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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1. 도시구조 기본 패턴과 시장의 유형

가. 도시구조 기본 패턴과 북한의 도시

평성시, 순천시, 청진시의 도시구조에 대한 분석에 앞서 도시구조의 개념과 일반적 패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도시는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조합된 하나의 단위지역이지만, 내 부적으로 보면 기능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갖는 여러 지역으로 구 성되어 있다. 기능적 차원에서 지역을 보면 크게 업무지구,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는 사실 이러한 기능 지역들의 집합체이자 모자이크라고 할 수 있다. 도시는 그러한 기능지 역의 형성과 배열을 통하여 일정한 공간적 질서를 갖게 된다.61도시구 조(urban structure)는 이러한 기능지역들의 위치와 배열의 상호 공간 적 관계를 의미한다. 북한 역시 현재 각 도시에는 국가기관 업무지역,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농업지역 등의 기능지역들이 일정한 질 서를 가지고 배열되어 있다.

첫째,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CBD)이 있다. 도시의 중추 적 행정기관, 금융기관, 기업 본사와 같은 업무활동들이 집중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백화점 등 대형 소매점과 고가 또는 전문적인 상 품을 취급하는 전문소매점이 밀집되어 있다. 이 같은 상점들 외에도 도심 활동인구가 요구하는 음식점, 호텔 등 요식업소와 숙박시설이 입 지하며 접근도가 다소 떨어지는 주변부로는 도심의 이점을 활용하고 자 하는 경공업 또는 창고업무지구, 주거시설(고밀도 아파트) 등이 나 타나기도 한다.62

61_최병두, 󰡔인문지리학 개론󰡕, p. 242.

북한의 경우에는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면서도 다소의 차이를 보인 다. 중심업무지구는 북한에서 주로 김일성 동상(최근에는 김정일 동상 포함)이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시당위원회(또는 도당위원회), 시(도)사 적관, 김일성사상연구실이 기본적으로 함께 자리하고 시인민위원회(도 인민위원회), 시보안서(도보안국), 시보위부(도보위부), 시(도)검찰소 및 재판소 등 국가기관이 인근에 자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또 여기에 시(도) 통계국, 중앙은행 등과 같은 금융 및 통계기관, 시

(도)무역관리국, 5호관리소 등과 같은 무역 관련 기관, 백화점 및 외화

상점 등 고가의 대형 소매점과 같은 상업시설과 호텔 등이 자리한다.

그리고 국가기관 종사자들의 사택으로 쓰이는 아파트나 고층 아파트 들이 들어서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북한의 도심 역시 국가기관 업무지구, 무역회사 지사, 호텔 및 백화점, 도심상가, 고층 아파트 주거 지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김일성 동상을 중심으로 광장과 혁 명사적관 등이 기본적으로 배치된다는 차이가 있다.

둘째, 주거지대가 있다. 보통 거주인구의 특성에 따라 도시 내 주거 지역이 동질성을 가진 하위지역들로 구분되어가는 과정을 ‘거주지 분 화’라고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거주지 분화가 종종 심화 되어 도시 주민들 간에 사회공간적 분리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를 격리(segregation)라고 한다. 다시 말해 소득 수준, 사회적 지위 등 에 따라 특정 지역에 특정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면서 공간적으로 거주 지가 분화되는 현상이다. 주거지 분화 현상을 야기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주요한 것은 소득이나 직업,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 위 등의 요인이 대표적이다. 각 하위지역에서 형성되는 주택가격에 대

62_Truman A. Hartshon, Interpreting the City: An Urban Geography (New York: John Wiley & Sons: 1980), p. 216.

한 지불능력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갖기 때 문이다.63

북한에서도 2000년대 이후 ‘거주지 분화’가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이전까지 북한에는 ‘거주지 분화’보다는 ‘거주지 구분’

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주로 지위나 직업, 성분 등이 거주지 구분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었다. 가령 주요 권력기관 종사자들이 주로 사는 도심의 주택지구, 특정 공장·기업소에 종사하는 노동자 주택이 밀집한 도심 주변 또는 공장 인근의 주거지구, 도시 내 있는 농촌 지역의 농장원들이 사는 단층 문화주택단지 등이 그것이다.

이런 구분은 표면적으로는 직업에 따른 구분의 성격이 강하고 주로 직 업적 편의의 차원에서 구분되는 거주지 구분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지 위가 낮거나 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중심 주택지구에 거주할 가능성 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위적 구분의 성격도 일정 부분 갖고 있다. 사실상 소위 ‘정치자본(political capital, 정치적 지위를 통해 획 득되는 공공재화에 대한 점유·활용의 권한과 편의)’64에 의한 공간적 구분이 일정 부분 작동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 이 거주지 구분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시장화가 활성화되면서 도시 주민들 사이에

소득 수준에 따라 거주지의 분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부분

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주택거래(입사증 거래)가 암암리에 이

루어졌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사실상의 주택거래시장이 활발하게 돌 아가면서 지역별 집값의 차이가 형성되었다. 이런 지역별·장소별 집값

63_최병두, 󰡔인문지리학 개론󰡕, p. 262.

64_Pierre Bourdieu, Practical Reason: On the Theory of Action (Californi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8), p. 16.

의 형성에 따라, 소위 경제자본(economic capital)의 소유 수준에 따 라 거주지의 분화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점이지대가 있다. 점이지대의 토지이용 특성은 주차장, 터미널, 창고, 도소매점, 유흥시설, 소규모 공장, 단독주택,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이 혼재하는 특성이 있다. 점이지대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어떤 기능에 다른 기능이 침입하는 과정에서 토지이용의 시·공간적 변화가 심하고 토지이용 패턴이 단일 용도로 일관되게 이루어지기 어 렵다.65

북한에서 이런 점이지대는 과거 1990년대 이전에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도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필요성이 커졌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령 시장 활동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역전, 버스터미널 등이 활성화되고 각 종 물자를 보관하는 창고업, 장사꾼들이 묵는 숙박시설,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식당, 숙박, 목욕) 등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 다. 또한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 과거에는 버려져 있던 지역(공터)에 아 파트와 단층주택들이 활발하게 건설되고 있다.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 는 이런 점이지대의 특징은 시장 또는 장마당과 교통망(철도 역전, 버 스터미널) 사이에 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65_최병두, 󰡔인문지리학 개론󰡕, p.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