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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의 전망

문서에서 김정일 체제의 연구 (페이지 65-70)

Ⅳ. 김정일 체제의 위기구조와 안정성 분석

3. 김정일 체제의 전망

1) 단기전망

(1) 권력엘리트의 역학관계

김일성 사후 권력구조 재편과 관련하여 북한은 1994년 7윌 20일 “김정일 동지를 중 심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 두리에의 단결”을 강조하는 한편, 8월 27일 “간부대열의 로‧

중‧청을 옳게 배합”하는 입장을 천명하였다.75) 이러한 ‘간부배합’ 정책은 김정일이 새로 운 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사망한 김일성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유훈통치라는 명목에 따른 기존정책의 지속 추진이라는 맥락에 있는 것이었다.

특히 김정일은 1995년 12월 “혁명선배를 존대하는 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의리 이다”라는 논문을 통해 “혁명선배를 존대한다는 것은 혁명위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한 혁명가들을 적극 내세우고 그들의 혁명업적을 옹호 고수하며 계승 발전시 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76)고 강조하여 원로집단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도 하였 다. 이러한 간부배합 및 원로우대정책은 커다란 변동없이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으 며, 김일성 사후에도 북한의 권력구조는 외형상 김정일을 정점으로 김영주‧박성철‧양형 섭‧김용순‧장성택 등의 친‧인척과 항일 빨치산 유자녀로 학교 동문인 김국태‧최용해‧

김환 등이 권력 핵심부를 계속 장악하는 족벌정치의 특징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김일성 사후 1995년 2월 권력서열 3위였던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의 사망이 외에도 김봉률(인민무력부부장, 차수), 김유순(전IOC위원), 이화선(당 조직부 부부장), 강희원(부총리), 박중국(인민무력부 부부장), 주도일(당 군사위원‧차수) 등 50여명의 주 요 인물들이 사망함으로써 북한의 권력구조는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면서 재편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욱이 1997년 2월 황장엽 당비서의 망명에 이어 최광, 김광진의 사망에 따라 북한의 권력 재편은 불가피해 진 상황이다.

김정일 체제는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김정일 유일체제와 군부통치체제의 성향을 나 타내고 있고, 실제의 권력구조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군부의 위상강화이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은 현재 군부에 의존하여 통치행위를 수행하고 있으며, 북한의 공식 권력서열 에서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원로들은 예우차원에서 자리만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75) 김정일의 노작 발표 20주년 기념대회에서 행한 계응태의 보고문, 로동신문 , (1994.8.28).

76) 로동신문 , (1995.12.25).

다. 황장엽의 망명에서 나타나듯이 이들은 이미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러면 김정일이 군부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군부가 김정일을 앞세 우고 실제로는 조종하고 있는 상황인가 하는 의문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김정일 체 제의 안정성 평가의 시금석이 되는 문제이며, 이에 대한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김정 일의 군사우위정책에 대해 군부 핵심인사들은 각종 대회를 통해 “김정일을 위해 총폭 탄이 될 것”임을 맹세함으로써 김정일에 대해 지지를 적극 표명하고 있다. 특히 19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조명록 차수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우리 인민군장병들은 세상 천지가 열백번 뒤집히고 그 어떤 준엄한 역경이 닥쳐 온 다해도 추호의 동요없이 불변의 신념과 순결한 량심으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만 을 충직하게 받들며 수령결사옹위정신, 총폭탄정신, 자폭정신을 안고 혁명의 제1선에서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겠습니다.」77) 이와 함께 김정일은 철저한 감시첩보망을 조직하여 군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김정일은 당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와 간부과를 통해 군부의 모든 활동을 지도 감독 하는 한편, 고위장성들의 활동상황을 일일 보고하는 총참모부 산하 작전국, 장성급 이 상의 지휘관을 감시하고 6개월 단위로 보고하는 총정치국 조직부 산하 당생활지도과‧

정보과, 그리고 장교들의 이념적 성향을 분석‧보고하는 보위사령부 등 4개의 감시조직 과 조직지도부를 연결해 군부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78)

따라서 현재 김정일은 정권유지의 핵심변수인 군부를 확고히 장악한 동시에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정부나 그 군사력에 대한 통솔권을 잃거나 혹은 군사력을 효과있게 사용하는 능력을 잃기까지는 혁명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브린튼(Crane Brinton)의 증언을 적용하면 북한체제의 존속은 가능한 것이다.79) 또한 북한의 권력구조는 핵심 권력엘리트의 중점적 지위 보유와 각종 감시기구의 효 율적 작동 등으로 반 김정일 세력의 조직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내에는 김정일을 대체할 인물 또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정일 정권은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77) 고유한(1997), 전게서, p.66.

78) 정규섭(1998), “김정일체제의 위기구조와 안정성 분석”, 북한연구학회보 , pp.54∼58.

79) C. 브린튼 著, 崔明官 譯, (1978), 革命의 解剖 , 서울;三中堂, p.142.

(2) 아래로부터의 저항문제

김정일 체제의 권력구조 현황에 비추어 정권의 안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 되나, 김정일 체제 자체의 존립여부는 권력엘리트 내부문제임과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지지 또는 저항과 연계되는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앞에서 논의한 김정일 체제의 위기대응정책에도 불구하고 식량난 및 이에 따른 여행통 제 와해, 관료부패에 대한 주민불만 증대, 외부정보 유입 등으로 사회적 응집력 약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과도한 군수산업 비중, 만성적인 물자부족, 기술 및 설비낙후 등 북한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하여 단기일 내 경제가 자력에 의해 회생될 가능성 이 의문시된다. 따라서 경제난 심화와 사회적 결속력 이완 등으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 산발적 시위 등 김정일 정권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심각한 경제위기, 계속적인 가치 박탈에 따른 대중의 불만 증대가 정 치권력의 존립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그 러나 이는 아래로부터의 봉기 또는 혁명발발의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핵심세력의 형성과 조직화된 대항세력으로의 성장이다. 북한체 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단기일 내 이러한 상황이 야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산발적 시위가 미비한 정보‧통신망 등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기 는 어려울 것이며 정치‧사회적 통제장치의 가동에 의해 반 김정일 세력이 조직화되기 는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소규모 정치적 저항사태는 1989년 6윌 중국의 천안문사태 와 유사하게 김정일에 충성하고 있는 군부에 의해 쉽사리 진압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은 현재 존슨(Chalmers Johnson)이 언급한 더 큰 강제력을 사용해야만 사 회통합이 유지되는 권력의 수축 또는 나아가 권위의 상실이라는 상태에 직면하고는 있 다고 평가되나, 통제수단의 마비라는 체제 존립의 한계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80)

80) 존슨(Chalmers Johnson)은 혁명의 원인을 사회체제의 균형상실이라고 주장하였다. 존슨에 의하면 첫째, 사회체제가 평형을 상실함으로써 조장되는 여러 현상 가운데 집권자가 계속해서 더 큰 강제력을 행사하 여야만 사회통합이 유지되는 상태인 권력의 수축 현상은 혁명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지도층이 평 형을 되찾을 능력이 없고 민중의 신뢰를 상실하면 권위의 상실 현상이 일어나며, 이 상황에서는 지도자 가 강제력을 사용하더라도 민중은 이를 더 이상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권력수축과 권위의 상실이라는 상황에서도 군대를 동원하여 탄압하게 되면 체제는 유지될 수 있다. 셋째, 이 두 조 건이외에 군대의 반란, 패전, 혁명분자들의 승리에 대한 확신 등 권력엘리트의 무능력을 노출하는 일련 의 사건은 혁명을 유발하는 촉진요인으로 작용한다. Chalmers Johnson, Revolutionary Change (Boston:

Little, Brown, 1966), pp.91∼107. ; 고유한(1997), 전게서, p.68.에서 재인용.

2) 중‧장기 전망

김정일 체제는 단기적으로는 취약성을 노정하면서도 존속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 러나 군부에 의존하여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김정일은 군부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처 지에 있으며, 국가전반에 걸쳐 김일성과 같은 권위와 카리스마를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일은 군부의 입장이 중시되는 정책추진의 결과에 대해 책 임을 져야만 하고, 따라서 어느 정도 통치권 행사의 제약을 받고 있음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김정일 유일체제는 김일성 유일체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식 사회주의의 견지와 개혁‧개방의 필요성이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1997년 6월 19일 김정일은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할 데 대하여”라는 저작을 발표하여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대내외 정책기조를 천 명한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은 애국애족의 입장 견지, 민족자주의 원칙 고양, 정치‧ 경 제 군사역량 강화, 인민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제고, 제국주의와 지배주의 반대, 세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김정일 유일체제는 김일성 유일체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식 사회주의의 견지와 개혁‧개방의 필요성이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1997년 6월 19일 김정일은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할 데 대하여”라는 저작을 발표하여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대내외 정책기조를 천 명한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은 애국애족의 입장 견지, 민족자주의 원칙 고양, 정치‧ 경 제 군사역량 강화, 인민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제고, 제국주의와 지배주의 반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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