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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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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는 그 속도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쏟 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습득해 온 지식은 이러한 새로운 문제에 명확한 답을 주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앎’ 자체에서 오는 한계가 아니라 앎의 ‘방식’에서 파생된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기존 방식에 대한 해묵은 발상을 해체하고 시대가 요구 하는 새 방식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연구는 동서양 철학 고전 모델을 중심으로 지식융합적 고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융합은 현재 한국의 시대정신이다. 우리는 지금 경계를 넘는 소통과 융합 을 통해 여러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혹시 한국 사회는 진정한 융합보다는 ‘통섭’에 ‘열광’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통만 하면 모든 문제 가 해결될 듯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융합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성장시 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성취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먼저 학문간 소통 및 융합의 방법 즉 지식융합의 방법을 제안하고 그로부터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특별히 지식융합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유는 첫째, 학문의 분화 및 전문화로부터 초래된 지식의 파편화와 학문 분야간 단절화라는 부작 용을 직시했기 때문이며, 둘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으로 지식융합이 대두되었기 때문이 다. 지식융합 이외에도 통섭, 융복합, 잡종(hybrid), 컨버젼스(convergence) 등 다양한 용어들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지식융합이라는 우리의 시대정신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 시대정신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찾 기 위한 고민이다.

그러나 혹시 한국 사회는 지식융합에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

1) 여기에는 다음 글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여영서 2010, 「지식

닐까? 지식의 소통, 융합, 통합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 을 제시해 줄 것으로 믿는 정도가 도를 넘은 것은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할 만 한 이유가 있다. 사실 통섭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현상이 아니고 역사적으로도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곳, 다른 시대에도 지식융합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누구도 지식융합 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식의 융합이 단번에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가능성을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융합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과 태도를 긍정 적으로 평가할 이유가 있다. 일단 세상의 복잡한 많은 문제들은 분명히 더 이 상 어느 한 분야만의 지식과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을 묶어낼 수 있는 소통 방식과 융합적 사고방식이 절실하다.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지식의 융합은 세계의 완전한 표상을 구축하는 이론적 작업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작업, 이 세계를 어떻게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것인가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 때 분명한 것은 각각의 문제가 제시되는 맥락에 따 라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문 제 해결 방법이 지닌 공통점을 지식융합적 사고방식이라고 규정해 보자.

지식융합적 사고방식은 지식융합 시대를 이끌어 갈 W형 인재가 지닌 것 이다. 지식융합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핵심 자질을 W형의 인재 상으로 제시하기 위해 과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했고, 양성했던 인재상의 역 사를 간략히 정리하자. 한 때 대기업 입사시험 등에서 주요 시험과목으로 꼽 혔던 것이 상식 시험이다.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험생들은 두꺼운 잡학 사전을 들고 다니며 암기했다. 이것을 놓고 그 시대의 인재상을 판단하는 것 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넓게 많이 아는 것을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때의 인재상 을 넓은 박스형 인재 즉 박학다식형 인재라고 하자. 이후 우리 사회는 넓게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깊이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

다. 사회적으로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인재상을 U자형 인재 즉 전문지식형 인재라고 하자. 한 분야를 깊이 파고 들 어간 인재를 요구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제대로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그 주변부 내용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통섭 논의가 시작되면서 깊게 파기위해서는 넓게 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는 인재상을 최재천 교수가 주도하는 통섭 논의에서 찾 을 수 있는데 그것을 V자형 인재 또는 통섭형 인재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 다.2) 하지만 통섭형 인재상은 창조성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다. 물론 통섭형 인재는 다양한 학문 분야간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그 러한 소통의 결과로 창조적인 문제 해결능력 또한 갖추기를 요청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측면을 통섭형 인재론이 충분히 강조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에 발표자는 두 개의 V자를 창조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강조하는 의미에 서 W형 인재상, 즉 창조적 융합지식형 인재상을 제시한다.

W형 인재의 사고방식을 지식융합적이라고 한다면, 지식융합의 시대를 이끌어갈 W형 인재가 지녀야 할 자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 질문에 앞 서 제시될 것은 아마도 매 순간 다음과 같은 종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당위일 것이다. “과학적 지식 전체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어떻게 다양한 학문 분야의, 다양한 수준의,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한데 잘 엮어, 하 나의 영역 또는 하나의 이론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 결할 것인가?”3) 하지만 당위의 문제 이후 우리가 궁금한 것은 지식융합의 시 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이다.

시대는 창의를 요구한다. 창의성은 정보의 단순한 집적으로 얻어지지 않는 다. 방법은 융합이다. 지식융합적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지식융합적 사고방식 의 바탕에는 아주 기본적인 논리적 사고방식이 놓여있다.

그러나 논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너무 부정적이다. 그것은 논리에 대

2) 최재천 교수는 강연에서 V자형 지식습득을 강조한다.

3) 카트라이트는 그의 저서 The Dappled World의 서문에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위에서처럼 요약하고 있다. 이는 카트라이트가 이 책의 ‘영웅’이라고 꼽고 있는 노이라트의 철학적 과

한 잘못된 이해 및 형식 논리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한국 사 회에서 형식 논리라고 하면 궤변의 방법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영어로 ‘formal logic’이라는 표현은 아무런 부정적 어감을 지니지 않는데 말이다. 형식 논리가 그렇게 비난받을 것도 아니지만 논리를 형식 논리와 동일시하는 것도 잘못이 다. 논리는 일상 언어로 제시된 내용을 분석하는 데에 좀 더 초점을 맞춰 형식 논리의 기호화 작업을 넘어서는 넓은 영역을 의미한다.

논리에 대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오해는 논리가 창의성과 양립할 수 없 다는 생각이다. 이 잘못된 생각은 뉴욕타임즈 기사로 실린 다음과 같은 이야 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파리와 벌이 각각 6마리씩 든 입구가 뚫린 병을 창 문가에 평평하게 두되 입구가 막힌 병바닥이 창문을 향하도록 놓으면, 벌은 창문쪽 방향이긴 하지만 입구가 막힌 병바닥에서만 끊임없이 나갈 곳을 찾다 가 굶어 죽고, 파리는 금방 구멍이 뚫린 반대편으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이야 기이다. 이 이야기는 빛이 있는 곳에 탈출구가 있다는 ‘논리’에 집착한 벌의 실패와 ‘논리’에 관심없고 운이 좋았던 파리의 탈출을 비교하며, ‘논리’가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부족하다는 결론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 실 논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벌이 탈출구를 못 찾은 것은 논리 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논리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논리를 잘 알았다면 실패 를 가져온 방법, 즉 빛이 있는 방향에서 탈출구를 모색한 방법을 계속 반복해 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귀납 논리의 추론 결과가 더 이상 빛 이 있는 방향에서 탈출구를 모색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논리는 오히려 창조적 사고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다음 세 편의 그 림은 광고 대상을 받아 유명한 것들이다.4)

4) 다음 광고 사진들은 모두 이제석의 작품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 편의 광고가 모두 논리적 추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을 총에 비유하고 있는 첫 번째 그림은 유비추

흥미로운 사실은 세 편의 광고가 모두 논리적 추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을 총에 비유하고 있는 첫 번째 그림은 유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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