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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센터장

한국중성미자연구센터 김수봉 센터장(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은 이른바 ‘스타 과학자’다. 2002년 미국 과학정보연구원(ISI)이 논문 인용빈도를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최고 15인의 물리학자’에 뽑혔을 뿐만 아니라, 2008년 한국과학재단이 분석한 ‘피인용 상위 1% 한국인 과학자 논문’ 중에서도 김 교수의 논문이 인용빈도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김 교수가 최근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최초로 중성미자 연구그룹인 RENO(Reactor Experiment for Neutrino Oscillation)를 꾸려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마지막 중성미자의 변환상수(한 종류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변환한 정도)를 찾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유령입자의 변신을 읽어내다!

“중성미자는 기본입자들 가운데 모르는 것이 가장 많은 신비스런 입자입니다. 물질과의 반응성이 매우 약하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태양의 핵융합이나 원자의 핵분열 등을 통해 만들어진 천문학적인 수의 중성미자가 끊임없이 우리 몸을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흔히 ‘유령입자’로 불리고 있고, 실험물리학자들 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김수봉 교수는 자신의 연구대상이 바로 이 ‘중성미자’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피인용도를 자랑하는 김 교수의 논문도 ‘중성 미자의 변환 발견’과 ‘초신성(超新星) 폭발 때 나오는 중성미자 관측’에 관한 것이다.

중성미자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이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로 모습을 바꾼다. 아직 측정이 안 되었지만 질량도 세 가지(질량1, 질량2, 질량3)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질량2와 질량3인 중성미자가 변하는 확률은 100%, 질량1과 질량 2의 변환확률은 80%다. 그러나 질량1과 질량3, 즉 가장 무거운 것과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의 변환확률은 15% 이하로 매우 작아 측정하기 못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지난 2006년 이 미지의 영역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중성미자연구센터 김수봉 센터장(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소립자 실험은 가속기가 있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속기 보유국의 연구에 더부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노벨 상은 꿈도 꾸지 못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상은 실험시설을 보유한 국가의 과학자에게만 돌아가니까요. 그런데 중 성미자 연구는 반드시 가속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득 국내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로를 이용하면 우 리도 중성미자 연구를 주도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영광원전은 세계에서 2번째로 중성미자 출 력이 많고 주변이 산악지형으로 되어 있어서 가속기 없이도 중성미자 검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 서 국내 12개 대학 40여 명의 입자물리학자와 함께 RENO 연구진을 결성하고, 2006년부터 두 대의 검출기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RENO 연구진은 2006년 검출기 설계를 완료하고, 2008년 검출기를 설치할 터널공사를 완공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230일간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를 관측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가장 가 벼운 중성미자와 가장 무거운 중성미자의 변환확률이 11.3%라는 것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실험 오차는 ±2.3%로 실험 정확도의 신뢰도는 4.9시그마다.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은 물리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미국의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PRL)에 투고 돼, 5월 11일 최종 게재됐다. 특히 이번 결과는 격년으로 발행되는 입자편람(Particle Data Book)에도 실릴 예정이다. 입자 편람은 인류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소립자의 성질을 총망라한 책으로,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측정한 값이 입자편람 에 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RENO 실험은 한국 과학기술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가 큰 사건입니다. 국내 순수 기술로 거대 과학기술 장치를 설계·제 작·설치·운영까지 모두 해냈다는 점, 이제 한국도 세계적인 과학기술력에 걸 맞는 거대물리학 실험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추격형 연구에서 주도적 연구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등 수많은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 고 이러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KISTI의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RENO의 숨은 공신, KISTI

김수봉 교수는 만약 KISTI가 없었다면 RENO 실험이 훨씬 더 어렵게 진행됐을 것이고, 연구결과가 발표 되는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사실 RENO는 처음부터 무모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됐습니다. RENO에 들어간 예산은 100억 원 남짓에 불과 하고 연구진도 4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성미자 검출실험에 돌입한 중국의 Daya Bay 실험은 우리 돈으로 약 600억 원, 이미 원거리 터널을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의 Double-Chooz 실험도 약 350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연구진 수도 두 실험 모두 수백 명에 달했고요. 이런 와중에도 저희가 가장 먼저 중성미자 를 검출하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적으로 연구진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었지만, KISTI의 적극적인 지원도 적잖은 도움이 됐습니다.”

RENO를 먼저 찾은 것은 KISTI였다. 2011년 여름, 검출실험 시작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에 KISTI 대용량데이터허브 실 장행진 실장이 김 교수를 찾아와 ‘글로벌 대용량실험데이터 허브센터(GSDC)’ 사업의 일환으로 RENO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GSDC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세계 3대 양성자가속기(스위스 CERN, 미국 FNAL, 일본 KEK)에서 생산되는 연간 30페타바이트급 실험데이터와 전 세계 20개국의 10만개가 넘는 CPU를 언제 어디서나 맘껏 활용할 수 있 는 꿈의 연구 환경을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원래는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의 양성자가속기 데이터를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GSDC의 기본 역할이지만, 국내 최초의 거대물리학 실험을 추진하는 RENO를 돕는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시더군요. 고에너지물 리 연구에는 대용량의 CPUs, 스토리지, 초고속연구망 등이 필수적인데, 이런 부분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반가운 제안이었습니다.”

RENO 검출기

RENO 연구진은 원전 옆의 산에 터널을 뚫어 그 속에 검출기 하나를 설치하고, 또 하나는 영광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설치했다. 이 두 개의 검출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분석하기 위해 둘 사이에 광케이블을 깔았는데, 이때 부터 KISTI의 지원이 시작됐다.

“우선 KISTI 첨단연구망센터 연구원이 직접 찾아와 네트워크와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중계해주는 장치)에 대한 자문을 해주고, 네트워크 업체와의 거래도 도와줬습니다. 그 다음 영광의 RENO 검출기에서부터 KISTI까지 KREONET(KISTI 가 운영하는 국가연구망)으로 연결을 해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영광의 RENO 검출기에서 데이터가 나오면 KREONET을 통해 KISTI GSDC 스토리지에 저장이 되고, RENO 에 참여하는 12개 대학 연구진들이 이것을 가지고 공동연구를 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12개 대학들은 이미 모두 KREO-NET으로 KISTI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GSDC를 허브로 손쉽게 협업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 KISTI 의 대용량 컴퓨팅자원을 이용해 데이터분석 작업도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KISTI가 노벨상의 뿌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만약 KISTI가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안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연구비로 컴퓨팅 자원을 구입하고 네트워 크까지 구축하느라 연구에 지장이 많았을 겁니다. 올해는 50테라플롭스의 스토리지를 지원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200테 라플롭스를 지원해 주신다고 해서 더욱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 KISTI GSDC는 세계적인 양성자가속기센터들과 오랫동 안 사업을 해왔고, 고에너지물리 전문가도 확보하고 있어서 RENO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때문에 커뮤니케이 션이 상당히 원활했고, 그만큼 지원도 빠르고 정확했어요.”

김수봉 교수는 특히, 연구결과 발표를 앞둔 마지막 시점에 KISTI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RENO 검출기가 생각 보다 빨리 뛰어난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지난 3월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의 Daya Bay 연구진은 검출기가 75%만 완공된

RENO-Setup RENO 연구팀

상태에서 서둘러 마지막 중성미자의 변환 확률을 발표해버렸다. 이로써 세계 최초 타이 thank KISTI’s providing computing and Network resources through GSDC’라고 직접 기재하기도 했다.

(GSDC : Global Science experimental Data hub Center)

GSDC는 미국의 FermiLab, 일본의 KEK 가속기 연구소, 스위스의 CERN에서 운영 하는 세계 최대의 양성자 가속기 같은 첨단 연구장비 그리고 거대 관측 장비 및 모의 실험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실험데이터를 확보·공유해 국내 연구자들에게 서비스 하는 센터로, 2010년 8월 발족됐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