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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과정의 문제점

II. 기업의 구조조정

2. 구조조정 과정의 문제점

(1)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효과의 불확실성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부채비율 축소, 상호채무보증 해소와 함께 퇴 출, 기업개선작업(work-out), 사업교환(business swap),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회계투명성 제고 등을 실천목표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실천목표들의 실현가능성과 달성수단, 경제적 기대효과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불 확실성과 불안심리를 유발하고 있다.

기업은 끊임없이 환경변화에 대처하여 특정 산업으로의 진입 및 퇴출, 기술개 발, 재무전략 수립 등 구조조정을 계속하는 조직이므로 쉽게 착안하고 시행할 수 있는 방안들은 이미 추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내부 정보 에 어둡고 경영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적은 외부자가 효과적인 방안을 발견하고 제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단일 기업이 아닌 다수의 기업들로 구성된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간 상 호연관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기는 더욱 어렵 다. 단일 기업은 자체의 경영성과에 기초하여 생존 및 퇴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재조직 방안을 결정하고 외부의 감시‧견제도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은 독립적인 경영성과 판단이 어렵고 계열사간 상호보조(cross subsidy) 때문에 생존‧퇴출이 시장기능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금융기관, 경영자 등 관련 주체들의 주관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업집단 형태의 경영이 빈번한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가 제시하는 목표나 방안들은 깊이 있는 분석과 예측보다는 즉흥적 발상이나 실 험적 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어 실현가능성이나 기대효과가 불확실하다.

(2) 재무구조 개선 약정과 부채비율 축소

기업의 재무구조 조정은 이자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발생가능성이

있는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예상되는 경쟁격화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나, 현재 정부 주도하에 급격히 추진되고 있는 대기업과 주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 개 선을 위한 약정 체결과 200% 수준으로의 부채비율 축소 목표는 다음과 같은 문 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약정의 기본 취지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금융기관으로 대변되는 금융시장 과의 상호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나 정부가 실질적으로 약정 체결을 주도하였고 금융기관에 대한 간섭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약정 이 ‘관치금융(官治金融)’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 또한 약정에 의해 강력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게 될 은행들이 경영행태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의 기업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 활성화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정부의 부채비율 축소정책은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되나 전반적 기업경영 또는 경제의 성장가능성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

부채비율 축소의 기대효과는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일시적 경 기침체나 영업부진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상호채무보증 해소와 함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금융경색 하에서 부채비율을 급격히 축소시키려 고 시도할 경우 기업은 생산, 수출, 투자 등 영업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맞물릴 경우 재무위기(financial distress)에 처 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또 차입을 해야 하는 악순환 (Ponzi-financing)에 빠지거나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 거나 도산할 경우 산업기반이 붕괴되어 경제의 복원능력이 영구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셋째, 기업의 부채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를 통해 내부유보를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하나, 현재 국내외 경제여건을 수출을 포함한 영 업실적 제고에는 한계가 있으며, 증자나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도 소요자금 규모가 매우 커서 현실적으로 의존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부채비율을 증자나 자산‧계열사매각 (외자유치 포함)을 통해 200% 수준 으로 낮추기 위한 소요자금을 추정하면, 비금융 상장기업의 1997년 말 평균 부채 비율은 약 351.5% 수준이며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려면 약 55∼165조 원이 소 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990년대 한국 기업의 유상증자 금액이 연간 약 1.7∼5.6조 원에 불과하고 1998년 정부예산이 약 85.8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현 재 국내외 경제여건 하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30대 기업집단의 비금융업 평균 부채비율은 518.9%에 달하며, 부채비율을 20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약 73∼220조 원 이 소요된다.)

넷째, 부채비율 축소목표의 달성이 어렵고 미래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 황에서 시한에 맞추기 위해 급히 작성한 각종 구조조정 계획의 달성가능성은 크 지 않으며, 무모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구조개악(構造改惡)’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3) 상호채무보증 해소

기업집단의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 해소는 구조조정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결제침체기에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파급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상호채무보증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결여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경기침체시 기업집단 전체의 재무적 안정성을 약화 시키고 구조조정에 장애가 되고 있으나 기업집단 단위의 경영이 위험을 감소시키 는 효과도 있으므로 정책결정 이전에 채무보증 금지에 관한 비용-편익분석 (cost-benefit analysis)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담보‧보증 위주의 여신을 하고 있고 기존의 채무보 증을 포기할 동기가 없는 현실에서 기업들이 단기간 내에 25조9천억원 규모의 채 무보증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 여신의 채무보증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채상환, 신용여신으 로의 전환, 중복‧과다보증 해소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여 건과 상호채무보증 해소정책이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시행되었음을 감안하면 신규자금 조달에 의한 부채상환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는 크 지 않다. 또한 금융기관이 채권의 회수가능성 희생을 무릅쓰고 하면서 신용여신 전환이나 중복‧과다보증 해소에 협조적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보증채무의 가치를 평가한 후 보증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전환사채 나 후순위채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보증의 가치평가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해소된 상호채무보증은 8조 2천억 원 규모이고 이 가운데 정부의 지시에 의한 중복과다보증 축소가 43.6%를 차지하며, 부채상환이나 신용

전환 등의 비중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실정이다.

<표 23> 채무보증 해소 방식별 비중 추이

(단위 : %) 대출상환 신용전환 중복과다보증 해소 입보 대체 1997.4∼1998.3 36.5 2.4 43.6 7.0 1996.4∼1997.3 57.0 20.5 10.4 11.1 1995.4∼1996.3 41.6 - 23.2 25.5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4) 퇴출, 기업개선작업 및 사업교환

1) 기업 퇴출

기업 퇴출은 경제성을 상실한 기업을 정리하여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하 고, 한 기업의 부실이 계열사로 파급되거나 자금이 회생불가능 기업에 의해 소모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나 실행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

첫째, 형식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시장기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와 는 달리) 관련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관련된 경제주 체들의 자발적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워 금융기관들은 즉각적인 청산에 따른 손실 을 우려해 계열사로의 합병을 선호하는 경향을 갖고 있고, 해당 기업 (또는 소속 기업집단)의 경영자가 퇴출에 거부감을 기질 수 있으며, 실직을 우려한 근로자들 도 반발하고 있다.

둘째, 퇴출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대상 기업이 선정되는 동안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축소하여 금융경색이 심화되었고, 대상 기업들은 신용장개설‧무역금융‧해외송금 등에 차질을 빚어 수 출을 포함한 영업활동이 위축되었으며, 노사문제 및 고용불안 심리 확산으로 생 산성이 저하되고, 자금난으로 설비, 자산, 기술 매각 과정에서 협상력(bargaining power)이 약화되었다.

셋째, 대상기업의 계열사 및 협력업체들도 직‧간접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모 기업 또는 계열사는 보증채무 변제, 매각을 지원하기 위한 채무인수 등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약 15,000여개사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은 (연간 납품액 2조 원) 어음할인 및 외상매출금 회수 곤란, 할인어음의 만기전 환매요구 등으로 자 금난을 겪고 있다.

넷째, 앞에서 지적한대로 채무보증 해소가 어려워 퇴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 다.

2) 기업개선작업

기업개선작업(work-out)은 회생가능한 기업을 선정하여 채무상환능력을 제고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증가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부채상환 유예, 이자 감면, 신규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지원 하고, 기업은 자산을 매각하여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자금을 추가조달하며, 기존 주주나 경영자는 감자나 경영권 포기 등을 통해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개선작업은 실제 추진과정에서 관련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 조정 이 어려워 원활히 추진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채권회수가 오히려 더 어려 워지거나 추가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여 부채탕감과 자금지원에 소극적 이고, 주주나 경영자는 지분감소와 경영권 상실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대상 기업들은 채권행사유예에 의존하여 가동되 는 경우가 있으며, 외국 기업들은 기업개선작업의 내용과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 문에 한국 기업과의 거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 사업교환(business swap)

기업집단간 사업교환은 업종통폐합을 통한 과잉생산능력 및 투자조정, 국내 기 업의 국제규모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나, 그 추진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 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업교환은 기업이 소수의 핵심역량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규모의 경 제, 경쟁축소에 따른 이윤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기대하나, 아직 이들 효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외의 신뢰를 받는데 한계 를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 분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사항 으로서는 개별 기업이 어떻게 주력사업을 선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사업범위 를 설정해야 하며, 규모의 경제효과는 어느 정도이고, 이윤은 어느 정도 증가할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