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보조금 지원 방식의 변화

국고 보조금이 없었다면 장수군 지역농업의 변화를 이끈 여러 시책들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II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차별화 시책 5개년 계 획’에서 구상했던 여러 농정 시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양한 형태의 국고 보조금이 활용되었다. 장수군처럼 재정 자립도가 낮은 대부분의 농촌 시‧

군의 농정에서 국고 보조금은 매우 중요하다.² 그런데 최근 국고 보조금 지 원 방식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장수군 농정에도 큰 도전이 될 것 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하는 재원은 용도 제한의 범위, 재 원 교부 기준, 지방비 부담 유무, 재원 규모의 제한성 여부 등 몇 가지 기준 에 따라 일반 보조금(general grants)과 특정 보조금(categorical grants)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용도를 자유롭게 정하고 집행할 수 있으 며 일정한 공식에 따라 규모를 산정하는 경우, 일반 보조금이라 할 수 있 다. 특정 보조금은 정해진 사업에만 지출할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하는 경 우를 말한다. 특정 보조금의 교부 방식에는 공식에 따라 교부 규모를 결정 하는 방식과 중앙정부가 사업의 타당성 등 기준을 갖고 보조 여부를 결정 하는 재량적 방식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반 보조금과 특정 보조금의

2 장수군의 2009년 재정자립도는 11.6%로 임실군, 순창군, 남원시, 고창군과 더불 어 하위권에 속한다.

중간적 성격을 지니는 형태의 포괄 보조금(block grants)이 도입되기 시작

자치단체의 요구를 수렴하여 직접 예산을 편성한다. 지역개발계정에 포함 된 사업은 지역의 일반적인 개발 사업으로 각 광역자치단체가 신청한도 내 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시‧도 자율편성사업’과 기초자치 단체가 신청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시‧군‧구 자율편성 사업’으로 구분된다. 이 계정에 포함된 사업들이 이번에 포괄보조금 방식 으로 운영될 것이다.

정부는 포괄 보조금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210개에 달했던 정책사 업들을 대폭 통합하여 24개의 사업군으로 개편했다. 이러한 포괄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대응 보조금(matching fund)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대응 보조금 방식 운영은 과거의 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도 취했던 것이므로 큰 변화가 없지만, 바뀐 사업군 체계 내에서 사업마다 지 방비 보조율이 달라진다는 점에 대해 고려할 필요는 있다.³ 특기할 것은 지 역개발계정의 포괄보조사업 24개 중 20개를 제외한 4개는 시‧군이 어느 지 역에 분류되느냐에 따라 사업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국 163개 기초 생활권 지역을 크게 특수상황지역, 도심활력증진지역, 일반농산어촌지역으 로 구분하고, 해당되는 지역에 따라 사업 주관 중앙정부부처가 달라지고 예산이나 보조율 등과 같은 것들도 바뀐다. 장수군의 경우 일반농산어촌

3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지역개발계정 24개 포괄보조사업의 국고보조율을 열거 하면 다음과 같다.

① 문화시설 확충 및 운영: 40% 󰊉󰊕 민자유치접속도로 지원: 100%

② 관광자원 개발: 50% 󰊉󰊖 지역거점 조성 지원: 100%

③ 체육진흥시설 지원: 30% 󰊉󰊗 문화유산 관광자원화: 50%

④ 지역문화산업 육성 지원: 50% 󰊉󰊘 지역농촌지도사업 활성화: 50%

⑤ 농어촌자원 복합산업화 지원: 50% 󰊉󰊙 산림경영자원 육성: 80%

⑥ 농어업 기반 정비: 80% 󰊉󰊚 산림휴양‧녹새공간 조성: 50%

⑦ 지역특성화산업 육성 지원: 50% 󰊉󰊛 전통시장 및 중소유통기반: 60%

⑧ 청소년시설 확충: 30~88% 󰊊󰊒 성장촉진지역 개발: 100%

⑨ 상수도시설 확충 및 관리: 70% 󰊊󰊓 특수상황지역 개발: 70%

󰊉󰊒 자연환경 보전 및 관리: 50% 󰊊󰊔 도심활력증진지역 개발: 50%

󰊉󰊓 해양 및 수자원 관리: 50% 󰊊󰊕 일반농산어촌 개발: 70%

󰊉󰊔 대중교통 지원: 90% 󰊊󰊖 도서지역식수원 개발: 70%

지역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일반농산어촌개발 사업의 주관 부처는 농림수산 식품부이며 이 사업의 국고 보조율은 70%이다. 이외에도 도심활력증진지 역과 일반농산어촌 중에서 낙후한 지역을 일부 선정하여 성장촉진지역으 로 지정하고 국토해양부 주관 하에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한 추가 지원이 이루어지게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은 포괄 보조금 제도 도입은 누차에 걸쳐 지적 되었던 중앙 정부 부처 사이의 유사‧중복 사업 실행으로 인한 행정 효율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신장시킴과 동 시에 책임을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분권화의 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중앙 정부 는 포괄보조금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인접한 기초생활권 지역 들이 연계‧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와 시‧군‧구의 자구노력에 대한 평가가 좋을 경우에 예산상의 인센티브가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성과가 부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10% 이상의 세출 구조조정 의무 이행을 요구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 동안 장수군이 농업 부문에 활용한 국고 보조금 사업 중에는 광 역‧지역발전특별회계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종류의 농림투융자 사업들도 많이 있다. 황의식‧박준기(2009)는 국고보조사업 지원유형을 포괄보조지 원방식, 공모지원방식, 개별메뉴지원방식의 세 가지로 나누고 농림투융자 사업 중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에 들지 않는 나머지 사업들을 공모지원 방 식과 개별 메뉴지원 방식으로 구분하여 그 장단점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보 고서는 최근 들어 공모지원 방식이 확대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기획 능력 강화, 지방농정 강화, 농림투융자사업의 지원 효율성 제고 등의 긍정 적 결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개별사업 지원방식은 지방분권화 추세를 고려할 때 한정적으로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관성이 깊은 사 업은 포괄보조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공모방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부처 포괄보조 사업명 사업재편 이전 세부사업

2010년부터 시작되는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지역개발계정의 포괄보조 금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나 농림투융자사업을 앞으로는 가급적 포괄보 조 지원 방식이나 공모 지원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장수군 농정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지방 농정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국고 보조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개별 사업 기획 역량을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농림투융자 사업이나 농촌지역 개발 관련 사업에 투입할 국고 보조금 중 포괄보조 지 원 방식이나 공모 지원 방식에 따라 운용되는 예산의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이다. 공모 지원 방식을 따르는 국비 보조금을 확보하려면 사업기획 역 량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것은 장수군 농정 당국이 농촌발전기획단을 발족 시키고 많은 공모 지원 보조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둘째,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지역개발계정의 포괄보조금 지원 방식이 도입됨으로써 또 다른 차원에서 장수군 농정 당국의 기획 역량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매년 사업 실적 및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서 다음 연 도 지역개발계정 보조금예산 배정 금액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모제 지원 방식에서는 우선 중앙정부 부처의 요구에 적합한 사업을 계획하는 능 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포괄보조 지원 방식에서는 지역에서 실행한 후 실 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계획 단 계에서는 중앙정부의 평가가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사업 성과관리가 강 화되고 그에 따른 재정적 인센티브나 불이익이 부과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으로 신장된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활용 하여 여러 개별 사업들을 연계하여 시너지를 낳는 통합적 농정 기획 역량 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5‧3 프로젝트’나 ‘지역순환농업’ 등 장수군 농정 의 대표적인 사례들은 모두 통합적 기획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의 정책 환경 변화는 장수군에 우호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 장수군 농정 기획 체계는 몇 년 전에 비해 통합적 기획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