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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시론
디지털 시대 건설혁신은 프레임 혁명에서 시작된다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 판 단하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4년 전 다보스포럼이 제기했던 제 4차 산업혁명조차 예측하지 못한 속도와 방향이다. 시장과 산업, 그리고 기술 등이 직면한 당장의 현안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변화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미치는 영향 을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은 생산 성과 성능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시장과 산업, 그리고 기술의 경계선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산업 간 경 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때 기계산업을 대 표했던 현대자동차가 현재와 미래의 경쟁자로 구글과 네이버를 지목한다. 건물이나 기차역은 이제 단일 목적이 아닌 복합시설로 바뀌었다. 시장의 경계선 붕괴는 이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산업의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과거에는 시장과 산업, 그리고 기술이 1:1로 대응했다. 이제는 등가방식의 대응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AI, VR/AR, 빅데이터 등은 신기술이지만 독자적인 기술은 아니다. 특정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도 아니다. 어느 한 산업이나 기술의 독과점도 아니다. 외생기술이지만 파괴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20년 전에는 통합기술이라는 용어가 대세였다. 통합기 술은 각각의 기술을 물리적으로 통합하여 상품을 생산했다. 통합기술의 수명은 10 년을 넘기지 못했다. 융합과 복합이라는 ‘융 · 복합기술’로 대체됐다. 외생기술과 토 종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다. 통합이 물리적이라면 융합은 화학적 이다. 융합기술은 분해해도 원래 기술로 복원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이다.
연도 끝자리에 ‘0’이 오면 새로운 10년, 20년 등 10년을 주기로 하는 각종 전략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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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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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호 2020 march
계획들이 유행처럼 번진다. 연도 셋째 자리가 바뀌면 세기가 변한다. 세기가 바뀌면 당연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 예감한다. 작년 12월 MIT대학 슬로안 재단이 2030년까지 일어날 변화를 주도하게 될 아홉 가지 변수를 정리했다. 결론은 단순했 다. 예측보다 알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급변하는 변화를 예측하기보 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1월 초에 한 학술단체가 주관한 ‘BTS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우리 산업이 세 계 시장을 주도하는 ‘배터리(battery) to 반도체(semiconductor)’에서 일어나고 있 는 과학기술 혁신이 주제였다. 손톱 크기 반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기술의 혁 신은 건설은 물론 어느 산업에서도 도입 가능한 프로세스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또 한 과학기술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성능과 품질, 그리고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세스 는 불변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동시에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이 외 생기술(예: AI, 빅데이터, VR/AR 등)에 좌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건설도 이런 변화와 절대 무관할 수 없다는 불안한 결론을 내렸다.
한국 건설의 프레임은 1958년에 제정되었던 「건설업법」이 모태다. 거래제도의 모 태 역시 1951년에 제정된 「국가재정법」이다. 산업이 요구하는 건설기술 수준은 1987 년에 제정된 「건설기술진흥법」 기반이다. 철저한 아날로그 시대에 제정된 법과 제도 가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한가? 이에 대한 대답은 ‘내수시장 울타리’ 내에서는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답은 ‘불가’다. 한국 건설이 보유한 산업체와 인적자원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존하기조차 힘들다. 생존 과 성장의 문제에 대한 답은 글로벌 시장 진출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스마트기술 R&D에 담긴 대부분의 기술은 고유기술보다 외생기술과 융합이 대세다. 과거 40년 이상 유지되어왔던 생산체계를 혁신하는 로 드맵이 2020년에 제도로 현실화된다. 한국 건설의 2040 비전과 전략도 가까운 시 일 내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현장의 제조공장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 고 있다. 콘크리트가 건설현장에서 타설되면 건설관련 제도가 지배하지만 공장에서 제작되면 제조업 관련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산업과 기술의 경계선이 무너지면 기 존의 법과 제도 역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철저한 아날로그 시대에 제정된 법과 제도가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한가?
이에 대한 대답은 ‘내수시장 울타리’ 내에서는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답은 ‘불가’다. 한국 건설이 보유한 산업체와 인적자원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존하기조차 힘들다.
디지털 시대 건설혁신은 프레임 혁명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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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생기술을 고유기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융합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든 시장 과 산업, 그리고 기술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외생변수로부터 건설을 지 켜낼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시장과 산업, 그리고 기술 사이에 경계선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한다면, 한국 건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건설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개선 혹은 혁신 이 단골 메뉴였다. 개선이나 혁신의 핵심은 존재하는 것의 변형이다. 혁명은 현재와 과거의 존재를 파괴하고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혁신과 차이가 있 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개선과 혁신은 ‘점진적’ 혹은 ‘한국형’이라는 장벽에 부딪 혀 당초 계획이나 전략이 일부 실천에 머물렀었다. 절반의 성공도 이루지 못했다.
건설혁신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로는 영국이 지목된다. 2008년 영국의 이건 경이 과 거 10년간의 건설혁신 성과를 분석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설립한 건설혁
신센터(CE)가 영국 건설혁신 성과를 평가한 결과 열 개 항목 혹은 목표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네 개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건 설혁신 운동도 절반에 못 미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자체 평가는 그만큼 국가 차 원의 건설혁신이 쉽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건설혁신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다.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 그리고 생산체계로는 디지털 시대에 서 살아남을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건설시장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시 장을 지배하는 산업과 기술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건설이 디지털 시대에도 국 가와 국민 경제를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시장 유무가 아닌 프레임 혁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노력보다 건설이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나 갈 것인지를 설계하는 노력이 확실한 대응이 될 수 있다. 한국 건설이 설계한 미 래 모습으로 가기 위해 외생변수를 포함한 현재를 맞춤식으로 재단하는 길로 들 어서야 한다.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건설시장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산업과 기술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유무가 아닌 프레임 혁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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