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39
아이부키가 만들어갈 사회, 주택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email protected])
아이부키는 임대주택을 짓고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특히 사회주택 영역에서 많은 성 과를 내고 있다. 사회주택은 주로 유럽에서 실험되고 정착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시 민 주도의 주거모형이다.
유럽 시민사회 형성 시 만들어진 사회주택 모델을 현재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수요자가 주도하는 주택, 혹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최대한 밀착되는 주택인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에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나라가 온통 들썩이는 와중이라 사회주택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한 고민
아이부키 법인설립 초기, 사회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도한 사업은 임대아파트 단지 내에서 공간을 개선하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주민참여 운영조직을 육성 하는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임대아파트 단 지 내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초청된 예술가들이 어울려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만 들었고, 그렇게 쌓인 시간은 동네의 자산이 되었다. 도서관에 전시도 하고, 책을 주제로 축 제도 열 수 있었다. 아이부키는 ‘아이부키(ibookee)’라는 책 만들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도서관 공동체사업에 활용했는데, 도서관이 책을 빌리러 오는 객체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 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주체의 공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동, 호수의 숫자로 고향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아이들이 꿈꾸고 뛰어놀 수 있는 자신들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 면 어린 시절을 훨씬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방치된 공유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획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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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 문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모두의 공간이면서 누구의 공간도 아닌 곳, 게 다가 영리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 공간을 살리고 그것을 지속시키는 일은 전혀 쉽지 않았 다. 대부분의 공유공간 운영은 기획자들의 열의에 의해 출발하여 공공의 보조를 통해 지속 성을 갖는다. 그러나 꾸준한 지원을 보장할 수 없고 기획자들이 지역에 정착한다는 보장도 없기에 공유공간에서의 활동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자리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도서관학교를 만들어 도서관 운영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모아 역량을 키우는 한편 이들과 함께 자치운영 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점차 공간의 주인이 되었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사람 사는 집
아이부키는 2012년 말 법인설립과 함께 시작한 임대아파트 공동체형 도서관 개발사업을 2014년 초에 완전히 그만두었다. 10개가량의 도서관 개발에 관여하였지만, 공동체의 지속 성을 고민하다가 회사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한 번씩 빠지는 오류이기도 한데, 선한 의도, 박수받는 기획에 매몰되어 정작 회사 운영은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공간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주택개발 전문
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립이라는 절실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용공간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래사례를 판단해 감정가격을 결정하던 매입임대주택 의 매입체계는 저층주거지 다세대주택에 공용공간을 만든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작은 공용공간에 대한 조성비 보전방법을 찾아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공용공간 조 성비를 포기하고 나서야 사업이 마무리되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보린주택은 2015년 3 월 드디어 준공을 알렸다.
보린주택은 금천구 어르신 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작은 공용 공간에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린주택은 사회적 기업이 짓고 공기 업이 매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그림 좋은 모델로 회자되었으나, 서울주택도시공사(이 하 SH)에 매각됨과 동시에 우리의 역할은 끝나버렸다. 우리에게는 공동체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고, 지자체는 관리해야 할 주택을 떠맡게 되면서 행정적 부담 이 점차 증가하게 되었다. 이 모델을 지속해서 확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리라 판단한 아 이부키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개발 후에도 계속 운영 주체로 남아있을 수 있는 모델을 SH 에 제안하기도 했다. 기획자가 건물을 짓고 운영까지 참여한다면 기획의 완성도를 높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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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보린주택 준공식
<그림 2> 도서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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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건물주와 세입자의 새로운 관계
아이부키는 보린주택을 통해 사회주택 영역에 발을 들였고, 또 사회주택을 정의해나가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전에는 자신의 집을 주장할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새 집과 공용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공간의 주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지향할 지 점을 발견하였다. 보통 건물주의 주인 노릇이란, 임대료를 받거나 제일 좋은 주차 위치에 자기 차를 대거나 건물 관리인에게 잔소리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실제로 거주하는 사 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면 더 많은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 동안 주인 노릇을 할 수 있 다. 물론 건물주가 ‘갑질’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질 권한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회주택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 있다. 아이부키는 커뮤니티 도서관과 보린주택 프 로젝트를 통해 공간이 가진 힘을 경험했고, 그 힘으로 사람이 변화하고 사회가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사회에는 이러한 변화에의 열망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주 택이 이 열망을 현실로 만들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5년 서울시의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의 제정은 우리나라 사회주택 의 제도적인 출발점이 되었다. 이에 아이부키는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홍시주택’
과 ‘캔자스대저택’을 완공하여 현재 운영하고 있다. 홍시주택은 청년 1인 가구 16세대로, 입주 초기부터 꾸준히 입주민 주도의 반상회를 열어 자신들이 사는 공간에서 생기는 갈등 을 스스로 조정하고, 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해오고 있다. 이런 홍시주택의 전통은 임차인이 바뀌어도 이어지고 있다. 1층 상가는 소정당 협동조합이 2년간 운영하다 가 2021년부터 지식순환 협동조합이 이어받았다. 이들은 임대료를 감면받는 대신 입주민
들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캔자스대저택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12세대로 구성 하였다. 공유하는 주제가 있을 때 공동체 활동에 장점이
<그림 4> 홍시주택의 반상회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안암생활’과 ‘다다름하우스’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앞서서 제도화하였지만 2020년부터는 LH도 사회주택추진단을 구성 하여 사회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LH의 사회주택추진단이 처음 공모한 ‘매 입약정형 사회주택’이라는 모델은 민간이 주택을 짓고 공공이 매입하여 운영하는 ‘매입임 대’와 주택의 운영을 사회적 경제 주체에 위탁하는 ‘사회적 주택’, 이 두 가지 별개의 사업 을 하나로 통합한 모델이다. 주택의 운영 주체가 건축물의 계획부터 시공과정까지 총괄하 여 LH에 매각한 다음, 다시 위탁받아 주택운영을 이어가는 사업이다. 운영 주체가 건축물 의 기획부터 관여하기 때문에 공간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주택운영도 기획 의도에 부합하 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5년 보린주택을 건설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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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캔자스대저택
<그림 6> 안암생활 외부 모습과 내부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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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키는 ‘안암생활’과 ‘다다름하우 스’ 두 사업이 공모에 선정되어 추진하 고 있다. 안암생활은 유휴화된 호텔을 주택으로 용도변경하여 대학생, 사회초 년생, 창업자 등 청년에게 공급하는 모 델이다. 주택과 비주택은 적용되는 법 이 달라 용도변경이 쉽지 않지만, 도심 요지에 필요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암생활은 전 체 입주자의 약 40%를 창작과 창업에 관심 있는 입주자로 특별 모집하였다. 호텔의 넓은 공용공간을 미디어실, 코워킹(co-working) 공간, 공유주방, 공방, 숍인숍(shop in shop) 등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다름하우스는 아이부키가 부지를 매입하여 신축한 후 LH가 매입하고, 기획한 대로 아이부키가 운영하는 모델이다. 기존 주택운영은 대개 시설관리에 중점을 두다 보니 거주 하는 사람을 더 깊이 배려하기가 어렵다. 특히 적극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안 정적인 집에서 동네의 주체로 살아가는 당연한 일이 한없이 어려울 수 있다. 아이부키는 발달장애 전문기관인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과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고 민해왔고, 다다름하우스라는 모델을 통해 한 발짝 진보한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공공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주택공급과 복지를 주관하는 기관 및 부서가 서로 달라 이 런 문제를 행정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제도 개선으로 아이부키가 주택의 공급 과 운영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다다름하우스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목표로 하는 주거모형으로, 자립 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공유공간이 여타 매입임대주택보다 훨씬 넓고 풍부하다. 지역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도록 지역 공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일자리와 연계하여 안정적인 정
동체운영에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기존의 메신저 서비스를 활용 할 수도 있었지만, 항상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우리가 원하는 도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안암생활’과 ‘장안생활’이라는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개 별 주택에 대한 서비스로는 사용자도 워낙 적고 수익 모델도 마땅찮지만, 운영 주택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관리운영의 효율성 문제와 커뮤니티 간 연결의 문제를 풀기 위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아이부키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이바지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참여도와 기여도를 계량하여 더 많은 활동의 권한을 줄 뿐만 아니라, 공간 활성화로 증가한 자산의 소유권도 부여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에는 자체 디지털 화폐인 ‘송이’와 신용 단위인 ‘크레딧’이 있다. 디지털 화폐는 거래를 손쉽게 하여 공동체에 역동성을 부여해주며, 크레딧은 참여자들의 이타적 인 활동에 보상을 주는 체계이다. 크레딧이 쌓일수록 더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보장하여 커뮤니티 내 영향력을 넓힐 수 있도록 해준다. 송이를 통해 공동주택 구성원이 함께 협력 경제를 작동시켜 하나의 생활경제 공동체를 만들어가게 하고, 크레딧을 통해 커뮤니티 기 여자들이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결국 부동산의 지분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설계하 고 있다. 즉, 커뮤니티 기여자가 지속해서 유입되도록 하여 공동체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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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지만
느슨하고 즐거운 만남
편리하고 경제적인 생활
소소한 이야기 입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간단한 글과 사진으로 나누며
공감을 표시합니다.
소모임 다양한 주제의 소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크레딧 공동체 활동과 기여 정도에 따라 분배
되며 각종 인센티브가 부여됩니다.
예약 건물 내의 각종 공유공간을 예약합니다.
투표 입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생활화폐 송이 생활주택의 가상화폐로 자원을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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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개설 및 회원모집
입주민끼리 자원거래
메이커스 미팅룸/미디어룸
코워킹스페이스
생활가게에서 물품구매 이벤트 참여에 대한 보상
소모임 참여와 후기 공유
함께 살아서
<그림 8>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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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은 자치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유공간과 애플리 케이션의 공론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자치회비 로 부족한 운영비를 조달하기도 한다. 자치라는 공익 활동 과 자치조직이 지속하려면 자체의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한 다. 이를 위해 아이부키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뿐만 아 니라, 주택관리에 필요한 공용공간의 청소 같은 일도 외부 용 역으로 해결하지 않고 입주자들 자치회에 위탁하려고 한 다. 자치회의 주체적인 의사결정 비중을 높이고 관리를 효율화하여 자치회의 이익을 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안생활 옥상층인 8층에는 10평 남짓한 근린생활시설을 설 계했는데, 이 공간은 ‘사이에 섬’이라는 칵테일바로 태어났다. 입주민이나 지역 주민은 바텐더 클래스 과정을 거쳐 일일 바텐더로 참여할 수 있으며, 수익은 대부분 일일 바텐 더와 사이에 섬 운영팀, 그리고 장안생활 자치회에 배분되도록 하였다.
공동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 모델과 더불어 공동체의 연결성 문제가 중요하다. 공동체 는 생물과 같아서 성장을 멈추면 점차 사그라지고, 닫힌 공동체는 내부에 갈등이 생겨 자신을 갉아먹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 임대공동주택은 나드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어 커뮤니티 자 체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열린 커뮤니티가 되면 정체성이 분명한, 건강한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주택은 지역 특성과 입주자 특성, 공간설계의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특성이 반영되고, 이들의 상호 교류를 가능하게 만 든다면 연결성이 강화되어 건강한 공동체가 된다. 건강한 공동체가 숨 쉴수록 우리 사회도 더 욱 경쟁력을 갖는다. 더 많은 사람이 생활공간인 주택의 공유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놓이고 직접 의사결정하는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화가 우리 사회를 더 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지만, 곧 힘차게 자라 우렁찬 목소리를 내리라 의심치 않는다. 아이부키가 여기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