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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행위와 소통

장신구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개념과 가치, 의미가 점차 변화되었 으며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유지되어 왔다. 장신구는 생활에 꼭 필 요한 필수품은 아니지만 신분의 과시, 부의 축적, 주술적이고 제의 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상징적이고 기호적이며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장신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까? 연구자는 장신구와 ‘몸’과의 관계성에 주목하였다. 한국을 포함 한 동양에서 장신구는 ‘몸’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었다. 이는 몸 과 공간 속에 장신구가 중첩된 매개체로 공존하여 공간과 몸을 하 나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구자는 장신 구를 치장의 부속품이 아닌 언어를 대신 전달해 주는 매신저로서 활용하고자 하였다. 나의 장신구는 착용하는 방식과 착용자의 행위, 착용 후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타자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장 신구는 ‘고정된 사물’에서 ‘마임’을 통하여 움직이는 생명력을 얻게 되며 동시에 ‘동작하는 사물’로 변이된다. 장신구가 인체를 통해 에 너지를 얻는 순간 몸과 동일시되며 은유적 언어가 된다.

나는 장신구를 재료나 기법으로 분류하지 않고 몸의 주체적 움직 임이나 혹은 몸을 통한 언어 즉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는 장신구가 주체가 되어 메시지를 표 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장신구가 내재하고 있는 은유

적 상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연구자는 장신구와 ‘몸’의 만남을 시 도하고 유동적인 움직임을 활용하여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Theatrical Jewelry>는 인간의 신체를 무대로, 혹은 장신구가 놓 아진 장소가 바로 무대가 된다. 장신구 자체가 배우가 되어 이야기 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장신구를 착용한 배우가 장신구의 영향을 받아 극의 흐름을 주도하기고 한다. Theater(연극)란. ‘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연극·극장은 그리스어의 어원인 ‘theatron’

즉 ‘지켜보는 장소’란 뜻이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연극은 ‘행동하 는 것’을 보여주는 예술이며 공연(performance)과 공연을 바라보는 ‘관 객’을 전제로 한다. 연극학자 오스카 G. 브로케트(Oscar G. Brockett)는 연극의 기본요소를 대본, 공연 그 자체, 관객으로 정의한다. 즉 공연 이란 말에는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과 그 과정이 모두 포함되는 것 이다.94) 연극은 ‘보여지는 예술’로써 말과 행동을 표현 수단으로 우 리의 삶을 가장 유사하게 반영하고 모방한다. 그것은 현실을 단순히 비추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진실 가운데 선택된 우리의 모 습이며 농축된 삶의 거울인 것이다.95)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점이지만 연극의 목적이란 자연에다 거울을 비추 는 일, 선은 선대로, 악은 악대로 있는 그대로를 비춰내며,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하는데 있지...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햄릿』, 3막 2장96)

이처럼 연극은 예술의 형태로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의미심장한

94) 김동권 외 4명 공저,『연극의 이해』,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2, p.14.

95) 위의 책, p.5.

96) 밀리. S. 배린저, 이재명 역,『연극 이해의 길』, 평민사, 2017, p.25.

것으로 구성된 선택적 삶의 일부분이며 삶의 재발견인 것이다.

Jewelry(장신구)는 몸을 치장하는 도구로, 인류는 금속이나 돌을 자유롭게 가공하기 전부터 씨앗, 곡식, 조가비 등 단순한 모양의 비 드(beads)를 이용해 몸을 장식했다. 사냥꾼들은 동물의 뼈와 이빨로 팬던트나 목걸이를 만들어 장식물로써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이는 아마도 사냥의 성공과 위협에서 몸을 보호해 주길 바라는 기원을 담는 부적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97) 금속기의 시대에 이르 러 장신구는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데 금속세공 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으로 장신구는 부의 상징물이 되었다.

1960년대 이후 장신구는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기존의 상업적 이고 고도의 세공기술로 집약된 금과 고가의 보석 장신구는 알루미 늄, 플라스틱, 종이, 천, 사다리, 나무, 튜브 등 전혀 다른 소재와 형 태로 표현되었으며 장신구의 기존 관념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 게 되었다. 장신구란 무엇인가?, 장신구 영역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가?,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수많은 논의가 생겨났으며 소재 와 기법, 사용 목적에 대한 편견도 점차 극복되었다. 이제 장신구는 장식성을 탈피하여 인체의 부속품이 아닌 조각, 행위예술, 패션 등 의 영역에서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의 역할을 보조해 주는 기능적 사물로 영역을 넓혀나가게 되었다.

이 장에서 언급한 <Theatrical Jewelry>는 연극적 요소와 장신구 와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보여지려는 행위와 착용되는 사물간의 결합은 장신구를 착용한 배 우를 무대라는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장신구를 착용한 배우는 관객 에게 보여지고, 배우의 동작은 장신구의 기능과 형태에 따라 새롭

97) 클레어 필립스, 김숙 역,『장신구의 역사』, 시공사, 1999, p.7.

고, 돌발적인 몸짓으로 표현되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관객은 더더욱 배우에게 집중하게 되고 배우는 목소리가 아닌 몸짓으로 배 우가 원하는 혹은 장신구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관객에게 전달한다. 연구자가 시도한 <Theatrical Jewelry>는 장신구를 통하 여 배우와 관객이 만나게 되고, 장신구를 제작한 공예가와 대중이 소통하게 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나의 장신구는 벽과 벽을 허무 는 중간자이자 매개체로써 차단되고 고립되어 있는 내적 자아를 외 부세계로 인도하고 타자와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가 되었다.

<작품 2-1, 2-2, 2-3, 2-4, 2-5>에서 나는 배우의 연출과 몸짓을 통해 장신구의 메시지를 다각적으로 전달해 보고 싶었다. 이 실험적 연극은 장신구가 극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장신구의 집중 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였다. 특히 배우와 관객의 목소리는 언어적 기능을 함축하고 있는 장신구의 본래 목적을 방해 하는 치명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배우의 몸짓과 관객과의 상호작용 만을 강조하기 위하여 연극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인 ‘마임’을 선택 하게 되었다. 나의 장신구는 조각적이며, 연극의 도구이면서 언어를 표현하는 오브제가 되었다.

나는 마임을 통해 장신구와 몸의 근원적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마임98)은 그리스어의 미모스(mimos)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원래는

‘흉내’를 뜻하는 말로 촌극 등을 의미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대사 없

98) 마임(Mime)이란, 대문자로 된 단어(Mime)로 연기자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이해 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체계적인 신체기술과 심적 태도를 말한다. 소문자 로 된 단어(mime)인 마임은 마임이라는 예술 형태 안에서 연기자를 의미한다.

마임가는 완전한 신체조정과 같은 기술을 개발시켜 무게, 활동, 긴장 등의 환영 을 만들 뿐 만 아니라 선택된 역할의 개성과 성격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능 력을 바탕으로 마임가는 소품이나 무대장치 혹은 대사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방 식의 이야기, 정서,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다. : Cindie and Matthew Straub, 김동 규 역,『판토마임, 이렇게 시작하자』, 예니, 1998, pp.189-190.

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뜻한다. 현대에 이르 러 마임은 희극적 요소가 짙은 노래와 춤, 익살이 가미된 기존의 팬 터마임과는 다른 진지한 예술장르로 체계화되었다.99) 마임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계속되어 왔으며 동물의 흉내를 따라하거 나 종교적 의식의 주술적 행위와 함께 발전하였다. 마임은 인간의 삶 전체에 깊이 있는 표현양식이며, 인간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 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100)

캐서린 소를레이 워커(Kathrine Sorley Walker)는 “마임은 언어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에 의한 몸짓으로 원시적인 생각이나 감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으며 이 몸짓은 동물처럼 무의식적인 행위 였다.”101)고 언급했다. 레이몬드 맨더(Raymond Mander)는 “마임은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에 해당하고 인류 공통의 몸짓 언 어로써 음성언어나 문자언어를 뛰어넘는 폭넓은 의사 전달의 대표 적인 표현수단이다.”102)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임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사상과 감정의 무언의 소통방식이기 때문에 암시적이면서 추 상적인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초기 수렵시대의 무당은 병을 고치는 치료사이면서 예술가였다.

안드레 롬멜은『샤머니즘 : 예술의 출발(1967)』에서 무당은 병을 치 료하는 의사와는 달리 내적인 강박관념의 지배를 받으며 이러한 강 박관념은 춤, 마임, 노래, 주술적 행위를 예술로 표현했다고 서술한 다. 무당은 제사장, 영적 지도자, 의사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항상 몽환적 상태에 있으면서 텔레파시, 투시력, 사라짐, 재생과 같은 신

99) “마임 [mime]” 검색, https://terms.naver.com.

100) 김만중,『움직이는 연기-마임, 상황극, 즉흥연기』, MEDIA, 2003, p.12.

101) 위의 책, p.14.

102) 위의 책, p.14.

비스러운 힘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 개인이나 부족을 그들의 신화나 영적인 힘, 세계관으로 접촉하게 해주는 창조적 치료사였다. 당시 무당은 자신의 연극적인 재능과 연극적 효과들(마임, 가면, 의상, 북 치기)을 이용해 동물보다 우월한 힘을 과시하였으며,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부족들의 맹목적 믿음을 받으며 권위를 누려왔다.103)

이렇듯 초기의 원시연극은 종교적 믿음과 신비한 주술적 행위로 시작되었으며, 연극적 행위는 관객에게 심적 안정과 치료제의 역할 을 하였다. 연구자의 장신구는 원시연극의 주술적 힘과 관객과의 소 통처럼 그들의 심적 고민을 치료해 주는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이 되고자했다. 장신구를 착용자한 배우는 원시연극의 무당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나의 장신구는 배우의 행위를 규정함과 동시에 관 객과의 상호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장신구를 착용한 배우는 지속 적인 몸짓언어를 통해 관객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나는 각각의 장신구마다 목적과 의미를 다르게 설정하여 작업하 였으며 표현방법과 기능 또한 다르게 설정하였다. 하지만 각각의 장 신구를 착용할 때마다 배우는 장신구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장신구를 표현했다. 배우는 돌발적 행위와 얼굴표 정, 몸짓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반응을 유도해 냈다.

이렇듯 <Theatrical Jewelry>는 공예가, 배우의 표현 언어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무대에서는 결국 하나로 통합되며 새롭게 결속한다.

이에 반응하는 관객들 또한 각자 자신들만의 이해방식으로 장신구 를 해석한다. 결국 이 모두는 장신구를 통해 하나가 되며 만남과 화 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정화를 경험하게 된다. 대사(臺詞)가 무대 위에서 배우와 관객을 이어주고 그들을 소통하게 만들어 주듯

103) 밀리. S. 배린저, 이재명 역,『연극 이해의 길』, 평민사, 2017,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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