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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추적거리던 작년 4월 초, 우리 세 식구는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 가평으로 옮겨왔습니다. 그 즈음 이곳에는 소나무 자연학교가 자리를 잡았는가 하면 소박한 생활을 꿈꾸는 귀농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지요. 지금은 10여 가구, 거의 삼십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농사도 짓고 학교도 운영하고 있습 니다. 새로운 꿈을 꾸며 정착한 지 불과 1년 남짓, 그런데 우리는 벌써 이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에 올 때부터 나 같은 귀농자에게는 가평이란 땅이 영구정착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가까운 만큼 땅값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과천이나 일산 근방에서는 평당 수백만 원짜 리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답니다. 그런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콩 심은 데 콩이 안 나고 금은보화가 달리기 라도 하는 것일까요? 생각은 여기서 멈춰지지 않습니다. 결국 농촌의 농지가격을 올려놓은 것은 도시사 람들이라는 원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어느 귀농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시골 사람들은 자신의 땅값이 얼마인지도 잘 모른다. 헌데 어느 날 도시사람이 찾아와 땅을 팔라고 한다. 그날부터 그 지역의 땅값은 그가 제시한 가격으로 뛰어오 른다. 얼마쯤 지나면 다시 그 도시사람이 찾아와 땅값을 더 쳐주며 절대 그 가격 이하로는 땅을 팔지 말라 는 당부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당 20만 원 가까운 농지를 살 돈은 없으니, 도지 주고 땅 빌려 농사 를 지어야 하는 저로서는 서울에서 불어오는 개발 바람에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경춘선이 복선화된다, 춘 천까지 고속도로가 난다, 마을 앞 도로가 관통 도로화 한다는 따위의 소식이 마치 우리에게는‘이 비싼 땅 에 살 자격이 없으니 서둘러 이곳을 떠나거라’하는 소리로 들려옵니다. 유기적인 방식, 자연에 가하는 해 악을 최소화하면서 짓는 농사야말로 땅을 살리는 농사라는 게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런 농사를 같은 땅에 서 내리 3년을 지어야 비로소 유기농산물로 인정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것 역시 자기 땅이 아니면 힘들겠다는 것도 요즘 깨달은 이치 중 하나입니다. 기껏 땅을 일구어놓아도 내 땅이 아니므로 언젠가는 땅을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게도 땅 욕심이 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등기된 땅에 대한 욕심, 개발 차익을 염두에 둔 욕심 따위가 아니라 그저 내가 처음 마음먹었던 것을 잊지 않고 농사지으며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땅만이 필요 할 뿐입니다. 한자리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만 보장된다면 굳이 제 이름으로 등기하고 자식에게 상속하는 땅이 아니라도 그다지 문제될 것 없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었던 예전과는 정서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이땅에는 땅이 그리운 농부가 제법 있습니다.
김영규|경기도 가평 소나무 마을 주민 짧 은 글 긴 생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