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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WSSD회의 를 통해 이제 지속가능성은 인식의 단계를 넘어 전 지구인이 행동으로 나아가고, 구체적 장소와 제도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삶의 원리임을 재확인하 였다. 지난 1992년 리우회의 이후 지속가능성의 개 념이 전세계적 이념으로 확대되면서 지금까지의 접근은 주로 개념형성과 의제발굴에 중심을 두어 왔다. 이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국토계획 분야에서 도 이 개념을 정교히 다듬고 각각의 하위 전문분야 는 물론 학제적 노력을 통해 적실성이 높은 다양한 실천이론을 마련하기 위해 경주하였다. 그 결과 지 금까지 국토이용을 둘러싼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 분법적 대립양상에서 탈피하여 개발과정에서 새로 운 환경을 창조하고, 또한 보전을 통해 삶의 질이 보장된 개발을 달성할 수 있다는 변증법적 승화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국토란 바 로 개발에 앞서 환경성이 실천되고 제고된 환경성 은 개발의 기회와 질을 더욱 풍성케 하여 종국에는
자연에 놓인 인간의 문화와 공동체를 자연과 통합 되는 방향으로 유인함으로써, 국토의 시공간적 진 화의 경로를 제시하는 목표이자 증진시켜야 할 수 단이다. 아울러 국토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공공행 정과 민간기업은 물론 일상적 삶을 영위하는 시민 개인들이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통해 지속성의 형 식과 내용을 채우는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관행적 행정체제를 뛰어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성 이념을 근간으로 학자, 시민단체 등이 모여 연구와 토론을 활성화할 목적 으로 창립한 새국토연구협의회가 주관하고 국토연 구원과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참여한 이 연구는 이 와 같은 인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 국토관리정책이 전문가와 정책담당관의 전유 대상 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구 를 진행,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토론의 장을 만들 었다는 것은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그리고 이제까 지의 지속가능한 국토에 대한 담론이 거시적 이해 이 달 의 보 고 서
『지속가능한 국토이용체계의 구축방향에 관한 연구』
Directions to Build Sustainable Territorial Development System
박헌주·최영국·문경희
국토개혁 진화의 한 단면
이상문|협성대학교 도시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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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의 필요성을 재론하던 것이었다면, 이 연구는 이에 머물지 않고 지속성 이념을 내재화하면서 동 시에 이를 제도 속에서, 시민사회의 참여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특별히 평가할 만하다.
이 연구서가 독자에게 선보이려는 내용은 모두 5개의 묶음을 가지고 있다. 제2장‘지속가능성과 국토관리’는 총론격으로 지속가능성의 일반적 개 념과 현실적 의미를 정리하고, 국토분야에서 논의 되는 이 개념의 핵심을 간추리고 있다. 아울러 현 재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국토현안과‘의제21’
의 여러 문제점도 정리하고 있다. 제3장‘지속가능 한 국토이용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는 앞의 개 념을 실현하기 위한 준거들을 제시하고 또한 현안 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뒤의 4장부터 6장까지 각론에 대한 도입부의 역할 을 하고 있다. 그리고 2001년 현재 제도권에서 긴 급히 논의된 국토이용체계의 개편 문제에 관하여 접근관점과 대안을 깊숙이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01년 7월에 입법화된‘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 법률’의 개편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 논거하여 그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론적 구상과 현 실적 과제의 조정 통합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제4장‘국토이용계획과 환경보전계획의 통합방 안’은 기존 국토개발 및 환경보전관련 제도와 계획 체계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국토난개발의 원인으로 개발계획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환경 계획체계의 부재를 꼽고 있다. 친환경적 국토이용 을 위한 대안으로 독일의 경관생태계획 제도와 같 이 개발계획에 대응되는 환경계획을 수립하여 이 것이 개발계획과 긴밀한 연계된다면 난개발을 사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본 연구 보고
서를 통해 그동안 극히 일부에서 논의되던 것을 처 음으로 체계화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향후 이와 관 련된 논의전개에 있어 활발한 논박을 불러올 창의 적 주제로 평가된다.
제5장은‘개발양도제’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의 제도환경과 여러 실천경험을 다루면서, 보전을 위 한 규제적 토지이용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인센티브와 시장원리에 의한 개발이익과 규제손실 간의 형평성 확보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의는 1980년대 초기 우리나라에 그 개념이 소개된 이후 학자들이 선호하는 논쟁 중의 하나였는데, 이 연구 서에서는 논리가 훨씬 정교해지고, 특히 한국 현실 에서 도입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점이 인상적 인 성과로 보인다. 마지막 6장은 도시계획제도에서 의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다루고 있는데, 그간 많이 논의돼온 시민참여의 문제를 종합 정리하고 개편된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서 시민참 여를 유도할 수 있는 여러 경로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건전한 시민과 그 대표그룹을 계획주도그룹 으로 설정한 점과 각종 위원회를 민관협력형으로 제안한 점이 의욕적이다.
두 단체가 참여하여 토론을 중시하는 연구과제 이다 보니 각 장(章)들간의 연관성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흠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내용전반이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제도권 외에 풍성히 널 려 있는 지속가능성의 동향, 이론, 사례 등에 대한 탐색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서는 연구자, 정책담당관, 사회운 동가 등에게 이론과 현실을 묶어서, 지속가능한 국 토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의의 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