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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구역을 규율하는 현행 법령들의 관리체계와 보호구역들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보호구역 관리제도는 금지와 허용[약간의 유인 (incentive)을 포함한다]을 중심으로 하는 명령통제형 「타율의 질서」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방적인 의사결정 모델에 기초한 하향식 규범체계 는 각종 보호구역들의 운영에서 술래와 술래잡이의 숨바꼭질[이해관 계의 대립]을 초래할 뿐, 보호구역의 지속가능한 이용체계를 이끌어 내지 못하였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법집행 비용에 비하여 낮은 효 율을 낳거나 아니면 아예 지정후 관리를 포기하는 「행정의 방관」을 초래하기도 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보전연맹(IUCN)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 회는 실정법 질서에 바탕을 둔 보호구역 관리체계가 잘 작동되지 되 지 아니함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지역공동체

8) 생물다양성보전의 방법은 공간적으로 구분하면 크게 생물이 자생하고 있는 공간 에서 생물을 보전하는 ‘서식지 내 보전방식’과 보전대상 생물을 관리가 용이한 장 소로 이동하여 보전하는 ‘서식지 외 보전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9) 전재경, 보호구역 관리실태 및 법제정비방안 연구(한국법제연구원:2005.12)

의 관습법 등에 기초한 전통적 이용질서」를 존중하고 「경계를 초월하 는 이익들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관리 틀을 실험하고 있다.

제3세계에 속하는 보호구역들을 연구한 학자와 활동가들은 보호구역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합작으로 상호 이익을 교환(win-win)할 수 있는 「보전유인협약」등 새로운 사회계약(new social contract)에 기 초한 協治(governance) 모형을 제시한다.

보호구역의 합리적 관리를 위한 신사회계약이 성립되기 위하여서는 실정법 질서가 이를 수용하여 사회계약이 적용될 수 있는 공간적 범 위를 설정하는 한편 사회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행위 주체와 의사결정 방식 등에 관한 기본적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보호 구역을 규율하는 영국․미국․독일․일본․스웨덴등 선진사회의 보호 구역 관련 법제는 新社會契約에 기초한 協治(governance) 모형을 수용 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사회경제적 기초를 달리하는 개발도 상국가들 또는 「국토계획과 환경계획간의 대화」가 미흡한 우리 나라 에서는 보호구역의 지정과정과 지정후의 보전 및 이용을 둘러싼 사회 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틀(system)의 개선이 절실하다.

새로운 보호구역 관리 모델은 한국 전통사회의 洞契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공동체(community) 질서에 기초하여야 한다. 하향식 금지(off)와 허용(on)의 단순질서에 기초한 현행법제의 신호등모델 (on-off model)이 이해당사자들을 하나의 질서 안에 포섭하지 못하고 「 1 대 1」의 이해관계 대립을 극복하지 못함을 감안하여 공동체 모델은 우선 보호구역 지정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범위를 특정하고 그들을 새 로운 사회계약의 동반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미래상을 제시 하고 상호 교환이 가능한 이익의 내용을 제시하는 각본이 사전에 준 비되어야 한다. 현행법 질서가 신호등 모델에 비유된다면 새로운 공 동체 모델은 연극(play)모델에 비유될 수 있다. 「연극모델」에서는 참여 적 의사결정에 바탕을 둔 「다자간 협약」등에 의하여 구성원 상호간의

1 절 정책현황

권리의무 관계를 형성하는 이행수단의 확보가 가능하다.

연극 모델에 의한 「공동체형 보호구역」이 잘 작동될 경우에, 실정법 질서는 보호구역의 이용방식 또는 행위제한 등에 관한 종래의 강행질 서를 완화시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관련 법률에 공통적으로 규정된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국민들의 보호․협력 책무는 윤리장 전에 불과하다. 당사자들이 참여하면 좋고 아니면 어찌 할 수 없는 추상적 행정계획(plan)들을 당사자 상호간의 구체적 권리의무 관계로 바꾸는 프로그램[多者間 協約]이 필요하다. 생태계보전지역내 임산물 채취의 허용 또는 습지보호구역 이용자에 대한 이용료 징수와 같은 유인(incentive)장치들이 다자간 협약의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원 용되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행정공무원들로 하여금 보호구역을 지키게 할 것이 아니라 보호구역 인근의 주민들을 「피규제자에서 감 시자로」 전환시켜 보호구역을 실제 보호하는 「주인공」의 지위를 부여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역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계약을 작동시키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연극 모델을 실정법 질서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관하여서는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 입법자 내지 관할 행정기관들은 오랫동안 굳어온 타율적 강행질서를 자율적 협약질서로 바꾸는데 주 저할 것이다. 따라서 보호구역을 규율하는 현행 실정법상의 「최소한 의 강제질서」는 유지하되, 공동체의 협약질서가 잘 이행되는 한도내 에서 보호를 위한 금지와 명령을 완화시키는 「수권조항」을 규정하여 야 할 것이다.

(2) 토지관의 변화

국민신탁(national trust)은 보호구역내 토지소유질서를 재편하여 보호 구역 관리상의 갈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 민신탁법(2006년 3월)의 제정과 이에 근거한 국민신탁법인의 출범은

초기 信託運動의 흐름을 계승한다. 즉 국민신탁법은 문화유산 및 자 연환경자산에 대한 “민간의” 자발적인 보전․관리 활동을 촉진함(제1 조)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신탁 운동은 그 주체와 방식 그리고 법률관 계 등에서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 태동된 「공동소유」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사단 또는 재단에 의한 공동소유는 “소유”를 목적으 로 하지만 국민신탁은 “신탁”을 목적으로 한다. 전자에서는 출연자의 법적지위가 보장되지 아니하며 공동소유 재산은 처분이 가능하기 때 문에 그 법적안정성은 운동단체의 도덕률에 의존한다. 한편 공동소유 재산은 개발에 대한 법적 대항력이 없다. 공동소유 운동에서는 농지 를 취득할 경우에는 법인명의의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인 대표 자 등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하는 방법을 구사하여야 한다. 국민신탁은 이러한 한계들을 넘어서는 법적 장치들을 갖추었거나 추진 중이다.

실정법적 측면에서 국민신탁의 출범은 영국의 1907년의 국민신탁법 (the National Trust Act)을 모델로 한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오래된 기념물들과 자연은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파괴되고 훼손되었다. 1895 년에 변호사 Robert Hunter, 여류 사회활동가 Octavia Hill, 목사 Canon Hardwicke Rawnsley 세 사람에 의하여 내셔널트러스트협회[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or Natural Beauty]가 설립되었다. 1907년 의 국민신탁법은 “아름답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토지[자연]와 건물”

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영구히 보존할 것과 취득한 목적물들의 양 도불능성을 선언하는 한편 여러 자선단체들 중 기존의 내셔널트러스 트협회를 유일한 법정 국민신탁 단체로 승인하고 이에 필요한 권한과 책무를 부여하였다.

국민신탁은 英國의 법제와 유사한 구조를 취하지만, 문화사적으로는 전통 한국사회의 「계(契)」를 기원으로 한다.10) 즉 국민신탁은 “양도불

10) 한국 사회의 契는 개념과 범주가 다양하고 역사가 길어 일의적으로 설명하기 어 렵다. 두레와 같은 공동노동의 전통은 三韓시대에도 있었다. 新羅시대의 香徒 또는

1 절 정책현황 共同體(community)로서 국민신탁(national trust) 내지 지역신탁(local trust) 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국민신탁은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하여 전통

「사회운동」이 혼재되어 있다. 「시민운동」이 정부의 재원지원을 받지 않고 정부에 대한 감시․감독을 본령으로 삼는다면, 「사회운동」은 정 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12) 국민 신탁은 민간의 노력에 의하여 신탁자산을 확보하고, 보전재산의 보 전․관리에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 받을 수 있다(법 제16조)는 점에서 전통적인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의 절충을 도모한다.

국민신탁법은 기존의 공동소유운동 단체를 국민신탁법인으로 전환 시키는 영국식 모델을 채용하지 아니하고 법률의 힘에 의하여 새로운 법인격을 창설함으로써 「공공부문」(public sector)에 의한 신탁운동을 추구한다. 종래 民法에 기초한 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들의 공동소유 운동이 「민간」 부문에 속한다면, 국민신탁법에 기초한 국민신탁법인 에 의한 신탁운동은 「공공」 부문에 속한다. 국민신탁법은 신탁 영역 에 민간 부문의 성과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활동주체들을 국민신탁에 흡수하지 아니하고 별도의 공공 부문(the third sector)을 새로 창설함으 로써 「公共信託」(public trust)의 저변을 확고히 하면서 외연을 확장시 키는 접근방법을 취하였다. 국민신탁은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를 공동의 주체로 영입함으로써 사회운동사의 새로운 장을 연다.

국민신탁은 동계와 동유재산의 전통을 승계함으로써 공동체 모형 (community model)을 지향한다. 그러나 공동체적 의의나 기능은 전통 사회에서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전통사회에서는 향촌사회에 미치는 정부의 역할이 약했고 시장부문이 존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마을 공동체가 정부나 시장의 기 능을 보완․대체하는 기능은 없었다. 이에 비하여 국민신탁에 의하여

국민신탁은 동계와 동유재산의 전통을 승계함으로써 공동체 모형 (community model)을 지향한다. 그러나 공동체적 의의나 기능은 전통 사회에서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전통사회에서는 향촌사회에 미치는 정부의 역할이 약했고 시장부문이 존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마을 공동체가 정부나 시장의 기 능을 보완․대체하는 기능은 없었다. 이에 비하여 국민신탁에 의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