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 은 글 긴 생 각 짧 은 글 긴 생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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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문명의 발달사에서 문자는 핵심이다. 인류가 농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기원전 1만년께 신석기시 대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사냥과 채집경제에서 농업경제로 대변환이 일어난다. 인간들은 싫든 좋 든 모여 살아야 했고 봄에 심은 곡식을 재배하고 추수하기 위해 한곳에 정착했다.본격적인 문자가 등장한 것은 기원전 3300년쯤으로 이라크 지역 남부에서 처음 발견된다. 기원전 4000년 부터는 마을에서 도시 형태로 바뀌면서 제정일치의 계급사회가 시작된다. 도시라는 조직의 근간은‘소통’
이며, 이때 처음으로 그림글자가 등장한다. 당시의 그림글자 수는 1,500개 정도였는데, 인간의 사상과 감 정을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에 그림글자에서 의미를 제외시키고 음가만 가져오는 레부스 체계, 즉 음절문자가 등장하게 된다. 그림글자 수는 600개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후 기원전 1800년 무렵 문자가 가장 정교화, 고도화되어 마침내 알파벳이 탄생하게 된다. 1,500개의 글자가 30개가 안 되는 알파벳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를 역사 이전의 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이끌 고 문명을 가져다주었다면, 알파벳의 발명은 문자를 독점한 소수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는 시대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읽고 쓸 수 있는 민주주의로의 이행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알파벳이라는 정교한 소통체계가 있었기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라는 고등종교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라는 문학예술, 르네상스라는 문화운동이 화려하게 그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림, 건축,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출현한 추상화나 종교분야에서 등장한 유일신 개념도 알파벳이 내포한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의 총아인 알파벳은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자를 가진 우리에게는 과연 무엇일까.
알파벳은 로마의 라틴어를 거쳐 모든 유럽어의 문자 체계가 되었고, 이 알파벳이란 하드웨어 시스템 안 에서 15세기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의 부퉁 섬에 거주하 는 찌아찌아 부족에게 한글이라는 우리의 알파벳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고유의 문자가 없어서 자신들의 역사와 문학을 기록할 수 없었던 남미와 아프리카의 소국이나 부족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알파벳의 특징은 간결ㆍ명료하다는 것이다. 간결하기 때문에 소통을 보다 명료하게 해주는 알파벳은 인 류 최초 문명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가 창조해낸 최고의 문화상품이다. 물론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언론학자 마셜 맥루한이 지적한 것처럼 알파벳은‘감정의 감소’라는 부정적 현상을 동반했다. 하 지만 문명사회는‘글쓰기를 통한 인간의 불멸성 획득’이라는 반대급부를 얻었다. 오늘날 현대문명, 특히 서양문명에 알파벳이라는 하드웨어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발전 속도는 훨씬 늦었을 것이다. 로제타석의 성 각문자를 해독한 샹폴레옹처럼 알파벳 소통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판독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배철현|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알파벳 의 단순함이 소통혁명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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