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미래사회,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 저자
Future Horizon Insight l
미래연구 인사이트STS, 과학기술과 사회
과학기술은 사회변화와 혁신의 핵심동인이다. 과학연 구를 통한 위대한 발견과 기술개발을 통한 혁신으로서 발명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진보시켜왔다. 그런 데 이렇게 과학기술이 사회발전의 중요한 동인이 된 것 은 인류전체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그리 오래되지 않았 다. 근대 이후, 특히 16~17세기 과학혁명과 18세기 말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근대과학과 첨단기술은 비로소 변 화의 동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가령, 과학혁명 이전 만 하더라도 프톨레마이오스가 2세기경에 주창했던 천 동설이 약 1400년 동안이나 우주론의 정설이었다. 지 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16세기의 대중들은 지구가 우 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비과학적인 우주론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16세기에서 17세기
로 넘어가던 무렵에 일어났던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천 문학, 생물학, 역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대과학이 정 립됐고, 그러면서 과학은 점점 자연과 우주, 세상을 인 식하는 프레임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근대 초창기만 하더라도 과학지식이나 이론은 일반대중이 이해하기에 는 너무 어려워서 소수 지식인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과 학이 사회문화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대 중의 기본소양으로 보급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과학기술이 분과별로 발전하면서 과학기술의 역할 은 점점 커졌고 과학과 사회의 관계가 중요해졌다. 과학 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과학과 사회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STS’다. 우리가 사용하는 STS라는 용어는 다의적이다. ‘사회 속의 과학
42
중의 관심과 이해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다. 기존의 PS는 대중을 과학기술의 단순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엘 리트주의였다. 이를 ‘결핍모델(deficit model)’이라고 한다. 과학지식이 결핍된 무지몽매한 대중을 가르친다 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런 한계를 비판하면서 대중의 관 점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강조한 패러다임이
‘대중의 과학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이하 PUS)’다. 결핍모델에 기반한 PS와 달리, PUS는 ‘맥 락모델(context model)’에 기반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구체적 상황, 즉 맥락 속에서 대중이 어떻게 과 학기술을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가 중요하다 는 것이다. 대중이 관심을 갖는 과학 분야는 서로 다르 고 과학기술을 받아들일 때도 단순히 수용만 하는 게 아 니라 의미를 재구성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 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이슈가 사회적 갈등이 될 때는 대중의 과학이해가 큰 힘을 발휘한다. 정확한 과학 정보,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사회적 갈 등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세 번째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단계다. 이 단계 에 이르면 과학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대중들의 삶의 문 화가 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교류와 상호작용(STS)은 더 활발해지고 과학기술은 사회의 핵심영역으로 자리 잡는다. 일상의 모든 부분에 과학기술이 접목되고, 대중 은 적극적으로 과학에 참여하고 과학을 즐긴다. 과학기 술은 생활 속의 자연스런 대중문화가 된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이슈와 논쟁, 정책결정에도 시민들이 적극적으 로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시민과학이 사회적 화두로 떠 오르면서 제기된 패러다임이 ‘대중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 이하 PES)’다. PES란 사회 기술 발전과정 및 정책 결정에 시민이 참여하고, 과학문 기술(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을 뜻하기
도 하고, ‘과학기술과 사회(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를 뜻하기도 하며,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과학 기술학도 STS(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라 부 른다. 요컨대 STS는 과학과 사회 간의 관계이자 과학자 와 국민 간의 소통을 말한다.
과학기술과 사회 관계의 발전과정
근대 이후의 과학기술 발전사를 살펴보면, 과학기술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나름의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 왔 는데, 크게 보면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곧 과학문 화가 태동하고 발전되어온 과정이기도 하다.
첫 번째 단계는 근대적 지식으로서의 과학기술이 태동 하는 초창기다. 이 단계의 과학기술은 어려운 전문지식 이었고, 따라서 과학과 대중의 관계는 전문가가 어려운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가르치고 계몽(enlightenment) 하는 것이었다. 이를 ‘과학대중화(Popularization of Science: 이하 PS)’라고 한다. 계몽하고 가르치고 전달 해서 과학을 대중화한다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 방식이 과학강연인데, 이런 식의 PS는 전문가가 대중에게 과학 을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 활동 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대중은 PS의 대상일 뿐이 므로 과학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데는 근본적 한 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단계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와의 교류 와 접점을 넓혀가는 확산기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과 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고 과학기술의 사회 적 역할도 증대된다. 따라서 과학과 사회, 과학자와 대 중 간의 소통이 중요해진다. 과학기술의 산물이 대량으 로 쏟아져 나오면 대중들에게 과학지식은 더 이상 어렵 고 생소한 지식이 아니며, 이때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대
44 45
Future Horizon Insight l
미래연구 인사이트화 활동에도 대중이 주체로서 참여하고 향유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활동 및 정책에 참여함은 물론이고 전문영 역인 연구개발(R&D)과정에도 참여하므로 ‘대중의 연구 참여(PER)’라는 개념도 만들어졌다. PER은 일반 시민 들이 연구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전문 과학자와 시 민과학자가 협업해 집단지성 방식으로 연구개발도 수 행하는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연구개발, 과학정 책 결정, 과학문화 전반에 걸쳐 시민들이 어엿한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 NGO가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합 의회의, 최근 원전 건설 재개여부를 국민 참여 숙의과정 을 거쳐 결정한 공론화위원회, 시민과 과학기술인이 함 께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북유럽에서 활발 히 운영되는 과학상점 등 시민들이 과학에 참여하는 방 법들은 매우 다양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ICT의 발 달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접속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 확대되고 있어서 앞으로 과학활
동의 온라인 참여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이제까지 과학과 사회의 관계는 과학대중화(PS), 대중의 과학이해 (PUS), 대중의 과학참여(PES) 등의 단계를 거쳐 발전하 고 진화해왔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맞으면 서 기존의 3단계론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제까지의 과학문화와 코로나19 이후의 과학 문화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 코로나19는 정치, 경 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 고, 또한 초유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그 야말로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과학문화 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과 과학소양
첨단 과학기술은 테크놀로지와 산업의 지형도를 변화시 키고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를 야기한다. 산업패러다임
의 중심도 중화학공업에서 정보통신으로, 그 다음은 생 명과학으로 옮겨지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시대, 특히 포 스트코로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 과 학기술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 진지한 성 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인간 관 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과학기술의 과잉이 자칫 인간 소외 현상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되고 과학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첨단 기술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 만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과학기술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우리는 오히려 능동적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 과학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 고 제어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디지털 기기나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생활이 불편하다. 마찬가지 로 미래사회는 인공지능이나 첨단기술을 제대로 활용 하지 못하면 일상이 힘들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변 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과학기술소양이 필 요하다. 과학기술 변화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미래에는 학 교에서 배운 과학지식만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 을 수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려 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과학교육이라고 하 면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지식만을 생 각하지만 앞으로는 학교 졸업 후에도 평생 꾸준히 과 학지식을 습득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의 주도로 국가 중장기 계획 인 ‘2061 프로젝트(Project 2061)’가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의 과학문화・교육단체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추진
하는 대국민 과학소양 제고 프로젝트인데, 시작된 스토 리가 재미있다. AAAS라는 과학단체는 1848년에 설립 됐으며 과학자, 엔지니어, 과학교육 전문가 등이 참여해
‘과학, 공학, 혁신의 진흥’을 추구하는 단체다. 1985년 에 이 기관은 전 국민의 과학소양 함양을 위한 ‘2061 프 로젝트’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태양 주위를 도는 핼 리혜성(Halley’s comet)은 76년을 주기로 지구에 근접 한다. 1985년은 핼리혜성이 지구에 근접했던 해이며, 핼리혜성이 다시 지구에 근접하는 해는 2061년이다. 그 래서 핼리혜성이 다시 접근하는 2061년까지는 모든 미 국 시민들이 미래사회에 필요한 기본적인 과학소양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 ‘2061 프로젝트’의 취지이자 목 표다. 이 프로젝트는 중장기적 국가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AAAS는 그간 ‘미래세대를 위한 과학교육표준’
도 만들었고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Science for All Americans)’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미국 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소양의 핵심적인 내용도 간추려서 제시 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사회에서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 응하기 위해서 과학자, 교육자, 기업, 시민, 전문가 등 다 양한 주체들이 함께 과학소양 제고 프로젝트를 추진하 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이 과학강대국 미국의 과학문 화이며, 미국사회가 미래를 준비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 변화를 사회문화의 차원으로 받아 들이고, 시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과학소양을 제고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2061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18년에는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을 발간했고, 2019년에는 모든 한 국인을 위한 과학소양을 제시한 『미래세대 과학교육표 준(KSES : Korean Science Education Standards for the Next Generation)』을 발표한 바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반시민의 과학소양(Science Literacy)은
[그림 1] 과학과 사회의 관계
출처 : 한국과학창의재단
Society
Science
Society
Science
Society
Science
Science Populaization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인의 것이며 대중계몽(Enlightenment)을 통해
과학지식을 보급하는데 중점
과학은 일상적 삶의 문화이며, 대중은 과학에 직접 참여하고 향유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짐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PUS), STS
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PES)
* PER(Public Engagement with Research), Oxford Univ.
46 47
Future Horizon Insight l
미래연구 인사이트그만큼 더 많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은 세 축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한 축은 R&D (Research & Development)라 불리는 ‘연구개발’이고, 두 번째 축은 ‘과학교육’이며 세 번째 축은 ‘과학문화’
이다. 연구개발은 과학자의 과학연구나 기술자의 기술 개발을 가리키고 이는 전문가의 몫이다. 그리고 과학교 육은 학교 등 제도교육에서의 공식적인 과학교육과 과 학관 체험, 과학강연 등 비공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학교 밖 과학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과학기술이 고도화 되면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므로 학교 밖 과학교육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문화는 대중의 과학이해와 사회가 과학을 수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청 소년은 물론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갖고 과학을 활용하고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하 는 것이 과학문화다. 연구개발과 과학교육, 과학문화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만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 하다. 미래사회에는 과학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 며, 이 세 축의 균형적 발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과학과 기술은 인류역사발전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간 문화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사회와 멀어지고 과학자와 대중 간의 간격이 벌어져 왔다면 이
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미래의 과학지식은 시민 의 기본소양이 되어야 하고 과학기술은 삶의 문화가 되 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 과학기술의 가치와 인간 미래의 과학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 게 발전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은 때로는 부작용과 위 험을 동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 발전을 막거 나 피할 수는 없으며,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인간 은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 을 던지고 성찰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학문, 즉 인문학 (Humanities)이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할지라도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미래에는 기존에는 생 각할 수 없었던 초유의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야기할 새로운 윤리문제, 예컨대,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행자를 치었을 경우 누구에게 도덕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인공지능 의사라 불리는 왓슨이 잘 못된 진단을 내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누가 책임 을 져야 하는가, 인공지능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내렸을
경우,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을 경우 등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질문 에 대한 답은 인문학적인 윤리의 몫이다. 인공지능이 자 율적 추론, 사유 능력을 갖춘다고 할지라도 윤리문제를 인공지능에게 물어볼 수는 없다. 늘 그랬듯이 결국 인간 은 그 답을 찾고야 말 것이다.
과학연구, 기술개발, 과학기술정책 등 과학기술과 관련 된 모든 것의 판단기준은 인간 자신이 되어야 한다. 과 학기술은 결국 인간의 창조적 활동의 산물이고, 인간 역 사와 문화의 일부분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모사해 인간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인 간이 신을 넘어설 수 없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설 수 없고 넘어서서도 안 된다. 미래에는 인간이 인공지능 과 대결할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전 제 조건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해서는 AI를 첨단테크 놀로지가 아닌 인간의 문화로 수용해야 하며, 과학기술 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성찰하는 과학문화가 필요불가결 하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방 역시스템은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큼 격찬의 대상이 되 었다. K-방역시스템은 한편으로는 과학의료시스템이지 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 정책적인 시스템이다. 진단 키트, 검역시스템은 한국 의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입증 했고 철저한 방역, 민주적이고 투명한 검역은 사회정치 시스템의 우월성을 보여주었다. 첨단 의과학기술만으로 는 부족하며 아무리 우월한 과학기술일지라도 사회정책 시스템이나 사회적 신뢰, 합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 면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결국 과학기술과 사회는 함께 가야만 한다.
미래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미래는 물질적 실체가 아
니라 인간이 고안해낸 허구적 개념이다. 다시 말해 미래 는 인간의 관점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예측은 객관적, 중립적인 과학기술의 미래가 아니 라 인간이 과학기술을 얼마나,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떻 게 수용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과학기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바 이러스 감염 치료법과 백신 개발도 과학기술 영역이고, 질병과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도 과학기술의 역할이다.
미래사회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위험이 존재할 수도 있 고, 위험관리의 가장 유용한 도구는 바로 과학기술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복무하는 유용한 도구다. 여기에서 질병과 싸우는 주체는 과학기 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이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기 술이 필요한 것이고 여기에 연구개발의 당위성이 있다.
인간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중요한 것이지, 과학기술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증철학과 사 회학의 창시자였던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는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명제만은 절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라는 명제도 절대반지만큼이나 절대적인 힘을 가진 명제다.
과학은 인간이 발견한 법칙과 원리들이고, 기술은 인간 이 고안해낸 방법들이다. 인간 존재와 별개로 원래부터 과학은 존재했겠지만 인간이 과학을 발견하면서 과학에 게는 인간적인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었다. 그래서 과학 기술은 사회 속에서, 대중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 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것 은 지극히 당연하다. 요컨대 미래사회의 과학기술은 인 간을 위한 과학기술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