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는 중국어‘만두(饅頭)’ 에서 온 차용어이다. 중국의 만두(饅頭)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이다. 중국의 만두와 유사한 방식으로 조리되던 우리의 음식은‘상화’ 이다.
상화는“밀가루를 밑술로 부풀게 하여 오이, 박, 무, 버섯 등의 소를 넣고 시루에 찐 음식” 이다.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나『노걸대언해(老乞大該解)』등의 중국어 학습서에는 원문의‘饅 頭’ 가 언해문에서‘만두’ 가 아닌‘상화’ 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중국의 만두와 우리의 상화가 유사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만두’ 는 16세기 문헌에‘만두’ 로 나온다. 이 시기의‘만두’ 는
“메밀가루 반죽에 소를 넣고 새옹에 삶은 음식” 이다.
재료뿐 아니라 조리 방법에서도 상화가 찐 음식이라면 만두는 삶은 음식이어서 둘은 구별 된다. 그런데 중국어에서 온‘만두’ 라는 낱말이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면서‘상화’ 의 의미 영 역까지 침범하였고, 그 결과‘상화’ 는 떡의 하나가 되어 의미 영역이 변하였다.
이렇게 변한 그 떡이 바로‘상화떡’ 이다
1). ‘만두’ 가‘상화’ 까지 아울러 포섭하게 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만두를“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빚어 찌거나 삶거나 튀긴 음식” (금 성사 국어대사전)으로 뜻풀이를 할 때,
2)이때의 만두는‘삶은 음식’ 뿐 아니라‘찐 음식’ , 더 나아가‘튀긴 음식’ 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 확장이 일어난 결과 현대 국어에서
‘물만두’ , ‘찐만두’ , ‘군만두’등과 같은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져 쓰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상화법이 옛 한글 음식 조리서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 서는 상화의 사촌 격이라 할 수 있는 만두의 조리법에 대해 알아보면서, 옛 한글 음식 조리서 에서 만두 만드는 방법이 어떻게 서로 같고 다른지 비교해보기로 한다.
조선시대 한글 음식 조리서로 본 전통 음식 조리법의 비교 - 만두법
백두현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 동경대본『규합총서』(필사본)에‘샹화병’(34뒤)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상화떡이다. 상화가 떡의 하나로 변한 것이다.
2) 한글학회의『우리말 큰사전』에는“메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빚어서 삶거나, 찌거나, 기름에 띄워 지져 만든 음식”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여러 가지 조리법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두법의 비교는 그리 만만치 않다. 상화에 비해 만두는 그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 이다. 17세기의『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부터 1957년의『이조궁중요리통고(李朝宮廷料理通 攷)』 에 이르기까지 음식 조리서에 실린 만두는 무려 78가지에 이른다
3).
여기서 우리는 만두가 중국에서 전래된 음식이지만 조선에 들어와 매우 다양하게 발달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디미방』 만 하더라도 만두법, 어만두, 숭어만두, 수교애법이 나타나 고『시의전서(是議全書)』 에도 만두법, 어만두, 밀만두, 수교의법이 보인다. 『윤씨음식법』 에는 어만두, 수교애법, 제육만두, 건치만두, 전복만두 등의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다. 『음식방문』
에는 굴만두, 생합만두가 나온다.
이렇게 많은 만두법을 모두 대조해보기는 어렵다. 그리하여『음식디미방』 의‘만두법’ 을 기 준으로‘만두’ 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몇몇 조리서의 내용을 서로 비교해보기로 한다. 어만두, 숭어만두, 수교애법 등은 이 글에서 제외하였다.
『음식디미방』 의 만두법(饅頭法)
4)만두법(원문)
① 모밀 쟝만 기 마치 조 면 치 모시예나 깁의 뇌여 그 더러 플 의이攸 치 어 그 푸 눅게 라 개곰낫마곰 예 비 라.
② 만도쏘 쟝만키 무을 장 무 마 낫 업시 사 치 무 즈쳐 지령기 의 봇가 와 호쵸 쳔쵸 약념 야 녀허 비저 몰 제 새용의 쟉쟉 녀허 분게 잡 오리식 마 초지령의 강즙 야 잡 오라.
③ 치 업거든 황육을 힘줄 업 을 지령기 의 니겨 아 녀허도 죠 니라 황육을 아니 니겨 으면 한 엉긔여 못 니라. 만도의 녹도 녀흐면 죠치 아니 니라.
④ 소만도 무을 그리 마 표고 숑이 셩이 버 게 아 기 을 두은이 녀허 두 려 지령의 봇가 녀허도 죠 니라.
⑤ 밀로도 졍히 상화 상화 치 지허 모밀 만도소 치 쟝만하야
⑥ 초지령 각즙 면 죠 니라. 강이 업 면 마 도 죠 만 은 내 나모 로 강만 못 다 니라( 『음식디미방』1앞~1뒤).
3) 김기숙₩이미정₩한복진, 고조리서에 수록된 만두의 종류와 조리법에 관한 고찰(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 9(1): 3~16, 1999).
4) 원문은 줄글이어서 마침표가 없다. 독자의 편의를 생각하여 띄어쓰기를 하고, 종결어미가 있는 자리를 기준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조리 과정을 고려하여 단락을 나누고 각 단락에 번호를 매겼다. 현대어역도 이 구분에 따라 번역했으나 문장은 더 잘게 쪼개었다. 원문의 오자는 그대로 두었다. 옛 문헌 출전 표기에서‘앞’은 앞면, ‘뒤’는 뒷면을 나타낸다.
만두법(번역)
① 메밀가루 장만하기를 마치 깨끗한 면 가 루같이 가는 모시나 비단에 거듭 쳐서, 그 가루를 덜어 풀을 쑤되 율무죽같이 쑤어 서 그 풀을 눅게 반죽하여 개암알 크기만 큼씩 떼어 빚어라.
② 만두소 장만하기는 무(菁)를 아주 무르게 삶아 덩어리 없이 다지고, 말리거나 익히 지 않은 꿩고기의 연한 살을 다져 기름장 에 볶아 잣과 후추₩천초 가루를 양념하여 넣어 빚어라. 삶을 때 번철에 적당히 넣어 한 사람이 먹을 만큼씩 삶아 초간장에 생 강즙을 넣어 먹어라.
③ 꿩고기가 없거든 힘줄 없는 쇠고기 살을 기름장에 익혀 다져 넣어도 좋다. 쇠고기 를 익히지 않고 다지면 한데 엉기어 못 쓰 게 된다. 만두에 녹두 가루를 넣으면 좋지 않다.
④ 소만두는 무를 그렇게 삶아 표고₩송이₩석 이 버섯을 잘게 다져 기름을 흥건히 넣고, 잣을 두드려 간장물에 볶아 넣어도 좋다.
⑤ 밀로도 가루를 곱게 상화 가루처럼 찧어 메밀 만두소같이 장만하라.
⑥ 초간장물에는 생강즙을 치면 좋다. 생강 이 없으면 마늘도 좋으나 마늘은 냄새가 나서 생강보다 못하다.
위와 같이 어떤 음식의 조리 방법을 설명한 문장을 설명문이라 한다. 설명문이나 논설문과 같이 정보의 전달 및 인지를 목표로 하는 텍스트(text)를 인지적(認知的) 텍스트라 한다
5). 인 지적 텍스트의 작성자는 관련된 정보를 짜임새 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문장화하여, 이를 읽는 사람이 그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이에 비해 정서의 표현과 이의 수용을 목표로 하는 시,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정의적(情意的) 텍스트라 한다.
그림 1. 『음식디미방』의 만두법
이런 관점에서『음식디미방』텍스트의 구성과 흐름을 분석해보자.
①은 만두피에 들어가는 주재료 가공법을 설명한 문장이다. 메밀가루로 풀을 쑤어 반죽하 고 개암알 크기로 만두피 빚는 것을 조리법의 첫 단계로 삼았다. ②는 만두피 안에 들어가는 만두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무를 삶아 다지고 기름장에 볶아 후추와 천초 가루로 양념을 하라고 되어 있다. 먹을 때 맛을 내기 위해 초간장에 생강즙을 넣으라고 하였다. ③은 만두소에 대한 부가 설명이다. 만두소의 재료로 쇠고기도 좋다고 하고, 그 조리법과 주의 사 항을 적어놓았다. ④는 고기를 쓰지 않는 소만두 만드는 법을 추가 설명한 것이다. 소만두 재 료로 무와 버섯 몇 가지를 쓴다고 하였다. ⑤는 메밀만두가 아닌 밀가루 만두 만드는 법을 추 가 설명한 것이다. ⑥은 만두를 먹을 때 쓰는 초간장 제조 방법을 설명한 것인데, 마늘보다 생 강이 좋음을 특별히 지적하였다
6).
‘만두법’텍스트 구성을 전체적으로 볼 때, 장씨 부인이 쓴 설명문의 흐름은 상당히 짜임새 가 있고 정연하다. 노년의 장씨 부인이 지녔던 총명함과 문장력을 짐작할 수 있는 텍스트이 다. 이하 다른 한글 조리서의 만두법 설명문과 대조해보면『음식디미방』 의 만두법이 매우 조 리 있고 견실한 구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시의(酒食是儀)』
7)의 만두법
만두법(원문)
만두
① 면을 고이 만드러 반攸을 여러 가지로 되 물을 리여 익히 반죽된 후 만이 쳐
② 살덩이 황뉵을 고이 두다려 김 쥴기만 골나 늘계 두다려 도마밥 니지 안이 기 라 물기 읍시 고
③ 슉쥬나물 졀두미 고 미나리 데쳐 쓸고 졔뉵 치고 버섯 표고 셕이 고이 쳐 기름장 의 복고 고초가로 소금 가진 약염 여
④ 고기 두드린 것 쥬물너 여러 가지을 다 너어 쥬물너 기름 두루고 복가
⑤ 져뉵은 다 복글만 여 너허 복가 펴 노와 소을 너어되 잣가로도 넛코 비질 遼의 잣 둘식 너으라. 복근 것시 질면 조치 안이 고
6) 원문에서 서로 다른 내용인 ⑤와 ⑥을 한 문장 안에 묶어 넣은 것은, 현대적 글쓰기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좋은 것이 아 니다.
7) 『주식시의(酒食是儀)』는 널리 알려진 책이 아니므로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둔다. 은진 송씨 송준길가 후손가에 전 하는 이 책은 1책의 한글 필사본이며, 40장으로 되어 있다. 저술 시기는 19세기 후기경으로 짐작된다. 필사기나 서문, 필 사자에 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음식 조리법 73가지, 술 8가지, 음식 재료를 다루는 법 12가지 등 상당한 분량의 자 료가 수록되어 있다. 음식 조리법 외에도 술 빚는 길일, 산모를 위한 민간요법, 염색법과 탈색법 등 가정의 일상사 운영 에 관한 자료도 수록되어 있다.
⑥ 기름기 읍 고기와 물긔 읍시 기름이 만코 도 든나니라( 『주식시의』21앞~21뒤).
만두법(번역)
만두
① 메밀가루를 곱게 만들어 반죽을 여러 가지로 하되, 물을 끓여 반죽하여 많이 쳐라.
② 쇠고기 덩어리를 곱게 두드리고, 배추김치는 줄기만 골라 느른하게 두드려, 도마밥이 일지 아니하게 빨아 물기가 없도록 짠다.
③ 숙주나물은 다듬고, 미나리는 데쳐 써라. 돼지고기는 채를 치고, 버섯₩표고₩석이도 곱게 채 치고, 기름장에 볶고,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갖은 양념을 하여라.
④ 고기 두드린 것을 주물러 여러 가지를 한데 넣고 주물러 기름을 두르고 볶아라.
⑤ 소를 다 볶을 때쯤 돼지고기를 넣어 볶고, 펴 놓은 소를 넣되 잣가루도 넣고, 빚을 적에 잣을 두 개씩 넣어라. 볶은 것이 질면 좋지 않다.
⑥ 기름기 없는 고기와 배추는 물기 없이 기름이 많고 꿀도 든다.
『주식시의』 의 만두법 설명 문장은『음 식디미방』 의 문장에 비해 간명하지 않고 짜임새도 산만하다. ①은 만두피의 재료 와 반죽 방법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 ② 에서 ⑥까지는 모두 만두소에 대한 설명 이다. 문장 ⑥은 누락이 있는지 문장도 어 색하고, 조리 과정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그리고 원문에는 ①에서 ⑤까지가 모두 한 문장으로 죽 이어져 있다. 조리 과정의 연속적인 동작을 끊지 않고 죽 달아서 묘 사했기 때문이지만, 문장이 지나치게 길 어져 조리법에 대한 선명한 이해에 장애 가 된다. 필자가 제시한 원문과 번역문에 서는 조리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 기 위해 문장을 조금 짧게 쪼개었다. 이렇 게 쪼개서 보면 조리의 흐름과 문장 구성 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그림 2. 『주식시의』의 만두법
두 책의 조리법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메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점, 기름장과 쇠고기를 쓰는 점, 만두소의 재료를 볶는 점 등은『주식시의』 와『음식디미방』 이 공통적이다. 『주식시 의』 에만 보이는 재료로는 배추김치, 숙주나물, 미나리, 돼지고기, 고춧가루 등이 있다. 『음식 디미방』 에만 쓰인 재료는 꿩고기, 후추₩천초 가루, 생강 등이다.
『시의전서(是議全書)』
8)의 만두법
만두법(원문)
만두
① 면가로을 가는 겹쳬에 쳐셔 반 을 물 팔팔 허 맛초 잘 고 반 라면 연 두 부 너허 나니라.
② 소 가음 황육 치 졔육 달 다 쓰고 미나리 슉쥬 무우는 다 고 두부와 김치 다지고 고기도 다져셔 나무 는 두부와 탈 고
③ 총 강 마날 고초가로 소곰 기름 너허 함담 마초아 물너 쓰되 졔일 기름을 만히 너코
④ 극히 얄계 비즈되 속에 실 두어식 너허 비져 고기 국에 무되 팔팔 를 졔 너허 솟 에 덥지 말고 살마 동동 거든 건져 함담에 담으고 호초가로 리고
⑤ 에 공기 놋코 초 에 고초가로 타 쓰라( 『시의전서』20뒤).
만두법(번역)
만두
① 메밀가루를 가는 체에 곱게 쳐서 반죽을 물 팔팔 끓여 맞추어 잘 하고 생반죽 하려면 연 한 두부 넣는다.
② 만두소의 재료로는 쇠고기, 꿩, 돼지고기, 닭을 다 쓰고 미나리, 숙주, 무는 다 삶고 두 부와 배추김치는 다지고 고기도 다지며, 채소는 두부와 탈탈 짠다.
③ 파, 생강,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기름을 넣어 간을 맞추어 주물러 쓰되 돼지기름을 많 이 넣는다.
④ 극히 얇게 빚되 속에 실백자 두어 개씩 넣어 빚는다. 고기 장국에 삶되 팔팔 끓을 때 넣
8) 『시의전서(是議全書)』는 1919년 상주 군수로 부임한 심환진(沈晥鎭)이 그곳의 반가에 소장되어 있던 조리 책을 빌려서 상주 군청의 괘지(罫紙)에 필사한 것이다. 상권은 74면, 하권은 77면으로 한글 음식 조리서 중 가장 분량이 많다. 상권에 는 33개의 대항목 아래, 하권에는 23개의 대항목 아래 하위 조리 항목을 두었다. 장류를 비롯하여 밥, 미음, 탕, 면, 찜 등의 주식류 외에 회, 만두, 전골, 간납, 포, 좌반(佐飯: 밥 옆에 따른다는 의미로 염장 생선류, 즉 자반과 같은 뜻), 식혜, 수정과 등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어 한말(韓末)의 전통 음식을 연구하는 데 이 자료의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현 재 우리나라 대표 음식 중의 하나인 비빔밥(汨 飯 부脾밥, 상 15:12)이라는 용어가 이 자료에 처음 등장한다.
어 솥뚜껑을 덮지 말고 삶아 동동 뜨거든 건져 합에 담고 후춧가루 뿌린다.
⑤ 상에는 공기에 놓고 초장에 고춧가루를 타서 쓴다.
『시의전서』 의 문장 구성을 보면, 앞의 두 책처럼 ①은 만두피 재료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다. ②와 ③은 만두소에 관한 설명이다. ④는 끓이는 법이고, ⑤는 먹을 때 쓰는 초장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의 흐름으로 보면『음식디미방』 의 구성과 비슷하지만 ④가 있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만두 재료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시의전서』 의 만두법은『주식시의』 와 공통점이 많 다. 백면가루(메밀가루)를 주재료로 쓰는 점, 만두소의 재료로 쇠고기₩돼지고기₩미나리₩배추 김치₩숙주나물₩무 등을 쓰는 점도 동일하다. 만두를 빚을 때 잣(실백자) 두 알을 넣는 점도 서 로 같다. 그러나 차이점도 몇 가지 있다. 『시의전서』 에는 ④에 나타나 있듯이 후춧가루를 뿌 리는 과정과 ⑤처럼 상에 올릴 때 초장 만드는 방법이 더 있다.
전체적으로『시의전서』 의 조리법은『주식시의』 와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주식시의』 는 충청도에 살던 은진 송씨 가문의 조리법이고, 『시의전서』 는 상주 지역의 조리법을 수집한 것 이다. 상주는 충청도와 인접하여 상호 교통이 많았던 곳이다. 두 조리서의 서로 가까운 지역 적 배경이 조리법에도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규곤요람(閨壺要覽)』 (연세대본)
9)의 만두법
만두법(원문)
만두
① 짐 걸리을 게 서 일쥬야을 물에 당과 토렴 것과 고기을 고명에 난도 셔 것과 걸리 난도 셔 데 조합 여 노코
② 녹말을 조금 풀 쑤듯 씨되 물게 쑤어 녹말 반죽 풀 쑨 걸노 반죽 여 송편 비지 듯 지 조우장 치 얄게 비지여셔
③ 결리와 고명의 고기 다진 걸 속 을 너어 만들아 □는 장국물에 장감 졍거 면 직시 리라
④ 만도을 셔 먹는 법은 국슈 마는 장국치롬 말라셔 게다 우고 국슈도 좀 넌느이라 (
『규곤요람』9뒤~10앞)
9) 『규곤요람(閨壺要覽)』은 연세대에 소장된 1책의 필사본이다. “건양원연 초하의 등출이라”는 기록이 있어서 1896년에 필 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갖은 고명법, 녹말법, 정과법, 화채법, 장국밥, 육개장, 냉면법 등 다수의 음식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다. 필사 연대가 분명하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이 책에 떡볶이 만드는 법이 등장하는 점이 주목 된다. 다음 호에서는 전통 조리서의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서로 비교하고 그것이 오늘날의 떡볶이법과 어떻게 다른지 살 펴 볼 예정이다.
만두법(번역)
만두법
① 배추김치 줄거리를 잘게 째서 일주일을 물에 담가 염분을 제 거한 것과 고기를 고명에 난도 해서 잰 것과 배추 줄거리를 난도해서 한데 섞어놓는다.
② 녹말을 조금 풀 쑤듯이 쑤되 묽게 잘 쑤어서 녹말 반죽을 할 때 풀 쑨 것으로 반죽한다.
송편 빚듯이 백지 종이장같이 얇게 빚어서
③ 배추 줄거리와 고명의 고기 다 진 것을 속쌈으로 넣어 만든 다. 끓는 장국물에 잠깐 데쳐 내면 금방 익는다.
④ 만두를 해서 먹는 법은 국수 마는 장국처럼 말아서 거기에 다 띄우고 국수도 좀 넣는다.
『규곤요람』 에서는 만두피가 아닌 만두소 만드는 법을 먼저 제시하였다. 소에 들어가는 배 추김치를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녹말 반죽으로 만두피를 만드는 순서를 그 뒤에 놓았다.
이런 방식은 앞에서 본 문헌들과 다르며, 조리 방법이 자세하지 않고 매우 소략하다.
만두를 먹을 때 국수도 넣어 먹는 것으로 보아『규곤요람』 의 만두법은 만둣국에 가까운 음 식으로 여겨진다. 앞의 조리서와 비교해보면 배추김치를 쓰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이 책의 조 리법에는 다른 재료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상호 간의 비교에 한계가 있다.
그림 3. 『규곤요람』연세대본 만두법
『음식책(飮食冊)』
10)의 만두법
만두법(원문)
치만두 는 볍
① 치 견지마 지져 닉혀 빗치 보얀 거스로만 고이 닉이고
② 속이 고 단단헌 뭇는 무우를 말신하게 물우게 잘 마 닉여 고 두부 고 다 셰 가지 만 만을 파 각 가즌 약념 념담 마초아 쥬물녀셔
③ 모양은 물의 잇는 말음갓치도 고 괴불주머니 가 도 니 속을 쥬물녀 이쳐로 만들어 가지고
④ 녹두 녹말가로를 뭇치고 나면 거든 두세 번식 무쳐셔 장구의 무면 이것도 퓰어질 념 녜는 업는 거시니 노인네와 공경 고 주안의도 쓰나니라( 『음식책』17뒤~18앞).
만두법(번역)
생치만두 하는 법
① 생치 건지만 찢어 익혀 살빛이 뽀얀 것으로만 고이 익혀라.
② 속이 배고 단단한 묻은 무를 말신하게 무르게 잘 삶아 익혀 짜고, 두부하고 다 세 가지만 마늘, 파, 생강 갖은 양념을 염담(鹽談)을 맞추어 주물러라.
③ 모양은 물에 있는 마름같이도 하고 괴불주머니 같이 해서 속을 주물러 이처럼 만들어라.
④ 녹두 녹말가루를 묻히고 나면 싸거든 두세 번씩 묻혀서 오래 삶으면 이것도 풀어질 염려 는 없는 것이니 노인네를 공경하고 주안에도 쓴다.
『음식책』 의 설명 순서는 앞에서 본 것들과 많이 다르다. ①은 소에 들어가는 생치 고기 다스 리는 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②는 만두소의 재료, ③은 만두 모양의 설명이고, ④ 는 녹두가루 묻히기와 삶기 그리고 노인네 공경과 주안용이라는 용도를 한꺼번에 언급하였 다. 설명 순서에 일관성이 없고, 문장 구성도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10) 『음식책(飮食冊)』은 19세기 후기의 한글 필사본으로‘단양댁’이 필사한 것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음식 조리법이 아 니라 절기에 따라 상을 차리는 법, 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재료 등이 나온다. 시루떡, 두텁떡, 백편, 증편 등 떡 조리법 이 11항이 나온다.
『음식책』 의 이‘생치만두 하는 법’ 을 첫 번째로 본『음식디미방』 의 구성과 비교해보자.
음식디미방 음식책
메밀가루 사용 녹두 녹말가루 사용
생강 마늘, 생강
후추, 천초, 표고, 송이, 석이 언급 없음
『음식디미방』 에서는 만두에 녹두가루를 넣으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음식책』 에서는 이것 을 사용했다. 게다가 마늘의 경우 전자에서는 냄새가 나서 좋지 않다고 했는데, 후자에서는 양념 재료에 마늘이 들어가 있다. 양자 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
한편『음식책』 에는 별도로‘팔구월 만두 하는 법’ 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원문
팔구월 만두 는 볍
① 이 만두가로는 면으로 지 말고 가로 이스면 반지말이 죠흐나 만일 반지가로가 업거 든 집의셔 만든 빗 곱고 죠흔 밀가로면 더육 죠코 만일 집의 밀가로가 업거든 호젼의 가셔 호밀가로를 되 만두소 보아 쓸이만치 여 가랑 밀가로가 한 되면 녹두 녹말 되을 석 거되 말은 가로 적의 석거야 골고로 석기이지 막우 부어 석그면 고로 석기이지 아니 고
② 반 도 그저 만두 반攸 듯 면 여 못 쓸 거시 반 도 물 여 닉반 을 되 우 녹신녹신하고 촉촉 게 하여 빈가로를 만이 셔 비져 물 졔도 농낙이 잇게 그저 만 두보다 우 괘 마 면 터질 념녜도 업고 죠흐리라
③ 졀의 혹시 만두를 라 면 시식은 아니로되 감 말노 나니라. 겨울 만두 가로도 면이 한 되면 녹말을 칠 홉식만 너어 말은 가로 적의 고로 석거 비즈되 녹말을 만이 너어 면 겨울날이 차서 하니 칠 홉식만 여 잘 비저 무면 지 아니 여도 터지지 아니
느니라( 『음식책』17b~18a).
번역
팔구월 만두 하는 법
① 이때 만두 가루는 백면으로 하지 말고, 가루가 있으면 반지 가루가 좋으나 만일 반지 가 루가 없거든 집에서 만든 빛 곱고 좋은 밀가루면 더욱 좋다. 만일 집에 밀가루가 없거든 호전(胡廛)에 가서 호밀가루를 사되 만두소를 봐서 쓸 만큼 사서, 가령(假令) 밀가루가 한 되면 녹두 녹말 한 되를 섞되 가루는 가루일 때 섞어야 골고루 섞이지 마구 부어 섞으 면 고루 섞이지 않는다.
② 반죽도 그저 만두 반죽하듯 하면 딱딱해서 못 쓸 것이니, 반죽도 물을 끓여 익반죽을 하
되 매우 눅신눅신하고 촉촉하게 하여 빈 가루를 많이 쪄서 빚어 삶을 때도 농란하게 익
게 하고, 보통 만두보다 매우 많이 삶아 뜨면 터질 염려도 없고 매끈매끈하게 좋다.
③ 하절에 혹시 만두를 하려 하면 먹을 때는 아니지만 감자 가루로 한다. 겨울 만두 가루로 백면이 한 되면 녹말을 칠 홉씩만 넣어 가루가 가루일 때 고로 섞어 빚되, 녹말을 많이 넣 으면 겨울날이 차서 딱딱하니 칠 홉씩만 내어 잘 빚어 삶으면 찌지 않아도 터지지 않는다.
팔구월 만두 하는 법은 앞의 생치만두 하는 법보다 훨씬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①에서 주재료인 가루를 메밀가루(백면)로 하지 말라고 명기하였다.
앞의『음식디미방』 , 『주식시의』 , 『시의전서』 에서 메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점과 차이가 있 다. ①에 언급한 주재료에 반지 가루
11), 밀가루, 호밀가루가 있고 여기에 녹두 녹말을 섞어 반 죽하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금까지 몇몇 문헌에 나오는 만두법의 원문과 번역문을 분석하여 텍스트 구성 방식을 살 펴보고, 이어서 조리법과 재료상의 차이점을 파악해보았다. 필자는 실제 조리에 문외한이어 서 내용 파악에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조리 방법과 과정에 대한 철저한 연구는 음식 조리학 전 공자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만두에는 제갈공명의 남정(南征)과 관련된 이야기가 얽혀 있다. 이른바 스토리가 있는 것이 다. 음식에 서린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주면서, 그것을 먹을 때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발굴하여 이것을 그 음식의 맛과 결합하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으리라.
[사진제공 | 백두현]
11) 반지가루의 정체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