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독일의 경우
(1) 독일 사채법의 변천
독일에서 사채(Schuldverschreibung)는 채무증서, 즉, 지급의무를 증빙 하는 서면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채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은 없고, 이 용어는 무기명사채의 권리행사에 관한 독일 민법 제793조에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114
111) Kahan(2002), p.1076 112) Kahan(2002), pp.1072-1074 113) Kahan(2002), p.1084 114) Allen(2012), p.57
독일의 2009년 사채법(Schuldverschreibungsgesetz, 이하 “SchVG”)115은 그 전신인 1899년 사채법116을 대체하는 법률로 사채권자의 단체적 구성 및 대표자에 대한 규율을 정하고 있다.117 2009년 사채법이 제정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90년대에 모든 독일통화표시 채권은 독일법을 준거법을 하여야 한
다는 독일 연방은행 규정상의 제한이 폐지되면서 독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채권의 발행이 감소되었다. 유럽경제공동체의 성립에 따라 유로화 표시 채권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다수결 결의를 통한 사채조건변경을 제 한하는 1899년 사채법의 적용을 피하여, 독일기업들이 유럽연합내의 다 른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다.
즉,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채무조정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1899년 사채법상 다수결에 의하여 원금을 조정할 수 없는 제한 때문에,
독일회사의 설립지를 영국으로 이전한 후 영국법에 의하여 채무재조정을 하는 사태들이 발생하였다. 118 이러한 사태에 대처하여 독일 법조계와 입
115) Gesetz über Schuldverschreibungen aus Gesamtemissionen(SchVG) vom 31. Juli 2009, BGB1. I 2512
116 ) Gesetz betreffend die gemeinsamen Rechteder Besitzer von Schuldverschreibungen Vom 4.
Dezember 1899 (SchVG 1899); 1899년 사채법은 26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는 동법의 적용범위를 정하고, 사채권자집회에서의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방식과 사채권 자대표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동법의 적용범위는 독일내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개인 이나 법인이 발행하는 사채로서 일정금액이상의 사채로서 300매 이상의 사채가 발행 되고 동일한 내용의 권리가 사채권자에게 부여되는 채무증권이다. 제11조에서는 이자 지급과 상환에 관하여는 제1조에 따른 다수결의 원칙의 적용이 제한됨을 명시하고 있 다. 그 이외에 사채권자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일반적 금지규정(제12조), 사채권자대표 선임에 관한 규정(제14조), 이익충돌의 금지에 관한 규정(제14조a), 사채권자대표의 권 리(제15조), 도산절차에서 사채권자대표의 역할(제18조)을 두고 있다. 다만, 동법은 협 소한 적용범위 및 사채권자집회 소집의 현실적인 어려움, 다수결을 통한 사채조건 변 경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거의 활용되지 아니하였다(Allen(2012), p.60).
117) Allen(2012), p.60
118 ) 2009년 사채법 개정이전의 대표적인 구조조정인 EM.TV&Merchandising AG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구조조정의 경우 1899년 사채법상 다수결에 의한 상환조건의 변경이 허용 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회사는 사채권자로부터 개별적인 사채상환을 포기하는 동의 를 받아서 구조조정을 진행하였다. 94.22%의 사채권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채상환을 포 기하고, 출자전환하는데 동의하였다. Deutsche Nickel AG의 구조조정의 경우, 다수결에
법자들은 국제적인 금융환경에서 독일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 하여 1899년 사채법을 대체하는 2009년 사채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2009년 사채법은 1899년 사채법과 유사한 구조이지만, 1899년 사채법
에 비하여 그 적용범위가 넓고, 사채권자집회의 다수결 결의를 통한 사 채조건 변경의 범위를 확대되었다. 동법 제1조는 그 적용범위를 독일법 인에 의하여 발행된 채권에 한정하지 않고, 독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채권에 적용되도록 하고, 사채 발행규모와 사채의 매수단위 요건도 폐지 하여 소규모 발행에도 동법이 적용되도록 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였 다.119 사채발행과 관련된 계약법 또는 증권발행 및 공시 등에 대한 금융 규제에 대한 내용은 독일 민법과 증권거래법120이나 증권발행공시법121에 서 규정하고 있고, 사채법은 사채권자의 조직 및 사채권자의 대표에 대 한 규제로 한정되어 있다.122
(2) 사채권자대표의 권한
2009년 사채법 제5조 제1항은 사채조건에 정해진 바에 따라, 사채권
자집회에 있어서 과반수의 결의에 의하여, 모든 사채권자를 위한 사채권 자대표(gemeinsamer Vertreter)를 선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123 사채권 자대표는 사채권자들의 결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다.124
1899년 사채법상으로는 사채권자대표의 선임은 사채발행이후에 5%
이상의 사채권자가 소집을 요구한 사채권자집회에서 선임되도록 되어 있
의한 구조조정을 허용하는 영국법상 합의개편계획(scheme of arrangement)을 이용하기 위 하여 영국으로 설립지를 변경하여 사채의 일부상환 및 출자전환을 하였다(Allen(2012), pp.64-65).
119) Allen(2012), pp.62-63
120) Wertpapierhandelsgesetz vom 26. Juli 1994 121) Wertpapierprospektgesetz vom 22. Juni 2000 122) Allen(2012), p.60
123) §5 Abs. 1 SchVG 124) §7 Abs. 4 SchVG
었다. 사채권자대표의 역할은 회사에 위기가 발생한 경우, 사채권자들을 대표하여 회사와 정보교환 및 협상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발행회사에 별도의 사채명부작성의무가 부과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 채권자들이 사채권자집회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125
2009년 사채법 제7조에 의하여 사채가 발행된 이후에 사채권자집회
에서 사채권자대표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동법 제8조 에 따라 사채의 발행 전에 사채권자대표를 선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 채권자대표의 자격요건은 제7조에 의한 사후선임의 경우와 제8조에 의한 사전선임의 경우 차이가 있다.
사채조건의 일부로 사전에 선임되는 사채권자대표의 경우에는 회사 의 이사회 등 회사의 집행기관의 구성원이나 회사의 직원(회사의 내부자) 을 사채권자대표로 선임할 수 없다. 다만, 회사의 주식의 20%이상을 보 유하고 있거나(회사의 지배주주), 회사가 발생한 사채의 20%이상을 보유 하고 있거나(회사의 주요채권자), 그러한 지배주주나 주요채권자의 지배 를 받는 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이 사채조건 중에 공개되는 경우에는 선임될 수 있다. 만일 사후적으로 그러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사채권자들에게 공개하여야 한다.126 회사의 내부자, 지배주주 및 주요채 권자 혹은 그러한 요건에 해당하는 기관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사채권자 대표로 사후에 선임하는 경우, 사채권자집회에서 선임되기 전에 그와 같 은 이해관계를 공개하면 선임이 가능하고, 사후적으로 그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사채권자에게 공개하여야 한다.127
사채권자대표는 사채권자를 위하여 사채발행회사로부터 정보를 수령 하고, 발행회사와 교섭을 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128 사채권자대표는 개
125) Allen(2012), pp.74-75 126) §8 Abs. 1 SchVG 127) §7 Abs. 1 SchVG 128) §7 Abs. 5 SchVG
개의 사채권자가 아닌, 사채권자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따를 의무가 있 다. 사채권자대표의 수권범위내에서는 사채권자집회에서 명확히 개별 사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개별 사채권자가 사채발행회사 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권리주장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129
사채권자대표는 사채권자에 대하여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경영판단원칙에 의하여 보호된다. 사채권자대표는 사채조건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의, 중과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간보수의 10배를 한도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130
사채권자대표는 사채권자와 대리인관계를 형성하므로, 신탁관계의 수탁자와 달리 사채권자에 대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하지 않고, 사채계약상 정해진 계약상 의무만을 부담한다.131 이에 대하여, 사채권자 의 보호 및 집단행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률상 사채권자대표에 게 영미법상 신탁관계에서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인의무에 상응하는 의무 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132
(3) 개별 사채권자의 권한
2009년 사채법은 신탁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
는 신탁증서상의 사채권자와 수탁자와의 관계와 달리, 사채권자와 사채 권자대표의 관계를 대리인 관계로 구성하고 있다.133 따라서, 원칙적으로 사채권자대표가 전체 사채권자를 위한 대리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채 권자가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2009년 사채
129) §7 Abs. 2 SchVG
130) 井出ゆり(2012a) pp.212-213; §7 Abs. 3 SchVG; §8 Abs. 3 SchVG
131 ) 사채권자대표가 사채권자집회에 의하여 선임된 경우에는 독일 민법 제611조에 따른
서비스계약으로 보고, 발행인이 사채권자대표를 선임한 경우에는 독일 민법 제675조에 의한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본다(Allen(2012), p.75).
132 ) 이와 같은 주장은 사채권자대표가 영국에서 발행되는 사채의 수탁자가 가지는 정도
의 재량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Allen(2012) pp.84-85).
133) Allen(2012), p.56
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사채권자대표가 사채권자집회의 결의에 의하여 수권받은 범위내에서는 사채권자들은 개별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한편, 동법 제19조 제3항에 따라 도산절차에서는 오직 사채권자대표만이 사채권자를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134
(4) 사채권자집회의 권한
2009년 사채법 제4조에 의하면 사채조건을 변경하기 위하여는 모든
사채권자가 개별적으로 같은 내용의 조건변경에 대하여 동의하거나 사채 권자집회의 결의를 하여야 하며, 사채권자집회 결의의 효력은 모든 사채 권자를 구속한다.
2009년 사채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사채권자집회는 이자지급일의 변
경, 이자의 감축, 원금의 만기 변경, 도산절차 중 사채의 우선순위의 변 경, 사채의 출자전환 또는 다른 종류의 채권으로의 전환, 담보의 변경 또 는 해제, 발행통화의 변경, 사채권자의 해제권의 포기 또는 제한, 발행회 사의 대체, 기타 사채의 부수조건의 변경 또는 취소를 결의할 수 있다.
사채권자집회의 결의에 의하여 사채의 권리변경을 하기 위하여는, 사채 조건이나 사채증서에 사채권자집회의 결의에 의하여 권리변경이 가능하 다는 점이 명기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사채조건에 따라 권리변경이 가 능하다.135 즉, 사채권자집회를 통한 사채원금의 감축이 가능하기 위하여 는 발행회사가 명시적으로 이를 선택하여야 하므로, 당연히 모든 사채가 사채권자집회의 결의를 통하여 원금감축등 채무조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
134 ) 1899년 사채법하에서는 사채권자대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개별 사채권자가 원칙적
으로 사채권자의 권리행사를 하기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있었고, 예외적으로 동법 제14 조 2항에 의하여 75%의 사채권자가 개별 사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결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으나, 2009년 사채법에서는 사채권자대표가 선임된 경우에는 그 수권범위내에서는 원칙적으로 개별 사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Allen(2012) p.73).
135) §2 Sch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