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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1.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형성과 구도

가. 시장과 국가와의 이해관계: 민간자본과 국가기관의 유착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장 활동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고 시 장 및 장마당 매대수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과거 김정일 정권 시기 엄격한 시장 통제와 허용을 오가던 것과는 사 뭇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장을 통제하지 않는 이유로는 주민들 에게 인민생활을 많이 생각하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민심을 사기 위한 목적, 당국은 시장 허용을 통해 수취되는 장세를 챙 기기 위한 목적 등을 들 수 있다.91

국가와 도시시장과의 이해관계에서 핵심적인 것은 민간자본과 국가 기관의 유착이다. 북한 시장화 초기에는 시장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 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제어하는 정치적 견제가 강하게 작동했다. 기존 의 법률적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도적 형태의 견제뿐만 아니라 그때 그때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내려지는 시장 관련 조치 및 포고령 등에 따라 비사회주의 투쟁의 척결 대상으로 일부 돈주들을 표본적으로 처 벌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견제해 왔다. 또한 권력기관 의 시장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외화벌이 회사의 통폐합 조치, 고위 엘 리트의 처벌 등도 함께 구사했다. 정리하면 김정일 정권 시기에는 기 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공격적 통제 통책이 다소의 정도 차이는 있으나 일관되게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91_장세로 걷어 들이는 당국의 수입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성시의 경우 장세 수입으로 도와 시급 기관 종사자들의 월급을 준다고 한다. 보통 시에 있는 공장·기업 소 생산을 통한 수익금이 은행으로 들어오고 국가 재정으로 들어와 월급이나 배급으 로 나가야 하는데 시장의 장세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사례 3, 구술녹취록 2015 P01).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민간의 부와 권력기관 및 관료들과의 유착관계가 보다 긴밀해지면서 정치적 견제 장치가 형식화된 측면이 있다. 또한 2009년 이후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집권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통제보다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 민간 자본과 권력기관과의 유착을 보다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시장 활 동을 단속하고 관리·감독하는 소위 사법기관 및 사법일꾼들은 물론 거 의 모든 국가기관 자체가 시장 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기능하기 시작 한 것이다. 현재 국가기관 및 국가기관 종사자들은 해당 관할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의 잉여를 수취하는 것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다.

가령 도당위원회 내부에서도 인사 평정 권한을 가진 조직부, 간부부 는 상대적으로 많은 뇌물 수수 기회가 있다. 공장 및 농촌 지도과는 해 당 공장·농장으로부터 생산물과 쌀·고기 등을 뇌물로 받는다. 인민위 원회 보건 관련 부서조차 유엔에서 들어오는 약품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으로 시장 이익을 취하고 있다. 주민등록과는 등록 관련 업무의 편 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익을 올린다. 인민보안부 계통의 경제감찰은 그 권한으로 막대한 기관 및 개인 이익을 취한다. 거의 모든 국가기관에 서 위와 아래 상관없이 시장과 유착 또는 연계돼 시장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영역이 넓어지고 민간자본이 성장하면서 그만큼 국가기관과 의 유착과 연계고리도 강하고 밀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이런 유착과 연계 없이는 돈을 벌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자체가 위법적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시장 이해관계에 밀접하게 연 루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을 적대적으로 처벌하거나 감시하기는 힘들 어진 것이다. 권력기관 및 관료들과의 유착 자체가 시장 시스템의 하 나가 된 것이다. 이렇게 유착과 연계를 통해 민간자본이 성장하고 국

가기관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민간자본 축적을 견제할 만한 장치가 사실상 무력해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시장 시스템을 일반적인 관리·감독기관을 통해 통제하거나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사회주의 그루빠’와 같은 특별한 상설·비상설 사찰 조직을

통해서 견제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다. 부패의 연줄과 연계고 리 안에서 자유로운 사찰 조직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찰을 명분으로 한 시장 잉여 갈취가 옥상옥으로 나타나는 경 우가 많다.

나. 시멘트 도시 순천의 도시정치

도시정치는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연합과 동맹으로 이루어져 있 고 그것은 기관과 개인의 생존, 그리고 시장을 통한 자본의 축적을 구 성하는 과정이다. 순천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 시장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바로 석탄 수출, 시멘트 장사, 평성에서 순천으로 도매를 뛰는 사람, 신의주까지 물건을 운송하는 사람 등이다.

사실상 이들이 순천이라는 도시의 자원을 상품화하고 그 상품을 전국 적으로 연결하는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은 자신의 자원을 내 다 팔고 유통시키는 것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면, 평성은 내다팔 보유 자원이 없기 때문에 시 외부에서 들여 올 수 있는 최대한의 상품을 평 성에 모아 진열하고 흥정하고 판매하는 것을 통해 유통의 모터, 펌프 역할로 생존해 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순천에서 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은 시멘트 장사꾼, 석탄 장사꾼, 약장사, 그리고 기름장사꾼 입니다. 원유장사꾼이죠. 순천에는 개인 주유소들이 많아요. 군대를 통한 이익이 뭔가 하면 그 비행 장에서 나오는 항공석유를 디젤유하고 경유하고 막 섞어 가지고

팔아먹는데, 그게 군대계통이 득을 보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에 탄광이 하나 있어야 되고 의사가 하나 친하면 좋고, 역전에 하나 친하면 좋고, 경찰 하나 친하면 좋고 하는 게 그렇게 필요한 것 들이 다 있잖아요(사례 1, 구술녹취록 2015 S01).

위의 북한이탈주민 면접 내용처럼 순천시 도시정치는 돈이 될 수 있 는 석탄, 시멘트, 항공유, 약품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해관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순천시에 있는 군부대, 공장·기업소, 치안·보안계 통, 일반 주민 모두 시장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시장 이해관계 를 놓고 권력기관, 공장·기업소, 주민들 사이에 협력과 갈등이 발생하 게 된다. 그러나 대체로 시장으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서로 협력하 고 공생한다. 가령 탄광연합기업소는 살림집을 건설해야 할 경우 필요 한 시멘트를 석탄을 주고 시멘트연합기업소와 교환한다. 순천에서는 시장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서로 이익을 보는 공 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순천시를 대표적인 공장·기업소, 국가기관들이 도시가 보유한 자연자원과 산업을 기반으로 어떻게 시 장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생존해 가는가를 살펴본다.

(1)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와 시멘트 시장의 형성

순천은 시멘트로 먹고 사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천시멘 트공장(현재의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은 1974년 시운전을 시작했다.

소성로 설비는 덴마크의 1950년대 설비, 전기 및 조종계통은 일본제로 북한 무역성과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종합상사 이토츄와의 거래로 실현된 서방 플랜트 첫 수입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국가계획에 따라 수출품 시멘트를 생산하던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는 연 300만 톤 능력 에 적어도 연 200만 톤을 생산하는 수준에 있었다. 대부분은 건재총국

의 시멘트 수출을 통해 남포항을 거쳐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비사회주 의권으로 수출되었다. 1970년대 서방에 진 채무의 상환을 위해 외화획 득 차원에서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어선이나 어뢰정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조그만 남포항에 부두확장 공사와 선박 접안능력 증설을 위해 남포갑문(서해갑문) 건설이 이루어졌다. 순천과 서평양간 간선철도에는 해외수출용 순천 시멘트와 동평양화력발전소 발전용 순천 석탄이 계속 이동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자재, 전기, 자금, 배급 등이 힘들어지면서 생산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고난의 행군은 비공식적인 시멘트 시장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시멘트가 시장으로 유출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여기에 관여하고 있 는 사람들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천시멘트연합기 업소 주변 일대가 거대한 시멘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시멘 트 시장이 형성된 원인과 배경은 다양하다. 우선 시멘트를 필요로 하 는 건설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계절적으로 봄이 되면 건설 수요가 증 가한다. 겨울 내 얼었던 집들이 녹으면서 동파로 인해 부서진 집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창고에 시멘트를 1,000톤 씩 쌓아 두었다가 수요 가 많아지는 봄에 팔면 5~10배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 또한 시장 이 발달한 평성시와 대규모 건설시장이 있는 평양에서 시멘트 수요가 많은 것도 순천에 시멘트 시장이 발달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이 아파트를 지으려면 시멘트, 강재, 목재 3개가 기본 필수 이다. 이 중에 시멘트는 공장에 가서 직접 구입하기 힘들다. 자재과에 가서 전표를 받아가야 하는데 오래 걸리거나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시멘트 구입을 민간에 맡기거나 시멘트 공장 주변 동네에 가서 구입을 한다. 시멘트 공장 주변 동네에 가면 100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