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사회 속 약자들, 억압받고 있는 제2 의 성(性)은 나와 동일시된 표상이자 위계구조 속 피해자들이다. 나 는 사회 제도와 외부의 규제보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억압과 자라 온 성장과정, 심리적 트라우마가 강박적 불안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지속적인 창작활동으로 치료하고 해소해 왔다. 특히 옻칠 작업에 입문하면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경험은 외 부의 부정적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은유적 형태 연구 를 나의 창작행위의 본질로 자리 잡게 만들어 주었다.
내 자신의 숨겨진 이야기를 은유적 사물과 색채로 풀어나가는 과 정은 진정한 나의 실존방식이었으며, 방어기제로 발현된 처절한 몸 부림이었다. 결국 사회 혹은 타자와의 소통을 도모하면서 자아를 찾 으려는 의도가 장신구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오브제들로 표현된 것이다. 특히 장신구를 정지된 사물의 영역에서 벗어나 소통의 도구 이자 상징적 언어를 담고 있는 움직이는 사물로 이해하고 마임을 이용한 배우의 행위를 통해 타자와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공예가들 의 일반적 창작 태도와는 다른 행위로서 토마스 쉐프의 연극심리치 료 이론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으로서 식물을 바라보고 여성의 신체와 연결하는 등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해 온 주술적 행위들의 본질을 바탕으로 오브제를 제작하고 최종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태도도 작품 의 결과를 독특하게 이끌어 주었다.
한편, 전통옻칠기법과 재료에 대한 실험 그리고 3D 프린팅기법의
활용 등이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 으며, 결과적으로 연구주제에 걸맞는 독특한 형식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칠(漆)의 끊임없는 재생능력과 반복성, 강력한 차단기 능이 유약하고 힘겨워 하는 자아를 보호해 주는 심리적 기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3D프린팅으로 출력한 사물의 외형을 몰드로 활용하여 협저태칠기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 한 연구에는 자유로운 형태의 제작과 복제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관 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년시절 경험했던 아버지와의 이별, 딸로 태어나 환영받지 못했 던 가족 안에서의 자괴감, 그리고 어머니의 강인한 모성애 등에 대 한 기억들과의 화해에 대한 시도가 이 연구 작품들의 미적 특질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불안의 감정은 작품제작에 몰입할 때마다 카타르시스, 해방, 화해, 치유 등의 언어로 정화되어 나갔다. 이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경험한 내부적 상처와 슬픔을 작품에 기록하면서 치유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큰 소득이 었다.
마지막으로, 현대 미술사에서 여성의 삶을 어렵게 하는 억압적 요 소들을 제거하고 평온한 공간으로 안내할 수 있는 치유의 방어기제 들이 다양하고 특유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옻칠기법과 소재로 만들어내는 이러한 형 식이 예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비평의 언어들이 만들어 지는 기회가 빈번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단행본
김동권 외 4명 공저,『연극의 이해』,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2.
김만중,『움직이는 연기-마임, 상황극, 즉흥연기』, MEDIA, 2003.
김선현,『색채심리학』, 이담, 2013.
김영자,『한국의 벽사부적』, 대원사, 2008.
김융희,『빨강』, 시공사, 2005.
로버트 랜디, 이효원 역,『악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연극치료』, 울력, 2002.
마광수,『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철학과 현실사, 1999.
미셀푸코, 오생근 역,『감시와 처벌』, 나남, 2016.
밀리. S. 배린저, 이재명 역,『연극 이해의 길』, 평민사, 2017.
성기혁,『색의 인문학』, 교학사, 2016.
쇠렌 키에르케고르, 임춘갑 역,『불안의 개념』, 치우, 2011.
신원선,『사이코드라마 음양 카타르시스』, 푸른사상, 2004.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역,『불안』, 은행나무, 2011.
안종주,『위험증폭사회』, 궁리, 2012.
안진옥 역,『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 내영혼의 일기』, Book, 2016.
야마오 산세이, 김경인 역,『애니미즘이라는 희망』, 달팽이, 2012.
우정아,『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Humanist, 2015.
윤열수,『산신도』, 대원사, 1998.
앤서니 스토, 배경진, 정연식 역,『[예술창조와 현대심리학(2)] 창조성과 강 박증』, 현대미학사, 2013.
이경재,『프로이드와 종교를 말한다.』, 집문당, 2007.
이재만,『한국의 색』, 일진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