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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법 비교의 현재와 문제점

동북아 문화공동체가 하나의 실체를 갖추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 적어도 형사법적 관점에서는 - 동북아 지역국가들의 형사법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상호간의 형사법에 관한 이해가 전제됨이 없이 는 형법의 동화나 조화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써 형법적 의사소통 자체가 단절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동북아 문화공동체 질서 속에서 어느 한 국가의 이해관계만 우월하거나 우선시될 수 있는 것 이 아니라면,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루거나 타협되어야 한다. 동 북아 지역국가들 중 (형)법이 상당한 정도로 발전되어 있고, 국제사회에 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서 한국 과 일본 및 중국의 법문화와 법체계를 논의해 보아야 할 이유도 바로 여 기에 있다.

가 . 동북아 지역국가의 사회구조와 법문화

(1) 동북아 지역국가의 사회구조

동북아 지역국가 사회구조의 특징은 크게 ‘집단구조’와 ‘개인상호간의 관계구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집단구조

집단구조와 관련하여 동북아 지역국가의 사회구조를 논함에 있어 두드 러진 집단을 들자면 국가, 가족, 동창관계 그리고 마을공동체(고향)를 생 각할 수 있다.

첫째, 동북아 지역국가에서는 일찍부터 여타부분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국가가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여 왔던 것이 그 특징이다. 바꾸어 말하 면 여타부분, 예컨대 사회, 경제, 문화, 법제도가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현상으로부터의 분화를 충분히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여타의 부

분은 국가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던 것이 과거로부터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공산주의는 이 관계를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데 그러한 사회문화적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문화혁명’에서 보는 바 와 같은 여타부분에 대한 국가의 극단적인 지배가 가능하였는지도 모른 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타부분에 대한 국가의 우월은 일본이나 우리 나라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경 제에 있어서의 민간주도로 방향전환의 모색에서 보는 바와 같은 경제에 대한 국가의 주도적 지위는 사실 오늘날만의 현상은 아닌 것이다. 뉘앙스 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에서도 그 경제에 있어서 국가는 지도적이 고 조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소위 ‘일본주식회사’라고 할 때의 정부의 역할에서 보는 국가의 비중에서 엿볼 수 있다. 더욱이 제 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에서의 국가의 우월적 지위에 관하여는 언급의 필 요성도 없을 것이다.

둘째, 대가족제도(the extended family)가 일찍부터 존재하지 아니하 였던 서양과는 달리 동북아 지역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대가족제도만이 존재하여 왔다. 여기서 대가족이라는 개념은 역할기대라는 개념을 매개로 하여 그 구성, 크기, 그리고 기능을 중심으로 파악한 가족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주의할 것은 사회구조를 떠난 핵가족 또는 대가족제도란 없 다는 점이다. 순전히 분석의 수단으로 부모와, 혼인하기 이전의 자식으로 구성된다고 파악하는 가족집단 내지 크기를 핵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은 별문제이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가족·대가족제도는 사회구조의 반 영으로서의 핵가족 내지 대가족제도를 의미한다. 즉 가족단위로서의 역할 기대가 부모와 그 직계비속을 훨씬 넘어 예컨대 4촌, 6촌, 8촌 또는 그 이 상으로까지 확대되어지는 가족형태 내지 제도가 대가족제도인 것이다. 가 족집단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점, 특히 가족 집단이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로서 그리고 사회통제의 기관으로서 행하는 중요한 기능이나 그 양태는 동북아 지역국가가 공통적이다.

동북아 지역국가의 가족형태는 가부장적 상속에 있어서 남계중심의 그

리고 결혼에 있어서 여자가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형태를 주로 취하고 있지만, 동북아 지역국가 사이에는 변화가 많아서, 예컨대 가족구성원으 로서 그리고 가계상속에 있어서 남계중심 혈통주의를 고수하는 한국제도 에 대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반드시 이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여식의 상속, 데릴사위, 이성양자에 의한 상속도비교적 자유스럽게 허용하는가 하면, 중국의 경우는 이 점에서 대략 한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다. 이 렇듯 가(家)의 구성원리 및 가계승계의 원리로서 혈연주의에 집착하느냐 여부의 원리 내지 형태의 차이는 근대화과정에 있어서 근대적 국가조직 이나 근대적 단체 또는 구성원리와의 관련에 있어서 동북아 지역국가 사 이에 중요한 사회적 결과의 차이를 초래하였다. 즉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는 달리 일본의 가는 혈연주의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추상화·객관화 된 존재 또는 지역적 집단(동족)으로 등장하여 왔던 것이다. 가가 이 같은 추상화·객관화된 존재인 만큼 국가조직이나 사회조직단체를 가족주의화 하더라도 이 같은 조직이나 단체가 혈연적인 존재로 군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일본의 기업이 대단히 가족주의적이지만 혈연적인 존재가 아닌 점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동창집단’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가족집 단과 대단히 유사한 1차적 집단이다. 혈연에 의하여 형성된 집단이 아니 라는 점에서 가족집단과 다를 뿐 그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는 대단히 연유 적이며 인간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창집단의 현상이 다른 동 북아 지역국가에도 존재하느냐, 존재하더라도 어떻게 다르냐 하는 것은 고찰할 점이다. 스승을 부모와 같이 공경하고 제자를 정성껏 기르며 제자

(동창) 사이에 서로 아끼고 돕는 전형적인 스승·제자간의 규범은 같은 문

화권에 속하는 동북아 지역국가들에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요소나 문제점을 가지고 비교하면, 특히 스승·제자 현상의 사회적 결과나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동북아 지역국가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즉 일본에서 스승·제자간의, 그리고 동창간의 깍듯 한 점은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일본을 깊이 아는

사람이나 여행자들의 증언이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경우는 한일합 방이나 6.25와 같은 격변을 많이 겪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어려움을 많이 당한 결과라 할 것이지만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간의 관계가 많 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할 수 있다. 선배 또는 후배라는 관계만으로는 일본의 경우보다 전형적 규범의 강도가 낮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러나 정치과정 또는 사회과정에 있어서 두드러진 집단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라는 관점(즉 사회적 결과)에서 비교할 때에는 우리나라의 동창관 계가 일본의 그것보다 점수가 높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하나의 뚜렷 한 집단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중 국의 경우에는 문화혁명기간에 스승이나 선배에 관한 전통적 규범체계가 조직적인 공격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동창관계의 점수는 일본보 다 더 낮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다음으로 고찰하여야 할 집단구조는 마을공동체이다. 마을공동체 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 즉 현재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구성원) 들간의 관계로서 마을공동체와 마을을 떠난 사람들 특히 도시에서 동향 인들간의 정치·경제·사회과정에서의 집단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져 야 할 것이다. 먼저 전자의 집단현상과 관련하여 마을공동체가 문중조직 과 같은 혈연조직체나 그 밖의 단체로부터 어느 정도 독자성을 가진 집단 인가라는 관점에서 비교할 때에는, ‘가’조직에 있어서도 반드시 혈연에 의 존하지 않는 일본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가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 할 것 이다. 전통적인 한국과 중국사회에 있어서 마을공동체와 문중조직 사이에 어느 한 쪽이 더 두드러진 것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마 을을 떠나 도시에 진출한 마을사람들이 마을에 남아있는 부모나 친척에 게 송금을 행하며 명절 때나 길·흉사 등 행사시에 마을을 방문하고 마을 의 공동행사에 부조나 기부금을 갹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을과의 연대 를 공고히 하는 것이 동북아 지역국가의 도시화·산업화 당시의 사회구조 적 특징이라 할 것이다.

나) 개인상호간의 관계구조

개인상호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먼저, 두 사람사이의 관계, 두 사람의 상호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의 하나가 두 사람이 속한 집단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개인상호관계, 상호행동이 문제의 두 사람이 속한 집단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동북아 지역국가에 공통하는 현상으로서 집단구조의 함수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즉 동북아 지역 국가에서는 개인상호간의 관계가 특정한 1차적 집단의 소속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계기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예컨대 일본사회에서 의 ‘아니누족’, 부락민,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대우를 이러한 관점에서 관찰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을 그가 속한 집단과 관련시켜 파악하는 태도는 사회적 문맥에 따라 그 외연이 확대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동북아 지역국가가 사회구조적으로 동일할 것이라 생각된다. 즉 혈연집단, 동창관계, 지연집단과 같은 제1차적 집단의 계기가 2차집단의 계기보다 강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에, 자기가 현재 근무하는 단체가 혈연집단, 동창관계, 지연집단보다 우세하다고 믿는 일본의 경우보다 특 혜, 청탁과 같은 특수주의에 기초를 둔 사회병리현상이 더 심하다 할 것 이다.

다음으로, 개인상호간 관계구조의 두 번째 요소는 수직관계이다. 동북 아 지역국가의 사회는 상하관계가 발달된 사회이자 두 사람 사이의 관계 가 동등한 관계에 있는 영역이 대단히 좁은 사회라고 일반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상호간의 관계는 동북아 지역국가 중 일본이 가장 앞섰 거나 한국과 엇비슷하고 중국은 그 중 동등관계에 가까운 나라라 판단된 다. 존경어의 발달정도가 그 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이나 한 국에서는 친한 친구나 동기동창 이외에는 극단으로 이야기하여 어느 두 사람도 동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서 개인상호간의 상하관계구조를 결정하는 기준 내지 요인으로 종래에는 사 농공상의 계급구별이 중요하였지만 근대화와 함께 이러한 구별이 없어진 점은 동북아 지역국가에 있어 동일하다. 그러나 치자와 피치자 사이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