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 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l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이러한 조건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는 위의 내용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용허락규약(Legal Code)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Disclaimer
저작자표시. 귀하는 원저작자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비영리. 귀하는 이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변경금지. 귀하는 이 저작물을 개작, 변형 또는 가공할 수 없습니다.
미술박사학위논문
억압받는 성(性)의 불안 심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옻칠작품연구
2018년 8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공예전공
윤 상 희
억압받는 성(性)의 불안 심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옻칠작품연구
지도교수 서 도 식
이 논문을 미술박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18년 8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공예전공
윤 상 희
윤상희의 박사학위논문을 인준함 2018년 8월
위 원 장 백 경 찬 (인)
부위원장 민 복 기 (인)
위 원 서 도 식 (인)
위 원 허 보 윤 (인)
위 원 김 홍 대 (인)
국문초록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불편한 현실과 사회 시스템 속 에서 연구자는 끊임없이 자아를 지켜내고 창작하며 세상과 부딪쳐 왔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경험하고 느꼈던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불합리, 그리고 상처받고 고통 받았던 기억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으며, 정신적인 불안과 부정적 정서로부터 자신을 지켜 내고 사회와 소통하는 데에는 실제 공예작업 과정에 몰입한 경험들 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리적 기능의 방어기제에 대한 연구목표는 스스로를 외부의 낯 선 시선들로부터 보호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자아를 지켜내는데 있으며, 여성으로서 겪는 내면적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욕 구를 내포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선 인간이 겪는 불안 심리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 실존철학과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불안의 유형 과 사회적 배경에 대해 조사하였으며, 내 자신의 불안과 강박적 행 위의 정체 파악과 자기 방어기제를 통한 치유방법을 알아보았다. 연 구 과정에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통한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 하고, 내가 어릴 적 겪었던 분리불안과 외로움, 상처의 트라우마를 내면 깊은 곳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창작 과정에서 그동안 스 스로를 고질적으로 괴롭혀 왔던 강박적 불안과 내면적 상처를 완화 시키고 은유적 카타르시스의 수단을 모색할 수 있었다. 드로잉과 반 복되는 옻칠작업 그리고 색채와 패턴에 관한 연구 등으로 전달하고 자 하는 메시지의 표현이 가능하였다.
색채의 상징성을 연구하고 생활에 전통적으로 사용된 색채에 대 한 의미를 파악하면서 주술적 효과나 심리적 치료 가능성에 대해서 도 조사하였다. 본 논문에서 사용한 채색도료는 옻칠이다. 옻칠은 색을 표현하는 도구이기 이전에 옻칠이 가지고 있는 주술적 의미와 시간성, 재료의 특수성에 가치를 두었다. 옻칠은 작업조건과 환경이 잘 맞아야 완성할 수 있기에 끊임없는 재료 탐구와 인내가 필요했 다. 옻칠은 작업자와 교감하고 작품 제작과정의 전반을 통제하기 때 문에 반복과 몰입의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결과적 으로 옻칠의 물성과 작업과정은 본 연구 작품을 수행하는 본질이 되어 은유적 메시지를 구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옻칠에 의한 성형 방법에서는 협저태칠기법과 3D프린터를 주로 활용하였다. 협저태칠기법은 전통옻칠기법 중에서 까다로운 기술로 간주되고 있으며,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여 고급의 일품공예품의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3D프린터는 연구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모양과 크기에 자유롭게 형태를 성형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로서 현대 산업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의 기술을 융합함으로서 옻칠에 의한 새로운 형식의 연구 작품 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옻칠을 소재와 기법으로 선택하여 제작한 연구 작품들은 과장된 형태, 강렬한 색채 대비, 그리고 상징적 문양 구성으로 주제의 전달 을 명확하게 하고자 하였다. 장신구와 기물 그리고 추상적 입체구조 물의 다양한 형식에 표현 메시지를 담으려고 시도하였다.
연구된 작품을 연구자의 심리적 변화와 치유의 발전방향에 따라 서 Ⅳ, Ⅴ, Ⅵ장에, ‘자연을 통한 화해’, ‘Theatrical Jewelry’에 의한 소통’, ‘카타르시스의 공간과 치유’로 각각 나누어 서술하였다. ‘자연
을 통한 화해’에서는 고통과 억압, 병(病)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소녀 와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장신구의 형식으로 드러내려고 하였으며, 특히 식물의 생명력과 리듬감에 주목하였다. ‘Theatrical Jewelry’에 서는 사회 속에서 억압받고 심리적으로 지쳐있는 여성들을 치유의 공간으로 인도(引導)하는 소통의 장신구를 제작하고자 하였다. 장신 구를 착용한 배우는 마임의 형식을 이용해서 몸짓으로 메시지를 전 달하고, 지속적으로 타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 의 공간과 치유’의 장에서는 도피의 공간을 통해 삶의 비밀과 고통 을 작품 속에 담아 소멸시킴으로써 심리적 안식을 느끼게 하고 궁 극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으로 안내하고자 하였다.
공예 창작행위에는 강박적 불안 증세를 완화시키고 마음의 상처 가 정화되는 마치 종교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치료받 고 평안해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면이 내포되어 있다. 옻칠 을 소재로 한 작업을 지속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었 던 시간들이 그동안 내가 경험하였던 불편한 현실에서 벗어난 평온 함의 안식이었다. 연구 결과물들은 사회 속에서 여전히 성 소수자로 서 억압받고 있는 현대여성들의 불안감을 치유하는 수단이 되면서 감상자들을 심리적 안정의 공간으로 견인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 대한다.
주요어 : 억압받는 성(性), 여성, 불안, 치유, 공예, 옻칠, 3D프린팅 학 번 : 2012-30333
목 차
Ⅰ. 서론
···1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1
1-2. 연구의 범위와 방법 ···3
Ⅱ. 여성의 불안 심리와 방어기제
···72-1. 불안 심리의 개념 ···7
2-2. 억압받는 제2의 성(性) ···12
2-2-1. 사회와 여성 ···12
2-2-2. 불안한 자아 ···19
2-3. 방어기제와 카타르시스 ···26
2-3-1. 방어기제의 정의 ···26
2-3-2. 카타르시스의 경험 ···32
Ⅲ. 심리적 방어를 위한 옻칠 색채
···403-1. 색채를 통한 방어 심리 ···40
3-2. 옻칠 색채와 상징 ···49
3-2-1. 적색과 상징 ···54
3-2-2. 흑색과 상징 ···56
3-2-3. 녹색과 상징 ···58
3-2-4. 청색과 상징 ···61
Ⅳ. 자연을 통한 화해
···644-1. 식물과 여성 ···64
4-2. 작품제작 ···74
Ⅴ. Theatrical Jewelry에 의한 소통
···915-1. 행위와 소통 ···91
5-2. 작품제작 ···104
Ⅵ. 카타르시스의 공간과 치유
···1266-1. 여성의 공간 ···126
6-2. 작품제작 ···138
Ⅶ. 결론 ···184
참고문헌 ···186
Abstract ···194
표 목 차
<표 1> 카타르시스를 위한 미적거리와 공예행위 과정 비교 ···39
<표 2> 적색칠(주칠(朱漆)) 작품 분류표 ···55
<표 3> 흑색칠(흑칠(黑漆)) 작품 분류표 ···57
<표 4> 녹색칠(綠色漆) 작품 분류표 ···60
<표 5> 청색칠(靑色漆) 작품 분류표 ···62
<표 6> 3D Printer를 이용한 장신구 제작과정 ···83
<표 7> 3D Printer를 활용한 옻칠 합 제작과정 ···172
그 림 목 차
[그림 1] 신체 방어용 장신구 ···31 [그림 2] 라스코 동굴의 들소사냥벽화 / 전남 함평 초포리에서 출토된
청동방울 ···43 [그림 3] 홍옥과 마노 / 조개껍데기로 만든 장신구 ···43 [그림 4] 곤룡포 /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33호 석남사 산신도 ···45 [그림 5] 석간주색을 칠한 선운사 대웅전 / 마왕퇴 고분에서 출토된 붉은
옷과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도 ···45 [그림 6] 불설팔만대장경목록판 / 안택부 부적 ···47 [그림 7] 조선시대 왕가의 먹과 중국 건륭제의 주묵 / 중국 증나라의
천상의 지도와 고대이집트의 부적 / 건륭제의 인장 ···47 [그림 8] 중국 진(秦)–주칠 된 동물그릇 / 중국 진(秦)-물고기 그릇 ···49 [그림 9] 한국의 홍살문 / 일본 신사 입구에 세워진 도라이(鳥居) ···49 [그림 10] 익산시 미륵사지 석탑 심주에서 발견된 금제
사리봉안기(舍利奉安器) ···51 [그림 11] 조지아 오키프, <검은 붓꽃(Black Iris Ⅲ) 1969>, <붉은 칸나
1924>, <여름날(Summer Days) 1936> ···65 [그림 12] 알폰스 무어, <아르누보 양식 포스터> / 르네 랄리크,
<아르누보 쥬얼리> / <스페인의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물의 내부> ···65 [그림 13] 프리다 칼로, <고통 받는 육신>, <용기> ···68 [그림 14] 프리다 칼로, <페데그랄의 용암지대 위에 누워있는 프리다의
자화상> ···69 [그림 15] 윤상희, <아름다운 족쇄 : 허리 교정기(waist brace) 2014-2017> ·· 70 [그림 16] 윤상희, <검게 피어오르는 웨딩반지 2009> ···70
[그림 17] 윤상희, <나 (自), 2017> ···73
[그림 18] 윤상희, <아름다운 족쇄 제작과정 : 형태성형과 문양디자인> ··· 76
[그림 19] 윤상희, <나의 혈관(血管)> ···84
[그림 20] 윤상희, <그녀의 자궁(子宮)> ···88
[그림 21] 조새미, <토르소-체인 2012>, <멜대 2012> ···98
[그림 22] Pierre Degen, <Personal environment 1982>, <Ladder piece and balloon 1983> ···98
[그림 23] 이민경, <Number one : 최고라는 상징>, <Nice : 찬성, 동의, 만사해결이라는 OK 싸인>, <Promise ; 새끼손가락을 걸어 앞으로의 일을 미리 정하는 약속> ···99
[그림 24] 이불, <Cravings-1989-Outdoor performance>, <Amaryllis 1999> ···103
[그림 25] 이불, <The Divine Shell-1999>, <Cyborg W4-1998> ··· 103
[그림 26] 윤상희, <인간의 거리 2014>, <인간의 성씨 2014> ···103
[그림 27] 윤상희, <나의 족보 2013> ···118
[그림 28] Louise Bourgeois, <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1974> ··· 132
[그림 29] Louise Bourgeois, <Maman> ···132
[그림 30] 쿠사마 야요이, <호박>, <스티커 퍼포먼스> ···135
[그림 31] 쿠사마 야요이, <A Dream>, <Dots Obsession 2013> ··· 135
[그림 32] 쿠사마 야요이, <Manhattan Suicide Addict 2010> ···135
[그림 33] 윤상희, <A red wing 2005~2006>, <초록뿔의 공격 2009> · 136 [그림 34] 비밀 공간 (Secret space) : 몸통과 뚜껑 2단 분리 ···140
[그림 35] 검은 삐에로 (Black Pierrot) : 몸통과 뚜껑 4단 분리 ···140
[그림 36] 악마를 쫓기 위해 대문 앞에 걸어놓은 금(禁)줄 ···152
[그림 37] 죽음의 다이어트 드로잉 / 고난이도 요가자세 ···156
[그림 38] 윤상희, <슈퍼맘 드로잉 2017> ···160
[그림 39] 윤상희, <라이노 3D모델링 30대, 20대, 10대> ···162
[그림 40] 윤상희, <붉은 모유(母乳) 2017> ···166
[그림 41] 윤상희, <붉은 쌍둥이 젖가슴 2017> ···167
[그림 42] 윤상희, <악몽 2017> ···171
[그림 43] 윤상희, <그녀의 잠재의식 2017 -Ⅰ, Ⅱ, Ⅲ, Ⅳ> ···177
[그림 44] 윤상희, <눈물의 날개 2017> ···179
작 품 목 차
[작품 1-1] 봄을 기다리는 마음 (Look forward to Spring) ···77
[작품 1-2] 금단의 붉은 열매 (Forbidden red fruit) ···78
[작품 1-3] 아름다운 족쇄 (Beautiful shackles) ···79
[작품 1-4] 복제 시리즈 (Clone Series Cone brooches) ···85
[작품 1-5] 복제 시리즈 (Clone Series Symmetry brooches) ···86
[작품 1-6] 사이보그 (cyborg bangles Ⅰ, Ⅱ) ···87
[작품 1-7] 복제된 자궁 (Replicated uterus bangle) ···89
[작품 1-8] 복제된 뼈 (Cloned bone bangles Ⅰ, Ⅱ) ···90
[작품 2-1] 인간의 거리 (Noisy distance) ···107
[작품 2-2] 인간의 무게 (Complicated Human weight) ···111
[작품 2-3] 들리지 않는 헤드셋 (Silent headset) ···115
[작품 2-4] 인간의 성씨 (Human relationship family name) ··· 120
[작품 2-5] 체스 반지 (Chess rings) ···124
[작품 3-1] 비밀 공간 (Secret space) ···144
[작품 3-2] 붉은 산 (Red Mountain) ···147
[작품 3-3] 검은 삐에로 (Black Pierrot) ···150
[작품 3-4] 금줄 (Gold Strings) ···153
[작품 3-5] 뚱뚱한 그녀는 죽음의 다이어트 중이다. (Death diet) ··· 157
[작품 3-6] 나는 30대 슈퍼맘 (I am in my 30s Super Mom) ···163
[작품 3-7] 나의 20대 일기 (My diary in my twenties) ···164
[작품 3-8] 나의 10대 사춘기 (My teenage years at puberty) ···165
[작품 3-9] 붉은 젖가슴 (Red breast) ···169
[작품 3-10] 결혼의 악몽 (The bad dream of marriage) ···175
[작품 3-11] 그녀의 잠재의식 (Her subconscious mind) ···178
[작품 3-12] 수리수리 신(神)수리 (Red eagle) ···182
Ⅰ. 서론
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오늘날 현대사회는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사회의 관계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좁히고 있다. 거미줄처럼 뒤얽힌 온라인 의 통신망들은 수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타자를 찾아내며 소통한다. 우리는 많은 타인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타자들로부터 소외된다. 사회 속에서 배척되는 나의 모 습이 두렵고 외로워서 우리는 극한의 상처를 숨기고 스스로를 무의 식의 동굴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알려지기 싫 은 개인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경우 자신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극도의 심리적 불안과 자멸의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Me Too’ 운동은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숨 어있는 자아를 용감히 드러내고 알림으로써 스스로를 혹은 타인을 노출시키고 연대(連帶)한다. 이제는 사회의 관계망을 역이용하여 감 시와 권력에 억압받았던 성(性)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보호하기 시작 한 것이다.
나는 유년시절 겪었던 개인적 가정사의 트라우마를 통해 강박적 신경증과 봉인된 성(性)적 장애를 겪고 있다. 평소 불안한 심리와 대인관계의 불신으로 스스로를 차단하고 공격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때로는 강박적으로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과 비현 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과 강박 적 불안의 병리적 현상은 옻칠 공예작업에 몰입하면서 많이 치유되
고 해소될 수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예술미학에서 인간의 불 안은 예술로 승화하고 창조해 낼 수 있다1)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보았다. 기본적으로 공 예 창작행위는 부의 상징이나 단순한 미적 꾸밈이 아닌 사회적 메 시지로 활용될 수 있으며 불안 심리를 치료하고 현대인의 사회적 공존과 창의적 예술행위로 승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석사과 정에서도 심리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어기제를 연구하였으며, 결국 지금과 같은 주제로 연속해서 연구하는 동인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여성을 의미하는 ‘억압받는 성(性)’의 사회적 불평 등과 불안 심리를 표면적으로 들춰내고 이를 조형적으로 형상화하 여 창작자 혹은 관람자에게 심리적 위로와 치유를 전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예소재나 기법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한 장신구나 입체조형물을 제작하여 감상자들의 개인적 경험을 투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특히 전통 옻칠 의 미적 특질을 잘 살리고 현대적 기술을 접목하여 연구하는 새로 운 조형형식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던 두려움과 고통, 불안을 치 료하고 위로하는 심리적·정신적 해방의 공간을 제공하고 타인 또는 세상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1) 잭 스팩터, 신문수 역,『프로이트 예술미학』, 풀빛, 1998, p.201.
1-2.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논문은 연구자의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이 담고 있는 정서와 미학적 방법론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과 각 작품에 대한 실기, 즉 공예행위를 기반으로 한 기록을 담고 있다. 본론에서 자아와 타자 간의 심리적 마찰과 트라우마를 분석하면서 동시에 작품에 따른 소 재, 주제, 표현방법과 색상의 상징적 의미도 함께 연구하고자 한다.
특히 현대 미술사 속에서 연구자 작품의 위치와 의미를 찾아보고, 동시대의 작품들 사이에서 독자적 요소와 정체성도 규명하고자 한 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2013년부터 제작되어 온 결과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작품들도 논문의 자료로 논의될 수 있 다. 이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들은 소녀로서, 여성으로서, 현대인으 로서 안고 있는 상처와 치유, 자생과 방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가 지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형태, 소재의 변화, 기능의 확장 등을 통해서 변모하고 발전해 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단기간 에 제작한 일부 작업들을 추출하고 분석해서 서술하는 방식이 아닌,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하고 실험한 작업과정을 전체 연구의 범주로 다루고자 한다. 연구자의 작업은 결과물뿐만 아 니라 작업이 진행된 생각의 흐름과 공예행위를 통해 불안한 감정들 을 정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자는 공예행위를 통 하여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 파편화된 상처와 트라우마를 서서히 치유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작품과 작업과정, 물성 의 이해와 소재연구, 작업자의 심리와 철학 등이 모든 연구의 대상
이 된다. 이와 같은 주관성과 객관성이 혼재된 연구는 예술이라는 영역이 객관적인 이론이나 과학적인 접근 이외에 창조와 감상, 심리 적인 표출이라는 주관적 영역을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의 명확한 검증을 위하여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한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하고자 한다. 연구자의 심리상태 즉 강박적 불안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타자관계 속의 불안과 성(性)적 장 애로 인한 거부감, 피해의식으로 발현되는 자기방어기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찰할 것이다. 연구자 개인사적인 접근과 병 리학적 해석을 통해 스스로가 안고 있는 불안상태의 근원 분석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색채의 개념과 역할, 옻칠의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고, 색채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색채를 선택하는 사용자의 심리 변화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하는 색채의 주술 성과 한국인의 정서와의 연관성도 연구한다. 본 연구작품의 주요 소 재인 옻칠에 대한 연구도 빼 놓을 수는 없겠다. 옻칠에 관한 많은 학술적 연구 논문들이 있으므로, 기본적인 기법에 관한 부분은 생략 하면서 다만 전통적인 옻칠의 색채와 질료가 주는 상징적 의미를 좀 더 깊이 고찰하고자 한다. 주칠(朱漆), 흑칠, 녹색칠, 청색칠을 중 심으로 작품을 분류하고, 각 작품마다 의미하는 색채의 상징과 은유 의 키워드를 분석하고자 한다.
세 번째는 앞의 연구를 토대로 연구자의 분리불안과 타자관계의 장애에서 비롯된 자기방어기제의 조형작업들을 통해 연구자의 심리 가 단계적으로 치유되는 방향과 작품의 개념 및 제작방법에 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선행적으로 현대예술사 속에서 살아생전 불안과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이를 극복한 여성 예술가들을 조사하여 환경
적 핍박(逼迫) 속에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예술 창작으로 실천 한 배경과 방법들을 고찰한다. 연구자는 본 논문에서 장신구와 합 (盒)을 제작하면서 작품의 영역과 기능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작업 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적 안정과 평안을 경험하기도 하고, 또는 완성된 작업의 형태와 기능을 통해 정신적 위안과 슬픔을 해 소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와 같은 공예행위 과정은 사물의 소유와 부의 창출이 아닌 정신적 수련과 심리적 해방의 기회를 제공해 주 면서 동시에 제작자 자신의 우울과 상처를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하 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필요가 있다.
작품제작의 개념을 형태, 색채, 패턴의 구성요소와 마임을 비롯한 다양한 연출기법과 설치방법을 활용하여 다중적 의미를 갖게 시도 해 본다. 외부의 부정적 시선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주술적·
심리적 방어기제가 되도록 자연과의 화해를 모색하면서 샤머니즘적 행위들도 수반한다.
작업의 방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연구자의 개인적인 불안을 좀 더 확장시켜 현대를 살 아가는 여성의 모습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꿈틀거리는 종족번식의 강한 욕구, 환상 적으로 아름다운 색채 이면에 숨어있는 식물의 공격성을 방어기제 로 형상화하였다. 연구자는 여성의 장기나 뼈, 신체 일부분, 식물의 뿌리, 열매의 모티브를 활용하여 확대, 반복, 나열하면서 장신구로 제작하였다.
두 번째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장신구에 관한 연구이다. 장신구를 착용한 배우는 몸짓을 통해 주변과 소통하고 반응한다. 이는 공포와 두려움, 소란스러운 타자관계를 해소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일련
의 몸부림이자 관계개선의 의지를 담고 있다. 본 논문의 장신구들은 사이즈가 크고 착용이 매우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착용자는 행동 의 제약을 받기도 하고, 장신구를 통해 일정한 행위를 반복하게 되 면서 언어를 만들어 낸다. 나는 배우를 통해 움직임을 연출하고 장 신구의 의미를 재해석해 봄으로써 연구자의 작업의지와 장신구의 언어적 기능이 얼마나 상통하는지 알아보고자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다.
세 번째는 여성을 위한 혹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을 이용한 ‘합(盒)’시리즈이다. 자연의 이미지와 여성의 신체를 모티브 로 형태를 디자인하였다. ‘합’시리즈 작업은 여성의 모습이면서 연구 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정사로 상처 입은 10대 소녀와 낯선 어른 의 모습을 흉내 내는 불안정한 20대 청춘, 지친 육아와 불행한 결혼 생활로 힘겨워하는 30대 여성, 남성중심의 위계(位階)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40대인 그녀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본 논문에서는 협저태칠기법2)과 3D프린터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 작했다. 대부분의 작업들은 천연재료인 옻칠로 형태를 만들고 색을 표현했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색채는 자연의 본질이자 미적 표현요 소이면서 상징적 언어를 함축하고 있다.
2) 협저태칠기법(夾紵胎漆 = Hyeopjeotae Ottchil technique, 탈태(脫胎)옻칠, 건칠 (乾漆))이란, 점토나 석고, 스티로폼 등으로 원하는 형태를 성형한 후, 완성된 기 물 위에 삼베를 호칠(糊漆)과 토회칠로 여러 번 겹쳐 바르고 옻칠을 하여 형태 를 단단히 굳힌 다음 내부의 성형물을 제거하는 옻칠기(漆器) 제작 기법을 뜻한 다. : 성 용,「목리를 응용한 옻칠함(函)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2012, p.31.
Ⅱ. 여성의 불안 심리와 방어기제
2-1. 불안 심리의 개념
불안은 인간 삶의 일부분이자 세상에 태어나 죽음의 순간까지 우 리와 동반하는 인간 본연의 감정 상태이다. 불안(不安,anxiety)의 어 원은 라틴어 ‘angere’의 의미인 ‘목을 조르다’에서 유래되었다. 불안 은 안심이 되지 않는 심리 상태, 혹은 감정을 뜻하는 말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공포와는 달 리 어떠한 위험이 본인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인지함으로써 생겨나 는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태 어난다는 행위는 불안을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고, 따라서 출생은 불 안의 근원이자 원형3)이라고 언급했다.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는 불안을 자유가 경험하는 현기증4)이라고 표 현했다.
공포가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근육의 긴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준비를 통해 상황을 벗어나려는 기능을 한다면, 불 안은 위협적인 외부적 자극이 없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염려와 긴장 등 불편한 정서적 경험을 겪게 된다.5) 이처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불안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보호해 주지만 반면에 부적응적인 양상으로 작동하는 경우 병적인 불안을 갖게 되 고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불안을 느끼고, 사소
3) 정도언,『프로이드의 의자』, 웅진 지식하우스, 2012, p.87.
4) 위의 책, p.88.
5) 위의 책, pp.87-90.
한 위험 가능성에서도 강한 공포와 위협을 느끼게 된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불안과 공포를 대비되는 양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포는 현실 속에서 구체적이고 지시 가능 한 대상이 있으며, 이는 공동현존재의 존재방식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와 같은 공포의 대상은 곧 위협의 대상이 된다. 위협의 대상이 더 욱 강해지고 우리가 처리할 수 없는 능력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에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공포가 이렇게 위협적이고 두려운 이유는 나의 현존재가 허 약하고 상해 가능한 존재임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본질적으로 지시 가능한 무서운 대상에게 심리적 반사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은 지시 가능한 대상에 의해 촉발되는 감정이 아니며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일상적 자아의 욕망이나 목 표가 무의미해진다. 결국 불안은 공포와 달리 뚜렷한 존재인식이 어 렵고 원인의 방향과 근원 지점을 찾아내기 어렵지만 우리의 근저에 존재하고 있는 모순된 성질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 가 말하는 불안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속한 세계에서 으스스한 느낌 을 받는 것처럼 형이상학적인 무언가가 현재의 존재에게 닥쳐왔을 때 느끼는 감정 상태인 동시에 세상의 무의미함을 인지하는 인간의 근본적 마음상태인 것이다.6) 즉 불안이란, 무언가에 압박을 당하는 상태이며 그것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적 상태가 불안을 생산한 다.
인류의 근본적 감정 상태인 불안은 오랫동안 실존철학의 연구대 상이었으며 정신분석학적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실존철학에서 불안
6) 홍혜옥,「신경증적 이미지로 나타난 불안극복에 관한 연구: 본인 작품의 몸과 투 명성을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pp.10-12.
은 인간존재방식의 불가피한 근원적 정서로 정의한다. 덴마크의 철 학자이자 실존주의 사상의 선구자인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실존의 근본이라 정의하고 인간자신의 선택적 의지를 통해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감정상태가 불안이라고 보았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분석을 통하여 존재의 본래적이고 근원적인 의미를 탐구 하였다. 인간의 삶을 인간의 삶 자체로 이해함으로써 존재의 가능성 에 직면하는 자기 개시가 시작되는데 그 이전에 느끼게 되는 죽음 의 감정을 불안으로 보았다. 장 폴 샤르트르(Jean Paul Sartre)는 실 존이 본질을 앞선다고 보았다. 자유를 통해 인간의 자기 결정성이 주어지는데 자유 앞에서 불확실한 존재를 인지하는 감정을 불안으 로 보았다.
실존주의 철학을 계승한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지그문트 프로이드 는 실존철학에서 정의한 불안의 원인과 대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 명하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불안의 주체를 원초아(id)와 자아 (ego), 초자아(superego)와 자아(ego)의 충돌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험 신호로 정의했다.7)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간이 욕망하는 존 재임을 인식하고 인간의 욕망이 물질로서의 대상 추구가 아닌 욕망 하는 존재인 타자를 욕망함으로써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간은 타자를 통해서 욕망을 실현하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극의 질문에 답하지 못함으로써 주체는 불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8)
다음은 인간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반응하는 기본적인 심리상 태를 불안으로 규명하고 그 원인과 유형을 정신분석이론, 실존철학,
7) 위의 논문, p.9.
8) 홍준기,「불안과 그 대상에 관한 연구 : 프로이트ㆍ라캉 정신분석학과 키에르케고 르의 비교를 중심으로 」,『철학과 현상학 연구』, Vol.17, 한국현상학회, 2001, p.246.
행동 이론, 생물학적 이론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주장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분석 이론 (psychoanalytic theory)에 따르면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본능적 충 동이 활성화되어 의식으로 표출되려는 감정을 자아에게 경고성 신 호체계로 내보내는데 이를 불안의 원인으로 보았다. 불안의 경고를 받으면 자아는 다양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는데 이때 성공적이면 심 리적 안정을 유지하지만 방어에 실패하면 각종 불안장애가 지속적 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실존철학(existential philosophy)에서는 인간존재의 불확실성과 삶 의 유한성 그리고 죽음에 직면하는 실존의 자각이 정서적으로 불안 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특별한 대상과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 하고 만성적으로 느끼는 불안장애를 이해하는 배경이 되었다.
행동이론(behavioral theory)은 특정 환경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주어 진 상황을 관찰하고 모방하여 행동하는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개인의 성격, 심리적 특성도 대인관 계를 통해 학습된다는 인지이론(cognitive thery)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학습이론은 부모가 두려워하는 행동을 모방하여 자식도 같은 상황에서 불안한 반응을 보인다고 보았으며, 인지이론은 자기 패쇄 적 고착화된 비적응적 사고유형 때문에 생기는 심적 고통을 불안의 원인으로 규명한다.
생물학적 이론(biological theory)에서 불안은 기본적으로 불안장애 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뇌구조가 정상인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치료를 통하여 불안을 가라앉히고 치료할 수 있다고 보았다.9)
9) 홍혜옥,「신경증적 이미지로 나타난 불안극복에 관한 연구 : 본인 작품의 몸과
프리츠 리만(Fritz Riemann)은 이와 같은 네 가지 불안의 요인 중 하나로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며 인간의 인성은 ‘우울적 인성’, ‘강박 적 인성’, ‘히스테리적 인성’, ‘정신분열적 인성’으로 나뉘며 이러한 인성 이면에는 특정한 불안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0) 우울증 적 인성은 고립과 안정감의 상실로, 강박신경증적 인성은 불확실함 으로 인해 다가오는 변화에 대한 불안으로, 히스테리적 인성은 자유 의 제한에서 오는 불안으로, 정신분열증적 인성은 자아 상실에서 겪 게 되는 불안으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프리츠 리만은 결국 모든 불 안은 위의 네 가지 양상의 변형이며 이는 개별적으로 체험하는 불 안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각기 상이한 다른 양태를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불안에 쉽게 공감하거나 동조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개인적 성향과 태어난 환경, 유전적 요인에 따라 각각 다른 삶을 살 아온 타자와의 관계에서 우리는 특정한 불안을 키우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정상인도 위험이나 고통이 예기치 않게 닥쳐왔을 때 불안을 느끼며 이를 통해 인생의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함으로써 성장하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보았다.11)
위의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불안은 바라보는 관점과 유형에 따 라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명성을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pp.12-14.
10) 프리츠 리만,『불안의 심리』, 전영애 역, 문예출판사, 2007, p.27.
11) 홍혜옥,「신경증적 이미지로 나타난 불안극복에 관한 연구 : 본인 작품의 몸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pp.12-15.
2-2. 억압받는 제2의 성(性)
2-2-1. 사회와 여성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xx염색체를 가진 인간종의 암컷이고, 남성은 xy의 염색체를 가진 인간종의 수컷이다. 이렇게 성염색체에서 오는 두 가지 갈림길은 한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엄청 난 차이와 차별을 수반한다. 한쪽은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고 낳아야 되지만 한쪽은 그저 자신의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sex) 만 하면 된다. 또한 출산자는 자연스레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게 되 지만 다른 한쪽은 먹을 것을 사냥하고 도구를 만들고 자연을 지배 하는 사회 속 주체로 나아간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생물학적 조건 은 ‘여자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규정을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이 유였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는 것이다”의 명제로 유 명한『제2의 성』의 저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소설가, 철학자, 사르트르의 동반자, 저널리스트, 극작가, 회고록 작 가, 참여지식인, 급진적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호칭으로 전 생애에 거쳐 지칠 줄 모르는 정열적 삶을 살았다. 그녀가 1949년『제2의 성』을 출간할 당시 가부장적인 프랑스 사회에 선전포고와도 같았 으며,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여성의 해방을 목표 로 했던『제2의 성』은 여성을 남성 주체의 타자로서 종속적인 상 황에 놓여있도록 만든 신화, 모성, 사랑, 성차(性差) 등에 대해 허구 성을 파헤치고 양성간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주장함으로써 여성
들의 독자성을 강조했다.12)『제2의 성』에서 여자의 생물학적 조건 은 여자를 이해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남 녀의 상하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인간이라는 개 체는 자연 속에서 수동적으로 사는 것보다, 자기를 의식하고 실현하 는 주체로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자란 도대체 무엇인가? 책 제목에서와 같이 그녀는 이 질문에 여자는 ‘제2의 성’이라고 답한다. ‘제2의 성’이란 무엇일까? 제2의 성 이 있다면, 제1의 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성’이다. 여기서 1 번이 남성이라면 두 번째가 여성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두 번째 에는 수많은 은유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수학적인 의미의 1번 다음 의 2번, 이번이 아닌 다음, 지금이 아닌 나중, 서자, 세컨드, 꼴찌 등 결국 여자는 1번 다음의 성(性)으로 치부된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억압받는 여성을 실존주의에 기대어 여성의 가치를 설명하 고자 했다. 여성이 ‘타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 타자에 의해 자리매 김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여성들에게 가치는 실존자가 존재를 향해 자기를 초월하는 기본적인 투지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여성 또한 자기를 초월하 는 투지를 가져야한다고 촉구한다.
『제2의 성』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언급한 여성의 사회적 가 치는 69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성은 아직도 제2의 성으로 남아 있다. 성폭력방지법이나 차별금지 법이 제정되기도 했지만 현실 구석구석에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 과 강간, 폭력, 추행, 차별이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은 가해자
12) 이정순,「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 작품, 사상의 변증법적 관계」,『지식의 지평』, Vol.4, 대우재단, 2008, pp.241-242.
를 두려워해야하는 피해자로 존재하고 있다.13)
최근 일어나고 있는 ‘Me Too’ 운동14)은 숨어있던 여성들의 수갑 을 벗기고 당당히 그녀들을 무대 위로 향하게 만들었다. 미디어의 발달과 성차별·성희롱에 대한 범세계적인 폭로는 강자인 제1의 성이 약자인 제2의 성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탈피하여 어 두운 곳에서 떨고 있던 약자들을 서로 연대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격성을 갖게 해 주었다.
소녀시절부터 안고 살았던 성인 남성의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이 불안과 공포의 씨앗이 되어 트라우마15)로 남게 되었을 때 연구자는 타자의 시선과 동정이 두려워 더 낮은 곳으로 스스로를 숨겨왔다.
성인이 된 지금도 사회의 권력구조와 강박적으로 주입된 사회가 바 라는 여성성 그리고 모성애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며 홀로 지
13)「제2의 성을 읽고」, 2017.09.27, http://blog.aladin.co.kr/mumuin/9621976.
14) 미투(Me Too)운동은 2017년 10월, 헐리우드의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 저지른 성 추문의 폭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비 와인스틴은 수십 년간 자신 의 지위를 이용해, 주로 자신의 요구를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여배우들을 대상 으로 자신의 추악한 성욕을 채워왔다. 여배우 애술리 저드(Ashley Judd)의 공 개적 폭로를 시작으로 과거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유명 여배우들 이 자신의 SNS에 직접 그녀들의 고통을 알리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지금은 하 비 와인스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유력 인사들의 과거의 성추행이나 성 폭력 등이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통해 ‘직접’ 밝혀지고 있다. 미투 운 동은 나이, 성별, 국가 등의 구분 없이 범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음지에서 양지로: 미투운동의 물결」, 정신의학신 문, 2018.02.26, http://www.psychiatricnews.net.
15) 트라우마는 병리학적으로는 외상(外傷),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영구적인 정 신장애), ‘충격’ 등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충격을 경험하는데, 신체적인 폭행, 성폭력, 재난과 같은 특별한 사건들 외에도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사소한 경험들도 충분히 트라우마로 발생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주로 동반하며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기억되는데, 당시와 비슷한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경우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때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욕구를 표출하는 동작을 취하거나, 이로 인해 생성된 감정의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재연하는 현상 을 의미한다. : 피터 A. 레빈, 권수영, 양희아 역,『내 안의 트라우마 치유하기』, 소울메이트 2016, pp.14-16.
쳐가고 있다. 성(性)적으로 추행하고 폭행을 했을 때만이 여성을 짓 밟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그녀들의 버거운 삶이 위로받지 못 하고 인정받지 못한 채 여성의 노동과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무시당 할 때에도 제2의 성들은 또 다시 공격받는다. 남성 우월주의와 위계 질서 속에서 여성이 권력에 지배당하고 버려질 때, 순수한 사랑과 결혼 서약으로 족쇄에 묶여 여성의 삶이 짓밟힐 때에도 제2의 성은 여전히 고통받는다. 여성이 속한 사회 속 작은 단위체인 가정은 사 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곁에서 큰 힘이 되어 주고 위로가 되며 제일 많은 시간과 생활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혼이나 가정폭력 등 가정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 히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여성의 안전과 권리에 대한 침해 일 뿐 아니라 자녀들의 생존과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정폭력이나 위기에 노출된 여성들은 신체적 상처와 더불어 불안 과 대인관계 장애, 우울증상을 나타내며, 그들 중 폭력에 노출되거 나 가정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아동들은 성인기와 결혼생활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정에서의 물리적, 정신적 폭력은 자녀의 공격적 행동과 상호작용하며, 나아가 폭력과 불안이 세대 간으로 이 어질 수 있다. 가정폭력의 피해여성들은 정서적인 면에서 불안과 우 울, 낮은 자존감을 보이며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 다.
또한 자기비난과 자책감, 부끄러움 등 자신에 대해 적대적이고 비 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그 들의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내적으로 쌓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분노 및 공격성을 드러내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 는다.16) 이렇게 만들어진 분노의 양상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보다 는 사회문화적 규범과 성역할의 고착화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가정의 영역을 벗어난 사회 속에서도 여성들은 다양한 위험과 폭 력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시화하고 이에 저항하며 성폭력반대운동이 시작된 시기는 1980년대로, 성폭력 이 사회적인 문제로 호명되면서 강간, 구타, 매춘, 인신매매 등을 여 성에 대한 범죄로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가부장적 권력구조나 조직 사회 내에서 성차별, 임금차별, 직위 강등 등을 통해 여성들은 불평 등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심리적 위축과 자신감의 결여, 대인 관계의 불안을 겪게 된다.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1980년대 초반부터 북미의 여성 단체 및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여성주의 자기방어(self defense)훈련’
을 실시하였다. 이는 어떤 종류의 외부자극을 ‘나’ 혹은 여성에 대한 위협이나 공격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서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실 제적인 언어와 비언어적인 몸의 반격을 함양하는 훈련을 뜻한다. 정 조(貞操)를 보호하기 위한 호신술의 목적과는 달리 여성주의 자기방 어훈련은 몸의 통합성과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한 훈련으로 누구보 다 강한 몸을 만들어 상대를 이기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위 험한 순간에 직면했을 때 상황파악과 협상의 기술로 그에 적절한 선택을 하는 훈련과정이다.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은 여성에게 삶의 통제권을 직접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자아 찾기가 주된 목적인 것이
16) 강미자,「미술치료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우울, 불안 및 공격성 감소에 미치는 영향」, 대전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9, pp.1-2.
다.17)
여성이 사회 속에서 공격적이고 외적 위협을 통해 그녀들을 보호 하고 방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 스스로를 연약하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 가장(假裝)해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식도 있 다. 1929년 조안 리비에르(Joan Riviere)가 정신분석학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analysis)에 실은 ‘가면’으로서의 여성성(Womanliness as Masquerade)은 ‘마스커레이드’라는 용어를 정신분석학의 주요 개 념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마스커레이드는 가장무도회, 가식, 가장 을 뜻하는 말로, 남성성을 소망하는 여성들 하지만 남성으로부터 위 협을 받아 공포와 보복을 회피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방어책으로 가 면을 쓴 사람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아버지로부터 남성성을 강탈했다고 믿는 지적인 여성들 즉 자신이 남성성을 발휘할 경우 아버지가 위해를 가하고 보복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스스로를 여성스 러움이라는 가면으로 위장(僞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인 여성 들은 자신의 남성성이 발휘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성임을 강조 하는 의상, 여성스러운 행동, 음성, 말투 등을 동원하여, 남자 동료들 에게 더욱더 여성으로 보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는 순진한 척, 죄 없는 척 하려는 일종의 여성들만의 방어 행위로 남자들로부터 보복 당하는 위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여성스러움으로 가장하는 일 종의 방어책인 것이다.18)
한국의 현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낮은 임금, 더 나쁜 일자리,
17) 이현정,「여성의 몸을 둘러싼 의미와 실천에 관한 연구 : ‘여성주의 자기방어훈 련’ 경험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pp.10-14.
18) Seon-ji Park, Eun-Hyuk Yim, “Types of fashion photography investigated through sexual masquerade”, The Research Journal of the Costume Culture, Vol.23 No.1, The Costume Culture Association, 2015, pp.1-10.
높은 성범죄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 불안에 시달린다. 비정규직 여 성 노동자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에 비해 연령대별 비중이 월등히 높고, 경제활동을 원하는 여성들은 육아에 대한 부담과 사회적 편견 및 관행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 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편견인 여성, 엄마의 역할로 관행되는 육아 때문에 오는 경 력 단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끊임없는 불안을 재생산 한다. 또한 사회안전망 속에서도 성폭력피해와 폭행, 범죄발생, 신종 질병, 정보노출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성들의 불안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부부관계에서도 상대 배우자에 대한 여성의 만족도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일상생활 속 스트레 스를 받아들이는 정도 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높이 나타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적지 않은 여성들이 여전히 임금차별과 조혼, 일부다처제, 여성할례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보 호를 받지 못한 채 국가의 묵인 아래 공포와 불안에 노출되어 있 다.19)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신장되고 개선되었 다고는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으며, 끊임없는 불안은 정신 적 우울과 공격성, 방어본능으로 표출된다.
19) 김양균,「갈 길 먼 여권신장... 한국여성은 불안하다」, 쿠키뉴스, 2018.07.13, http://www.kukinews.com.
2-2-2. 불안한 자아
불안은 우리의 삶 속에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하나의 불안이 해소되면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 우리의 곁에 머무르며 일 생을 함께한다. 인류는 불안을 줄이고, 해소하며 극복하기 위해 다 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왔다. 주술로, 종교를 향한 믿음으로, 논리를 바탕으로 한 학문으로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불안은 계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가정폭력과 부모로부터의 학대, 공격성 및 대인관계의 불안은 특 히 더 강한 불안감으로 작용하며 두려움과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복잡함과 다양성에 노출된 개인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과도한 업무와 일에 시달리 게 되는데 이를 통해 분노의 역기능적인 측면에 직면하게 된다. 현 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역시 남성들과 같은 사회적 책무에 놓이게 되고 사회와 가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개인의 분노 가 행동적, 신체적, 정신적 병리와 연결되어 극도의 불안을 경험하 게 된다.20)
오늘날의 현대사회는 실존적 좌절의 공허와 위험사회, 평온의 결 핍으로 인해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실존적 좌절의 공허는 현대사회 의 시대적 심리상황 중 하나인 권태와 무력감, 우울증을 동반한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에 따르면 인간은 생명을 둘러싼 본능적 인 안정감의 상실과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던 전통의 상실로 인해 실존적 공허를 경험하게 되는데 본능적 안정감과 전통을 상실
20) 강미자,「미술치료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우울, 불안 및 공격성 감소에 미치는 영향」, 대전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pp. 10-11.
한 인간은 결국 존재 의미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 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존재의미는 각기 개별적이고 유일한 것이 기 때문에 그 사람만이 실현시킬 수 있으며 반드시 스스로가 실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존적 좌절에서 오는 고통은 신경질환이라 기보다는 인간의 고행과도 같으며, 실존적 좌절이 주는 내면의 긴장 은 정신건강에 필수적인 것이다. 인간이 성취한 것들과 성취해야할 것들의 간극에서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통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긴장 없이 유지되는 항상성은 정신건강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이며 정신적인 역동성이 실현되어야만 인간 존재의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고 보았다.21)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과학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는 새로 운 형태의 위험을 만들었다. 근대의 경제적 풍요를 동반한 위험은 대형 사건과 사고를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울리히 벡(Ulrich Beck) 은 이러한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한다. 슬라보에 지젝(Slavoj Zizek)은 위험사회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처한 위협상황이 모름 을 통해 궁극의 불안을 생산한다고 말한다. 오존층의 구멍, 지구 온 난화, 유전변이, 핵 에너지의 공포 등이 대표적인 위험사회의 사례 들이다. 이와 같은 위험들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 니라 전문가들에 의해 개념화된 위험들이다. 위험의 확실성을 인지 하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척도를 알 수는 없다. 이처럼 위험사회의 주체인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하는 강박적인 자유를 강요받게 되며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을 야기한다.
21) 홍혜옥,「신경증적 이미지로 나타난 불안극복에 관한 연구 : 본인 작품의 몸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p.18.
슬라보에 지젝은 자유 선택에 좌절감을 안기는 요소들을 ‘초자아의 불안‘이라고 언급한다.22)
롤로 메이(Rollo May)에 따르면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공허감, 고 독감, 불안으로 특징짓고 이는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을 상쇄시킨다고 보았다. 고독에 대한 두려움은 홀로 남게 된다는 불안을 생산하며 자신의 삶의 좌표를 잃게 된다는 두려움을 만든다.
문명의 급격한 변화와 세계의 경제, 정치, 환경적 위협은 우리의 삶 을 혼란에 빠뜨렸다. 현대인은 분주함, 자아몰입, 무정신성, 자아정체 성의 문제로 소통의 부재를 통해 고통을 느끼며 이는 실존적 의지 의 상실로 이어진다. 과잉활동에 의한 닦달과 성과사회, 피로사회로 인한 경계선에서 현대인은 진정한 자아 성찰을 위한 명상의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한다. 현대인은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능력과 소유물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스스 로를 표현하거나 불만과 분노의 감정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자아 존 중감의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현실 속 세속적 가치에 안주 하지만 진정한 자아와 괴리되면서 내적갈등이 심화되고 결국에 이 는 불안의 신경증을 만들어낸다.23) 이전의 문화사에서 인지하지 못 했던 오늘날의 새로운 형태의 불안은 이처럼 우리들 곁에 존재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강압적인 내적 힘을 가리켜 ‘강박’이라고 정 의했다. 강박증은 신경증의 일종으로 심리적 갈등으로 인한 강박관 념, 원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강박, 이런 생각에 반 대하는 심리적 갈등과 투쟁, 주술적 행위 등으로 나타난다. 강박사 고와 행동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완벽함을 추
22) 위의 논문, pp.19-20.
23) 위의 논문, pp.22-24.
구하는 결과의 집착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강박관념, 방어 작용, 일정한 행위 또는 반복 기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때 주체 는 불안감으로 괴로워하게 되며 이를 ‘강박증’이라고 부른다.24)
나25)의 강박적 불안 증세는 평범한 일상적 요소를 반복적으로 행 동하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이나 심상에 집착하며 이를 지속적 으로 고민하는 성향을 띤다. 어릴 적 경험했던 가족의 붕괴와 학대, 어머니의 신경증과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분리불안은 연구자 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자아의 폐쇄적 성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위해 뾰족한 물체나 이미지를 지속적 으로 떠올리고 이를 만짐으로써 느끼는 안도감과 평안함은 연구자 의 상처와 고통을 위로해 주는 강박적 행동으로 나타났다.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현실을 탈피하고 싶어 동굴 속으로 숨어버린 자아를 현실세계로 노출시키고 사회 속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소통이 가능한 인간상을 꿈꾼다. ‘나는 문제없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여기에 없다’, ‘이건 꿈이다’라는 현실도피적인 망상적 자기 체면을 통해 지나치게 자기화되어 버린 이기심으로 스 스로를 방어하려는 모습을 ‘강박적 자기애’라고 판단했다.
한병철은 나르시시즘의 본질을 자아의 계속성, 자아의 운동성이 완결될 수 없다고 보고, 나르시시즘적 장애를 겪는 사람은 자기 자 신 속으로 끊임없이 침체되고 이로 인해 타자관계가 소실되어 안정 된 자아의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26) 자기애(自己愛)는 정신분석학에서 나르시시즘(Narcissism)27)으로 표현한다. 프로이드
24) 조유나,「강박증의 형상화에 대한 작품 연구 : 연구자 작품을 중심으로」, 전남 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7, p.3.
25) 이 논문에서 ‘연구자’는 논문의 서술자를 지칭한다. ‘나’는 작품의 작가를 뜻하 며, ‘소녀’는 필자의 과거를 의미한다.
26) 한병철, 김태환 역,『피로사회』, 문학과 지성사, 2012, pp.87-88.
는 나르시시즘을 지나치게 자신을 강조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종의 인격장애로 보았다. 자기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결국은 타인과 원만 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기 때 문이다.
리처드 세네트(Richard Sennett)는 나르시시즘적 장애와 타자관계 의 결핍이 스스로를 보상하거나 인정하는데 있어 위기의 요인으로 보았다. 성격장애로서의 나르시시즘은 뚜렷한 자기애를 대립의 구도 로 만들며 자아에게 고통을 준다고 언급한다.28)
소녀의 가족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가족구조를 형성하고 있었으 며 아버지와 어머니, 두 자녀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녀는 장녀이며 여동생이 있었고 주된 생활의 양육자는 어머니였다. 두 딸은 아버지 와 친밀한 교류와 감정의 교환이 거의 없었으며, 또한 자식을 교육 하고 양육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아버지에게 없었다. 어머니는 가 문의 장손과 결혼했다는 압박감에 첫 번째 자식이 아들이기를 바랬 으나, 그렇지 못해 많은 서러움을 겪었으며 둘째 또한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상실감으로 남편과의 관계는 계속 멀어져 갔다. 아버지는 술과 도박을 좋아했고 장손으로서 물려받은 집안의 재산과 어머니 가 모아놓은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모두 탕진하며 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써 부부 간의 관계에서 남편으로서의 자리와 존경심을 점차
27) 나르시시즘이란, 프로이드가 그리스 신화인 나르시스의 이야기에서 따온 학술용 어로 나르시스는 우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스스로 반해서 사랑을 느낀다는 의미 를 갖고 있다. 나르시시즘 환자는 자기 신체를 사랑한 나머지 온종일 자신의 두 통, 가슴 뛰는 일, 소화가 되어가는 일, 허리가 간질간질한 일, 다리가 와락와락하 다는 통증 등을 호소하며 심지어는 간(肝)이 간지럽다고도 주장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못 받은 것 때문에 스스로를 병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증상을 보인다. : 캘빈 S. 홀, 백상창 역, 『프로이드 심리학』, 문예출판사, 2000, pp.137-138.
28) 한병철, 김태환 역,『피로사회』, 문학과 지성사, 2012, p.87.
잃게 만들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의 실망감과 허탈감을 자식 에 대한 지나친 애정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가족구성원에서 아버 지의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증오와 갈등으로 관계에 금이 가기 시 작하면서 아버지는 자식을 원망하기 시작하였으며 급기야는 폭력과 폭행으로 어머니와 두 자녀를 학대하게 되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스스로 갖게 된 어머니와 동생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은 일반 또래들이 겪었던 고민과 반항과는 차원이 달랐으며, 당시 소녀가 겪었던 무한한 공포는 외부적 고통을 내적으로 숨기고 고스란히 무의식 속에 저장되었다. 폭력적이고 비 이성적인 성인 남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가족을 지켜야 한 다는 강박의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으며 지 금도 의식이 통제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불안정한 신경질과 공격 성을 자주 드러내곤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후에도 아버지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는 공포심과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보내게 되었다. 어머니의 재혼과 새로 운 아버지와의 만남은, 청소년기의 소녀에게 성씨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과 외부에 숨기고 싶은 가정사가 되어 대인관계의 단절을 가져 왔다. 계속되는 거짓 행위와 표정 속에 자아를 가둔 채 지극히 정상 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가족을 지켜내고 자아를 포장해야 했던 소녀는 이중적이고 위장된 모습으로 지나친 자기애를 형성하게 되 었다.
어머니의 두 번째 이혼은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불신과 가족구성원 간의 불안정성, 타자로 인한 강제 이별과 단절을 경험하 게 만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성인 남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병적인
의심과 분리불안이라는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강박적 신경질로 예민해진 소녀는 늘 외롭고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형성된 성인 남성 에 대한 거부감과 실망감은 이성을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각과 상대 를 의심하고 공격하는 성향으로 발전하였다.
연구자의 이러한 강박적 분리불안과 타자관계의 결핍은 무의식 속에 트라우마로 숨겨져 있으며 제어가 불가능한 의식의 틈을 뚫고 나와 매 순간 고통의 감정을 혼돈에 빠뜨린다. “강박증은 자신의 내 면에 트라우마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원인을 찾아서 치유할 수 있 다”29)고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주장했듯이 본 논문의 작품제작과 공 예작업을 통하여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창작함으로써 불안의 극 복을 시도하였다.
29) 임정아,「정신분석학적 트라우마를 통한 표현 연구: 본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p.3.
2-3. 방어기제와 카타르시스
2-3-1. 방어기제의 정의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르면 불안이나 공포는 성적 출구를 찾지 못한 리비도가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현 상이라고 보았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분리불안에서 불안의 원인을 찾고자 했으며 이러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보았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30)’는 자아의 평정심과 회복, 안 전한 심리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응행위를 말한다. 해리 스택 설리반(Harry Stack Sullivan)은 불안 을 상대방 혹은 주변 환경에 의해 자존심과 자기 존중이 위협받았 을 때 발생한다고 언급했다.31)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예술작품을 작가의 무의식적 욕망이나 꿈, 좌절로 인해 발전된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예술작품은 종이나 다 양한 재료 혹은 매체를 통해 상상력, 유희, 공격성 등으로 표현되고, 최종적으로 예술작품이 결실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러한 행위들은 결국 무의식적 욕망을 현실화 해주는 토대가 된다고 보았다.32)
30)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에 놓이거나 욕구불만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행위를 말한다. 방어기제는 불안, 수치심, 죄책감을 일으키는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올라오는 충동을 소멸시키거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시킨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제시했던 방어 기제의 개념은 그의 딸이자 정신분석가였던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가 아버 지의 뒤를 이어 방어기제의 개념을 더 크게 확장시켰다. : 정도언,『프로이드의 의 자』. 웅진 지식하우스, 2012, pp.51-53.
31) 박용천,「정신분석적 관점에서의 불안」,『대한불안의학회지』, Vol.1 No.1, 대 한불안의학회 춘계학술대회, 2005, p.16.
32) 김영진,「프로이드와 예술심리치료」,『한국예술심리치료학회』, Vol.2012 No.1, 한국예술심리치료학회, 2012, p.2.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학자이자 정신 분석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무의식’의 정신 적 영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접근한 무의식 의 세계는 창작행위와 예술결과물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 을 한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의식’의 영 역보다 억압되고 숨겨져 있는 ‘무의식’의 영역을 강조한다.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과 현실에서의 마찰을 통해 불안을 느끼고 갈등하는 인간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접근하였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의식 (consciousness)영역을 개인의 지각, 의지, 사고, 행동 등으로 분류한 반면에 무의식(unconsciousness)은 정신의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