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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규범체계의 정립에 따른 FTA 추진

한-칠레 FTA 이후 한-미 FTA 체결까지 그동안 정부가 FTA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여러 차례 국내의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FTA 정책은 국가의 전반적인 무역정책의 방향과 직접적 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내 문제에 관한 정부 정책과 도 다양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FTA가 대부분 ‘정부주도 후 국회 및 사회적 논의’라는 순서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한국의 FTA 정책이 이미 199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되 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시 국내 상황과 여론이 FTA에 관해 호의 적일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 고 논의한 모습이 뚜렷하다.

한-미 FTA를 계기로 이러한 비판이 더욱 커졌다. 한-EU FTA와 현 재 진행중인 다른 FTA 협상들은 미리 계획되어 있던 로드맵을 따라 움직이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논의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사회참여

를 촉구해야 할 필요성은 변하지 않고 있다. FTA를 진행하는 것이 국 가적인 과제이고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일관성 있게 FTA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FTA에 관해 구체적으로 다양한 분야 에서 논의를 진행시켜야 하는 숙제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FTA 정책 을 수행하는 이유와 대상국을 선정하는 기준,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 과 협정의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일반적인 대책 등을 명확하게 할 법 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따라서 FTA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전반적인 원칙과 필요한 사항을 명시한 일반 법률을 제정하여, FTA 정책의 지침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법적 토대 위에서 협정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FTA 추진․이행법은 FTA 정책의 일관적인 ‘추진’만을 추구하거나 효과적 인 ‘이행’만을 규정한 법이 아니라, ‘추진’과 ‘이행’을 균형있게 처리 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규정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이미 체결된 특정 한 FTA의 이행만을 위한 특별법 속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64)

2) ‘통상절차법안’의 마련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른 WTO 협정의 체결, 그리고 수차례의 FTA 체결로 이어지는 무역 및 통상조약은 한국의 외교에 있어서 큰 중심 논제로 부각되었다. 특히 이와 같은 조약들이 정부의 외교 및 경제정 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국민경제에도 큰 관련을 가지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던 통상조약체결 과정에서 국회 및 일 반 사회에도 일정한 관여장치가 필요하다는데 많은 의견이 나타났다.

64) 미국의 NAFTA 이행법이나 우리나라의 WTO 이행법은 향후 FTA의 확대 또는 국 내산업의 보호를 위한 내용 등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이미 체결된 특정한 협정을 이행하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다. FTA 정책을 위한 추진․이행법의 성격과 여기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고려하면, 독립적인 법률로 제정되어 FTA 정 책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이나 협정의 이행방법 등을 명시하여야 한다[김동훈․김봉 철․류창호, 앞의 『BRICs의 FTA에 대한 법적분석(3) - 중국의 FTA』, 125면].

특히 한-미 FTA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공청회의 무산, 부실한 경제영 향분석, 4대 선결조건 수용 논란, 통합협정문 공개논란, 영문협정문안 국문번역본 제공 문제, 국회 FTA특위 과정에서의 공방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적되면서 구체적인 관련 법 안들의 제출까지 이어졌다.

2006년 국회에 제출된 이와 같은 법안은 총 세 가지였다. ‘통상조약 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 제정안’(권영길 법안)65)과 ‘통상조약의 체결절 차 등에 관한 법률안’(이상경 법안)66) 그리고 ‘통상 협상 절차법 제정 안’(송영길 법안)67)이 그것이다. 이러한 법률안들은 모두 정부에 의해 독점되어온 통상조약 체결제도에 대한 개선을 위해 국회의 권한을 강 화하고 국민의 참여를 증진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 행정절차의 민주화와 투명성 제고라는 현대 행정의 목표와 합치되는 것이다.68)

권영길 법안은 대통령의 조약 체결권에 관한 국회의 권한을 가장 강력한 형태로 규정하였다. 이 법안은 사실상 모든 통상조약에 대해 협상추진 전, 가서명과 정식서명 사이에 국회로부터 총 2회의 사전동 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경 법안은 국회의 사전동의권에 관 한 규정이 없으나, 조약추진계획에 대한 국회의 변경요청권, 협상개 시, 진행과 관련한 대국회 보고의무 등의 내용에서 권영길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69) 이에 반해서 송영길 법안은 위 2개 법안과 비교할 때 국회의 권한을 최소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70) 이밖에도 위 세 법안들 은 그 적용범위와 규율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65) 권영길 의원 및 4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함.

66) 이상경 의원 및 14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함.

67) 송영길 의원 및 3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함.

68) 최원목, 「한국 통상절차법안의 문제점과 법 제정 방향」, 『통상법률』 72호, 법무 , 2006. 12, 11면.

69) 권영길 법안이 이에 관해서 권력분립의 대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조약체결권에 반하는 위헌성 비판이 있다. 또한 이상경 법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조약체결권을 침해하는 것 일 뿐만 아니라, 통상협상 추진 자체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0) 따라서 본 법안에 대해서 위헌성 논란은 적지만, 다른 법안들에 비해 통상절차법 에서 담고자 하는 의미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조약에 따른 영향평가, 민간위원회, 정보공개 등에 관하여 규정을 마 련하였다.71)

지금까지 비준된 한국의 대외통상 조약과 관련하여 그 체결 과정과 국회의 비준 동의, 그리고 비준에 이르는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고 보는 시각은 적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국회의 비준 동의는 사실 상 정부의 협상 결과를 추인한다는 의미만 가지는 것이었고, 정부의 협상과 협정의 체결 과정에서 국회의 실질적인 활동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미 FTA의 진행과 체결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해서까 지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던 것이다.

한-칠레 FTA 이후 한-미 FTA까지 체결되는 동안, FTA 체결에 관한 국내 절차규범들72)이 모두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아니라는 점이 FTA의 추진에 있어서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법적 비판의 주요 대상 이었다.73) 2006년 국회에 제출된 3개의 통상절차법안은 모두 정부의 통상협상 절차에 대한 국회의 조정,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각 통상협 정에 대한 사전대책과 협상전략 수립 등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도 록 제도와 체제를 마련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 법안들의 위헌성 논란이나 실제 내용들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 고, 전체적으로는 통상절차법안들에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74)

71) 각 법안들의 세부적인 내용들의 내용에 관해서는, [왕상한, 「‘통상절차법안’의 비 판적 검토」, 『통상법률』 72호, 법무부, 2006. 12, 76면] 이하를 참고할 것.

72) 이러한 FTA 정책추진에 관련된 절차적 규범들에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규 정’(대통령령)과 ‘대한민국정부와 미합중국정부간의 자유무역협정체결 지원위원회 규정’(대통령령) 등이 있다.

73) 김동훈․김봉철․류창호, 앞의『BRICs의 FTA에 대한 법적분석(1) - 브라질의 FTA』, 134면.

74) 다만, 구체적으로 법안들에 대한 더욱 깊은 논의와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3) 피해최소화 및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규범

(1)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과 무역조정지원법의 제정

FTA는 국내 일부산업의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전반적인 산 업구조조정과 인력의 재분배현상을 피할 수 없다. 이미 FTA가 여러 차례 추진되면서, FTA와 관련된 피해산업을 보호하고 불가피한 구조 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국내 실체규범들의 개정과 특별법의 제정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제정된 대표적인 특별법으로는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과 무역조정지원법이 있다.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한-칠레 FTA 체결 등에 따라서 농어업인 등 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어업의 경쟁력 제고와 농어업인 등의 경영안 정을 위한 특별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며, 특별기금의 설치 등을 제도 화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75)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FTA의 이행으로 피해를 입 는 농어업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보조 또는 융자로 특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76) 또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품목에 대하여 경영안정을 위한 소득보전직접지불금을 지원하는 시책을 규정 하였다.77) 또한 FTA의 이행으로 큰 영향을 받는 품목에 대한 생산자 단체의 수매․비축 및 가공과 농수산물가공업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 치단체의 지원도 가능하다.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과는 별도로, WTO 출범에 따른 농어업인의 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던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일부 개정을 통하여 FTA에 따른 농어업인들의 부

75) 본법은 2004년 3월 22일 제정되었고, 본문 20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법은 2007년 8월 3일까지 세 차례 개정된 바 있다.

76)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 제4조.

77) FTA 농어업지원 특별법 제5조 및 제6조.

채경감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즉, 본법 제4조의 2는 한-칠레 FTA로 인한 농어업인들의 금리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7조원의 자금 을 마련하여 이를 농어업분야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되었다.

FTA 체결로 인한 수입증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무역피해를 극 복하기 위하여 기업의 구조조정과 근로자의 전직 및 재취업을 지원하 는 것을 목적으로 ‘무역조정지원법’(제조업 등의 무역조정 지원에 관 한 법률)도 제정되었다.78) 이 법의 취지는 FTA로 인한 농어업 이외의 산업분야에서 충격을 줄이고 산업구조의 조정을 통하여 전반적인 경 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본법의 주요 내용은, 정부가 무 역조정지원위원회를 설치하여 FTA에 따른 무역조정지원 종합대책79) 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2) 특별법의 문제점과 한-EU FTA 이후의 방향

취약산업 또는 그러한 산업의 근로자를 지원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위 법률들은 한-EU FTA 및 앞으로 체결될 FTA와 관 련하여 다음과 같은 미흡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무역조정지원법은 본법의 지원을 받기 위한 요건 충족의 증명 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기업이 무역조정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 중 6개월 이상 매출액이나 생산액이 25% 이상 감소했거나 혹은 감소할 것이 확실하고, 이런 피해가 발생한 주된 원 인이 해당 기업의 상품과 같은 상품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며, ‘무 역조정계획’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가 경기변동이나 이전의 산업구조조정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경우에는 ‘FTA에 의한 피해’라고 증명하기 곤란할 수도 있다.

둘째, 지원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다른

78) 본법은 한-싱가포르 FTA와 한-EFTA FTA가 발효된 2006년에 제정되었다.

79) 제조업 및 제조업 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 또는 그 소속 근로자 들이 FTA 이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극복하는 데에 필요한 경영․기술상담, 사업전환 및 근로자 전직․재취업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