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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과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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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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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콘테스트 전성시대이다. 작년 슈퍼스타K의 돌풍적인 인기를 바탕으 로 이제 너도나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심지어 아나운서 선발도 주말 연예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콘테스트 형태의 공개채 용을 취할 지경이다. 이로부터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준 평범한 우 리의 젊은이가 국민스타로 등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프로 그램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진정한 인간승리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감동한 다. 사람들은 주말의 가요 프로그램에 검증 없이 등장하는 젊은 가수들의 가창력에 종종 실망하였고, 그들의 등장에 방송사와 연예 엔터테인먼트사의 독점적 커넥션에 의혹과 소외감을 느껴왔던 참이었기에 이들에게 콘테스트의 즐거움은 더 하다. 특 히 토너먼트 방식이라 경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매번의 과정을 통과하기 위하여 혼 신의 힘을 다 쏟아 붓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런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큰 박 수를 보낸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에 승자와 패자의 결정에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 고 이로부터 스릴과 긴장감을 주기에 시청자에게 다가서는 방송은 이보다 더 재미 있는 요소를 갖추기가 힘들다. 시청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진정 ‘깨끗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의 또 다른 참모습을 일깨워주지 못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경 쟁을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슈퍼스타K에서 국민스타로 등 극한 허각은 100만 명에 이르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이 되었다. 또 다른 허각이 되기 위해 올해에도 슈퍼스타K에 그만한 숫자가 콘테스트에 참가신청을 했다. 정말 로 치열한 경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가 수는 열창을 한 후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단다. 1등을 뽑는 이런 콘테스트는 100m 달리기 경주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삶 속의 경 쟁 모습은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규칙 속에서 1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 질주하는 게임이다. 시청자들은 그 게임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것은 로마시대 검투 사들의 혈투와 다를 바 없다.

허각과 박지성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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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쟁과 게임의 경쟁은 다르다

삶의 경쟁과 게임의 경쟁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게임은 정해진 규칙 하에 게임 참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다. 한 사람만이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은 항상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경쟁의 치열하고 격렬 함에서 오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 관람료를 지불하고 게임을 보러 간다. 이에 반해 삶의 경쟁에는 어떤 규칙도 없고 각자의 목표는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 기 위한 수단과 방법도 동일하지 않다. 그곳에는 남과는 다른 새로움을 찾아내기만 하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것은 게임이 한 사람 또는 일정 한 순위에 든 사람들에게만 승자의 월계관을 씌어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게임은 모든 경기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시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규칙 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삶의 경쟁에는 다름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 에 그곳에는 근본적으로 규칙이 없어야 한다. 자유로움 속에서 다름과 새로움을 찾 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결과는 분명히 승자와 패자로 나뉘며 승자만이 게 임이 내건 모든 것을 가져간다. 그렇지만 게임도 영합(zero-sum) 게임은 아니다.

왜냐하면 게임에서 승자가 가져가는 것은 패자가 갖고 있던 것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합의 게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의 세계에서 폭력에 의한 탈취의 경우에만 한정한다. 이에 반해 삶 속의 경쟁은 모두에게 승자 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 경쟁은 가치가 불어나는 정합 (positive-sum)의 과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은 많은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게임이 열리는 주말을 설렘으로 기다리게 한다. 최근 그의 눈부신 활약으로 그 에 대한 찬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한국을 넘어 이제 세계적인 스타이 다. 그것도 세계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말이다. 필자의 눈에는 그가 축구 선수로서 스피드와 기술적인 면에서 결코 세계 최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스피드는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하지 않으며 볼터치도 세련되고 기교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가 볼을 잡으면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그의 게임 을 지켜본다. 그렇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당 당히 주전선수로 뛰고 있다. 그는 이달 말 ‘별들의 잔치’라 할 수 있는 UEFA 챔피 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도 주전으로 뛸 것이 분명하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자리에 오 를 수 있었는가?

그는 축구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는 그만 의 끊임없는 공간 창출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새로운 유형의 축구선수를 선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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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선수가 아니더라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는 남이 할 수 없거나 남이 생각하지 못한 틈새를 노려 영국 더 나아가 세계 축구 역사에 그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피드만을 본다면 또는 공 을 다루는 기술만을 본다면 그는 결코 1등이 아니다. 그는 그만이 갖고 있는 강건 한 체력을 바탕으로 남과는 다른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의 이런 자질을 꽃피우게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도 대단한 사람이다. 히딩크나 퍼거슨이 없었다면 그의 자질이 이처럼 만개하지 못하고 그는 평범한 축구선수로 남아 있었 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그것은 그에게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1등이 되는 사회가 역동적

100만 명 중에 당당히 1등을 한 허각도 우리의 멋진 젊은이지만 남과는 다른 새 로운 축구 유형을 보여주는 박지성도 더 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우리의 젊은이다.

우리 곁에는 콘테스트의 열풍 속에 눈에 띄지 않지만 박지성과 같이 남과의 다름과 새로움을 찾으려는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자유로운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시스템 속에서 새로움과 다름을 수용하면서 그들의 노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콘테스트를 통해 단 1명만이 1등이 되는 사회보다 새로움과 다름을 통해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분 야에서 1등이 되는 사회가 훨씬 역동적이고 강건한 사회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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