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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의 안정화 요인

문서에서 김정일 체제의 연구 (페이지 62-65)

Ⅳ. 김정일 체제의 위기구조와 안정성 분석

2.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 요인

1) 대내적 요인

첫째, 외부 정보에 대한 통제와 유입되는 정보의 여과장치, 감시동원체계 등 제반 사 회통제 기제들의 작동수준과 그 변화 양상은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 여부에 중요한 변 수가 된다. 현재 이러한 기제들의 기능이 과거보다 약화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아직 그 것들은 북한사회를 통제할 만한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유입되는 정보를 부분적으로 왜곡시키고 지도 부의 구미에 맞게 해석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정보여과 기능이다. 이 기능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구축해 놓은 사상교양‧학습체계를 통해서 작동되고 있다. 앞으로 주민들에 대한 정보통제가 어려워질수록 이 정보 여과장치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 상된다.

그런데 사회통제 기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이것들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가 김정일 정권의 안정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반드시 그렇지는 않 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사회가 더 개방적인 사회로 이행한다면 사회통제 기제들이 해체 혹은 약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그것은 정권안정성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가치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이 여전히 완고하게 현재의 유일체제를 고수한 다면 그것은 계속 정권 안정성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중장 기적으로 볼 때 사회통제는 북한사회의 변화 양상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완될 것으 로 전망된다.

둘째, 권력집단의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에서 볼 때 현재 수준에서 김정일 정권의 안 정성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그를 보좌하는 지도집단의 그에 대한 충성심과 응 집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확고하다.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의 혁명 2세대를 중핵으로 하여 혁명 1세대, 한국전쟁 유자녀 출신, 3대 혁명소조원 출신, 실무형 지도자 등으로 구성되 어 있는 김정일의 보좌집단은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에 대해서도 아직은 강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이 충성심의 균열 여부는 앞으로 김정일의 지도력 수준에 달려 있는 것으 로 판단된다.

셋째, 단기적으로 볼 때 경제상황은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74) 김정일의 노작 발표 20주년 기념대회에서 행한 계응태의 보고문, 로동신문 , (1994.8.28).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경제가 1980년대 말부터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경제야말로 현재 김정일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제가 최근 중국의 지원 등에 힘입어 현재 상대적으로 호전되고 있으 며, 북‧미회담 타결로 어느 정도 발전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현재 경제부흥에 대한 주 민들의 기대심리가 상승되어 있다.

주민의 정권(혹은 지도자) 순응 정도가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 하다.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 현정권을 김일성 시대처럼 지지하는 분위기는 찾기 어 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김정일 정권에 대해 광범하게 불만이 퍼져 있거나 조직적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징후 역시 나타나고 있지 않다. 북한에는 현 재 김일성의 뒤를 이을 인물로 김정일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북한 주민들 역시 대다수가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별 무리 없이 새로운 지도자로 받아들이 고 있다.

넷째, 지도력은 효과의 시차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정권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 렵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정권변화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로서의 김 정일의 지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그가 후계자 시절 발휘했던 조직관리 능력이나 선전선동력, 그리고 북‧미회담 타결 솜씨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최 소한 단기적으로 그의 지도력 때문에 정권이 동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북‧미회 담 타결로 현재 북한사회에서 김정일의 지도력이 높이 평가‧선전되고 있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도력의 일종인 김정일의 체제전환 능력이 특별히 중요하 다. 중장기적으로 ‘수령’을 ‘기수’로 하는 유일체제의 비효율성이 심각하게 노정될 것으 로 예상되는바, 이에 대응해서 김정일이 집단지도나 권력분산 등을 수반하는 새로운 정 치체제로 유일체제를 전환시킬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가 정권 안정성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김정일이 체제전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북한경제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사회 저변에 확산된 다원화 경향이 유일체제의 일원성과 마찰을 일으켜 김정 일 정권을 동요시킬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같은 유일체제 아래서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정권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된 다. 김정일의 건강이 중요 변수가 되는 것은 수령의 절대권력이 보장되어 있는 유일체 제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 체제는 최고지도자의 유고시 체제불안을 나타낼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유일체제가 권력교체 과정에서 체제의 연속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수령’을 보좌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아온 후계자의 존재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에 김정일이라는 20년간 준비되어온 후계자가 있었기 때 문에 북한사회는 체제의 안정적 연속성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처 새로운 후계자가 선정되기 전이나 혹은 새로운 후계자가 후계체제를 구 축하기 전에 ‘수령’이 유고가 된다면 이 체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실례 로 김정일이 ‘수령’이 되고 또 다른 후계자의 등장이 불확실한 현 상황에서 김정일이 건강이상으로 유고가 된다면 이 체제는 구심력의 정점이 공동화되면서 엄청난 체제 동 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2) 대외적 요인

첫째, 중국은 대외적으로 북한정권의 안정성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이다. 북 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은 북핵문제에서도 유엔을 통해 대북한 제재조치를 강행하 려는 미국의 의도에 결정적인 제동을 건 바 있다. 현재 중국외교가 실용주의 노선을 택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냉전시대처럼 북한과 유착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현실적으로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 는 입장이다. ①‘사회주의 북한’의 붕괴가 곧바로 중국사회주의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②한반도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나름대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현재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의 대가로 중국 은 북한에게 북한 위기의 처방책으로 더 폭넓고 조속한 경제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를 수용하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 정권 의 승인과 지원을 약속했으며 석유원조 등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둘째, 미국, 일본 등 서방의 북한 봉쇄정책은 실질적으로 북한정권의 가장 강력한 위 협요인의 하나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위협은 북한의 전통적인 피포위의식(被包圍意識:

미‧일 등 자본주의 국가들에 포위되어 있다는 의식)을 강화시켜왔다.

그러나 북‧미회담 타결을 계기로 미국 등 서방의 정책이 포용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즉 북‧미회담 타결을 계기로 북한을 압박해 왔던 대외적 압력이 역으로 협력과 지원으로 바뀌면서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북‧미 합 의서의 이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수도 있으나 그것이 ‘경쟁과 협력지향’이 라는 새로운 정세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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