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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소고: 선인가 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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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에 대한 경영학과 경제학의 상반된 입장

경영학과 경제학은 다 같이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어떠한 부분에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는 독과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체로서 의 기업을 다루는 경영학은 어떻게 우리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내느냐에 관한 방법을 연구한다. 따라서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선이고 영웅이다. 요즘 유행하 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강조도 따지고 보면 단기적 성과 극 대화란 근시안적 최적화에서 벗어나 장기적 성과극대화란 장기 최적화를 추구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

다른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출해있는 시장에서 독과점적 위 치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시되는 개념인 경쟁우위나 차별화란 전체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없다면 시장을 세분화하여 특정한 세분시장 에서라도 독과점적인 위치를 확보하라는 메시지이다. 즉, 기업은 완전경쟁 시장이 추구 하는 초과이윤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역량을 향상 시키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차별화함 으로써 초과이윤을 추구하려고 하는 존재이다.

반면에 국가를 주체로 다루고 기업은 그 구성원의 하나로 보는 경제학은 독과점을 통하여 가격을 높이고,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초과이윤을 추구하고 결과적으로 사회 후 생을 감소시키는 독과점기업을 아름다운 세상인 완전경쟁 시장을 파괴하는, 따라서 척 결대상인 사회악으로 보고 있다.

독과점 이론에 대한 재고찰

근래에는 독과점기업이 초과이윤을 R&D 투자 등을 통하여 미래 혁신에 투자하고 혁 신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킨다는 동태적 균형이론이 등장하여 독 과점 기업에 대한 선악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소고: 선인가 악인가?

정규석 강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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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업 세계를 들여다보면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대다수의 독과점 기업들은 R&D 투자에 적극적인 반면, 완전경쟁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여 초과이윤을 낼 수 없 는 기업들은 여력이 없어서 미래를 위한 비용인 R&D 투자를 거의 못하는 형편임을 볼 수 있다. R&D 투자도 별로 없고 그에 따른 혁신도 약한 서비스업의 경우는 독과점 업 체의 폐해가 득보다 크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R&D 투자도 많고 혁신도 활발한 제조 업이나 IT관련 서비스업의 경우는 독과점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득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학적으로 독과점 문제가 일방적 판단이 어렵고, 사안에 따라서 선별적으로 판단 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반독과점 또는 그 상징적 존재인 대기업에 대한 반대 정 서가 보편적으로 주류를 이루는 이유는 여기에 정치적 이유가 덧붙여져서 라고 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서로가 경쟁자적 위치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나 의 직업과 관계없는, 따라서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연예계나 스포츠계 영웅에는 큰 박수를 보내지만 일반적 직업세계에 있는 다른 기업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경쟁심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성공하면 성공을 인정하고 축하해주기 보다는 무언가 반칙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요인 중의 하나가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농경시대의 한정된 토지자원 분배란 제로섬 사고에 익숙해져있을 수도 있고, 또 평등주의가 유달리 강한 한국 사회의 특징일 수도 있다. 상대성이 중요한 평등주의에 서는 국민 모두가 나와 비교대상자가 되며 남의 성공은 상대적으로 나의 실패가 되는 데, 나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심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일 수 있다. 나의 실 패를 남의 반칙 탓, 사회구조적 모순 탓, 그것도 안 되면 조상 탓으로 돌려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독과점에 의한 초과이윤 이론은 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이 옹졸한 질투가 아니라 정당한 주장이고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논리를 제공한다.

경제학의 독과점 이론은 단순한 가정에 입각한 이론이고 이것을 복잡한 현실세계에 적용할 때는 가정과 다른 부분이 생겨나서 이론과는 정반대의 진실과 맞닥뜨리는 경우 도 있다. 흔히 말하는 “젊은 시절 좌파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 사회 나와서도 좌파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라는 표현도 아마 이와 유사한 경우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우리 속담도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과점 기업의 공과

우리나라의 독과점 기업에 관한 사안도 경제학 이론이 제시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 라고 할 수 있다. 이론이 제시하는 후생을 극대화해야 하는 대상인 “사회”의 범위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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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까지인가가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그 사회는 한국인가, 아니면 세계인가? 그 사 회가 세계이고, 그가 세계의 후생 극대화를 추구하는 코스모폴리탄이라면 경제학의 독 과점 이론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이 그렇듯이 그가 생각하 는 사회가 한국이라면 한국국적의 글로벌 독과점 기업의 경우에는 정반대가 되어버린 다. 즉, 한국이 하나의 기업이 되어버리고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독과점기업이 됨으로써 어떻게 더 많은 초과이윤을 누리느냐가 목표가 되며 국가경쟁력 향상이 핵심 수단이 되어버린다.

세계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세계 시민에게는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독점의 폐해를 끼칠지 모르지만 창출된 가치의 상당 부분 혜택 을 보고 있는 한국은 최고의 수혜자인 것이다. 초과이윤은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그보 다 훨씬 큰 부분인 창출된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이 한국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 자 휴대폰은 경쟁에서 퇴출되었고, 노키아나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시장과 우리나라 시 장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과의 차이가 삼성전자 휴대폰이 한국에 가져다 주는 사회적 후생이자 기회이익 것이다.

매출액의 80%를 해외에서 실현하는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는 우리의 후생을 감소 시키는 대표적 사회악인가, 후생 창출에 공헌이 큰 우리들의 영웅인가? 그 답은 그들 이 그대로 증발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경제의 후생이 줄어들 것인가, 늘어날 것인 가에 달려있다. 명목상으로 1인당 GDP가 북한의 20배이고 북한 암시장 달러가격으로 는 600배인 남한이 북한보다 못하다고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정치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니 경제적 논리로 설득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 는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기업에게는 독과점이론이란 닫힌 시장에서 만들어진 잣대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휴대폰 독과점 업체이기 때문에 세계시민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비싸게 팔아서 초과이윤을 챙겼다고 해도 한국사회에 대한 공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아무리 그 공을 낮게 잡아도 功9過1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낙수효과의 혜택은 못 보고 손해만 보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경제는 서로 간에 밀접하 게 연계된 시스템이라 눈에 보이는 직접 효과만 없다뿐이지 간접적인 낙수효과의 혜택 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공유하게 돼있다. 그들과 관련 기업들이 낸 법인 세, 소득세 등의 세금만 해도 전국민이 수혜자인 셈이다.

물론 세계화와 함께 그들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 국내에 떨어지는 비율이 예전에 비 하여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문제는 그들을 핍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더 유리한 기업여건을 만들어 주도록 하는 방법 외는 길이 없다. 핍박할수록 해외이전 속도는 빨라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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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야 할 독과점 이론

독과점 이론의 적용성은 내수산업형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독과점에 의하여 사회적 후생을 줄이는 측면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후생을 늘리는 역할은 상대 적으로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사라졌을 때 한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들이 사라지면 거기에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는 완전경쟁 시장이 자 리 잡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면 그들은 규제대상이 되어야 할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수산업형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의 상품 및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 할 것이라고 추정된다면 그들은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또 다 른 형태의 글로벌 경쟁기업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경우는 역시 공과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부의 규제가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경제 체제에 서 수출산업형이냐 내수산업형이냐, 아니면 수입의존형 산업이냐는 세계급 선수냐, 국 내급 선수냐, 퇴출된 선수냐의 국제경쟁력 차이일 뿐이지 업종 특성 차이에 기인하는 부분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서로를 구분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즉, 시장의 범위를 국내시장에 국한하고 독과점 이론을 적용하는 사고는 점점 더 타 당하지 않은 용도 폐기된 골동품이 되어 가고 있다. 경영학자인 필자가 과거에는 국내 독과점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경제학자들과 큰 차이를 느꼈으나 요즘은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는 것도 그 예일 것이다.

사실은 자원이 부족하고 국내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세계시장 을 목표시장으로 삼아왔다. 반면에 내수시장이 큰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시장이 세계시 장이었다. 따라서 독과점 이론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무역의 존도가 큰 한국은 원래가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이론이었다. 그러한 의미 에서 본다면 미국적 이론의 망령이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다고 볼 수 있다. 중남 미 경제의 해석에는 설명력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부적절했던 종속이론이 아직도 이 땅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물론, 어떤 업종이 수출시장 점유율과 내수시장 점유율에 크게 차이가 난다면 이 경 우는 정부의 수입규제가 큰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 보호의 정도에 비례 하여 사회적 후생 증대에 기여하라는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정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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