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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구조의 차이와 납품단가 결정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들이 수직통합도 아니고 시장구매도 아닌 중 간조직 형태를 유지하면서 수․위탁기업 간에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비 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Ⅱ절에서는 수․위탁 거래관계의 일반적인 모형을 가지고 부품거래의 특성 을 설명하였는데, 본 절에서는 미국, 일본, 한국의 거래구조의 차이와 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11)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의 거래구조의 차이가 납품단가 결정구조의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기업의 수직 적 부품거래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 <표 6>이다.12) 앞 서 논의한 중간조직에 가까운 시스템을 운영하여 온 일본기업, 한국기업과 다 른 시스템을 운영해 온 미국기업은 수직적 거래구조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나 타내고 있다.

<표 6> 한국․일본․미국기업의 수직적 거래구조

구 분 미 국 일 본 한 국

부품거래의 특징

-수직통합과 전문화

-시장계약 및 입찰경 쟁

-최근 장기계약 경향 확대

-자본참여에 의한 수 직준통합

-장기계약

-중층적 도급거래 구 조

-장기․지속적인 계약 거래

-자본참여 미약

-일본보다 낮은 중층 적 도급거래 구조

-최근 입찰경쟁의 확 대

11) Dyer(2002), 홍장표(2004)는 한․미․일의 부품거래 구조의 차이를 분석하고 있다.

12) Aoki(1984)는 일본기업과 미국기업의 수직관계를 비교하였는데 그는 일본기업을 J-firm, 미국기업을 A-firm으로 표기하여 두 나라 기업의 특징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장 기 지속적인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한국기업의 수직부품거래의 특징을 K-firm이라 명명 할 수 있다. 안충영(1995) 참조.

우선, 미국은 수직통합을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조직 내 거래와 시장거래라 는 양 극단의 시스템을 축으로 하고 있다. 즉 미국기업의 경우에는 수․위탁 거래관계를 통한 장기․지속적인 계약거래보다는 부품생산업체를 수직통합하 거나, 일부 범용부품을 시장거래를 통해 조달하는 거래형태를 보이고 있다.

Masten(1984)의 연구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산시설의 전용성이 높 고 기술적인 복잡성이 높은 경우 미국의 항공산업은 부품의 92%를 내부제작 에 의존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자동차산업에서 수직통합의 중요한 사례로 꼽 히는 것이 GM과 피셔바디의 수직통합 사례이다. GM은 차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금형은 거래특이성이 높기 때문에 피셔바디가 안심하고 납품관계를 맺 을 수 있도록 매우 엄격한 조건의 장기계약을 체결하였다. 즉 GM은 장기간에 걸쳐서 오직 피셔바디로부터 차체를 구입하며, 가격은 비용에 일정수준의 마 크업을 더하여 결정하였다. 이 같은 계약은 피셔바디를 보호하는 데 성공하였 지만, 경직적인 계약조건 때문에 GM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즉 차체 수요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GM은 피셔바디에게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공장을 GM근 처로 옮겨 비용을 절감해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피셔바디는 이윤이 비용의 일 정비율로 결정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비용절감 유인이 없었고 GM의 요구를 받아줄 필요가 없었다. 결국 이 문제는 GM이 피셔바디를 인수함으로써 해결 되었다.13) 이처럼 미국기업은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 수직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미국은 시장거래가 매우 활 발히 이루어지는 체제이다. 미국의 경우 외주를 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입찰에 의한 일회성 단기거래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이러한 거래관계는 일본의 거래 관계에 비해 비협조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자동차산업에서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같 은 이윤은 바로 자동차산업이 불완전 경쟁시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점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 자동차산업 내의 대기업들은 최종재를 조립하

13) Klein, Crawford, Alchian 및 Klein(1988), Klein(2000)의 논문에서 논의된 GM과 피셔바디 (Fisher Body)사의 사례는 기업의 수직통합 사례를 잘 보여준다. 이것은 거래특이성이 높은 자산이 관련된 거래관계에서 수직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 의 하나가 되었다.

는 데 필요한 부품들을 기업 내부에서 제조․생산하여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을 선호하였다. 엔진 등과 같이 핵심적이고 전용성이 높은 부품을 기업 내부에 서 생산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핵심부품을 내재하 는 것과는 반대로 내부에서 제작하지 않는 부품은 일본처럼 협력부품업체와 장기적인 계약을 통해 부품을 구입하는 대신에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시장거래 를 하였다. 1980년대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국시 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의 생산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모기업과 부품공급기업 간의 거래구조가 변 화하여 일본의 협력관계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Helper (1995), Helper and Sako(1995)는 미국의 부품거래가 일본의 수․위탁 거래관계와 같은 형태로 수렴(convergence)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부품기 업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경쟁입찰을 통해 부품을 조 달하던 방식에서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장기거래방식으로 전환을 모색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의 수․위탁 거래기업들 간의 관계는 여전히 일본에 비해 훨씬 더 시장거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일본은 장기적인 거래를 중심으로 하여 중간조직을 활용하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장기․지속적인 수․위탁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모기업이 수직기업의 자본에 일부 참여하는 수직준통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의 하청중소기업진흥법은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초로 간접적인 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문화된 외주 수탁기 업이 효율성이 높은 고가의 전용시설을 보유하면서 특정분야에서 전문성을 인 정받아 자본참여를 하고 있는 다수 위탁기업으로부터 발주받을 물량을 집중 생산함으로써 적정규모에서 생산활동을 한다. 전문 수탁기업들은 위탁기업과 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거래를 함으로써 위탁기업의 기술지도와 위험공유, 전문적인 기술노하우의 축적, 기술공동개발, 현장경험의 공유 등이 이루어진 다. 일본의 위탁기업은 주요 부품생산에 관하여 1차 수탁기업과 거래관계를 맺으며, 그 1차 수탁기업은 소부품에 대하여 2차 수탁기업을 형성하는 중층적 인 계열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계열조직을 통해서 일본은 조립산업에서

거래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중간재 거래를 위하여 미국의 경우는 수직통합 이 흔하게 이루어지지만, 일본의 경우 수직통합은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다 만, 일본은 기회주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위탁기업의 수탁기업에 대한 자본 참여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병호(1993)에 의하면 일본의 자동차산업의 경우 토 요다사는 172개 협력기업 중 46.5%에 해당하는 80개 기업이 위탁기업과 자본 적인 결합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자본관계는 인적결 합을 가져오고 또 협조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시킨다. 자본결합은 네트워크형 성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14)

마지막으로 한국기업은 수탁기업에 대한 자본참여를 통해 일본기업처럼 수 직준통합이 되어 있지 않으며, 미국기업처럼 수직통합이 흔히 이용되고 있지 도 않다. 그러나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의 부품거래는 장기․지속적으로 이 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간조직으로서 수․위탁 거래구조는 기회주의를 배제하는 수직통합이나 부분적인 자본참여를 통한 수직준통합을 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여 볼 때 느슨한 형태의 수직적 거래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수직적 부품생산은 일본과 같이 아직 중층적인 구 조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또한 조립대기업은 기술의 복잡성이 큰 부품일수록 자체생산하며 생산설비의 전용성이 강할수록 외부 제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산업 등에서 부품구입 시 입찰경쟁을 통 한 구매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4) Tabeta(1989)는 일본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기업그룹 내의 수직구조를 분석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일본의 기업그룹의 구조는 생산공정 또는 부품을 생산하는 자본재가 완전히 소유되는 통상의 수직통합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또한 외부의 부품공급업 자가 이전 불가능한 노하우나 기술이 존재하는 경우 그것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준지대의 대부분을 포착할 수 있는 통상의 준수직통합과도 다르다. 일본의 기업그룹은 모기업이 그 부품공급업자의 주식을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부품공급업자가 그 매출의 상당부분을 모기업에 의존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일본의 기업그룹의 구조는 외부조직 의 생산을 내부화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수직통합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기회 주의는 그 부품공급업자의 모기업의 주식소유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소유를 증가시킴으로써 자동차제조업자는 부품공급업자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고 결국 이 부품공급업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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