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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도시 순위체계와 종주도시성

평성, 순천, 청진이라는 3개 도시에 대한 공간적 이해를 위해서는 북 한 도시 전체에 대한 위상학(topology)14적 분석이 필요하다. 도시지 리학(urban geography)에서는 이를 보통 도시체계(urban system) 연구라고 한다. 도시체계를 제안한 브라이언 베리(Brian J. L. Berry) 는 도시체계를 상호의존적인 도시들의 집합체로 정의한 바 있다.15 한 국가 또는 지역에 입지한 다수의 도시를 대상으로 이들 간의 상호관계 를 위계적(hierarch)으로 보는 방식이다.16 다시 말해 한 국가의 도시 분포를 살펴보면, 공간적으로 하나의 내재된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를 도시체계라고 본다. 도시체계는 기능과 규모, 물리적 속성을 달리하는 다수의 개별 도시가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유 지하면서 형성시킨 공간적인 체계인 것이다. 단순화하면 일정 지역에 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수와 개별 도시의 규모에서 규칙성을 규명 하는 것이다.

도시체계를 분석하는 대표적인 분류방법에는 국가 종주도시체계 (primate city system)와 순위-규모체계(rank-size rule system)가 있다. 보통 도시의 층위(위상, 규모, 순위)는 일반적으로 해당 도시의

14_위상학은 공간(도시)을 컨테이너 박스를 치고 고립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공 간들의 위치관계, 공간들이 상호 속성을 교환하는 상호의존적 또는 상호구성적 관계 차원에서 인식하는 연구방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테판 귄첼, 이기홍 역, 󰡔토폴로 지󰡕 (서울: 에코리브르, 2010) 참조.

15_Ron J. Johnston et al., eds., The Dictionary of Human Geography (Oxford:

Blackwell, 2000), p. 882.

16_안재섭, “도시지리학의 주요 연구방법과 도시사,” (동국대 북한도시사연구팀 북한도 시사세미나 발표문, 2012.7.25.), p. 2.

인구 규모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 국가 내 도시들의 인구 규 모별 분포 분석을 통해 해당 국가의 도시체계가 갖는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우선 종주도시체계는 인구 규모가 가장 큰 도시가 두 번째로 큰 도시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인구를 가질 때, 이를 종주도시(primate

city)라고 명명한다.17 한 국가가 종주도시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정

치, 경제, 문화의 힘이 국토 일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종주 도시는 지역들이 불균등하게 발전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두 번째 분류방법으로 순위-규모체계가 있다. 상위 두 도시만을 대 상으로 보는 종주도시체계에 반해 ‘순위-규모체계’는 모든 도시를 고 려하기에 포괄적인 분석을 한다. ‘순위-규모체계’의 법칙은 한 국가의 n번째로 큰 도시는 가장 큰 도시의 인구를 n으로 나눈 수만큼의 인구 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두 번째로 큰 도시의 인구는 가장 큰 도시의 인구의 1/2이며, 세 번째로 큰 도시의 인구수는 가장 큰 도시의 인구의

1/3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도시에 거주하고 경제적으로 발전

된 나라에서 순위-규모법칙이 보다 잘 성립된다고 본다.18 도식적으로 말해 고도로 도시화된 선진국일수록 순위-규모법칙을, 그리고 도시화 초기의 후진국일수록 종주도시법칙을 따른다고 보았다.19

이 두 도시체계 분류법을 참고하면, 북한의 경우 ‘종주도시성’을 강

17_Mark Jefferson, “The Law of the Primate City,” Geographical Review, vol. 29 (1939), pp. 226~232.

18_George K. Zipf, Human Behavior and the Principle of Least Effort: An Introduction to Human Ecology (Massachusetts: Addison-Wesley, 1949) 참조.

19_그러나 종주도시체계나 순위-규모체계만으로 분류하기 힘든 사례들이 존재한다. 시규모 분포는 보다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장시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이다. 변수들로는 도시화의 역사, 자원의 분포, 영토의 크기 등이 있다. 가령 도시화의 역사 가 긴 중국은 순위-규모법칙, 역사가 짧은 오스트레일리아는 종주도시법칙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또한 국토에 산재된 자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브라질은 순위-규 모체계인 반면, 경제선진국이나 작은 영토를 가진 덴마크는 종주도시체계를 가진다.

하게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인구 325만 명의 절대적인 종주성을 가진 평양, 80만~300만 명 사이의 중규모 도시가 없이 30만~70만 명대

(7개), 20만 명대(7개), 10만 명대(10개) 등이 고르게 존재한다. 인구로

만 본다면 행정구역상 시(市)는 아니지만 10만 명대의 인구를 가진 농 촌 군(郡)도 다수 존재한다. 거의 의도적으로 인구를 분산시키고 이동 을 억제한 결과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림 Ⅱ-1 산수 스케일에서 본 북한 도시 순위

(단위: 천 명)

3,500 3,000 2,500 2,000 1,500 1,000 500 0

출처: 필자 작성.

그림 Ⅱ-2 로그 스케일에서 본 북한 도시 순위

(단위: 천 명)

10,000

1,000

100

10

0

출처: 필자 작성.

북한 도시체계에서 나타나는 종주도시성(urban primate)의 원인과 배경은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사회주의 도시사상에 입각하 여 대도시의 밀집과 평면적 확장을 지양하고 중소도시의 균형 있는 발 전을 원칙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도시의 성장을 억제한 측 면이다. 둘째, 도시들의 인구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억제하여 인구에 대한 통치의 수월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셋째, 경제적 인 측면에서 중앙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급자족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일정 규모로 인구수를 억제한 측면이다. 넷째, 한국전쟁 경험에 기초해 군사적인 차원에서 특정 도시들로 인구가 밀집되지 않고 분산되도록 한 측면이다.20 마지막으로 평양시에 절대적 우위를 둔 체제 운영방식 또한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북한의 도시 분류 기준과 환경변수

북한 도시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정한 질서로서 도시체계를 이해하 기 위해서는 북한에서 제시하는 도시 분류 기준과 도시 등급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표 Ⅱ-1>은 북한이 구분한 도시 등급이다. 북한은 일 반적인 도시연구에서 도시 분류 기준을 삼는 인구 규모에 따라 역시 도시를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북한은 시급 도시가 아 닌 군 소재지와 노동자구 역시 도시 등급상의 분류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구역상의 시(市)뿐만 아니라 군(郡)이나 노동자구 도 도시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20_김필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생산력 배치에 관한 탁월한 리론󰡕 (평양: 사회과 학출판사, 1975), pp. 16~64.

표 Ⅱ-1 북한의 도시 등급 기준과 해당 도시

도시 등급 인구 규모 도시 형태 비고 해당 도시

1 100만 명 이상

특대도시 수도 평양

2 50만~100만 명 도 소재지 함흥, 청진

3 20만~50만 명 큰 도시 도 소재지,

시급도시

남포, 원산, 신의주, 단천, 개천, 개성, 사리원, 순천, 평성, 해주, 강계, 안주, 덕천, 김책

4 10만~20만 명

중도시

도 소재지, 시급도시

나선, 구성, 혜산, 정주, 희천, 회령, 신포, 송림, 문천, 만포

5 5만~10만 명 시급도시 또는

군 소재지

6 1만~5만 명

작은 도시 군 소재지

7 1만 명 이하 노동자구

참고: 조현숙, “중소도시의 계획적 형성은 도시에로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도 시형성방식,” 󰡔경제연구󰡕, 1호 (2004), p. 37.

북한의 도시 분류 기준을 살펴보면, ① 도시의 기본구성 인구수와 전망 인구수, ② 도시의 정치·행정·경제적 및 문화 교양적 사명, ③ 도 시경제의 축을 이루는 주된 산업시설의 생산능력, ④ 도시의 자연지리 적 조건과 자연부원 및 역사적 특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도시 분류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해당 도시의 정치, 경제, 문화적 특성과 주민수, 산업시설의 생산능력이다”라고 밝히고 있다.21

이처럼 북한에서는 행정구역상에서 ‘시’로 분류되는 것만을 도시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 규모에서 1만 명 전후의 인구 규모와 일정 한 경제적 단위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도시’로 취급하고 있다는

21_조현숙, “중소도시의 계획적 형성은 도시에로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도시 형성방식,” 󰡔경제연구󰡕, 1호 (2004), p. 37.

점이다. 이것은 행정구역상의 ‘시’와 인구 규모상의 ‘도시’가 개념적으 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북한은 도시의 다 면성을 인정하고 인구통계적, 물리적, 경제적 정의를 종합적으로 사용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북한의 도시 분류가 예외적인 분류법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 리학에서 도시는 촌락과 구분되어 정의된다. ① 다수의 인구가 비교적 좁은 구역(area)에 밀집하여 거주하고, ② 비농업 인구의 비중이 높 으며, ③ 주변 지역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중심지가 존재하는 경우를 보통 도시로 정의한다.22 한편으로 도시는 법·행정적인 도시 (city)와 학술적인 의미의 도시(the urban place)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처럼 인구수와 인구밀도, 비농업 비율, 시가지 연속성 정도, 재화와 서비스 공급 등으로 도시를 규정하나 그 기준은 사실 무척 다양하다.23

위와 같은 북한의 도시 분류 기준에 기초하여 북한 도시의 위상을 결정하는 변수들을 정리해 보면 <표 Ⅱ-2>와 같다.

22_전종한 외, 󰡔인문지리학의 시선󰡕 (서울: 논형, 2008), pp. 330~331.

23_인구 밀도가 낮은 북유럽 국가들은 인구 수백 명 이상만 되어도 도시로 규정하는 반면,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인구가 2만 명 이상일 것을 요구한다.

한국의 도시 규정은 읍(邑)이 인구 2만 명 이상, 2·3차 산업 인구 비중 40% 이상이 고, 시(市)는 인구 5만 명 이상, 2·3차 산업 인구 비중 5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