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국토교육이 필요합니다”
- 유근배 국토지리학회장,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이강식|국토연구원 대외협력팀장(인터뷰)
유근배(柳根培)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리학과 석사(1981) /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지리학과 박사(1986) / 미국 조지아대학교 생태학연구소 연구원(1986) / 서울대학 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조교수(1988~1992)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부교수(1992~1998)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장 (1993~1995) /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장(1996~1998) / 세계지리학연합 해안분과 정회원(1996)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교수 (1998~현재) /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장(2000~2002)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부학장(2002~2002) / 한국GIS학회장(2002~2004) / 서울대학교 기획실장(2002~2004)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장(2008~2010) / 대한지리학회 부회장(2009~2010) / 국토지리학회장 (201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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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5. 서울대학교
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다양한 국토 체험프로그 램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중고 학생들에 게 국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우리의 역사·문화 를 교육시키기 위해 다양한 국토교육사업이 이루어지 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국토교육의 중요성과 성과에 대 해 유근배 국토지리학회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강식(이하 ‘이’): 우리나라 국토교육은 최근 교과 서에 다루어지는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며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국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해 주십시오.
▶ ▶ 유근배(이하 ‘유’): 국토교육에 대해서는 이 미 여러 분들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토해양 부 권도엽 장관님, 국토연구원의 박양호 원장님, 대한지리학회 전임 회장이신 권용우 성신여자대 학교 교수님 등 많은 분들이 국토교육은 모든 교 육의 기반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국토에 대 해 알게 될수록, 국토를 사랑하게 됩니다. 인성교 육에서부터 지식에 이르는 여러 가지 교육이 균형
고 생각합니다. 화강암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학술적으로는 화강암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서울 의 화강암과 다른 지역의 화강암이 다릅니다. 전 문가들은 화강암이라는 걸 알지만 일반인들은 서 로 다른 암석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런데 어떤 학 생이 서울에 있는 화강암에 대해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치면 점차 지식의 범위가 넓어져 우리나 라의 모든 화강암에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결 국 화강암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갖게 되는 것 입니다.
화강암을 예로 들긴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 역을 대입해보면 국토교육이 왜 모든 교육의 기틀 이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는 실제로 체험할 수 없는 일반적인 지식을 배 우게 합니다. 그러나 내 고장에 대한 지식은 현실 적이고 구체적입니다. 내 고장, 더 나아가 우리나 라를 사랑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교 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교육을 체계적 으로 받은 사람이 지도자로 육성되어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국토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 만이 한 국가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 까요. 국토교육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자 를 육성하고 국운을 융성하게 할 수 있는 토대입니 다. 국토교육은 정말 중요한 교육입니다.
▶이: 교수님께서는 국토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반이 되 는 매우 중요한 교육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국토 교육의 효과는 무엇이 있겠습니까?
▶ ▶ 유: 국토교육은 균형 잡힌 국토관을 형성하게 하고 우리나라 국토정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킵 유근배
니다. 또 전문직과 연계한 국토이념의 실현방안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국토발전을 위한 실천의식 을 제공합니다.
체계적인 국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각계 각층에 진출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국토연구원의 도시계획가가 된다면 국토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계획가가 되지 않을까 요. 학자가 된다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이른바 실사구시의 학문을 추구할 수 있겠지요. 기업가가 된다면 한국에 필요한 기업을 만들어 국민의 복리 와 국가경제를 탄탄하게 이끌어갈 기업가가 될 것 입니다. 법조인이 된다면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법을 제정할 수 있겠고, 적법한 해석과 적용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 종사하든지 모든 국민 에게 필요한 것이 국토교육입니다.
▶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국토교육 방안으로 국토올 림피아드와 지리올림피아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 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 ▶ 유: 지리올림피아드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 상으로 한 행사입니다. 올해로 13년째입니다. 지 리올림피아드 출신 학생들이 이제 청년으로 성장 하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 재가 되었습니다. 매년 행사 때마다 지리올림피아 드 출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진행 을 할 수 있습니다. 지리올림피아드에 대한 이들 의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입니다.
지리올림피아드의 성공에 힘입어 3년 전쯤에 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국토교육 행사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입시지옥으로부터 비 교적 자유롭고, 여러 교과목을 종합하여 국토라는 이름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중학생 시
절이기 때문입니다.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한 끝에 국토올림피아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 리올림피아드를 수년간 개최하면서 쌓은 노하우 와 인적자원을 국토올림피아드에 접목한 결과 국 토올림피아드도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국토 올림피아드는 올해 2회째를 맞았으며, 중학생들 에게 국토사랑의 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 습니다.
국토지리학회는 앞으로 국토올림피아드를 더 욱 확장할 계획입니다. 국토해양부, 국토연구원, EBS, 중고등학교 교사모임을 주체로 국토교육에 관심 있는 기관과 인적자원을 모두 포함하여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러려면 지속가능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 토지리학회에서는 국토교육을 전담하는 국토교육 원을 설립하여 균형 있는 국토교육을 실시할 계 획입니다. 국토올림피아드도 그 일환으로 생각하 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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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 각하십니까?
▶ ▶ 유: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국토 교육을 일컫습니다. 내 고장의 사회환경, 자연환 경, 역사유물 등 교실에서 배운 것을 체험해보는 현장 체험학습은 국토교육에서 지향하는 실사구 시의 실천과 목적 및 방법이 일치합니다.
국토지리학회에서는 현장 체험학습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동아리 모 임을 이끌고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깊 이 있는 체험학습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 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토교육 교재도 발간하였 습니다.
▶이: 국토해양부와 국토연구원에서는 초등학교를 대 상으로 국토탐방대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토연구 원에서는 ‘국토100선’을 제시하였고, 학교에서는 교사 와 학생들이 함께 탐방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연구원에 서도 자문을 해주어 탐방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시행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토탐방대회가 더욱 발전하고 실적이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 유: 저는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선택하 여 탐방계획을 수립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 다. 그 부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매트 릭스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가로축은 농촌, 어 촌, 산촌, 도시 등 지역, 세로축은 하천, 사회, 산 업 등 지역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입니다.
매트릭스를 통해 어느 지역의 중요한 주제가 무엇 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울산에서는 산업이 주요 주제라면 산업에서 발생하는 지역문
는 것입니다.
그 지역에 적합한 주제를 선정하려면 체계적인 안목에서 적정한 자료를 정리하고 공급하는 주체 가 있어야 합니다. 자료를 관리하고 DB화하는 연 구주체가 국토지리학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국토 교육원입니다. 국토교육원은 국토연구원이 가지 고 있는 방대한 정보와 전문가 그룹들을 비롯해 여타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적절히 연결 하고 배합하여 지역에 적합한 주제와 자료를 공급 하는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이: 현재 국토교육은 미래 국토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범위를 넓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토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 유: 우리나라가 굉장히 취약한 부분입니다. 국 토업무를 담당하는 분들, 공적 부분과 사적 부분 에서 국토관련 업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국토교육 대상자로 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 역의 특성에 맞춘 국토교육이 필요합니다. 어촌지 역에서는 해안, 연안, 해양, 어업과 관련된 국토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경 우 해안과 연안지역에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줄 지, 그 지역의 주민들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역주민들과 함 께 해답을 고민하기 위해 국토전문가들이 강연도 하고 컨설팅도 하면서 국토교육을 실시해야 합니 다. 지역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토교육이어야 합니다. 미국 뉴저 지의 경우 시정부에서 전문가그룹을 초청하여 주 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습지가 많이 분포된 지역의 경우에는 습지의 관리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교육을 받은 후 지역주 민과 전문가, 정치인, 연구원, 공무원 등이 모여 습지관리 거버넌스를 만듭니다. 국토교육에서 끝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 지역정책을 이끌어가는 조직으로 나가고 있 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형태의 거버넌스가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지역의 협력 적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토교육이 필요 할 것입니다. 그 지역의 국토, 지역적 특성이 이해 되고 국토교육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진정성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국토교육 법제화를 위해 전문가와 정부부처 등에 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국토교육 제도화를 위 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 ▶ 유: IMF 시절 우리 국민들은 경제개념이 필요 하다는 데 공감하고, 미연에 위기를 방지하기 위 해 경제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경제교육은 입법화되어 시행 중입니다. 인력도 공급되고 콘트 롤타워도 있어 관련 분야에 코디네이션도 실시되 고 있습니다.
저는 국토해양부나 국토연구원에서 국토교육 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제도권에서 정착되면 큰 효 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 를 들어 국토연구원에서 국토교육부서를 만들 수 도 있습니다. 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비교적 이해 관계가 자유로운 복수의 학회가 중심이 되어 국 토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당성과 형평성, 지속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형태로 법제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이: 바람직한 국토교육을 위해 국토연구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고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 ▶ 유: 국토연구원이 중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 니다. 혹자들은 국토교육을 통해 정권홍보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의심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국토연구원과 국토지 리학회 등 학계가 모여 설득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됩니다.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모범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 으로 한 국토교육도 해나가야 하지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토교육, 그것이 더 진전되어 협력적 거버넌스로 나가고 결실을 맺어서 더 좋은 지역사 회를 일구어나갈 때 설득력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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