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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문화재가 이끄는 종횡무진 타임머신 (4) - 고려 그림 속 하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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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20권 제4호, 2017

문화재가 이끄는 종횡무진 타임머신 (4) - 고려 그림 속 하얀 고양이

강 병 희 강사 (고려대학교)

우리나라에 주로 살고 있는 고양이는 삼색 고양이다. 최근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바로 이 고양이가(그림 1) 일본과 한국을 영역으로 살아왔던 토박이다. 그렇다면 다른 품종의 고양이들이 이 땅에 온 것은 언제부터이며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고려시대 회화 작품 중, 고려 말에 그려진 <아집도(雅集圖) 대련(對聯)>의 한 귀퉁이에는 털이 짧고 온 몸이 하얀 고양이가 등장한다(그림 2). 다리를 쭉 펴고 허리와 꼬리를 위로 치켜 든 모습은 작은 테이블 위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다가 강아지의 출현과 함께 온 몸을 스트레칭하며 자세를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 다. 실제 고양이의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이를 그린 사람이 이 특별한 고양이에 대해 어느 정 도 식견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전해 준다.

하얀 고양이가 올라가 있는 독특한 풍의 장식적 소품 탁자는 요즘도 흔하게 볼 수 없는 골동 소품 가 구로 그 형태와 장식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이는 틀림없이 하얀 고양이와 함께 마련된 기물일 것이며 이 들이 상당히 독특한 존재임을 알려 준다.

‘아집도’는 문인들의 이상적인 여가 생활을 묘사한 그림 을 가리킨다. 기원은 북송 5대 황제인 영종(永宗, 재위기 간 1063-1067년)의 부마 왕선(王詵)이 자신의 집 서쪽 정 원(서원, 西園)에 문인문객들을 청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하면서 즐겼던 문인들의 격조 높은 풍류 모임에서 비 롯된다. 남송 대 이후 자주 그려졌으며 조선 후기 풍속화

그림 1. 삼색고양이. 출처:feralfront.com.

그림 2. <아집도 대련>의 흰 고양이, 고려 14세기, 호암미술관 소장.

칼 럼

http://www.ksie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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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20, No. 4, 2017

KIC News, Volume 20, No. 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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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김홍도도 문인이며 화가인 스승 강세황의 시가 있는 <선면서원아집도(扇面西園 雅集圖)>와 중국의 아집도를 참고한 6폭 병풍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를 남겼다. 대련은 동일한 형 식과 크기의 한 쌍의 그림을 일컫는 말이다.

<아집도(雅集圖) 대련(對聯)>은(그림 3-1, 2) 두 폭 다 주요 공간이 정원이다. 위로는 집안의 서책과 기물들이 보이는 건물이 있고(그림 3-3, 4) 층계와 난간으로 구분된 하단에는 참석자들이 타고 온 말들 과 시종들이 그려져 있다. 핵심 장면인 중간에는 그림이 그려진 가리개를 배경으로 펼쳐진 넓은 책상에 서 담소와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 의좌에 앉아 화기애애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그림 4, 5).

그림 3-1, 2. <아집도(雅集圖) 대련(對聯)>, 필자미상, 고려 14세기, 각 139.0 × 78.0 cm, 비단에 채색, 호암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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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20권 제4호, 2017

그들이 머무는 주요 공간에는 괴석, 나무, 파초, 학 등이 여기 저기 놀고 있어 속세와는 다른 청명하고 잘 다듬어진 고아한 분위기를 전한다. 상단의 저택 그림도 이러한 이들의 생활을 잘 대변해 주는데 조선 시대 건물과는 달리 용마루와 추녀마루 등에는 금칠이, 기둥 등에는 검은색과 빨간색의 단청이 칠해져 있고 상류 문인들의 생활에 어울리는 실내의 여러 기물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림 3-4. 그림 3-2의 상단 세부.

그림 3-3. 그림 3-1의 상단 세부.

그림 5. 그림 3-2의 중앙 세부.

그림 4. 그림 3-1의 중앙 세부.

그림 6. 바둑이. 출처:개인블로그. 그림 7. 터키시앙고라 고양이. 출처: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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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20, No. 4, 2017

KIC News, Volume 20, No. 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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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두 공간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드는 이색적인 파격은 우측 그림 정 원 좌측 끝단의 이국적인 테이블 위에 있는 흰 고양이와 강아지의 천진스런 모습이다. 강아지는 바둑이 (그림 6) 종류로 보이며 고양이는 털이 짧은 흰색 터키시앙고라(그림 7)로 보인다. 이 품종은 16세기 터 키에서 프랑스로 전해져 큰 인기를 얻어 세계로 퍼진 고양이로 터키 앙카라가 고향이다. 털 색깔은 다양 하지만 하얀 털이 유명하며 털의 길이는 조금 짧은 편이다. 털이 아주 짧은 것도 있는데 현재는 이들을 순종으로 보지 않는다.

그곳 사람들은 털이 긴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여 열성인자인 긴 털을 위해 장기간의 품종 개량을 하였 다고 한다. 현재의 순종 터키시앙고라는 앙카라 동물원에서 복원한 것이다. 이들은 두 눈 색깔이 녹색과 푸른색 등으로 서로 다른 일명 odd-eye를 가진 경우가 많으며 이 점에서도 흰색의 긴 털이 유명한 페 르시안과도 유사하다. 이렇듯 온통 하얀색의 고양이는 동북아시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품종이 아니 다. 그렇다면 자신처럼 색다른 작은 테이블 위에서 경계하는 강아지를 여유 있게 바라보고 있는 이 귀족 적 고양이는 어떻게 고려시대 그림 속에 등장하게 되었을까?

이는 고려와 고려가 함께했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일찍부 터 서양과 동양은 서로를 연결하는 다양한 무역로가 있었고 이 중 아라비아 반도 남부에서 인도, 동남아 시아를 거쳐 중국 남동 해안에 이르는 해양실크로드는 당나라 이후 송대에 크게 번성하여 현 중국의 천 주, 영파 등은 다양한 문물이 교역되는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고려에도 연결되어 고려 예성 강 입구의 벽란도는 국제 무역항이었다.

고려사에는 11세기 고려 현종 때 이곳에 40여 명의 대진국(로마제국) 상인이 왔음을 전하고 있다. 또 한 고려 후기 부마국으로서 밀접하게 교류했던 원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이룩된 국제적, 다문화 국가였다. 아마도 당시 이런 저런 사연으로 왕래했던 상인들이나 사람들과 함께 왔던, 혹은 귀하게 전해 지고 판매되었던 것으로 고려에서 오늘날 보다는 훨씬 더 중히 여겨져 드디어는 고려 상류층의 그림 속 에 등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림 속 고양이는 그림의 한 귀퉁이에서 자신은 당시의 국제적 교류를 전해 주는 귀중한 존재임을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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