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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연동제도 가격규제의 한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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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납품단가연동제가 대기업의 납품업체인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제도의 하나로 서 제안되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란 부품의 재료가 되는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 이 를 납품하는 가격도 일정한 방식에 따라 동시에 오르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얼핏 보면 이 제도는 물가연동제와 유사해 보이므로 물가연동제와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또 부품의 원료가 되는 원자재의 가격이 올랐을 때 그 가격을 반영하여 부품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게 하면 중소기업들이 예기치 않은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므로 ‘좋은 제도’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납품단 가연동제는 그 성격상 여타 물가연동제와는 다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특이한 방식 의 가격보장의 형식을 띠는 가격규제의 한 유형이다. 가격보장 형식의 가격규제는 특 히 기업가정신을 저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산업의 경쟁력과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가연동제와는 다른 납품단가연동제

연동제가 그 나름대로의 경제학적 논리를 가지고 등장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서였다. 인플레이션은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무계약에서 채무자를 유리하게 하고 채 권자를 불리하게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자는 심지어 자신이 빌려준 돈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더라도 그 총액으로 종전에 구매할 수 있었던 물건을 살 수 없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금에 대한 지불증서였던 지폐가 금으로의 태환이 금 지되고 인플레이션이 자주 발생하자, 금 일정량에 상응하는 돈을 갚는다는 금 조항 (gold clause)을 채무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이런 금 조항이 불법 화되자 사람들은 채무계약에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이자율을 받고자 하였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로 한 경우에는 노동력을 구입한 사람이 일종의 채 무자이고 임금을 받기로 한 사람이 일종의 채권자에 해당하므로 인플레이션은 정액 임금의 노동자들을 불리하게 만든다. 이를 인식한 노동자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임금, 즉 물가연동임금을 받고자 하였다. 이 외에도 세금이 누진적인 세율로 되어 있 으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임금은 그대로이지만 화폐(명목)임금은 늘어난 경우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 종전에 비해 더 많은 세금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이런 문 제를 수정하기 위해 실질임금을 계산해서 세율을 다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납품단가연동제도 가격규제의 한 유형

김이석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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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 조항이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채무계약, 물가에 연동된 임금의 계약, 물 가를 감안한 세율의 적용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이라는 교란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계산의 착오를 수정함으로써 자원배분 의 효율성을 제고시킨다. 그렇다면 납품단가연동제도 이런 성격의 것일까? 결론적으 로 말해 그렇지 않다.

우선 납품단가연동제의 일부 주장은 이런 부품의 가치가 결정되는 방식을 감안하지 않다보니 부품의 납품가격의 결정을 단순한 협상력의 차이로만 설명하고 있다. 부품 의 가치는 부품이 들어가서 생산되는 최종재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치평가로부터 파 생된다. 칼 멩거(Carl Menger)는 어떤 재화의 가격이 그 재화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 는 재료의 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얼마나 그 재화를 가치 있 게 여기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오븐의 가격(사용료)이 빵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빵에 대한 가치평가에 의해 결정되 는) 빵의 가격이 오븐의 사용료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재가격이 상승하 더라도 부품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결국 그 부품들을 결합해 만드는 최종 소 비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의해 제약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부품의 원자재 가격이 예기치 않게 상승했을 때, 완성품 조립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고도 그 인상된 부분만큼 부품가격을 올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완성품에 수요가 동시에 증 가하지 않는 한 올바른 상황 인식이 아니다.

둘째, 납품단가연동제는 수요와 공급에서 가격조건과 수요물량의 변화 관계를 반영 하지 못하며 계약의 핵심요소를 변경하게 하므로 실질적으로 사적 계약이 공적 규제 에 의해 파기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량은 줄어든다. 그런 데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자재가격이 상승했을 때 “가격은 원래 계약한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하면서, 계약한 물량에 대해서는 이를 변경하여 줄일 수 있도록 하 지 않는다.” 사실 가격은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납품단가연동제는 원래의 납품계약을 파기하고 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동일한 물량을 구매하는 계약을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부품의 원자재가격이 높아지면, 부품공급업체로서는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고 이미 계약한 분량에 대해서는 계약한 가 격으로 납품하겠지만, 새로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손실을 감수하며 계속 예전 가격으 로 부품을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납품단가연동제 채택 여부는 원자재가 격의 상승을 예측하지 못하고 맺은 계약을 보호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로 압축된 다. 사적 계약을 보호하지 않으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 이 문제의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는 기존의 계약을 보호해야 한다. 물론 원자재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은 자유롭게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분담될 수 있고 그 방법의 하나 로 특정한 납품단가연동 조항이 계약당사자들의 합의로 부품공급계약에 포함될 수 있 다. 그러나 납품단가연동제를 계약당사자들에게 강제하여 이 조항이 원래의 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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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기업가정신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이런 납품단가연동제는 납품생산업체의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감당하면서 원 자재를 포함하여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들을 사서 재화를 생산한 다음 이를 (이자까 지 감안하여) 들어간 비용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음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이를 실천 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납품하는 부품의 생산기업에서 발휘해야 할 기업가정신 은 부품에 대한 수요의 파악과 함께 원자재가격의 예측과 가격 변동에 대한 대비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납품단가연동제는 자신의 기업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 기업가정신이 함양되지 못하게 할 것이고 그 결과 우리 나라 납품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물가연동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교란에 사람들이 대응하려는 반응 에서 나온 것으로 자원의 사용을 더 가치 있게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납품단가연동 제는 환경 변화에 더 기민하게 반응할 필요성을 없앰으로써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가 능성이 더 높다.

납품단가연동제는 가격규제 정책

엔고가 되면서 일본의 완성차 생산업체들이 한국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 관심을 보인다는 기사가 있었다.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은 수요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이므로 엔고가 되자 일본의 완성차 생산업체들이 그들과 오랜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국내 부품생산자들의 부품 가격에 부담을 느껴 한국의 부품 생산업체로부터의 부품공 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는 국제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경쟁력과 품 질이 핵심이며, 납품단가연동제의 유무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엔고로 한국의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일본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부품을 공급 받도록 하기 위해 부품의 수출을 금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품의 원자재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원 래의 계약을 무효화하고 부품의 가격을 다시 책정하도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를 강제 하는 것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일종의 가격규제정책이다. 그런데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가격에 대한 규제이다. 이는 경제상황이 나쁠 때라고 해서 예 외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패전한 독일의 경제상황은 암담했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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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상황을 벗어나게 한 것은 당시에 만연했던 가격규제가 아니라 에르하르트가 주도 한 가격규제의 전면적 철폐였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1)

1)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두 편의 글을 참고. 로렌스 H. 화이트, “독일 제2 라인강의 기적 이루려면 ‘에르하르트의 개혁’ 배우라” column of the week, 한국경제, 2010. 9. 17. H02/「자유시 장경제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주용식 외, 󰡔위대한 생각󰡕, 월간조선,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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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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