀 교육에 매우 관심이 높은 일부 학부 모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부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평균적이거나 평균보다 다소 높 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녀에 대한 관심도에 비례하여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어서 자녀의 대학 진학은 당연시되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 을 고려할 때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편이다. 실제 2013년도 졸업

1) Ⅰ장의 연구방법에 미리 언급하였듯이, 이 장에 기술된 학교명, 학급명, 교사명, 학생명은 모두 가명이다.

2) 교육부(2014). 학교알리미 교육정보 공시서비스. http://www.schoolinfo.go.kr (2014. 5. 30. 인출)

생의 고교 진학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고 진학이 77.7%이고 특성화고 진학이 5.3%이며 그 밖에 과고, 외고, 국제고, 예체고, 자사고 등으로의 진학이 16.4%에 이른다(윗글). 인근에 학원이 많은 편이며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의 일단은 학원보내기로 표현된다. 따라 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부터 거의 없는 학생까지 있다.

관찰학급은 2학년 5개 학급 중 2개 학급으로서 학급 자체가 가지는 특이사항이 그다지 거론되지 않는 학급들이다. 1반은 학급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참여도도 높은 편이며 2반은 성적이 높은 것에 비해서 수업 참여도는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나. 학업 유형별 특성

가가중학교의 학업 유형을 살펴보기 위해 성취 수준과 학업 참여 양상을 고려하였다.

성취 수준은 고, 중, 저 세 단계로 구분하였는데 고성취는 중간고사 성적 기준, 평균 80점 이상, 중성취는 50점 이상 80점 미만, 저성취는 50점 미만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기준을 세워 1차적으로 학생의 유형을 나누었을 때 1반은 전체 26명 중에서 고성취가 38.5%(10 명), 중성취가 38.5%(10명), 저성취가 23.1%(6명)이었으며, 2반은 전체 25명 중에서 고성 취가 35.7%(10명), 중성취가 46.4%(13명), 저성취가 17.9%(5명)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전체 학생들 21명 중에는 고성취가 9명, 중성취가 8명, 저성취가 4명이었다.

성취수준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어 본 후 다시 학교생활과 수업태도에서 나타나는 참여 형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성취수준별로 두 유형씩 나눠보았다. 고성취 학생들은 모범 형과 선행학습형, 중성취 학생들은 순응형과 갈등형, 저성취 학생들은 관계지향형과 무기 력형으로 구분하였다. 저성취 학생부터 유형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무기력형: 자거나 멍 때리거나

학급에서 무기력형은 급우들로부터 “수업 시간 내내 자기만 하는 애”, “그냥 가만히 멍 때리는 애”로 언급되는 학생들이다. 이 유형의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갖추어야 할 교과서를 준비하지 못한 채 앉아 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급우들은 이 유형의 친구들에 대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자던 애들”이라고 하였다.

이 유형에 속하는 학생인 김덕원은 쉬는 시간에 교실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수업이

시작되면 엎드려서 자곤 한다. 도덕 수업 시간에 한 남학생이 덕원에게 “너 그렇게 학교 와서 잠만 잘 거면 뭐하러 학교와? 학교 오지 마.”라고 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덕원 은 수업시간마다 잠을 자고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멍하게 노트를 보기도 한다.

덕원은 이 교실의 맨 뒷줄인 넷째 줄 벽면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교사가 한창 설 명하고 있을 때에도 앞을 전혀 보지 않았다. 노트에는 계속 뭔가를 적고 있었는데 온통 낙서와 그림뿐이다. 중학교 1학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하반에 앉아있긴 했지만 수 업 진행과 무관하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달라진 것은 그때는 선생님이 그냥 있지 못하게 계속 시켜서 곤란했는데 2학년 때에는 덕원이 기초 개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무엇을 질문하거나 시키지 않는다.

하반은 좁기 때문에 엎드려 자기에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이렇게 있고, 맨날 시 켜봤는데 맨날 모르고, 더하기도 못하고 그래요. 그러니깐 본인한텐 엄청 스트레스겠죠. 모르는 데 자꾸 시키니깐. 그냥 가만히 놔두면 일단 조용히 나 혼자 알아서 시간 때우고 말텐데 저는 계속 시켰거든요. 근데 되게 착한 것 같아요. 짜증내거나 뭐 그런 적은 없는 것 같구요. 또 애들 이 좀 서운하게 놀리고 이래도 그냥 허허하고 그러니깐. (오 교사, 수학)

하반 수업이어서 초등학교 때 나오는 수학적 개념을 매우 단순하게 다루고 있지만 덕원 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덕원은 아예 수학에 사용되는 기호들조차 낯선 것인 양 아 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덕원에게는 상반이나 하반 이나 수업은 모두 똑같다. 잠자면서 흘려 보내야 하는 시간일 뿐이다. 이들은 이미 학업에 대해서 낙담하고 포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 똑같아요. 공부하는 것도 하반이라고 특별한 것도 없어요. 그래서 그냥 상반에서 애들끼리 다 모여서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중략) 이해가 안 되고. 정확히 배워도 하루만에 다 까먹 어요. (김덕원)

박용수도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손톱을 뜯거나 운동장을 쳐다보고, 가끔 교사 쪽을 바라볼 때에도 초점없이 방향만 그쪽을 보는 듯했다. 이들은 이전 단계의 기초 학습이 안 되어 있고 의욕도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수학 수준별 수업 중 하반에서 칠판에 적힌 “4 ÷ 2”, “4 ÷ -2”, “-4 ÷ -2” 등의 문제를 용수는 풀지 못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배웠어야 할 나눗셈도 서툴고, 양수와 음수의 사칙 연산도 하지 못한다.

이처럼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학생들은 예체능 시간에도 태도가 그리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연구자가 지켜본 미술 시간 중에는 판화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먼저 이 론적 개관이 있었고 곧 이어 판화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주어졌다. 정물화로 의자 위에 놓인 소화기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려보라고 한 지 3분이 넘도록 용수는 백지를 앞에 두고 손톱만 만지고 있었다. 교사가 “박용수는 뭐하시나.” 하고 지나가자, “샘, 의자 도 그려요?” 하고 되물었다. 교사가 “의자도 그리세요.”라고 답하였지만 한참을 손톱만 물 어뜯고 있다가 소화기를 쳐다보고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린 지 10분 후 용수 는 조금 그렸던 것을 다 지워 다시 백지 상태의 도화지를 펴놓고 있었다.

용수는 덕원보다는 잠을 덜 자지만 대부분 수업 시간에 손을 만지거나 운동장을 보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을 잔다. 한번은 국어 시간에 교사가 수업 내용 관련 동영상 을 20분 정도 보여주었는데, 방영시간 내내 용수는 손을 들여다보면서 동영상을 보다 말 다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동영상을 쳐다보았지만 끊임없이 손톱을 만지면 서 동영상의 내용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용수는 연구자와 인터뷰를 하는 약 1시간가량의 시간도 집중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 다. 집중 이전에 가만히 앉아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상황 자체가 힘든 것 같았다.

교사들 중에는 용수를 “말 잘하는 용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느 순간 순발력을 발휘하면 서 재기발랄하게 재미있는 얘기를 던질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교사의 입 장에서 볼 때 이러한 말들은 “내용이 없는”, “되지도 않는” 말이라고 하였다.

말이 많잖아. (중략) 되지도 않는 소릴 막, 내용 없는 말을 막. 말하기를 걔는 막 좋아하잖아.

(중략) 아까 수업 중에도. 그리고 막 돌아다니고 (중략) 내용은 별로 없는데 그냥 나댄다 그럴까?

(박 교사, 미술)

용수는 초등학교 때 야구부를 하다가 중학교 올라와서 그만두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

용수는 초등학교 때 야구부를 하다가 중학교 올라와서 그만두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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