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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옥 원장의 노동운동과 교육철학

이선옥 원장의 삶은 노동교육 그 자체이다. 그녀의 사회운동 경력 은 대학 입학 후 20세 때 참여했던 야학활동에서부터 시작한다. 단 순히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던 야학 활동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싹트게 하였다. 야학교사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교회를 다니면서

파이프 오르간을 전공하고 있었고, 본인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안 정감과 평화로움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야학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과 현실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본인이 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 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안겨 주었다.

80년대 초반 이선옥 원장이 활동하던 야학은 주변 공장에 다니던 젊은 노동자들의 공부방이었다. 초기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한 곳이었지만, 이후 점차 생활야학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생활야학이 란 검정고시에 초점을 맞춘 교육보다는 기본 교과와 노동자들의 삶 을 밀접하게 연관시킨 학습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당시 대대적인 야학탄압의 분위기 속에서 이 학교는 문을 닫게 되었고, 별도의 뜻 이 맞는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노동야학을 새롭게 열게 된다. 노동 야학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근현대사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선옥 역시 노동현장투쟁에 뜻을 두고 미싱 공장에 입사하 게 된다.

공장 생활은 1982년도부터 시작하여 여러 공장을 옮겨 재직하면서 해고되기까지 약 5년간 지속되었다. 공장 재직시절에는 직접적으로 노동조합 조직 활동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노동조합이라는 존재 자 체가 생소했고, 노조 결성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시기였기 때문이 다. 공장 생활을 하는 동안 학생운동 출신의 노동자들이 조직한 소 모임들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선옥 역시 이러한 학습 소 모임에 참여하였다. 1986년부터 87년까지는 공장을 나와 비공개적 인 사회 운동을 하다가 1988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약 15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 원장은 본격적으로 노동교 육과 관련된 전문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전국에 노동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상담소들이 전국적 으로 생겨났다. ‘한국노동교육협회’는 당시 한국노총에서 해고되었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던 곳으로 노동조합운동과 관련된 경험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었다. ‘한국노동교육협회’에서는 노동 상 담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열고,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 동을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당시 ‘한국노동교육 협회’는 민주노조 운동을 다각도에서 지원하며 그 구심체 역할을 하 였고,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을 발족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한국노동교육협회’는 87년 이후 ‘한국노 동사회연구소’로 전환을 하게 된다.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생기면 서 각 노동조합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교육역량이 늘어나게 되었고, 기존에 해 오던 교육만으로는 노동운동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으로 민주노조 운동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유 지되기 위한 정책적 대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이선옥 원장은 노조교육 관련 상담, 노조 교육 기획과 진행, 연구 사업을 주로 수행했다. 그 중에서 본인을 가장 성장시킨 시기로 조합원 대상 교육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던 때를 꼽았다. 조합원 교육은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이 노조 활동에 대한 진솔한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은 활동가들의 사업장에서 노조 조직 상담을 하고 투쟁 과정의 경험을 밀접하게 공유하고 논의하면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노조 운동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내부적인 관점과 외부자적 인 시각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고, 교육 기획의 역량 등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원장이 보기에 1980년대 후반의 노동교육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는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소그룹 학습모임을 통해 비판적 역사교육과 사회변혁적 학습이 주류를 이

루었다. 당시의 학습자들 간 관계는 그물망 형태로 매우 비공식적인 형태를 띠었고, 소모임의 학습자들은 각자의 공장과 회사에서 개인 이 가질만한 요구들을 만들어내고, 작은 투쟁을 진행하였다. 1987 년 이후 노동조합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내 는 영역의 교육, 조합이라는 단체가 유지되기 위한 교육, 조합원 대 중들을 위한 교육, 간부 발굴과 양성을 위한 교육 등 노동조합 중심 의 실무적인 교육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 생기는 노동조합들과 노 동조합 유지를 위한 이러한 교육들은 당시에 매우 절실한 것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원장의 관심은 다변화되기 시작하였 다. 교육 기획과 진행 등과 함께 새롭게 연구 사업에도 전념하게 되 었으며 교수방법론으로 시작한 교육 연구는 점차 교육체계와 시스 템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때 노동조합 조직 개발을 비롯한 장 기적인 주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끝내지 못한 학업을 마치고자 사이버대학의 평생교육전공에 편입하여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학업은 민주노총으 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계속되었다. 이 기회를 활용하여 노동영역뿐 만 아니라 예술이나 인문학 영역 등 다양한 영역을 섭렵할 수 있었 고,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단지 투쟁적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없 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이버대학에서의 이러한 학습경험 은 이후 민주노총교육원사업에 노동운동 이외의 교육적 요소를 접 목시키는데 있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 되 었다.

2005년 민주노총 교육선전실 교육국장을 맡게 되었다. 교육국장으 로서 재직 초기부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노동교육 영역의 구분짓기였다. 교육선전실 안에 혼재되어 있던 선전과 교육의 영역 을 각각 투쟁·방침교육 영역과 교육훈련영역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 영역에 대한 구분은 이선옥 원장이 구체적으로 제기하

기 시작한 것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참여했던 연구들에 기반하고 있었다. 당시 ‘방침교육 모형’, ‘훈 련교육 모형’들을 보면서 두 영역의 구분이 확실해져야 조직의 투쟁 요구에만 따르는 교육 사업들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이다. 이선옥 원장의 이러한 생각은 선전, 선동 관련 교육만을 교육 으로 생각하던 틀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교육원 설립 이후 교육사업 상의 명칭의 구분은 ‘방침교육’과 ‘교 육원 교육사업’의 형태로 구분을 하였다. 방침교육은 노동문제에 대 한 조합의 방침 선전을 아우르는 것이었고, 교육원 사업은 보다 장 기적 비전을 포함한 교육활동에 대한 것이었는데, 특히 2005년 작성 된 ‘민주노총교육원 건립을 위한 기초연구’에 의거하여 기본적인 원 칙과 지향점, 체계 등이 조직되었다. 이러한 구분의 이면에는 그의 독특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것은 결국 노동자들에게

‘노동운동과 삶의 괴리’라는 지점을 어떻게 통합해 낼 수 있는가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선옥 : 그러니까… 살아가는 거… 살아가는 거. 이 과정이어야 되는데, 이게 운동을 한다는 게… 살아가는 거 속에 이렇게 가는거 여야 하는데, 살아가는 거는 따로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뭐… 개 인의 자기 조건이나 이런 건 따로 있고, 회의 때는 그… 인제 닥쳐 진 문제… 이렇게만 접근을 했을 때, 어떤 방침이나 결정이 되더라 도 실행력이나 이런 것에서 굉장히 뒤떨어지고, 사람들이 다 도구 화되잖아 (인터뷰, 2014. 5. 22.).

노동운동이 개인의 삶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 이 개인의 삶과 융합되지 못하는 이중적인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다. 이 원장은 이러한 괴리를 교육적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 는다. 한 노동자의 삶이라는 것이 노동운동에 의해 도구화되는 삶이

아니라 학습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그것을 노동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이후 논의하게 되는 ‘민주노총교육원’ 및 그 핵심 프로그램인 ‘민주노총 지도자과정’은 이선옥 원장의 이러한 교육적 고민의 중간 산물이라 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