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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법조화의 가능성과 전략

장래에 동북아 지역국가들이 통합되는 경우에는, 초국가적 국가결합의 차원에서 일정한 부분 입법권을 가지게 되고, 이로써 상이한 형법체계의 조화 내지 통합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 지역공동체 자체의 재정적 이익을 확보할 목적 또는 국경초월범죄에 대 한 효율적 대응의 목적에서 특정 범죄구성요건의 통일화 문제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주권의 일부를 초 국가적 국가결합체에게 이양하는 한에서는, 초국가적 국가결합체로서 동 북아 지역공동체는 개별 국가의 형벌권에 보충적으로 형법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국가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에는 개별 국가의 형법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필연적으로 나오게 된다. 이것은 이미 유럽연합 형사법의 예에서 알 수 있었다.

가 . 형사법조화의 가능성

동북아 지역공동체의 전 단계로서 동북아 문화공동체에서는 특정한 초 국가적 공동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연합과 같은 인위적 인 형사법조화는 행해져서도 안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 렇게 될 경우에는 주권국가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로 써 평화와 상호 이해를 본질로 하는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본질적 의미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동북아 시대에 비추어 볼 경우에도 동북아 지역국가들 간의 형사법의 조화109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동북

109형법의 ‘조화’(Harmonisierung)의 구체적 개념정의에 대해서는 논자마다 상이 한 결론이 도출된다. 그래서 형법의 조화를 개별 국가의 형법을 통일화하는 것 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형법의 동화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조화의 개념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로는 André Klip, Harmonisierung des Strafrechts - eine fixe Idee?, NStZ 20(2000), pp. 626-627 참조.

아 지역국가들의 상호간의 조약에 기초하여 개별 국가들이 일정한 의무 를 부담하도록 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형사법 조화의 방식은 존재하고 있 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의 형사사 법공조조약 및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범죄인인도조약에 기초한 공조의무 가 있다. 범죄인인도나 형사사법공조는 개별 국가의 국내법을 통하여 이 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한도에서 개별 국가의 관련 형사법은 그 본질적 인 내용면에서 유사하게 되고 이로써 형사법의 조화는 부분적으로 달성 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의미의 형사법조화는 유럽연합의 형사법과 같이 초국가적 연합체가 결정이나 대강결정을 발하고 회원국이 이에 따라 국내 형사법 으로 전환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국가들간 의 범죄인인도조약이나 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되어 있고 이러한 조약 에 기초하여 개별 국가들이 국내 이행입법을 완료했다는 점은 동북아 지 역국가들간의 형사법을 조화․발전시키는 주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동북아 핵심적 지역국가로서 한국, 중국 및 일본은 공통의 법문화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저항없이 형사법의 조화문 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하여 동북아 지역국가들은 지 속적으로 비교법적 관점에서 각국의 형사법체계와 문화를 연구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 .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법 비교연구의 심화

동북아 지역공동체가 출범하고 이로써 공동체 차원에서의 형사법의 조 화 내지 통일화가 문제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 사법질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로써 적어도 법적인 관점에 서는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동북아 지역공 동체가 완성된 단계에서도 지역공동체 차원의 단일한 지침을 제정하여 개별 회원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형사법체계나 문화에 대

한 인식과 이해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국가들의 형사법을 비교법적으로 연구하고 이 에 관한 대화를 전개하는 것이 반드시 쉬운 것만은 아니다. 법비교 (Rechtsvergleichung)는 개별 국가의 형법전이나 형사소송법전을 번역 하고 그 특징을 도출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현행 형사법의 저변에 깔 려있는 사회문화적 제반요소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국가의 형사법을 비교하여 특정제도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검토하는 작업은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교법 연구를 위한 제반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비교법 연구를 둘러싼 제반환경과 관련지워보면, 우리나라는 비교법 연 구에 많이 인색한 것 같다. 인접한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2차 대전 이전 부터 외국법을 계수하는 과정에서 독일법이나 영미법에 관한 비교법 연 구가 활성화되었으며 2차 대전 이후에는 아시아지역의 법체계나 법제도 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비교법연구를 수행해 왔다. 중국의 경우에는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기 전만 하더라도 법 자체에 대한 경시풍조로 인하여 비 교법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로 외국의 법질서 에 관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학계나 실무계가 비교법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 다. 비교법을 연구함에는 많은 노력이 소요되지만, 그에 대한 학계의 평가 는 단순한 외국법제도의 소개라고 폄하시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법에 관한 법비교가 수행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형사법 전반에 관한 상세한 논 의는 거의 수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 특정 부분에 국한하 여 연구가 수행될 뿐이다. 그러나 어느 특정부분에 국한시켜서 비교법적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관련국가의 제도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불가 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전체적인 조망마저 힘들게 한다. 이 점에 서 동북아 지역국가들의 형사법에 관한 전반적인 비교법 연구작업을 활 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개별 국가의 국내법에 관한 이해가 선행된 경우에

야 비로소 형법조화 내지 형법동화에 관하여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문화공동체로 이행하기 위한 사전단계로서 각국의 형사법에 관 한 비교법 연구를 문제삼을 때, 주로 다음과 같은 개별 주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 형사법 기초분야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법문화 - 형법의 저변과 구조 -

동북아 지역국가에서 형법규범의 준수와 적극적 일반예상사상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제재규정의 특징

유교문화가 동북아 지역국가에 미친 영향과 흔적

동북아 지역국가의 범죄체계론 비교분석

□ 형사절차법 분야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소추체계의 구조분석

동북아 지역국가의 형사사법기관에 관한 연구

동북아 지역사회의 인권보장체계

동북아 지역에서 형사사법분야의 NGO활동의 현상과 전망

형사절차상 시민(인민)참여

□ 형사정책영역

동북아지역에서의 마약류 유통경로와 공동대응 전략의 수립

외국인 혐오범죄의 발현형식과 대처방안

동북아지역의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와 경찰통제

국제테러조직의 확산과 동북아 지역국가의 위험성

IT산업의 발전에 따른 사이버 범죄의 폭증과 공동대응

동북아지역에서의 성매매 현상과 그 대응구조

다 . 비정부기구간의 교류활동의 활성화

동북아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형사법적 기반구축은 국가나 형사실무 가만의 과제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동북아 지역공동체의 형성시기가 앞당 겨지기 위해서는 국가영역 이외의 비정부기구(NGO: Non Governmental Organisation)들간의 교류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국제관계는 정부 당국자들이 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가 간 교류는 개별 국가의 권력 엘리트의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제는 비정부단체들을 중심으로 순수한 민간차원에서 교류가 활발하게 진 행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협상과 세계정치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본적 교류확대라는 민간의 자유스러운 거래가 중세봉건사회를 무 너뜨렸듯이 시민사회의 세계화는 이제 세계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비정부기구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 사회적인 요인으로는, 첫째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세계각국 운동간들간에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 고 있다는 점, 둘째 정보가 순간적으로 세계적으로 이동하여 이제는 일반 인들이 정부의 고위 당국자나 전문인들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정보를 받 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셋째, 언어의 장벽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점 등 이다.110 그래서 예컨대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공식적인 법 집행자들의 활동 이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감시가 환경보 호의 실효적 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법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한 국 내의 연결망 외에도, 환경오염이 국내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국외 에서의 환경오염으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제적 사법교류와 민간 단체의 상호협력관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북아지역에서 형사사법과 관련한 비정부기구들간의 협력과 교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한․중․일 3국간의 형사사법과 관련

110유재현,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시민운동 연대의식의 고양,” 미래인력연구센 터(편), 21세기 동아시아 협력 - 그 필요성과 미래예측 (넥스서, 1999),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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