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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차 언어습득과 심리언어학

<1교시> 언어 능력의 생물학적 기초

학습목표

1. 인간의 언어 능력이 뇌에서 운용되는 양상을 이해한다.

2. 언어 장애의 유형과 원인을 이해한다.

학습내용

1. 뇌의 기능과 뇌 영상 촬영 기법에 대해 설명한다.

2. 언어 장애의 유형의 특성을 설명하고, 뇌의 국부화 이론을 소개한다.

사전학습

1. ‘뇌’나 ‘뇌 의학’ 관련 드라마 혹은 영화를 찾아보고, 거기에 나오는 뇌촬 영 기법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봅시다.

본학습 1. 언어와 뇌

뇌 손상을 입고 실어증(aphasia) 환자가 된 두 사람에게 ‘신데렐라 이야기’

를 해 달라고 하였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보자.

환자1: “One time (8초) the girl (13초) workin' workin' (20초) two two two three two (4초) two mother and two sister (6초)ok (21초) the man uh the prince prince”(총 소요시간: 136초).

환자2: “The girl the ladies wh the girl and two little girls and they have on the hair and all that jazz uh she two the two girls shw said uh she dressing their hair dress their hair I think and dress your hair and beautiful dress ... nose and big mouth not you know but she is very pretty.”(총 소요시간:

110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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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는 두 사람의 언어 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으며, 두 환자의 발화 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준다. 환자1은 단어들을 결합하여 말을 이어 가기 힘들어 하는 경우이며, 환자2는 단어들을 유창하게 결합하면서 말을 이 어가지만 그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두 환자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일까?

신경언어학(neurolinguistics)은 뇌와 언어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즉, 언어 능력이 신경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한다. 여기에서는 뇌의 조직과 기능, 뇌 손상과 그로 인한 언어 장애, 그리고 언어의 진화에 관해 살펴본다.

가. 뇌의 기능과 뇌 영상 촬영

인간의 뇌는 좌우 대칭형으로 나뉘어 있다. 좌뇌와 우뇌는 대량 의 흰색 신경섬유 다발로 연결되 어 있는데, 이것을 뇌량(corpus callosum)이라고 한다. 뇌량은 2억

개 내지 2억 5천만 개의 신경세포 축색돌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신경세 포들이 좌뇌와 우뇌의 정보 통로 역할을 한다.[미주: 간질병(epilopsy) 환 자의 증세 완화를 위해 뇌량 절단 수술을 받기도 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우리 가 단어들을 눈으로 보거나 읽으면서 그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면, 우리 뇌 의 여러 부분이 일하기 시작한다. 언어 기호로서 한 단어를 알아보는 것은 눈이 아니고, 뇌의 후두엽(occipital lobe)에 있는 시각 센터가 하는 일이 다. 그리고 그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단어들이 결합하여 문장으로 해석 되는 일은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Frontal lobe)과 측두엽 (Temporal lobe)에서 일어난다. 만일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려고 하면 왼쪽 관자놀이 안쪽 부분의 뇌가 활동하며, 상대방의 말소리를 들으며 청 각 정보를 처리할 때는 귀의 뒷부분에 있는 뇌가 활동한다.

뇌의 내부 활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최근 뇌 영상 촬영기법의 급격 한 발전으로 인해 뇌 활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19세기 말부터 이미 뇌파 측정 기구(EEG, ElectroEncephaloGram)를 동물들을 대상으로 사용 하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초에는 EEG를 이용해 인간의 뇌 활동을 보여 주 기 시작하였다. 최근 뇌 촬영 기법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과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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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g)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뇌의 영상을 촬영해 줄 뿐만 아니라 실시 간으로 뇌의 활동을 보여 준다.

PET는 뇌의 활성화 부분을 보여 주는데,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뇌에 서 활성화된 부위는 비활성 부위보다 더 많은 피가 몰리게 되는데, 이는 활성 부위에는 당분과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PET는 방사성 동위원소 를 이용하여 뇌의 각 부위에 공급된 당분과 산소의 양을 측정한다. MRI는 생체 조직에 있는 수소원자 양성자 핵이 인공 자기장 내에서 움직이면서 발생시키는 전자파 신호를 측정하여 생체 조직의 종류와 깊이와 밀도 등을 보여 준다. MRI는 조직의 구조만을 보여 주지만,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fMRI)는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직접 보여 줄 수 있다. MRI도 PET와 같 은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뇌의 활성 부위에 산소 공급이 증가하면서 전자 파 신호가 바뀌고, 어느 신경 세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를 보 여 줄 수 있다. PET와 fMRI 이외에도 SPECT와 MEG라 불리는 단층 촬 영 방식이 뇌 기능 연구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

나. 언어 기능의 국부화

오래전부터 뇌의 특정부위가 언어 능력을 관장한 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19세기 초 독일의 의사 프 란츠 갈(Franz J. Gall 1758-1828)은 골상학 (phrenology)을 뇌에서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부 분은 눈 바로 아래 부분이라는 것인데, 이는 눈이 튀어 나온 사람들이 대체로 말을 할 때 분명하고 논리적이라는 경험 때문이었다.

일부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우뇌와 좌뇌가 서 로 다른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 면, 우뇌는 대체로 종합적이고 감정적 기능을 담당

하여, 공간적, 음악적, 예술적, 상징적, 직관적 정보를 처리한다고 주장한 다. 또한 좌뇌는 대체로 분석적이고 이성적 기능을 담당하여, 언어적, 수학 적, 지적, 세속적, 논리적 정보를 처리한다고 주장한다.

[그림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Phrenology-journal.jpg ] 좌뇌와 우뇌 기능의 편재화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에 대한 실 험에서 드러난다. 오른손잡이의 80-90% 정도는 좌뇌가 언어기능을 전담 하지만, 왼손잡이 가운데는 60-70% 정도만이 좌뇌가 언어기능을 전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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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한다.

그러나 좌뇌와 우뇌의 기능 분담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 보완적 이다. 언어 기능이 좌뇌에 치우쳐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말을 할 때 우리 의 좌뇌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좌뇌와 우뇌가 함께 활성화되어 협력한 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본래적으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근거는 얼마든지 많다. 좌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심각한 언어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데, 이런 경우 우뇌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8-14세에 뇌종양 제거를 위해 좌뇌를 절제했던 아동들이 처음에는 언어 기능이 거의 상실되었다가, 서서히 성장하면서 우뇌가 언어 기능을 수행하게 된 예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언어 능력이 뇌의 특정 부위가 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해부학적 근거를 찾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프랑스의 신경과 의사이면서 인류학자 인 브로카(Pierre Paul Broca 1824-1880)는 뇌의 특정부위와 언어 능력 의 상관성을 밝혀냈다. 브로카는 좌뇌 전두엽 특정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 자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이 유사한 언어 장애를 갖게 된 것을 발견하였다.

전두엽의 이 부위를 브로카의 이름을 따서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이 라고 부르고, 이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보이는 실어증 증세를 ‘브로 카 실어증’(Broca aphasia)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 간의 연구(뇌영상, 행동, 임상 연구)에 따르면, 좌 뇌와 우뇌, 뇌피질과 뇌피하질 등이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지 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회로를 형성한다. (Kotz et al. 2003, Monchi et al. 2001) 예를 들면, [basal ganglia]와 같은 신경 회로는 아주 다변적인 행위를 수 행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걷기, 말하기, 통사구조에 의한 세밀 한 의미 구분 인지, 사고 과정의 방향 변경, 감정 통제 등. 전두엽-전부에 있는 브로카 영역도 역시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이러한 뇌 부위의 다기 능성을 다윈의 편의주의적 진화 기제(opportunistic evolutionary mechanisms)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특정 기능을 위해 진화된 뇌 부위가 새로운 기능을 수용하기도 하고 옛 기능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 실어증의 종류

실어증이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언어 능력에 장애를 갖게 되는 것 을 말한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다른 인지 능력과 구분된다. 1848년 광산 에서 일하던 게이지(Phineas Gage)라는 사람은 갱내 사고로 1미터가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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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이 머리를 관통하는 부상을 당하였다. 게이지는 당시 머리를 관통한 철봉을 매단 채로 살게 되었는데, 그의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에는 아무 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심각한 감정적, 성적 기능 장애를 겪다가 12년 후에 사망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서 다른 인지 능력에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토퍼 (Christopher)는 15개 내지 20개의 외국어를 쉽게 습득하고 구사할 줄 아 는 사람이었으나, 어린아이보다도 길을 찾아가지 못하는 공간 인지 능력에 장애를 갖고 있었다.

실어증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다. 단순한 증세로부터 복잡하고 다기능 적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있고, 장애의 정도에 따른 차이, 그리고 장애의 원인 설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언어학과 신경과학, 심리학 등이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엄밀하고도 충분한 임상 실험이 요구된다. 최근 50여 년 간 수행된 실어증에 관한 연구는 언어 장애가 주로 좌뇌의 손상으로부 터 온다는 것, 즉 좌뇌의 손상은 심각한 실어증을 유발하지만 우뇌의 손상 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특정한 뇌 부위의 손상과 특정한 언어 기능 장애 사이에는 긴밀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실 어증의 유형을 살펴보면서 뇌의 어떤 부위와 연관되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본다.

1) 브로카 실어증과 베르니커 실어증

좌뇌의 전두엽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아주 동질적인 언어 장애를 겪게 된다는 주장 이 이미 19세기 중엽에 브로카에 의해 제기되 었다. 이 부위를 브로카 영역이라고 부르고, 브

로카 영역의 손상에 따른 실어증을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이라 고 부른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독일의 신경학자 베르니커(Carl Wernicke)는 측두엽(temporal lobe) 후방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이한 언어 장애를 보고 하였다. 이 부위를 베르니커 영역 (Wernicke's area)이라고 하고, 이러한 장애를 베르니커 실어증 (Wernicke's aphasia)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실어증의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실험이 있다. 옆의 그림을 브로카 실어증 환자와 베 르니커 실어증 환자에게 보여주고 설명하라고 하였다. 이들의 반응을 보 면 이 두 실어증의 양상이 얼마나 다른지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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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카 실어증 환자의 반응:

(Points to the water and laughs) "Ah .. . ah . . . girl and boy, ah oh er er dear . . . girl (points to the woman) cof (points to the cloth) and, er oh er dear me . . . er (points to the stool) er steps um window, curtains . . . a pot and an er (points to the water) oh dear me . . . OK"

베르니커 실어증 환자의 반응:

Well it's a it's a place and it's a g-girl and a boy . . . and the-they've got obviously something which is made made made wel it's just beginning to go and be rather unpleasant (ha! ha!) um and this is in the this is the the woman and she's putting some stuff and the it's it's that's being really too big t-to do and nobody seems to have got anything there at all and er it's . . . I'm rather surprised that but there you are this this stuff this is coming they were both being one and another er put here and er um um I suppose the idea is that the er two people should be fairly good but I think it's going somewhere and as I say it's down again . . . let's see what else has gone er the this is just I don't know how she di' how they did this but it must have been fairly hard when they did it and er I think there isn't v-very much there I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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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카 실어증 환자는 표현하는 데에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어서 대화 를 이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증세를 보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비교적 큰 어려움이 없다. 이와 달리 베르니커 실어증 환자는 이해 하는 데 큰 장애를 가지며, 말을 유창하게 하지만 단어의 결합이 정상적 인 의미로 해석될 수 없는 증세를 보인다. 브로카 실어증은 발음에 어려 움이 크고,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힘들며, 문법적 기능어를 상실 하고, 심각한 통사적 결함을 갖는다. 브로카 실어증은 말하기뿐만 아니라 쓰기에도 동등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베르니커 실어증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문장과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갖는다. 또한 명명실어증(naming aphasia)을 동반하기도 하여, chair라는 단어 대신 table을 말하기도 하고, girl 대신 boy라고 하기도 한다.

2) 난독증

난독증(dyslexia)은 글을 읽는 데 장애를 보이는 것을 말하는데, 뇌 손 상으로 인한 읽기 장애와 같은 후천성 난독증과 글읽기 학습에 장애를 겪는 발달성 난독증이 있다. 아래는 난독증 환자인 G. R.의 읽기 실험을 보여준다.

제시자극1 반응1 제시자극2 반응2

liberty freedom decide decision canary parrot conceal concealment abroad overseas portray portrait large long bathe bath

short small speak discussion tall long remember memory

위 실험에서 <제시자극>과 <반응>이 대응하는 양상은 의미적으로 유 사한 관계일 수도 있고, 어근은 같으나 품사가 다른 통사적 관계에 기반 한 것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3) 전도실어증

전도실어증(conduction aphasia)은 상대의 말을 따라 하지 못하는 특 이한 증세를 보인다. 이 실어증은 좌뇌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커 영역 을 연결해 주는 활모양 신경다발(arcuate fasciculus)의 손상에서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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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도실어 증은 베르니커 실어증이나 브로카 실어 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실어증은 음성 화자뿐만 아니라 수화 자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뇌의 같은 부위가 손상되면 수화자에게도 동 일한 유형의 실어증이 유발된다. 브로 카 영역이 손상되면 수화자는 수화가

느려지고 수기호의 어형변화가 불안정해진다. 베르니커 영역이 손상된 수화자는 수화가 유창하지만 이해하기 혼란스러운 수기호들의 나열에 불 과한 수화가 된다. 수화자가 실어증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일반적인 공 간 인지에 장애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정리학습

인간의 언어능력이 구체적으로 뇌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뇌의 활동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통해 보였고, 언어장애의 유형이 뇌 의 국부화 이론과 상관성을 갖는다는 점, 언어 구조가 뇌의 구조와 상관성 이 있다는 점 등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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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차 언어 습득과 심리언어학

<2교시> 언어 습득

학습목표

1. 인간의 언어 습득 단계와 특징을 이해한다.

2. 언어의 습득 단계와 실어증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한다.

학습내용

1. 언어 습득의 기제를 설명한다.

2. 언어의 습득 단계와 실어증의 상관관계의 원리와 기제를 설명한다.

사전학습

1. 언어 습득 단계를 이해하기 전에 외국어 학습은 어떤 순서나 절차로 이루 어지는 게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의 영어 교육의 허와 실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본학습 1. 언어 습득

가. 인간의 뇌와 동물의 뇌

언어는 인간에게만 주어졌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의 뇌와 다 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i) 인간의 뇌와 원숭이의 뇌는 무엇이 다른가? (ii) 인간의 뇌는 원 숭이의 뇌와 왜 다른 것일까?

원숭이의 뇌가 인간 언어와 동등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뇌의 용량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 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어 능력의 발생이 뇌의 용량과 관계가 있 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동의 뇌 발달 과정과 언어습득 과정, 그리 고 여러 종의 유인원의 뇌 구조를 비교 연구한다. 아동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단어 차원을 넘어 완전한 문장 발화를 시작하려면 개략적으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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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뇌 용량의 80%까지 성장해야 한다. 보통 성인의 뇌 용량을 1350cc 정 도라고 하는데, 그 80%라면 1000cc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용량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는 인간종의 뇌 용량과 대체로 일치하며,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인간 언어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위 호모에 렉투스라는 인간종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의사소통 수단을 가졌다는 주 장은 추측에 불과하고, 전혀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 따라서 뇌 용량에 근거한 인간 언어 진화설은 사실적 근거가 결여되어 있다.

나. 뇌의 발달과 결정시기 가설

생후 8개월된 아이는 이미 대략 1,000 조개의 신경 연결 시냅스 (synapse)를 갖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10살이 되면서 시냅스의 수는 반 정도로 줄어들고 이 숫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시냅스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두뇌 활동이 둔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냅 스 수가 감소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뇌 발달 과정인데, 뇌에서 잘 사용 되지 않는 시냅스는 약화되어 소멸되고, 활발하게 쓰이는 시냅스는 그 연 결이 점점 강해진다. 숲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점점 넓어지고, 사 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은 점차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이러한 시냅스 구성의 변화가 시사하는 것은, 유아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더 많은 변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뇌의 유연성이 줄어든다는 것 이다.

출생 전 태아의 뇌 발달은 매우 경이롭다. 태아는 초기 1개월 간 이미 천억 개의 신경 세포(neuron)를 갖게 된다. 이것은 일 분당 50만개의 신경 세포가 늘어나는 속도이다. 이렇게 생겨나는 신경 세포들 가운데 일부는 출생 전에도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결국 출생 시에는 천억 개 정도의 신경 세포를 갖게 된다. 출생 후 3년 동안 수많은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소멸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많이 쓰이면서 살 아남게 되어 뇌의 기초 구조가 구축된다. 이 기초 구조는 운동 기능, 시각 기능, 청각 기능, 언어 기능 등을 습득하고 발전시킨다. 예를 들어, 생후 3 개월이 지난 아이는 규칙적으로 들리는 말소리에 더 민감해지고, 말소리를 다른 소리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4세부터 12세까지는 아동기와 사춘기를 거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도 새로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뇌 신경 연결망이 발달한다. 물론 이 시기의 발달 속도는 3세 이전보다 훨씬 느리다. 사춘기를 지나친 아이는 뇌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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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의 중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두엽의 앞부분 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부분은 계획, 조직, 흥분억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사춘기를 지 나 12세를 넘어서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외국 어 습득뿐만 아니라 모어의 습득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레네베르크(Eric Lenneberg 1921-1975)는 결정시기 가설 (critical period hypothesis)을 제안하였다. 결정시기 가설은 인간이 언어 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아이가 출생 후 언어를 전혀 습득하지 못하다가 결정시기를 지난 후에는 모어를 습득하려고 해도 완전하게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 반적으로 이런 결정시기를 출생 이후 사춘기까지의 시기로 본다.

레네베르크는 결정시기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 시한다. 아동과 성인이 뇌 손상이나 수술에 의해 실어증(aphasia)을 갖게 되었을 때, 이들이 언어 능력을 회복해 가는 양상은 아주 다르다. 성인의 경우, 사고 후 3-5개월 동안은 언어 능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 시기를 넘기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8세부터 10세까지의 아동은 언 어 능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며, 15세가 넘으면 언어 능력 가운데 많은 부분이 회복되지 못한다. 레네베르크는 결정시기 가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초기 언어습득 과정을 주목한다. 유아기에는 좌뇌와 우뇌 가 공히 언어 기능을 관장하지만, 어떤 시기를 지나면서 점차 언어 기능이 좌뇌로 치우치게 되는데, 바로 이 시기를 결정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언어 습득의 결정시기 가설을 지지하는 실례가 있다. 지니(Genie)라고 불리는 14살 난 소녀가 197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발견되었다. 지니 는 생후 18개월부터 14세가 될 때까지 부모에 의해 철저하게 격리된 채로 감금되어 자랐다. 가끔 구타를 당하였을 뿐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없었 다. 발견 당시 지니는 전혀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서있는 자세 도 윗몸이 조금 구부정하게 굽은 모습이었다. 지니는 여러 분야 학자들에 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었다. 지니를 대상으로 연구했던 주제들 가 운데 가장 주요한 것은 결정시기 가설이었다. 14살에 발견된 지니가 과연 언어를 잘 습득할 수 있었을까?

지니는 처음 1년 간 빠른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했다. 특히 단어를 배우는 능력에는 크게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문장의 구조 를 습득하는 데에서 드러났다. 수년 간의 학습에도 불구하고 지니의 언어 습득은 2.5세 수준에 머물렀다. 예를 들면 모든 부정문의 문두에 no를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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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든지, 어순이나 관사의 사용이 극히 부정확한 점 등이 발견된다. 지니 는 또한 고정된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다. 아래는 지니의 말에서 흔히 발견되는 발화의 예들을 보인 것이다.

Want milk Mike paint

Big elephant, long trunk Applesauce buy store At school wash face Tell door lock

Very said, climb mountain I want Curtiss play piano

Father take piece wood. Hit. Cry Man motorcycle have.

Genie full stomach.

Genie bad cold live father house.

Want Curtiss play piano.

Open door key.

지니의 언어 습득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은 지니의 언어 능력이 좌뇌가 아닌 우뇌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은 결국 지니의 언어 습득이 생득적인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후천적인 학습에 기반 한 언어 습득 과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지니의 경우와 대조되는 사례가 있다. 이사벨(Isabelle)은 그 어머니가 전혀 말을 하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단절된 채 성장하여 6 살이 될 때까지 전혀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다. 이사벨이 6살에 발견된 후 정상적인 언어 환경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일반 아동과 거의 동등한 언 어 능력을 습득하게 되었다. 왜 이사벨의 언어 습득은 지니의 경우와 달리 정상적인 언어 습득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지니와 이사벨이 언어 습득에서 보이는 차이를 결정시기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 지니가 발견된 것은 14살 때였으므로 이미 언어 습득을 위한 결정시기를 지나쳐 버린 후 였다. 그러나 이사벨이 발견된 나이는 6살이어서 언어 습득의 결정시기 내 에 있었고, 늦게나마 생득적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언어 습득 과정을 경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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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에게서도 인지 능력 습득의 결정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고 양이는 생후 3개월까지 한 쪽 눈을 가려 놓으면 이후 그 눈은 시각을 회복 할 수 없다. 이는 고양이의 시신경 세포가 그 연결망을 활발하게 발달시키 는 시기가 고정되어 있어서, 그 시기를 넘기면 시신경의 발달이 크게 저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위는 알에서 깨어난 직후 경험하는 소리와 형 태를 어미의 것으로 각인한다. 만일 사람이 갓 태어난 거위새끼에게 거위 소리와 모습을 흉내 내면 그 사람을 어미로 잘못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거위가 모성을 각인하는 결정적 시기가 출생 직후임을 말해 준다. 새 들이 노래를 습득하는 과정은 그 종류마다 다르다. 뻐꾸기의 노래는 완전 히 선천적이라고 한다. 즉, 뻐꾸기의 노래는 그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어미가 부르는 노래를 습득할 수 있는 생득적 기제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러나 멋쟁이새(bullfinch)의 노래는 완전히 후천적인 학습에 의해 결정된 다. 즉, 어미의 노래와 무관하게 주변에서 함께 자라는 새의 노래를 습득한 다는 것이다. 그런데 푸른머리되새(chaffinch)라는 종류는 노래 습득의 결 정 시기가 생후 10개월까지여서 이 시기가 지난 후에는 노래를 습득할 수 없다는 실험 연구가 있다.

정리학습

야콥슨의 이론을 동원하여 언어의 습득 절차와 실어증의 단계를 각각 살 펴봄으로써, 그 둘의 역관계를 언어 일반 원리를 통해 이해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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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차 언어의 변화 모습

<1교시> 언어의 변화

학습목표

1. 역사적으로 언어가 변화하는 현상과 변화하는 원인을 이해한다.

2. 음운, 어휘, 문법 등 언어가 변화하는 다양한 양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한다.

학습내용

1. 국어의 옛 문헌에는 현대 국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많은 단어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온’(백), 즈믄(천), 미르(용), 언마(얼마), 곳(얼굴빛), 두렵다 (둥글다)’ 등이 그러하다. 이들 단어들은 지금 그 모습이 크게 바뀌거나 소멸하였다.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구성도 많이 바뀌었는데 이처럼 언어 는 역사적으로 변화한다. 이제 제10장에서는 이러한 언어의 변화에 대하 여 알아본다.

2. 먼저 언어가 변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왜 언어는 변화하는가에 대 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의 변화를 연구하는 분야인 역 사언어학의 개념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다음으로는 언어를 이루는 각 요 소인 음운, 어휘, 문장 각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어휘에 대해서는 단어의 의미가 변화한 양상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사전학습

1. 어렸을 때 사용하던 말 중에서 현재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생 각해 보고, 몇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예를 들어, ‘핸드볼’이라는 종목을 예전에는 ‘송구’라고 했는데,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본학습

1. 언어의 변화와 그 원인

가. 언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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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현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언어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는 음운, 어휘, 문법 등 언어를 구성하는 모든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으로부터 오백 년 훨씬 전인 15세기 언어인 중세 국어의 기록인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의 한 구 절을 살펴보아도 여러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1) 이런 젼로 어린 이 니르고져  배 이셔도 내 제 들 시러 펴디 몯 노미 하니라

여기서 중세 국어의 ‘, 니르다, ’이 오늘날에는 각각 ‘백성, 이르다, 뜻’으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 중세 국어와 지금의 국어 사이에 음운 변 화가 일어나서, 그 결과 단어의 모습이 바뀐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젼

’라는 단어는 ‘까닭’으로, ‘하니라’는 ‘많다’로 바뀌었다. ‘어린 ’에서

‘어린’은 중세 국어에서 ‘어리석다’란 의미를 지녔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 러한 의미는 없고 ‘나이가 적다’란 의미로만 쓰인다. 그리고 ‘ 배 이셔도’

에서 의존 명사 ‘바’에 주격 조사가 ‘-ㅣ’가 붙어 있지만, 지금의 국어에서 는 ‘하는 바가 있어도’처럼 주격 조사 ‘-가’가 쓰인다. 중세 국어와 현대 국 어 사이에 문법 변화가 일어났다.

한 예를 더 들어 보자.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 (2a)와 현대 영어 (2b) 를 비교해 보면 문장 구조 자체가 변화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a. I love thee not, therefore pursue me not.

→ b. I do not love you, therefore do not pursue me.

나. 언어는 왜 변화하는 것일까

그러면 왜 언어는 변화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지 만, 우리는 언어의 본질과 기능의 관점에서 대답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언어의 본질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언어의 본질은 자의적인 기호 체계이다.

언어 기호의 두 요소인 말소리와 뜻이 맺어진 관계가 필연적인 관계가 아 니라, 자의적인 관계이다. 말소리와 뜻이 자의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 문에, 어떤 조건만 주어지면 그 관계는 바뀔 수 있다. 그 조건이란 시간과 공간이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소리와 뜻이 맺어진 관계는 바뀔 수 있다. 만약 필연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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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변화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언어의 기능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언어의 기능은 의사전달의 도구이다. 도구는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사용하기에 불편하면 새롭게 도구를 다듬어 사용하게 마련이다. 언어라는 의사전달의 도구도 마찬가지 이다. 따라서 표현하기에 편리하고, 이해하기에 편리한 방향으로 언어는 변 화한다. 표현하기에 편리하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조음 작용을 간결하게 하여야 한다. 이해하기에 편리하기 위해서는 청취 작용을 분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그래서 발음을 쉽게 하여 조음 작용에 필요한 노력을 적 게 들이려는 변화, 그와 반대로 조음작용의 노력은 약간 희생을 하더라도 말의 표현력을 강하게 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두 방향은 서로 상충되 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두 방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언어는 변화한다. 그래 서 언어의 음운, 어휘, 문법이 간결한 체계로 변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더 욱 복잡한 체계로 변화하기도 한다.

다. 언어의 통시적 연구

시간과 지역과 그리고 사회 조건에 따라 고정된 일정한 언어 체계를, 즉 시간에 따르는 변화나, 지역과 사회에 따르는 변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 고정된 상태로서의 언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언어학을 공시언어학이 라 하고 이에 대해서, 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해 오는 모습을 연 구 대상으로 삼는 언어학을 통시언어학이라 한다. 통시언어학 가운데서 문 헌 자료를 바탕으로 언어가 변화해 온 모습을 연구하는 것을 역사언어학이 라 한다. 그러나 문헌 자료를 대상으로 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통시언어학 을 역사언어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의 관계를 20세기의 대표적인 언어학자 소쉬르 는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설명한다. AB는 동시성의 축으로서, 이것은 고정 된 상태의 언어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공시태라 한다. CD는 계기성의 축으로서, AB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통시태라 한 다. 이와 같은 동시성의 축 AB의 고정 상태, 공시태를 연구하는 것이 공시 언어학이고, 그 상태가 계기성의 축인 CD를 따라 움직이며 변화하는 모습, 통시태를 연구하는 것이 통시언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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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 이 둘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호 의존의 관 계가 있다. 영어의 한 예를 들어보자. 영어의 foot의 복수형 feet는, 영어 의 규칙적인 복수 형성의 예외이다. 이 예외가 나타나는 조건은 현대 영어 의 공시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통시태의 연구로써 이러한 예외가 나타나게 된 유래를 설명할 수 있다.

foot의 고대 어형은 fōt이며, 그 복수형은 규칙적인 어미 -i에 의해서 형 성된 *fōti였다. 그런데 *fōti는 끝의 i에 의해서 o가 동화를 입어 ē로 교체 되었다(*fōti > *fēti). 그 이전에는 어미 -i에 의해서만 표시되던 복수형이 이번에는 단수형과 다른 두 가지 특색, 즉 어미 -i와 모음교체에 의해서 표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어미 -i는 점차 그 힘이 약해져서 드디어 탈락되기에 이르렀고, 이후 단수와 복수의 대립은 fōt:fēt로 나타났다 (foot:feet). 다음으로 ō>ū, ē>ī와 같은 모음 변화가 일어나 단수 fōt는 /fut/로 복수 fēt는 /fi:t/로 변화하여, 현대 영어에서는 이 단어의 단수와 복수의 대립은 /u/:/i:/의 모음교체로써 표시된다.

(3) fōt ― *fōti fōt ― *fēti fōt ― fēt fut ― 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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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어에서 불규칙 어형인 feet는, 고대 영어에서 규칙적인 복수형의 한 잔재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현대 영어의 불규칙 어형 가운데 는, 고대 영어의 규칙 어형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므로, 우리는 불 규칙 어형의 세밀한 연구로써, 문헌에 없는 고대 영어의 규칙 어형을 복원 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역사언어학은 문헌 자료에 의지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직관 자료 를 이용하는 연구에 비하여 훨씬 많은 제약을 받는다. 문헌 자료는 단지 한 언어의 가능한 문장 가운데 일부만 보여 줄 뿐, 그 언어에서 불가능한 문장이 어떠한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문법성에 대한 직관적 판단이 불가능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문 헌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시기의 역사적 연구는 더욱 어려워 비교언어학적 인 방법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언어의 통시적 연구는 아직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 히 의미 변화나 문법 변화 연구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통시언어학은 언 어학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2. 음운 변화

가. 음운의 소멸과 생성

음운은 역사적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국어의 경우, 중세 국어에는 현대 국어와 달리 ‘ㅸ, ㅿ’와 같은 자음, ‘’와 같은 모음이 더 있었다. 그런데 그 뒤 ‘ㅸ’는 반모음 ‘ㅗ/ㅜ’로 바뀌었으며, ‘ㅿ’는 소멸 하였다. 다음 예에서 그 변화 모습을 볼 수 있다.

(4) a. 셔 > 서울, 더 > 더워, 쉬 > 쉬운 b.  > 마음, 처 > 처음, 아 > 아우

모음 ‘’도 점차 음가가 소멸되기 시작하여 먼저 둘째 음절 위치에서

‘ㅡ, ㅏ’로 바뀌었으며 더 나아가서 첫째 음절 위치에서는 ‘ㅏ’로 바뀌었다.

(5) a. 둘째 음절에서: 기마 > 기르마,  > 람 b. 첫째 음절에서:  > 마음, 래 > 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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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음운이 소멸하기도 하지만,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 대 영어에서 v는 모음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f의 변이음이었다. heofonum (하늘)의 f는 실제 모음 사이에서는 v로 발음되었다. 그런데 영어에 불어 차용어가 많이 들어오면서 f와 v가 같은 환경에서 대립되는 경우가 생겼 다. 예를 들면, veal [vi:l](송아지고기)이라는 단어가 불어에서 차용되자 영어의 feel [fi:l]과 음절 첫머리에서 유성/무성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결 국 전에는 동일 음운의 변이음에 불과했던 f와 v가 독립된 두 음운으로 분 열하게 된 것이다. 분열에 의한 음운의 생성 말고도 이중모음이 변하여 단 모음으로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중세 국어에서 ‘ㅔ, ㅐ, ㅚ, ㅟ’의 발음은 /əj, aj, oj, uj/와 같이 이중모음이었다. 그런데 현대 국어에 이르는 동안 단모음으로 변화하여 /e, ɛ, ö, ü/가 되었다. 즉 əj > e, aj > ɛ , oj >ö , uj > ü와 같이 변화하여 새로운 단모음이 생성된 것이다.

중국어의 특징인 성조(聲調)는 소리의 높이를 통해 단어의 뜻을 분별하 는 말소리의 특질이다. 중세 국어도 성조 언어였다. 중세 국어에서 성조는 글자의 왼쪽에 점을 찍어 표시하였는데, 이를 방점이라 한다. 평성(平聲)은 점이 없으며, 거성(去聲)은 한 점, 상성(上聲)은 두 점으로 표시되었다. 평 성은 낮은 소리이고, 거성은 높은 소리였다. 그리고 상성은 처음에는 낮다 가 나중에는 높아 가는 소리였다. 예를 들어 ‘곶’(꽃)은 평성으로 낮은 소 리였으며, ‘·플’(풀)은 거성으로 높은 소리였으며, ‘:별’은 처음에는 낮다가 나중에는 높아 가는 소리였다. 성조는 16세기 중엽 이후 흔들리기 시작하 여 16세기말에 소멸하게 되었는데, 대체로 평성과 거성은 짧은 소리로, 상 성은 긴 소리로 바뀌어 현대 국어에 이르렀다.

(6) 15세기 17세기 이후 a. 곶 낮은 소리 짧은 소리 b. 플 높은 소리 짧은 소리 c. 별 낮다가 높은 소리 긴 소리

나. 음운의 변화

한 단어 안의 음운이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있다. 발음을 쉽게 하 여 조음 작용에 필요한 노력을 적게 들이려는 변화, 그와 반대로 조음작용 의 노력은 약간 희생을 하더라도 말의 표현력을 강하게 하려는 데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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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가 있다.

발음을 쉽게 하려는 변화에는 한 음운을 그 앞뒤의 다른 소리와 같거나 비슷하게 하는 변화(동화), 두 소리를 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는 변화(축 약), 한 소리를 아주 줄여 버리는 변화(생략)가 있다.

대표적으로 동화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발음할 때는 한 어형의 음운 을 또박또박 띄어서 발음하지는 않는다. 한 어형 전체가 머릿속에 떠오르 게 되고, 그것을 빨리 결합해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앞소리 를 내는 순간에 이미 뒷소리의 영상이 떠오르게 되는 일도 있고, 뒷소리를 낼 때에 아직 앞소리의 영상이 사라지지 않는 일이 있다. 앞의 경우, 앞소 리가 뒷소리를 닮게 되는 원인이 되는데 이를 역행동화라 한다. 뒤의 경우, 뒷소리가 앞소리를 닮는 원인이 되는데 이를 순행동화라 한다.

국어에 있어서는 /ㅅ, ㅈ, ㅊ/과 같은 치음 다음의 /ㅡ/ 모음은 /ㅅ, ㅈ, ㅊ/의 위치로 끌려가서, 역사적으로 /ㅣ/로 변하였다(예: 스>스굴>시 골, 아>아츰>아침, 금슬>금실, 법측>법칙). /ㅁ, ㅂ, ㅍ/ 다음의 /ㅡ/ 모 음은 /ㅁ, ㅂ, ㅍ/의 입술 작용으로 원순 작용이 더해져서 /ㅜ/로 변하였다 (예: 믈>물, 블>불, 플>풀). 이것은 모두 순행동화의 예이다. 역행동화의 예로서는, 구개음화를 들 수 있다. 중세 국어의 ‘구디, 바티’가 현대 국어에 서 ‘구지, 바치’로 변한 것은, /ㄷ, ㅌ/이 /이/ 모음의 전설조음에 끌려 /이/

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나는 /ㅈ, ㅊ/으로 변한 것이다.

두 소리가 서로 작용하여, 즉 a b 두 음운이, a는 b를 닮고, b는 a를 닮 아서 이 둘이 서로 가까워지거나, 또는 완전히 같아지는 것을 상호동화라 하고, a b c 세 소리의 연속에서 a와 c가 b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일도 있는데 이것을 이중동화라 한다.

지금까지 예를 들어 보인 것은 모두 이웃하는 음운 사이에 일어난 동화 인데, 서로 떨어져 있는 음운 사이에 일어나는 동화도 있다. 움라우트 (Umlaut)가 그 예이다. 뒤 음절에 있는 /i/의 영향으로, 앞 음절의 /a, o, u/가 /i/ 위치로 끌려 /ɛ, ø, y/로 변화하는 것인데, 국어에서 ‘잡히다, 박히 다, 먹히다’가 ‘잽히다, 백히다, 멕히다’로 변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연속된 두 모음이 두 음절로 발음되던 것이, 발음을 빨리하고 노력을 줄 이기 위해서, 그것을 한 음절로 줄이는 것을 축약이라 한다. ‘가히’[犬]가 모음 사이 ㅎ이 탈락하여 [ka-i]가 되는데, 이 발음이 빨라지면 이중모음 인 [kaj]로 변한다.

어떠한 음운을 아주 줄여 버리는 것이 생략이다. 위치에 따라 ‘거우루>

거울, 주머귀>주먹’은 어말모음이 생략된 것, ‘기마>길마, 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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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어중모음이 생략된 것, 그리고 영어의 squire는 고대 불어 esquier 에서 어두모음이 생략된 것이다.

표현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소리가 한 어형 내에서 되풀이될 때는 일부러 그 한 소리를 다른 소리로 바꾸기도 하고(이화), 또는 그 어형 에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리를 덧붙이기도 한다(첨가).

중세 국어의 ‘아, 여’는, ㅿ의 탈락으로, ‘아, 여으’로 변하는데, /아 /와 //, /어/와 /으/는 매우 가까운 소리로서 이것을 구별해서 똑똑하게 발음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 으/가 /아, 어/에 동화되어서 드디어 탈락되고 마는 일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있어서는, 그 렇게 되면, 이 말들은 너무나 짧은 말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이 어형 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화를 미리 막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있을 동 화를 미리 막기 위해서 이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와 /으/는, /아, 어/와 되도록 먼, 후설․고모음 원순인 /우/로 변하는 것이다. ‘아>아우, 여>여우’.

3. 어휘 변화

가. 단어의 소멸과 생성

다음에는 단어와 단어 의미의 역사적 변화를 살펴보자. 앞에서 예를 든 바 있는, ‘즈믄, 미르, 언마, 곳, 하다, 두렵다’를 비롯하여 ‘(안개 비), 뮈다(흔들리다), (오히려), 슈룹(우산)’ 등은 옛 문헌에 나타나 있 지만, 지금은 소멸한 단어들이다. 이를 통해서 보면 단어도 역사적으로 변 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독백 중, 다음 단어들은 현대 영어에서 쓰이지 않는데, 역시 단어가 역사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 준다. perchance(아마), rub(장애), contumely(모욕), quietus(죽음), sicklied(창백한) 등.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 말에서 차용함으로써 단어가 새로 생겨나기도 한 다. 영어에 불어 단어가 많이 섞인 것도 모두 차용에 의한 것이다. 국어의 경우, 고대 국어에서 이미 ‘붓, 먹’ 등이 중국에서 들어왔다. 불교의 전파로

‘부텨, 미륵’과 같은 불교 용어도 들어왔다. 중세 국어에서, 관직, 군사, 말, 매, 음식에 관한 단어들이 몽골어에서 들어왔다. ‘가라말, 보라매, 수라’ 등 이 그 예이다. 개화기 이후 새로운 문물의 도입으로 새로운 단어들이 많이 나타난 것도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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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는 다른 단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형태를 바꾸는 일도 있다.

관련있는 어형 대부분이 일정한 특징을 가졌을 때, 그 가운데 소수 어형이 이 특징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으면, 이 소수 어형은 다수 어형의 공통 특 징에 끌려 어형을 바꾸게 되는 일도 있는데, 이를 유추에 의한 변화라 한 다. 영어 pea의 고형은 pease이다. 그런데 영어의 복수 형태는 ‘단수+s’이 기 때문에, pease를 그 모델에 유추하여 pea+s로 분석하여, 여기에 새로 운 단수형 pea를 만들어 낸 것이다. 원래 apron의 옛 말은 napron이다.

그런데 부정관사를 붙인 a napron을 ‘an+모음-’의 모델에 유추하여 an apron으로 잘못 분석하여, 여기에 apron이 생겨나게 된다.

나. 의미 변화

단어의 의미도 변화한다. 춘향전에서 인정(人情)이 ‘뇌물’을, 방송(放送) 이 ‘석방’을 의미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이처럼 단어의 의미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의미 영역이 확장되기도 하고 반대로 축 소되기도 하고, 단순히 다른 의미로 변화하기도 한다.

의미가 적용되는 영역이 원래보다 확장된 예는 많다. ‘오랑캐’는 원래 특 정 종족을 의미했으나 북방 이민족 전체를 지칭하게 된 것은 의미가 확장 된 결과이다. ‘영감’은 옛날에는 당상관의 벼슬을 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 는데 지금은 남자 노인을 두루 가리키게 되었다. 영어 holiday는 원래 ‘성 스러운 날’이었던 것이 지금은 ‘휴일’로 변화했다.

이와는 반대로 의미가 적용되는 영역이 원래보다 축소되기도 한다.

meat는 ‘음식물’ 전체에서 ‘살코기’만으로, deer는 ‘짐승’ 전체에서 ‘사슴’

으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우리말 ‘짐승’은 ‘(衆生)’에서 온 말로서, 원래 유정물 전체를 가리키는 불교 용어였지만 지금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을 가 리키는 말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놈, 계집’ 같은 말이 있다. 이들은 원래 일반적인 ‘남자, 여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던 것인 데, 그 의미 영역이 축소되어 지금은 비속어로 사용된다. 이렇게 비속어가 되어 의미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영어 silly는 원래 ‘행 복한’이라는 뜻이었는데 ‘어리석은’으로 변화했다. 반면 nice처럼 ‘무식한’

에서 ‘친절한, 훌륭한’ 등으로 의미 가치가 올라간 경우도 있다.

의미의 확장도 아니고 축소도 아닌, 단순히 다른 의미로 변화한 경우가 있다. ‘어리다’는 중세 국어에서 ‘어리석다’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적다’라는 뜻으로 변화했다. ‘싁싁하다’는 원래 ‘엄하다’라는 뜻이었는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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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씩씩하다’라는 뜻으로 변화했다. ‘어엿브다’는 현대 국어처럼 ‘아름답 다’라는 뜻이 아닌 원래 중세 국어에서는 ‘불쌍하다’라는 뜻이었다.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의미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관심을 가진다. 대 체로 언어적, 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원인을 든다. 예를 들어, 언어적 원인 에 의한 의미 변화란, 어떤 언어 현상 자체가 원인이 되어 의미가 변화하 는 것을 말한다. 불어 부정문의 경우, 원래 긍정적 의미를 가졌던 pas(일 보), point(점), personne(사람)이 부정사 ne와 자주 결합해서 사용되다가 결국 부정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ne ··· pas(않다), ne ··· point(결코 않 다), ne ··· personne(아무도 않다). 심리적 원인에 의한 의미 변화는, 연상 작용에 의한 변화이다. 영어의 belfry는 원래 ‘망루(望樓)’를 의미했는데, 망루에는 종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첫 음절 bel-이 종을 의미하는 bell 에 연상되어 ‘종루(鐘樓)’를 의미하게 되었다. belfry의 bel-은 bell과 어원 적으로는 물론 아무 관계가 없다.

4. 문법 변화

고대 영어는 현대 영어와는 달리 격과 수를 나타내는 어미가 발달되어 있 었다. 다음 예에서 명사 stān(현대 영어의 stone)는 격과 수에 따라 서로 다 른 형태를 보인다.

(8) 고대 영어 stān의 형태

단 수 복 수 주 격 stān stānas 소유격 stānes stāna 여 격 stāne stānum 대 격 stān stānas

그러나 소유격 's를 제외하면 현대 영어에서는 모든 격이 단수는 stone, 복수는 stones로만 나타난다. 문법 현상이 역사적으로 단순하게 변화한 경우 이다. 다음과 같은 불규칙동사가 유추 현상에 의해 규칙동사로 변화한 경우 도 문법 변화의 예이다.

(9) help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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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재: help > help b. 과거: holp > helped c. 분사: holpen > helped

의문문이 물음말의 있고 없음에 따라, ‘-ㄴ고’, ‘-ㄹ고’ 등과 같은 ‘ㅗ’형 어미와 ‘-ㄴ가’, ‘-ㄹ가’ 등과 같은 ‘ㅏ’형 어미로 달리 표현되었음은 중세 국 어의 특징이었다. ‘ㅏ’형은 물음말이 없는 의문문에 사용되고, ‘ㅗ’형은 물음 말이 있는 의문문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주어가 2인칭인 의문문에는 ‘-ㄴ다’

가 사용되었다.

(10) a. 西京은 편안가 몯가? <의문어 없음>

b. 故園 이제 엇더고? <의문어 있음>

c. 네 엇뎨 안다? <2인칭 주어>

그러나 현대 국어에서는 다음 문자처럼 의문문에 물음말이 있든 없든, 주 어의 인칭이 어떠하든 의문형 어미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느)냐’로 쓰이 게 되었다. 이것은 문법 현상이 역사적으로 없어진 예이다.

(11) a. 西京은 편안하냐 못하냐?

b. 故園은 이제 어떠하냐?

c. 너는 어떻게 아느냐?

국어에서 문법 현상이 역사적으로 없어진 예로 인칭법을 들 수 있다. 인칭 법은 주어가 인칭의 대립을 실현한 문법범주이다. 중세 국어에서 인칭법은 1 인칭과 2/3인칭의 대립으로 실현되었다. 선어말어미 ‘-오-’와 ‘ø’(나타나지 않음)의 대립에 의하여 1인칭과 2/3인칭의 대립을 실현하였다. 다음 석보상 절의 문장에서, (12a)는 주어(‘나’)가 1인칭이기 때문에 ‘-오-’가 있지만, (12b)는 주어(‘네’)가 2인칭이기 때문에 ‘-오-’가 나타나 있지 않다.

(12) a. 나 ···  더브러 토 아니노다 [← 아니--오--다]

b. 네 이제 ··· 부텨를 맛나 잇니 [← 잇--ø-니]

이러한 인칭의 대립은 근대 국어에서 거의 소멸하여 현대 국어에 이르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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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인칭법의 실현이 소멸한 것은 복잡한 문법 체계를 간결하게 하려는 데서 일어난 것으로 본다.

새로이 생성되는 문법 현상도 있다. 예를 들어 주격조사는 중세 국어에서 원래 ‘-이’만 쓰였으나, 차츰 ‘-가’도 사용되기 시작해서 근대 국어부터는 본 격적으로 이 두 형태가 함께 사용되었다. 중세 국어에서 현대 국어로 오면서 시제의 선어말어미 ‘-었-’이나 ‘-겠-’이 새로이 쓰이게 된 것도 새로운 문법 현상이 생성된 예에 해당한다. ‘-었-’은 원래 중세국어의 ‘-어 잇-’이라는 구성이 문법화해서 나중에 새로 생성된 선어말어미이다.

국어의 사동법은 주로 사동 접미사 ‘-이-, -히-, -오-, -기-’ 등에 의한 파생적 방법과 통사적 구성 ‘-게 하-’에 의한 통사적 방법으로 실현된다. 그 런데 중세 국어에서는 파생적 방법으로 실현되던 것이 현대 국어에 와서는 통사적 방법으로만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용비어천가의 문장에서 보 면, 중세 국어에서는 사동 접미사 ‘-오-, -이-’ 등으로 사동을 표현하였으 나, 현대 국어에서는 통사적 구성 ‘-게 하-’로 사동을 표현하고 있다.

(13) a. 중세 국어: 녙-오-시고  깊-이-시니 b. 현대 국어: 얕-게 하-시고 또 깊-게 하-시니

명사화 어미도 역사적으로 변화했다. 중세 국어에서는 ‘-음’이 명사화를 대표하고 ‘-기’는 아주 드물게 쓰였지만, 현대 국어로 올수록 점차 ‘-음’은

‘-기’로 교체되었으며, 더 나아가서 관형절 구성 ‘-은/는/을 것’으로 교체되 었다. 다음은 16세기와 18세기의 삼강행실도의 문장이다.

(14) a. 16세기: 내 져믄 졔 글 호 즐겨 <-음>

b. 18세기: 내 져머셔 글 호기 됴히 너겨 <-기>

c. 현 대: 내 젊어서 글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는 것>

정리학습

언어는 변화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일어나 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변화 양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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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차 언어의 변화 모습

<2교시> 언어의 분화와 계통

학습목표

1. 언어의 계통과 그 계통을 연구하는 비교방법을 이해한다.

학습내용

1. 문헌 자료가 없던 시기에도 언어는 변화하였다. 그러나 문헌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언어의 변화 양상을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교방법’이 라는 개념으로 이 시대의 언어 변화의 양상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사전학습

1. 한국어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해 한민족의 이동 경로에 대해 조사해 봅시다.

본학습

1. 언어의 분화와 계통

가. 언어의 분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동일 한 시점의 언어라 할지라도 모든 언어 요소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 상태는 늘 동요하고 있다. 언어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동요 상태에서 일어난다.

또한 언어가 넓은 지역에서 사용될 때에는 각 지역에 따라 독자적인 변 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지역 간 교류가 없을 때에 개별적인 변화가 커져서 서로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 서로 다른 언어로 분화하고 만다. 언어 분화의 대표적인 예는 동일 언어를 사용하던 민족의 이동에 의한 것이다.

동일 언어를 사용하던 민족이 이동하여 서로 멀리 떨어져서 교류가 없어지 면 각기 다른 변화를 밟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서로 다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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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분화된다.

언어 분화의 대표적인 예는 라틴어와 여기서 분화해서 생긴 로만스언어 다. 기원전 3,4세기경 이탈리아에는 여러 언어가 사용되고 있었는데, 반도 의 중부에 있던 라티움의 언어, 즉 라틴어는 로마제국이 발전하여 영토를 확대하면서 사용지역도 확산되었다. 먼저 이탈이아반도가 라틴어로 언어 통일을 이루었다. 다음에는 오늘날 프랑스지역인 갈리아지방으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서 이베리아반도까지 라틴어가 사용되었다. 다뉴브강 유역에서는 루마니아에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로마제국의 성장과 함께 라틴어가 유럽 남부에 확산되었다. 그러나 기원후 4세기경부터 로마제국이 차차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문화적 중심을 잃은 라틴어는 그 넓은 지역에서 각기 독자적인 변화과정을 겪어 10세기경에는 여러 언어로 분화되었다. 여기서 오늘날의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프로방스어, 스페인어, 카탈란어, 포르투갈 어, 루마니아어, 사르디니아어 등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들 언어가 바로 로 만스언어다.

이렇게 분화된 여러 언어들은 서로 친근 관계에 있다고 하고, 이들 언어 가 분화하기 이전의, 라틴어와 같이, 공통기원이 된 언어를 공통조어(共通 祖語)라 한다. 공통조어에서 분화된, 즉 친근 관계에 있는 여러 언어들은 계통이 같은 언어로서, 한 어족(語族)을 형성한다. 결국 어족은 언어의 역 사적 산물이다.

나. 언어의 친족관계와 그 증명

언어들 사이에는 서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성어는 언어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서로 비슷하다. 닭 울음소리 ‘꼬끼오’는, 일본어에서는 kokekko, 독어에서는 kikeriki, 불어에서는 cocorico, 영어 에서는 cock-a-doodle-doo이어서, 상당한 정도의 비슷함이 인정된다. 국 어의 ‘많이’는 독어의 manch와 서로 비슷한데, 이러한 비슷함은 우연의 일 치이다. 또,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서 어떠한 말을 차용하게 되는 일은 흔 히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에 대체로 비슷하다. 국어의 ‘남포’나 일본 말의 rampu는 모두 차용어로서 영어의 lamp와 비슷하다.

그런데 언어에 따라서는, 위에서 말한 의성어나 차용어의 비슷함, 또는 우연적인 비슷함이 아닌, 일종의 체계적으로 비슷함이 여러 언어 사이에 나타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 손, 집, 겨울’을 나타내는, 영어, 네 덜란드어, 독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의 단어를 비교해 보면, 누가 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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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네덜란드어 독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사람 mɛn man man manˀ man

손 hɛnd hant hant hɔnˀ hand

집 haws høys haws hu:ˀs hu:s 겨울 'wintǝ 'winter 'vinter 'venˀder 'vinter 그러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1) 게르만 언어들의 비슷함

이 예는 앞에서 말한 의성어도 아니요, 차용에 의한 것도 아니요, 그리고 여러 언어가 서로 비슷한 점으로 보아서, 우연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이러한 비슷함은 이들 언어들이 원래 같았던 한 언어에서 서로 분화되어 내려왔다는 가정에 의해서만이 설명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언어가 친족 관계에 있다는 것 을 어떻게 증명할까? 친족 관계의 증명으로 먼저 생각되는 것은, 그 언어 들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어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예 시한 영어, 네덜란드어, 독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등은 거의 비슷한 어휘 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슷한 공통 어휘의 수는 많아야 한다. 몇 개의 어휘만이라면 서로 우연으로 일치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차 용어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슷한 공통 어휘의 수효가 많으면 많을수록 친족 관계에 드는 언어라 하겠다.

그러나 친족 관계를 증명하는 데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은 비교되는 둘 또는 그 이상 어휘에 나타나는 음운 사이에 일정한 대응 (correspondence)의 규칙이다.

앞에 예로 든 영어, 네덜란드어, 독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의 몇 단어에 있어서는, 단어 첫소리는 모두 같으니 이 이상 더 논의할 필요가 없으나 모음은 약간씩 다르다. 즉 영어의 /aw/에 해당하는 자리에, 독어는 동일한 소리로 대응하고 있으나, 다른 언어들은 /øy/, /u:/가 되어서 상당히 달라 져 있다. 그러나 영어의 /aw/에 해당하는 자리에 네덜란드어, 독어, 덴마크 어, 스웨덴어 각각 /øy/, /aw/, /u:/, /u:/로 대응하는 것은 유독 이 단어에 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단어 사이에 동일한 대응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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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네덜란드어 독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house haws høys haws hu:ˀs hu:s mouse maws møys maws mu:ˀs mu:s louse laws løys laws lu:ˀs lu:s

out awt øyt aws u:ˀð u:t

brown brawn brøyn brawn bru:ˀn bru:n (2) 음운 대응의 예

이상과 같이 여러 단어가 동일한 모음으로 서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음운 대응 규칙이 성립될 경우에는, 이러한 단어들은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친족 관계가 꽤 명백하게 증명되는 것이다. 공 통조어의 음운 x가, A 언어에서는 a로 변하고, B 언어에서는 b로 변했다 면, A 언어의 a 음운이 나타나는 자리에는, B 언어에서는 규칙적으로 b 음운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두 언어 사이에 일정한 음운 대응 규 칙이 성립되면, 다른 어떤 것에 앞서서 친족 관계가 증명되는 셈이다.

다. 공통조어의 재구

옛 언어의 모습은, 문헌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따라서 문헌이 존재 하지 않은 시기 이전의 언어의 역사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문헌이 존 재한 시기의 언어의 역사나, 또는 현대에 쓰고 있는 언어의 분석을 통해서, 문헌이 없던 시기의 언어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복원해 볼 방법은 있다. 친 족 관계에 있는 여러 언어들을 비교해서 공통조어의 모습을 재구 (reconstruction)하는 방법인데, 이를 비교 방법이라 한다. 비교 방법을 통 해 문헌 자료가 없던 시기의 언어의 역사를 추정하는 것을 언어학에서 비 교언어학이라 한다. 따라서 비교언어학이란 같은 계통의 언어를 비교하여 문헌 자료가 없던 시기의 언어, 즉 가상의 공통조어를 재구하여 이를 바탕 으로 언어가 변화한 모습을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 독일어, 네델란드어 등을 포함한 어족을 게르만어족이라 한다. 이 들 언어들에서 ‘아버지’를 뜻하는 옛 어형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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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르만 언어의 ‘아버지’

고트어(Gothic) ['fadar]

고대 아이슬란드어(Old Norse) ['faðer]

고대 영어 ['fɛder]

고대 프리슬란드어(Old Frisian) ['feder]

고대 색슨어(Old Saxon) ['fader]

고대 고지 독어(Old High German) ['fater]

이 어형들은 얼핏 보아도 동계어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이들을 통해 공 통조어의 모습을 재구해 보기로 하자.

1) 모든 어형은 첫 음절에 stress를 가졌다. 이러한 완전한 일치로, 공통 조어에 있어서도 동일한 특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 므로 게르만 공통조어의 ‘아버지’라는 말은 제1음절에 stress가 있었 던 것으로 추정한다.

2) 첫 자음은 모두 [f]로 일치한다. 따라서 공통조어에서는 *[f]로 표시 되는 음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3) 그 다음 모음은 a-a-ɛ-e-a-a의 대응을 보인다. 그런데 고대 영어의 [ɛ]와, 고대 프리슬란드어의 [e]는 후기의 변화였으리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공통조어의 모음은 *[a]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4) 셋째 음은 d-ð-d-d-d-t의 대응을 보이는데, 이 음은 [d]나 [ð]이었 을 것으로 추정하여 *[d]로 해 둔다.

5) 그 다음 모음은 a-e-e-e-e-e의 대응을 보인다. 다만 고트어만이 다 른데, 이것은 후기의 변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충분한 이유가 있 으므로, 이 음은 *[e]로 재구한다.

6) 마지막 자음은 모두 일치한다.

이와 같이 추리해 나가보면, ‘아버지’를 의미하는 게르만 공통조어는 *

['fader]이었을 것으로 재구된다. 비교 방법에서 * 표시는 재구형이라는 뜻이다. 모든 경우에 다 이와 같이 쉽게 재구해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 니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유의해 둘 일은, 이 재구형에는, 우리들이 실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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