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20.10.10 심사기간_2020.11.01-14 게재확정일_2020.11.29
후각과 기억, 시간성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작업을 중심으로
Study on Smell, Memory, and Temporality – Focusing on the Researcher's Artwork
김지수,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Kim, Jee Soo, Department of Art & Webtoon, Pai Chai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후각과 기억
2.1. 후각과 기억의 원리 2.2. 기억과 공통감각
3. 후각과 시간, 공간 3.1. 식물과 사람의 시간 3.2. 식물의 움직임과 시간 3.3. 변화하는 공간과 후각
4. 다양한 매체의 후각적 표현 4.1. 후각의 지도
4.2. 냄새의 공간 5. 결론
References
후각과 기억, 시간성에 관한 연구 - 연구자의 작업을 중심으로
Study on Smell, Memory, and Temporality – Focusing on the Researcher's Artwork
김지수,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Kim, Jee Soo, Department of Art & Webtoon, Pai Chai University
요약
중심어 후각 냄새 기억 시간성 후각적 상상력
후각은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고 다른 감각에 비해 가시화할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숨겨 진 감각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현대에 와서 후각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후각 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전제로 이를 후각예술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새로 운 예술표현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후각과 관련된 다양한 논저 및 작품을 알아보고, 이와 대비되는 후각과 시간성을 연결 지어 작업을 진행했던 연구자의 작품과 후각과 기억, 시간, 장소, 그리고 다양한 매체의 후각적 표현에 대해 비교·분석하였다. 본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냄새채집 작업, 냄새드로잉 그리고 특정한 냄새를 만들어 공간에 반응하는 향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더불어 후각에 대한 다수의 이론적 고찰과 연 구, 전시회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관람객의 반응과 비평을 내재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로 첫째, 후각과 기억이 작가와 관객을 새로운 공간으로 인도하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둘째, 다른 생명체(이끼)와 시간성은 달라도 작품을 통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셋 째, 특정 공간의 냄새를 통하여 관념이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넷째, 다양한 작 업을 통해 후각이 기억과 시간, 공간에 대한 내용도 매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공통감각으로서의 후각을 더욱 심도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ABSTRACT
Keyword sense of smell smell
memory temporality
olfactory imagination
The sense of smell, also called the hidden sense, is a sense difficult to express accurately in language as it has less information that can be visualized compared to other senses. For this reason, research in various fields on the sense of smell has been conducted in modern times, but it is still insufficient. Therefore, a full-fledged study on this is necessar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esent the possibility of new artistic expression through works expressing the sense of smell as olfactory art on the premise that the sense of smell is deeply related to the memory of time and space. To this end, various thesis and works related to olfactory sense were investigated, and the work of the researcher who worked by connecting the contrasting sense of smell and temporality, and the sense of smell, memory, time, place, and olfactory expression in various media were compared and analyzed. In addition, it could be an opportunity to internalize the reactions and criticisms of visitors that were experienced through numerous theoretical considerations, studies, and exhibitions on the sense of smell. During the course of this study, the researcher was able to have a time of in-depth reflection on the work of collecting smell, drawing smell, and creating scents that react to space by creating specific scents, and the researcher was able to give that meaning. In addition, it could be an opportunity to internalize the reactions and criticisms of visitors that were experienced through numerous theoretical considerations, studies, and exhibitions on the sense of smell. The following results in this research were obtained: First, the sense of smell and memory had the imaginative power to guide the artist and the audience into a new space. Second, the artist and the audience communicated with different organisms(mosses) through the artwork, although they were affected by different temporalities. Third, concepts or perspectives changed through the smell of specific spaces. Fourth, through various works, the fact that the contents of memory, time, and space could be expressed by the sense of smell with the medium was confirmed. Based on these results, in the future, ways to express the sense of smell more in-depth as a common-sense will be sought.
1. 서론
연구자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본인이 상상한 향(香)이 숨 쉬고 사유하는 공간을 냄새를 통해 표현해 왔다. 후각은 우리가 평소에 시각이나 청각에 비하여 중요 시하지 않고 있는 감각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존 서덜랜드는 <오웰의 코>에서 2012년 후각 상실증에 걸린 이후 그 감각에 집중하게 되어 조지 오웰의 문학작품에서 냄새(후각)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 정리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John Sutherland, Cha, Y. J. Trans., 2016/2020, p. 14). 그는 평상시 주목하지 않고 있었던 후각을 상실하고 나서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 게 된 것이다. 예술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후각에 관련된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심리치료나 상업적인 마케팅,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가 시작되어 적용되고 있지만 다른 감각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 다. 그렇다면 왜 후각은 연구가 어려울까? 연구자가 ‘후각’에 대한 작업을 다년 간 연구하고 표현한 결과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후각이 기억과 시간성, 공간개념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이것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표현할지에 관해 후각과 관련된 다양한 논저와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 분석해보려고 한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후각이 기억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기억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와 ‘기억과 연관이 깊은 후각이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답을 도출하였다. 특히 후각과 시간성을 연결 지어 작업을 진행했던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서 ‘사람과 다른 생명체인 식물의 상대적인 움직임과 시간성은 어떠한가?’와 ‘왜, 어떻게 특정한 공간의 냄새를 통해 냄새에 대한 관념/관점이 바뀌 었으며 공간이 후각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또 이러한 후각, 기억과 시간, 공간에 대한 내용이 작업에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2. 후각과 기억 2.1. 후각과 기억의 원리
우리의 기억은 주로 감각에 의존한다. 기억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시각적인 기억은 물론 그 공간의 소리와 맛, 그리고 냄새로 기억된다. 하나의 이미지로 연관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특정한 냄새를 맡고 연결된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떠오르기도 한다. 이것은 다른 감각과 달리 후각적 자극은 바로 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극의 원리를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후각적 기억에 대한 경험을 한다. 특정한 향수냄새를 맡고 누군가 를 떠올린다거나, 음식의 냄새를 통해 고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2019년 이병철 은 <서정주 시에 나타난 미각과 후각 이미지 연구>에서 “예를 들면 가족 집단과 공유했던 특정한 음식의 맛과 냄새는 공동체의 해체 또는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상황에서도 주체로 하여 금 과거 총체성의 완전한 세계에 대한 구체적 기억을 재생시킨다.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언어’보다는 ‘상징’에 의지하며, 어떤 맛이나 냄새를 떠올리게 되면, 그 맛을 느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된 여러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Lee, B. C., 2019, p.53)”라고 했다.
또한 2009년 최현석은 <인간의 모든 감각>에서 “후각은 여러 기억이 함께 연결되어 재생된 다.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에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냄새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특정한 냄새는 시각이나 청각 등의 다른 감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냄새는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감각으로는 불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Choe, H. S., 2009, pp.249-250)”라고 후각과 과거의 기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연구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냄새의 기억을 통해 후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Figure 1, 2 <The Smell Collection>에 서 아버지의 빛바랜 1964년 원고와 작가의 개인적인 냄새들을 다양한 액체, 작업노트, 책 등의 오브제를 통하여 직접 맡아 볼 수 있게 설치하여 작업하였다(Kim, J. S., 개인전 풀 풀 풀 – 더듬어가는 냄새, 통의동 보안여관, 2018).
본 작품에서 사적인 냄새를 전시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전시된 사물로부터 친근하거 나 낯선 냄새를 각자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 비추어 떠올리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즉, Figure1, 2의 작업은 실제 전시 공간에서 관람 객과 함께한 워크숍과 피 드백의 경험을 통하여 각 자의 후각에 얽힌 기억들 을 공유하며 후각과 기억 의 긴밀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후각예술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후각예술을 통해 떠올려진 기억은 관 객과 연구자를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으로 안내하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2011년 <뇌를 훔친 소설가>에서 석영중은 “기억과 영감은 같은 뇌의 작용이며,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학습이 뇌 속에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Seok, Y. J., 2011, p.49).”라고 영감과 기억에 대해 이야 기 하고 있다. Figure 3과 같이 연구자의 작품에서 후각은 기억, 시간, 공간에 대한 다양한 작용을 거쳐서 새로운 시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표현된 다양한 매체의 후각 적 표현(후각예술)을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 본인의 작품에서 냄새로 이끌려진 개인적인 기억 이 작가와 관객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2. 기억과 공통감각
철학사전편찬위원회의 <철학사전>에 따르면, “공통 감각(共通感覺)이란 오감(시각, 청각, 후 각, 미각, 촉각)이 하나로 통합된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래된 말이다. 그는 인간은 동일한 종류의 감각만이 아닌 다른 종류의 감각을 서로 비교하고 식별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시각적으로 흰색과 검정색 차이만이 아니라, 시각(視覺)상으로 흰색이 미각(味覺)상으 로는 달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다른 종류의 모든 감각에 대응하는 근원적인 감각 능력을 ‘공통 감각’이라 부른다.”라고 공통 감각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철학사전편찬위 원회, 2009). 또한 나카무라 유지로는 <공통감각론>에서 “여러 감각(sense)과 관련되어 있으 면서 그것들에 공통(common)하는 것이며, 더구나 그것들을 통합하는 감각이다. 즉,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공통으로 갖고 있는 판단력을 공통감각이라고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각과 미각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감각을 감각 능력에 의해서 식별할 수 있는데 이것은 종류가 다른 감각들과 서로 관련 짓는 능력이라고 한다(Nakamura, Y., 1979/2003, p. 15).”라고 공통감각 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과 상상력은 영혼 속의 같은 부분에 속해 있다. 기억 작용이라는 것은 결국 감각 인상으로부터 심상을 수집하는 것인데, 다만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Figure 1> The Smell Collection Various Smelll Objects, Variable Size, 2018
<Figure 2> The Smell Collection, Detail
<Figure 3> Expression of Olfactory Art
것이 추가된 것이다. 기억의 심상은, 현존하는 사물이 아니라 과거의 사물에 대한 지각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중략)기억 속에서 사고는 감각 지각으로부터 온 이미지를 축적하는 것에 따라 작용하기 때문이다”이라고 기술하고 있다(Nakamura, Y., 1979/2003, p.222).
Figure 4<Pul Pul Pul>
에서 풀 풀 풀 더듬어 가 는 냄새와 스며드는 체 취의 기억을 통해 돋아 나는 향기, 날아가는 홀 씨와 흩어지는 포자, 부 유하는 안개, 증식하는 세포, 배어드는 흔적에 관한 공통감각을 형상화 했다(Kim, J. S., 개인전 풀 풀 풀 – 더듬어가는 냄새, 통의동 보안여관, 2018). 다른 감각에 대응하고, 여러 감각을 관련지어 통합하는 의미에서 공통감각을 통하여 연구자의 작품이 새로운 시공간으로 창조되었 다고 할 수 있다. 나카무라 유지로는 또한 “베르그송의 기억에 대한 내용은 공통감각과 연결 지을 수 있다. 공통감각은 상상과 기억의 근원이 된다. 상상과 기억은 공통감각을 전제로 하고, 공통감각의 작용에 의존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상상과 기억은 공통감각의 수 동태(양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Nakamura, Y., 1979/2003, p.235)”라고 언급하고 있다.
Figure 5의 2019년 <Pul Pul Pul>을 통해 과거의 냄새의 기억을 가지고 이러한 공통 감 각을 전제로 한 상상의 냄새를 표현하였다 (Kim, J. S., 트라이앵글Ⅱ- 현대미술의 확 장, 현대어린이책미술관, 2019). 개인의 기 억에 따라서 축적된 경험과 그에 대한 기억, 그리고 느껴지는 시간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두 다른 후각적 경험을 하게 되며, 각자의 ‘후각저장소’에 자신만의 기억으로 간 직된다. 2006년 배다남은 “공통감각은 다섯 가지 고유 감각 대상들 간의 차이를 식별하면서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고, 개별적 인 고유 감각들을 통해서 지각된 감각내용들을 통합하고, 나아가 그것들을 단일한 것으로 인식 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감각능력이다. 이러한 감각능력이 결여되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단순한 감각자극들의 다발로서 단지 우리들의 감각 표면에 부딪혀 오는 혼돈에 불과하 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해 지녀야 하는 적절한 감정과 마음가짐, 감각적 기능, 인간관계 에 필요한 행동 능력 등을 잃어버리게 된다(Bae, D. N., 2006, p.4, 16)”라고, 공통감각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3. 후각과 시간, 공간 3.1. 식물과 사람의 시간
지금 우리는 자신이 속한 세계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전체적인 물리적 시간은 동일할 지라도 미시세계 혹은 거시세계, 사람 혹은 동 · 식물은 각자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일한 생명체일지라도 다른 기억과 시간의 세계에서 살아가 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연구자는 2015년 8개월간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학자와의 협업을 통하여 Figure 6 <예술가의 실험실>에서와 같이 일상에서 흔히 보는 식물의 감각 세계에 대한 상상을 과학적 사고와 실험으로 풀어내었다(Kim, J. S., 식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보다, ARTIENCE DAEJEON, 2015). 이것은 ‘시간’에 대하여 탐구한 계기가 되었고 본 작업을 통해
<Figure 4> Pul Pul Pul, Mix Media, Variable Size, BOAN 1942, 2018
<Figure 5> Pul Pul Pul, Live Drawing, Mix Media, 2019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Figure 7 <현미경에서 관찰한 시간에 따른 엽록체의 움직임>에서 광합성 원리에서 영감 을 받아, 활발히 움직이는 엽록체와 씨앗의 발아과정을 촬영하고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이 과정 에서 식물의 상대적 시간성에 대해서 깊게 사유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식물이 씨앗부터 발아하 여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이제껏 단 한 번도 식물이 실제로 자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 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타임랩스(time-lapse)와 같은 특수한 촬영기법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찰의 경험을 계기로 식물과 사람이 감지하는 상대적인 시간과 감각 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Figure 8 <식물은 알고 있다>는 중력을 감 지하여 뻗어가는 뿌리의 움직임을 설치작업 으로 보여준다. 씨앗에서 발아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샬레의 위치를 바꾸면 그에 따 라 뿌리와 줄기가 다른 각도와 움직임으로 반응하여 생장한다. 이러한 식물의 모습을 통하여 식물이 감지하고, 감각하는 환경을 식물의 ‘시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람 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샬레 의 위치변경으로 중력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여 자라나는 식물의 줄기와 뿌리의 반응을 통하여 샬레 위에 자연 이 그리는 드로잉처럼 표현했다. 또한 주변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식물의 반응을 통하여 식물이 감각하는 시간과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상대적 차이를 이야기하고자 했다(Kim, J. S., ARTIENCE DAEJEON, 2015).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각기 다르게 감지하는 시간성은 식물의 ‘후각’이라는 감각 수용체에 대해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식물과 사람이 냄새로 교감하는 작업을 전개하였다.
3.2. 식물의 움직임과 시간
식물의 후각에 대하여 2012년 대니얼 샤모비츠(Daniel Chamovitz)는 <식물은 알고 있다 (What a plant knows)>에서 “식물이 ‘코’의 기관은 없지만 인간과 비슷한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것은 토마토에 기생하는 식물인 미국실새삼(Field-dodder)이 토마토 향을 향하여 자라나는 연구결과로 증명된다(Daniel Chamovitz, 2012).” 이것은 ‘식물이 냄새에 반응한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며 이로부터 연구자는 식물과 사람이 냄새를 통하여 상호작용 이 가능하다는 영감을 얻어 작업하였다.
<Figure 7> Chloroplast Moving According to Time Inspected by Microscope, 2015
<Figure 6> Artist's Laboratory Drawing, 2015
<Figure 8> Plant Knows, 180×90cm, 2015
<Figure 9> Breathing, Chloroplast Video (00:03:31), Moss, Scent, Sensor, LED, 400×700cm, 2016
<Figure 10> Breathing, Detail, 2016
Figure 9의 엽록체 영상은 연구자가 채집하여 관찰한 다양한 식물 중에서 움직임이 활발한 식물을 선별한 뒤 8개월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다. 이 식물은 채취 후 꽤 오랜 시간 활발한 움직임이 관찰되며 계절에 따른 온도와 빛에 따라 움직임의 속도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Kim, J. S., ARTIENCE DAEJEON, 2015). 이 동영상을 설치작업에 활용 하여 Figure 9, 10 <Breathing>에서 사람의 소리에 빛과 향으로 반응하는 이끼를 형상화시켰 고, 공간의 시각적 이미지와 향을 동시에 기억할 수 있도록 공감각적 설치작업을 수행하였다.
본 작업은 전시 공간을 향으로 시작되는 후각적 기억으로 규정하고 이를 재현하였다. 이 공간의 향은 자연물인 이끼와 전시 공간에 어울리는 향을 상상하여 식물 추출물을 바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시공간에 연구자의 상상속의 향이 관람객의 소리에 반응하여 퍼지는 공통 감각을 나타내었다(Kim, J. S.,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6). 또 한 사람과 다른 생명체인 식물의 상대적인 움직임과 시간성이 다름을 작품으로 증명할 수 있었 다. 이에 대해 김유진은 “작가는 <숨>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소리에 반응하여 마치 숨을 쉬는 듯한 이끼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작품 가까이에서 소리를 내면 이끼가 반응하여, 숨을 쉬듯 연기와 향을 내뿜는 것이다. 식물과 동물 등 다른 생명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금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시도해본다. 현미경을 통해 확대한 식물의 움직임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준다(Kim, Y. J.,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6)”라고 식물과 사람이 후각과 시각으로 교감하는 작업을 평하고 있다.
3.3. 변화하는 공간과 후각
우리는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는다. 이 감각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특정한 공간의 냄새를 맡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냄새, 위험한 냄새, 낯설고 불편한 냄새로 그 공간을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집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냄새를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박영미는 2013년 “공간에 대하여 하나의 완결체가 아닌 잠재성과의 공명을 통해 다양한 관계성을 만들어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방문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컨텍스트에서 해방되어 순수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시각적 공간에서의 시간은 신체 의 움직임이 동반하는 시간의 이행으로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양적인 시간이라면, 촉지적 공간 에서의 시간은 내적인 시간으로 질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내적인 시간은 우리가 신체의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기억과의 작용을 통해 세상, 사물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Park, Y. M., 2013, p.44)”라고 변화하는 공간에 대해 논하고 있다. 또한 냄새와 도시공간에 관하여 도시의 후각적 이미지를 조사하고 대표적 변수를 도출하여 냄새지도를 작성하는 연구 방법을 제시하였고 이 방법으로 여러 도시들을 연구하는 McLean(2014)의 연구와 냄새와 장
소의 관계를 규명한 Matsui(2014)의 연구에서는 청각과 후각적 이미지를 조사하여 소리와 냄새의 근원지를 분류하고 그 변수들이 지역의 활력에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였다(Kim, H.
S., 2015. p.20). 이것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들을 도출한 것으로 냄새와 공간의 상관 관계를 드러낸다.
Figure 11, 12 <The Forest of Trace>은 연구자가 우연히 들른 재개발지역의 냄새를 맡고 이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하여 이 흔적을 표현한 영상작품이다(Kim, J. S., 풀 풀 풀 – 더듬어가 는 냄새 개인전, 통의동 보안여관, 2018). 이 작업은 재개발지역의 냄새를 맡고 그 전후로 냄새 에 관한 뒤바뀐 인상을 본인의 시선을 중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피트 브론은 <냄새 그 은밀한 유혹>에서 “일반적으로 우리의 후각능력은 전반적인 신체적, 생리적 상황에 따라서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후각체계의 이런 유연성 혹은 감수성 때문에 한 사람이 느끼는 냄새의 감수성과 선호도는 어마어마하게 변화될 수 있다. 두뇌와 신체로부터 감각으로 이어지는 귀환 작용은 청각이나 시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외적인 것이다(Piet Vroon, 2000, pp.118-119).”라고 냄새의 주관적인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연구자는 이 공간의 냄새를 떠올린 인상을 작업 노트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어느 날 나는 잘 발달된 후각 수용체를 지니고 ‘흔적의 숲’을 거닐다가 다양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 숲에는 예전에는 한 번도 맡지 못한 낯설고 기이한 냄새들로 가득했다. 숲 밖에서는 좋은 냄새, 향기, 체취만을 느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흔적의 숲’에는 숲 본연의 냄새 뿐 아니라 오래되어 변해버린 냄새, 어둠의 냄새, 절망의 냄새, 심지어 곧 사라지기 직전 죽음의 냄새까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이후 ‘흔적의 숲’은 나에게 다른 세상을 냄새로 연결시켜 주었고 이 순간에도 그 숲의 냄새가 떠올려진다. 그리고 지금 나는
‘흔적의 숲’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모든 냄새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안다(Kim, J. S., 작업노트, 2018).” Figure 13 <Petrichor>는 식물의 발아과정에서 분출된
<Figure 11> The Forest of Trace, Single Channel Video, 00:02:19, 2018
<Figure 12> The Forest of Trace, detail
<Figure 13> Petrichor, Dome, Net, Moss, Scent, Sensor, Water, 350×230cm, 2016
기름이 비와 함께 자연에 섞여지며 나는 냄새를 의미한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무한상상실, 2016). 그것은 연구자에게는 비가 많이 내린 여름날 밖에 나가면 나는 깊은 습기와 축축한 풀냄새였다. 식물학자, 메이커, 무용가와 협업하여 돔 내부에 관람객이 들어가면 이끼가 향(식 물추출물)으로 반응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공간 내부로 액체를 추출하여 식물의 냄새를 만들고 ‘돔’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냄새를 통하여 식물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작품의 오프닝 행사 중 하나였던 현대무용 퍼포먼스는 ‘식물과의 교감’이라는 경험의 중요성을 관람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정지역, 또는 특정 공간에서 냄새를 통하여 관념이 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배혜정은 이에 대해서 “사실 우리는 식물의 살아있음을 쉽게 간과한 다. 생태계의 거의 가장 하부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 식물은 곤충을 비롯하여 동물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기본적인 피식자로 존재한다. 이 때문인지 그들이 살아있음을 모른 척 하는 것이 편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균형은 생존에 필수다. 공존을 위한 교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Bae, H. J., 2016).”라고 식물과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하였다.
4. 다양한 매체의 후각적 표현 4.1. 후각의 지도
2019년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프루스트는 경계 없는 공간과 현실적 이지 않은 미세한 것들의 무리, 향기, 생각, 감각, 성찰, 고민, 생각, 물체, 이름, 시선, 감정 등을 발견한다. 이 모든 것들이 마르셀의 귀 사이, 뇌 주름 속에 들어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이다(Carlo Rovelli, 2019, p.194)”라고 ‘시간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성’은 연구자의 작업에 나타나는 ‘시간성’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Figure 14,15 <A Map of Smell>에서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냄새를 채집한 과정 을 담은 영상을 (구)서울역 전시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Kim, J. S., 여행의 새발견, 문화역 서울 284, 2020). ‘냄새채집’을 하러 다니던 과정으로부터 당시 경험했던 그 순간의 냄새, 소리, 바람, 생각, 감정 등을 다시 이끌어내었다. 이를 떠올리며 썼던 ‘시’ 형식의 글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녹음하는 제작과정에서 ‘후각의 지도’가 그려질 수 있다는 작업 아이디어를 떠올 렸다. 이러한 영상은 직접 구성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버지의 서재(태초의 냄새)의 냄새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공간과 사람의 냄새를 채집하는 여정(감각 속으로 깊게 뿌리 내려 물의 소리 를 향해 진동하는, 얕은 주름과 깊은 주름의 경계에서 간신히 연결되어 허공에 맴도는 잔향, 대기 중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증기와 같은 향 등)을 텍스트, 사진, 내레이션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 작업의 마지막 장면은 ‘이 순간으로 끝없이 소환하는 단 하나의 향’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아버지의 정원에서 함께 걷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또한 관람객이 센서로 감지될 경우 ‘반응 하는 향’이 전체 전시장 다섯 군데에 설치되었는데 이 향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의 깊고 넓은 냄새’를 상상하며 제작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상기적 기억(순수 기억)에 의하면 이 기억은 매우 사회적이며 언어와 밀접하다고 한다. 따라서 상기적 기억은 과거의 언어화이며, 말을 통한 과거의 의식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은 말을 통한 과거의 내면화이며, 사회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2002년 콘스탄스 클라센의 <아로마-냄새의 문화사>에서 “냄새는 시간 속 에서 존재한다.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한 공간 내에서 존재한다. (중략) 그 공간은 부락, 동물 소굴, 상이한 식물 구역 등의 좀 더 지역적인 냄새에 따라 세분화 된다.
이를 냄새의 지형도가 안다만제도의 후각적 지형도, 즉 ‘향경(smellscape)'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Constance Classen 외, 2002, p.133).”라고 이야기 한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Figure 14,15 <A Map of Smell>는 냄새와 시간,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 표현한 것이다.
<Figure 14> A Map of Smell, Single Channell Video, Scent, Sensor, 00:11:33, 2020
<Figure 15> A Map of Smell, Detail, 2020
4.2. 냄새의 공간
후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작업의 예로 ‘오인환’과 ‘김진란’ 작가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오인환 은 2009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이라는 작업에서 향을 태우는 작업을 통해 관객의 후각을 자극한다. 전시가 시작되면 자스민 향을 가루로 만든 재료를 사용하여 전시장 바닥에 게이바와 클럽의 이름에 불을 붙여 타들어 가도록 한다(Oh, I. H., 국립현대미술관, 2009).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시작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결국 재만 남아 그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므로 그 어느 누구 도 소유할 수 없으면서도 관객 누구나 체험하고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향과 관객의 후각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미중은 2009년 <후각을 통한 시각예술 연구, 경기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말에서 시작해 불로 태어났다가 다시 잿가루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찰나적인 아름다 움과 깨달음은 완성된 이미지가 주는 충격보다도 더욱 강렬하며 오래 남는다.”라고 하였다.
또한 “과거의 특정 장소나 사건과 결합된 향기(냄새)를 맡게 되면 잊은 지 오래된 기억을 되살 리고 그에 감정이 반응을 창출되기도 한다(Kim, M. J., 2009, pp.25-26).”고 냄새와 기억, 그리고, 감정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였다. 배명지는 2007년 김진란 작가에 대해서 “향기 나는 일상 오브제 중 가장 대표적인 오브제인 비누를 작업의 주요 테마로 설정하여 비누 프로젝트로 이어오고 있다. 비누는 시간에 따라 분해되며 향기가 사라지는 소멸의 함의를 필연적으로 지닌 다. 이번 전시작품 <Memorial Object>은 사라짐과 소멸의 속성을 지니는 비누를 집적하여 죽음의 가장 강력한 메타포인 관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서 비누의 마모성과 육체의 사그라짐, 죽음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삶의 필멸성이 조우한다. 독특한 비누향이 특정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닳아버린 비누조각이 그 삶의 과정과 흔적들을 떠오르게라도 하듯이, 비 누로 쌓아올려진 관 모습의 <Memorial Object>는 바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죽은 자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기억 환기체로 작용한다(Bae, M. J., 「Shall We Smell?」展,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2007).”라고 언급하였다.
위에 언급한 두 작업과 비교하여 연구자는 후각을 직접적인 주제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후각 이 기억과 시간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연구자는 후각의 특성 자체를 작업의 주제로 다룬다. 또한 후각의 시간성을 현존성의 의미로 해석하여 작가가 민감하 게 느끼는 후각이라는 감각에 대한 다년간의 성찰과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Figure 16 <Pul Pul Pul – C>에서 2020년 Figure 17의 과정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보존과학자와 보존 과학실의 냄새를 바이알 204개에 나누어 채집하였다. 그리고 이 바이알을 흩날리고 더듬어가 고 부유하는 냄새, 체취, 향, 포자, 바람의 느낌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벽 위에 설치하였다(Kim,
J. S., 보존과학자 C의 하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20). 이 작업으로 후각이 기억과 시간, 공간에 대한 내용을 담아 낼 수 있었다. 또한 관람객의 후각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채집한 바이알을 통해 자연스럽게 본인이 상상하는 냄새를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어떤 냄새가 난다는 착각, 즉 환후(幻嗅)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보존과학실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보존과학자들의 냄새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공간을 점유하는 냄새는 본인에게 생경한 냄새, 익숙한 냄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였다. 이 ‘냄새’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곳의 보존과학자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공간의 익숙한 냄새, 낯선 냄새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작업하였다. 이러한 현장의 경험들이 작품 속에서 전시 공간의 벽에 드로잉과 텍스트, 냄새채집 설치로 표현된 것이다. 후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향으로 전시공간을 채워 관람 객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상상력의 확장, 혹은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작업은 후각의 시간성과 공간을 점유하는 냄새의 현존성을 예술작업으로 표현한 의미가 있다.
5. 결론
후각은 무의식중에 의도나 노력 없이도 기억된다. 후각의 암시적인 기억의 특성은 우리의 행동 이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후각의 특성에 매료되어 다년간 후각과 관련된 연구와 작업을 수행한 결과 후각은 기억과 시간성, 공간의 개념과 깊게 연결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작품의 설치공간에 특정한 ‘향’을 만들어 발향(發香)함으로써 예술작품의 매개 로 표현하거나 후각으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찰나의 냄새로서의 후각의 ‘현존성’
은 연구자의 냄새채집 작업, 냄새드로잉, 그리고 특정한 냄새를 만들어 공간에 ‘반응하는 향’을 만드는 작업의 동기가 되었다. 이는 후각에 대한 다년간의 이론적 고찰과 연구,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의 반응과 비평 등을 경험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먼저 후각과 관련된 다양 한 저서와 논문을 고찰하고,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 후각과 기억, 시간, 장소 그리고, 다양한 매체의 후각적 표현에 대해 분석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인만의 냄새로 이끌린 기억 이 작가와 관객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인도하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후각과 기억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다른 생명체인 식물(이 끼)과 시간성은 다르지만 이끼가 내뿜는 향으로 후각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이 작품을 통해 증명되었다. 셋째, 특정 공간의 냄새를 통하여 관념이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넷째, 다양한 작업을 통해 후각이 기억과 시간, 공간에 대한 내용을 매체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론을 통해 후각을 재발견하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시도 는 조형예술 영역의 확장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향후 현재의 냄새를 통하 여 과거와 미래의 감각과 시간을 연결 짓고 상상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한다. 또한 후각과 시공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하여 공통감각으로서의 후각을 더욱 심도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Figure 16> Pul Pul Pul - C Collected Smell, Vials, Stainless, Paint on Wall, 700×400cm, 2020
<Figure 17> Smell Collection Proces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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