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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국제화의 규범적 과제

북한은 사회주의적 측면에서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건, 아니면 체 제홍보적인 측면에서건 환경, 보건의료, 노동, 인권보호 등 다양한 분 야와 관련된 법령에서 다소간 국제화와 개방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하 지만 이러한 법령들의 규범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문을 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느 국가에서나 규범과 현실이 일치하도록 입법하는 것이 법 치주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는 하지만 이는 이상에 불과할 뿐, 어 느 정도의 규범과 현실의 괴리는 불가피한 것이다. 법치주의를 표방 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기초한 대 의민주주의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권력분립, 언론의 자 유, 다양한 시민단체의 존재 등을 통해 규범의 형해화를 견제하고 있 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이러한 조건들이 아직 미성숙한 것으로 평 가되기 때문에 과연 법치주의라는 관점에서는 많은 규범들이 얼마나 현실과 일치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122) 진유현, 앞의 글, 47∼48면 참조.

북한법제를 각 부문별로 간단하게 살펴보면, 우선 헌법 및 형사법제 분야에서는 권력구조나 사회안전과 관련된 법령들의 규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으나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한 법령들의 경우 얼마 나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즉, 사법제도인 재판소구성 법, 형사소송법, 변호사법이나 신소청원법 등 국민들의 권리구제와 그 절차를 규정한 법률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행정법제 분야에서는 법제의 성격상 대체로 다른 분야보다는 규범 성이 담보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가운데 북한이 대외적으로 과 시하고 있는 사회복지 및 보건 관련 법령들이 오히려 실효성면에서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즉, 어린이보육교양법, 인민보건법, 의료법, 장애자보호법 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식료품위생법이 나 의약품관리법 등 식의약관련 법령만 살펴봐도 제도는 마련되어 있 지만 현실적으로 식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생,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관리를 논할 수 없는 처지이다.

경제관련법제 분야는 최근 북한에서 가장 활발하게 제․개정되었기 때문에 가장 규범성이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경제관련법제를 대 내경제분야와 대외경제분야로 분류해서 살펴보면 대내경제분야의 법 령들은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비롯하여 주민들의 사적 경제활동 욕 구와 현실을 정책과 규범이 뒤쫓아가는 입법경향을 보여 왔다. 반면, 대외경제분야의 법령들은 북한정권의 경제개방 의지를 반영하듯 신속 하고 양적으로 풍부한 입법경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체제 가 기본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체제수호적인 태도 때문에 외국투자가 의 입맛에 맞는 전향적인 경제개방을 추진하는 입법을 하기에는 한계 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남측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개성공업지구법 이나 금강산관광지구법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그 많은 법령들이 실 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금강산관광 지구에 대한 북한의 일련의 조치들에서도 관찰될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당국의 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2) 개별 법령상의 과제

북한의 개별 법령에 반영되어 있는 국제화 관련 조항들을 살펴보아 도, 국제적인 제재나 의혹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관련 법령이나 국 제협력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는 사례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은 2006년 금융거래의 투명성에 관한 국제사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금세척방지법」을 제정하고, 제4조(법의 적용대상)에서 “이 법 은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적용한다. 공화국령역안의 외국기 관, 외국투자기업, 외국인에게도 이 법을 적용한다. 우리나라가 자금 세척방지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 국제기구와 맺은 조약이 있을 경우 에는 그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마약수출국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마약관리법」

제5조(마약의 수출입원칙)에서 “마약은 필요에 따라 수출, 수입할 수 있다. 국가는 마약의 수출과 수입을 정해진 무역질서와 국제질서에 맞게 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제6조(마약관리분야의 교류와 협조)에 서는 “국가는 마약관리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와의 교류와 협조 를 강화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법」(1992. 2. 12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 제15호로 채택, 1999. 3. 1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519호로 수정) 제5조 에서 “국가는 원자력의 평화적리용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 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제협약의 준수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적인 핵의혹에도 불구하고 IAEA나 NPT 등과 관련하여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등 국제적인 조 치에 순응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통상인프라와 관련해서 살펴보더라도, 해운법은 여전히 자국 화물 우선적취제도와 자국선박에 대한 자국화물 유보를 명시한 ‘자국선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것은 자국 선박과 화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일정수준에서 보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국 외의 선박 및 화물에 대한 차별대우를 의미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기초로 하는 외국의 선박회사들이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는 것 이다. 이러한 사항은 남북교류협력관계의 장기적인 유지와 발전에 도 움이 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북한 해운법은 북한 선박에 의한 연안물 류의 독점(해운법 제37조), 북한 수역에서의 해난구조 및 인양작업에 대한 북한 해난구조기관 이용(해운법 제71조) 등과 같은 자국 우선주 의를 여러 곳에서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간의 협의를 통해 이 러한 법제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의 해상물류관련법에서는 외국선박에 대해서 선박대리기 관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즉, 외국선박의 영업에 대한 일반적인 대 리업무(해운법 제63조), 외국선박의 수리(해사감독법 제11조), 외국선 박의 운항검사(해사감독법 제23조), 외국선박의 해난사고 보고(해사감 독법 제41조) 등의 경우 외국선박은 선박대리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외국선박의 업무에 대해 불합리한 제한을 가하고 있 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은 외국선박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요 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수반하게 하고 있 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경제계약법」은 대외경제계약에서도 상당부분 국가의 후견적 지위를 규정화하고 있다. 즉, 대외경제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대한 감독통제는 중앙무역지도기관이 하며, 계약대상에 따라 해당기 관도 감독통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제7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감독통제의 내용과 방법에 관하여는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 지 않기 때문에, 북한측과 대외계약을 체결한 외국측 당사자로서는 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이행 여부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불안한 지위 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영역에 외국투자 기업의 설립 또는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과 관련한 계약, 거래액이

많거나 국가적 의의를 가지는 계약의 체결은 중앙무역지도기관 또는 해당 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제11조), 계약이 효력을 가진 때 부터 6개월 이상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승인한 기관이 그 계약 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30조), 계약을 양도, 변경, 취소하려는 경우 그 계약을 승인한 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조항(제32조)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기관, 기업 소, 단체를 상대로 한 계약은 계약자치의 원칙이 상당 부분 제약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감안할 때 법령의 정비 및 국제화와 더불어 가장 필요한 것은 관련 부문의 전문가들이 교육과 연수 등을 통해서 관련 지식과 국제적인 현실 감각을 키우는 것이 제도의 개선보다 더 우선 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제 2 절 남북한간의 법제협력 1. 법령 국제화와 북한법제 발전방안

(1) 법령 국제화에 관한 교류와 지원

최근 들어 북한법령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 으로 보인다. 북한의 헌법에 따르면 부문법의 제정과 수정, 보충은 최 고인민회의가 하고,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 회(1998년 헌법 이전에는 상설회의)가 하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가 채택한 법 중 중요한 부문법인 경우에는 최고인민회의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91조 및 116조). 2004년 발간된 북한법전에 수록된 법들을 기초로 통계를 내어본 결과, 헌법을 제외한 총 111건의 법 중 최고인민회의의 법령으로 채택한 것이 10건,123) 최고인민회의

123) 건설법, 국토계획법, 사회주의로동법, 산림법, 어린이보양교양법, 인민경제계획법,

상임위원회 정령(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으로 채택한 것이 101건이었다. 최고인민회의의 휴회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 로 채택한 법 중에서도 가공무역법, 교육법, 회계법 등은 다시 최고인 민회의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다른 자료에서 확인되었다.124) 총 84건

상임위원회 정령(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으로 채택한 것이 101건이었다. 최고인민회의의 휴회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 로 채택한 법 중에서도 가공무역법, 교육법, 회계법 등은 다시 최고인 민회의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다른 자료에서 확인되었다.124) 총 84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