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공손전략 간의 위계
체면위협행위(face threatening acts: FTA)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선택한다고 한다.
(10) 체면 보호의 정도
Ⅰ. 노골적 발화(bald onrecord)
Ⅱ. 적극적 공손 표현(positive politeness) Ⅲ. 소극적 공손 표현(negative politeness) Ⅳ. 암시적 표현(off record)
(10)은 체면보호의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10ㄱ)에서 (10ㄹ)로 갈수록 체면 보호의 정도는 강화된다. 여기서 적극적 공손 표현은 소극적 공손표현에 비해 공손의 정도가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암시적 표현으로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방법도 취할 수 있다. 가방을 뒤진다든가 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이 펜을 찾고 있음을 눈치 채게 하는 것이다.
(11) ㄱ. 볼펜 좀 빌려 주세요.
ㄴ. 볼펜 좀 쓰게 해 주세요.
ㄷ. 볼펜 좀 빌려 쓸 수 있을까요?
ㄹ. 어, 볼펜을 안 가져 왔네요.
(11)은 상대방에게 펜을 빌리는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하는가를 통하여 그 예를 든 것이다. (11ㄱ)은 노골적 발화(bald on record)에 해당된다. (11ㄴ)은 적극적 공손 표현 (positive politeness)이 되고, (11ㄷ)은 소극적 공손표현(nagative polite-ness)이 된다.
(11ㄹ)은 암시적 표현(off record)의 예이다.
2. 공손원리(politeness principle)
2.1. 공손원리와 높임법한국어에서 공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언어적 장치들 역시 언어보편적인 장치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한국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높임법을 이용한다든다 존대 어휘를 사 용한다든가 해서 한국어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한국어에서 공손성의 문제는 주로 높임법 체계 내에서 청자에 대한 존대를 나타내는 어미, 조사, 존대 어휘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리하여 어떤 등급의 높임법 어미를 사용하느냐가 공손과 관계되며, 존대의 조사 ‘께 서’를 쓰는가, 존대의 어휘 ‘잡수시다, 돌아가시다, 진지’ 등을 쓰는가가 일차적인 관심의 대 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높임법 체계 안에서 상대방을 대우하는 등급의 차이를 어미로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 존대어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어에서 공손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1) ㄱ. 철수가 집에 갑니다.
ㄴ. 철수가 집에 가요.
ㄷ. 철수가 집에 가.
(1)에서 보듯이 ‘철수가 집에 가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하는 경우, 그 표현이 갖는 공손 정도는 상대방에 대하여 어떤 등급의 높임법 어미를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리하여 ‘갑니 다, 가요, 가’ 중에서 등급상 가장 높은 어미를 사용한 (1ㄱ)이 가장 상대방을 대우한 표현 이 됨과 동시에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화용상을 보면 대우법 어미 이외의 종결어미나 접속어미, 특정 어휘들 등 다 양한 방식의 장치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높은 등급의 높임법 어미를 사용하는 것이 바로 공 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ㄱ. 선생님, 함께 가십시다.
ㄴ. 선생님, 비키십시오.
ㄷ. 선생님, 지금 몇 십니까?
ㄹ. 조용히 하십시오. / 입 다무십시오. / 닥치십시오.
ㅁ. 당연히 합격했습니다.
(2)의 경우를 보면 아주높임의 종결어미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공손한 표현으로 보기 어 렵다. (2)의 표현이 공손함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지고 있는 발화수반력 (illocutionary force)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데도 이것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기 때 문이다. 따라서 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의 표현으로 바꾸지 않는 한 상대방에 대한 존대를 나 타내는 어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공손함이 충분히 표현될 수 없다. 이렇듯 존대의 어미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2. 공손원리와 협력원리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할 때 그 기능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 다. 하나는 정보 전달의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대화 참여자 사이의 상호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기능이다. 협력원리는 정보 전달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데 사용되고, 공손원리는 청자 와의 관계를 고려한 대인관계 유지의 기능에 더 충실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레이코프(Lakoff, 1973)에서 화용적 능력에 대한 규칙으로 ‘명료하게 말할 것’과 ‘공손 하게 말할 것’을 제시하였는데, 이 규칙도 협력원리와 공손원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찍이 그라이스(Grice, 1975)는 협력원리(cooperative principle)라는 원리를 제시함으로
써 대화에 내재하는 원리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라이스에서 제시된 바에 의하면, 사람들은 각자 대화의 방향에 맞게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대화에 임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일견 직접적인 연결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발화에 대해서도 이러한 믿음이 전제되어서 화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추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라이스가 말하는 대화 의 협력원리는 다음과 같은데, 일반 원리와 아울러 이를 지키기 위한 하위 규칙인 4가지 격 률들이 있다.
(3) 협력원리(The co-operative principle): 대화가 진행되는 각 단계에서 대화의 방향 이나 목적에 의해 요구되는 만큼 기여를 하라.
Ⅰ. 질의 격률( The maxim of quality) : 진실된 기여가 되도록 하라.
ⅰ. 거짓이라고 믿는 것은 말하지 말라.
ⅱ. 적절한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
Ⅱ. 양의 격률 ( The maxim of quantity)
ⅰ. 진행되는 대화 목적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제공하라.
ⅱ.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
Ⅲ. 관련성의 격률(The maxim of relevance) 관련성을 지녀라.
Ⅳ. 태도의 격률 (The maxim of manner) 명료하라
ⅰ. 모호성을 피하라.
ⅱ. 중의성을 피하라.
ⅲ. 간결하라.
ⅳ. 조리 있게 하라.
그런데 실제의 대화에서 대화자 상호간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협력원리를 위배하는 일이 생기게 되므로 공손원리(politeness principle)가 협력 원리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화에서 간접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은 ‘명료하게 말하라’는 협력원리의 격률보다 공손원리가 우선하는 것이다.
(4) ㄱ. (손님을 초대하여 잘 차린 음식상 앞에서)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세요.
ㄴ. 아무것도 아니지만 ㄷ. 바람 들어온다.
ㄹ. 문 좀 닫을래?
ㅁ. 문 좀 닫아 주겠니?
ㅂ.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4)는 한국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표현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4ㄱ, ㄴ, ㅂ)은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질의 격률을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 (4ㄷ, ㄹ, ㅁ)은 간접적 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양의 격률을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표현은 협력원리를 준수 한 발화라고 할 수가 없다. 대화의 일반 원리인 협력원리를 지키지 않는 까닭은, 사실 그대 로의 정보전달에 충실하기보다 사실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청자에 대한 관계 유지를 생각해 서 상대방에게 공손함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한 데 기인한다.
2.3. 리치의 공손원리
공손의 문제를 대화에 작용하는 원리로 보는 여러 학자들은 공손이 언어보편적 현상이라 는 것에 대해서 공통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공손원리의 하위 격률을 제시하고 있다. 리치 (Leech, 1983)는 한 표현이 공손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구별하기 위한 화용상의 기준으로
‘간접성의 기준(indirect-ness scale)’, ‘부담-이익의 기준(cost-benefit scale)’, ‘선택의 기 준(option-ality scale)’을 제시하였다. ‘간접성의 기준’이란, 화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발화수 반행위와 그 목표 사이의 거리, 즉 간접성의 정도가 클수록 공손하다는 것이다. ‘부담-이익 의 기준’이란, 화자가 청자에게 주는 부담의 정도가 작고 이익이 많을수록 공손하다는 것이 다. ‘선택의 기준’이란, 청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공손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서 리치는 공손원리의 하위 격률을 나타내었다.
(5) 리치의 공손원리
Ⅰ. 요령의 격률(tact maxim)
ⅰ. 다른 사람에게 주는 부담은 최소화하라.
ⅱ. 다른 사람의 이익은 최대화하라.
Ⅱ. 관용의 격률(generosity maxim) ⅰ. 자신의 이익은 최소화하라.
ⅱ. 자신의 손해는 최대화하라.
Ⅲ. 칭찬의 격률(approbation maxim)
ⅰ.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은 최소화하라.
ⅱ.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은 최대화하라.
Ⅳ. 겸양의 격률(modest maxim) ⅰ. 자신에 대한 칭찬은 최소화하라.
ⅱ. 자신에 대한 비난은 최대화하라.
Ⅴ. 동의의 격률(agreement maxim)
ⅰ.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는 최소화하라.
ⅱ.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동의는 최대화하라.
Ⅵ. 공감의 격률(sympathy maxim)
ⅰ.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반감은 최소화하라.
ⅱ.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공감은 최대화하라.
(5)에 제시된 6가지 격률들은 ‘~은 최소화하라’는 소극적 공손 표현 (ⅰ)과 ‘~은 최대화하 라’는 적극적 공손 표현(ⅱ)가 한 짝을 이루고 있는데, 두 가지 표현 중 (ⅰ)형이 (ⅱ)형보 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소극적 공손이 적극적 공손보다 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말해 준 다.
2.3.1. 요령의 격률(눈치의 격률, tact maxim)
요령의 격률이란, 다른 사람에게 주는 부담은 최소화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은 최대화하라 는 것이다.
(6) 오늘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으세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7) 갑: 선생님 컴퓨터 좀 사용해도 될까요?
을: 응, 실컷 써.
(6)는 ‘좀’, ‘아주 잠깐’이라는 표현과 질문형 간접화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7)는 ‘실컷’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이익은 최대화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령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요령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8) 내가 이렇게 아픈데 가긴 어딜 가?
(9) 당신은 직급이 낮으니까 조금만 가져 가세요.
(8)은 딸이 엄마에게 오늘 약속 취소하라는 말을 하여 엄마로 하여금 매우 부담을 느끼게 하고 있다. (9)는 공급처 직원이 보급받으러 온 일반 직원에게 한 말로서, 일반 직원의 이익 을 줄이고 있다. (8, 9)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이익을 줄이는 등 요령의 격률을 여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2.3.2. 관용의 격률(generosity maxim)
관용의 격률이란, 자신의 이익은 최소화하고, 자신의 손해는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10) (사장이 직원들에게) 모두들 수고했으니까, 수익금을 공평하게 분배하겠습니다. 저 도 똑같이 받겠습니다.
(11) ㄱ. 오늘 저녁 꼭 우리 집에서 드셔야 해요.
ㄴ. 제가 부주의해서 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ㄷ. 언제 우리 가게 들러. 웨딩드레스는 내가 꼭 만들어 줄 테니까.
(10)은 자신의 이익은 최소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것이다. (11)은 자신의 손해는 최대화하라 는 격률을 지킨 것이다.
관용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관용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12) 내가 누나니까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해.
(13)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습니다.
(12)의 화자는 자신의 이익을 줄이지 않고 있고, (13)의 화자는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12, 13)은 모두 관용의 격률을 어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2.3.3. 칭찬의 격률(approbation maxim)
칭찬의 격률이란,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은 최소화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은 최대화 하라는 것이다.
(14) (노래 심사위원이 음치에게) 노래의 음정, 박자, 성량, 음색이 조금 부족했지만, 앞 으로 열심히 하시면 발전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15) ㄱ. 어쩌면 이렇게 음식 솜씨가 좋으세요? 박 선생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좋은 사모님과 함께 사셔서.
ㄴ. 그 치마 너무 예쁘다. 옷을 보는 안목이 정말 좋구나.
(14)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은 최소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예이고, (15)는 다른 사람에 대 한 칭찬은 최대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예이다.
칭찬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칭찬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16) 그 치마 어디서 샀니? 디자인도 구리고, 색깔도 칙칙하다.
(17) (남의 집 집들이에 가서) 오늘 반찬은 뭐 누구나 해 먹는 것들이네요. 요즘은 텔 레비전에서도 매일 요리를 가르치니, 어디 요리 못하는 사람 있나요?
(16)은 비난을 직접적으로 하고 있고, (17)은 칭찬을 하지 않고 있다. (16, 17)은 모두 칭 찬의 격률을 어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2.3.4. 겸양의 격률(modesty maxim)
겸양의 격률(modest maxim)이란, 자신에 대한 칭찬은 최소화하고, 자신에 대한 비난은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18) ㄱ. 갑: 선물 고마워.
을: 별말씀을. / 비싼 것도 아닌데 뭘.
ㄴ. 갑: 정말 아름답고 고귀한 인품을 가지고 계시군요.
을: 아니에요. 정말로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19) 갑: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으시네요.
을: 저는 피아노도 못 치고요, 말도 잘 못하고, 그림도 잘 못 그립니다.
(18)의 을은 자신에 대한 칭찬은 최소화하라는 격률을 지키고 있고, (19)의 을은 자신에 대 한 비난은 최대화하라는 격률을 지키고 있다.
겸양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겸양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20) 엄마: 얘, 엄만 유지태보다 네가 더 잘 생겼어.
아들: 당근이죠. 유지탠 나보다 눈도 작은데.
(21) (꼴찌 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꼴찌인 것은 제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 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나약해서입니다.
(20)의 아들은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하고 있고, (21)의 감독은 자신에 대한 비난을 줄이고 있다. (20, 21)은 모두 겸양의 격률을 어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2.3.5. 동의의 격률(agreement maxim)
동의의 격률(agreement maxim)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는 최소화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동의는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22) 갑: 이 바지, 3만 9천 원이라고요? 3만 5천 원에 주세요.
을: 그럼, 3만 7천 원만 주세요.
(23) 갑: 이 책장을 왼쪽으로 붙입시다.
을: 그것도 좋겠지만,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갑: 그래요. 그렇지만 낮에 해가 너무 직접적으로 들어서요.
을: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그럼 그럽시다.
(22)의 을은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는 최소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것이고, (23) 의 을은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동의는 최대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것이다.
동의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동의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24) (갑이 을에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갑: 이 애가 내 여자친구야. 캡 예쁘지?
을: 뻥 까고 있네. 이게 어디 예쁘냐?
(25) 교수: 내가 지적한 대로 논문을 수정해 오게.
학생: 부분적으로만 고쳐 오겠습니다.
(24)의 을은 갑에 대한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고, (25)의 학생은 교수의 의견에 부분적으 로만 동의하여 동의를 최대화하지 않고 있다. (24, 25)는 모두 동의의 격률을 어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동의가 모든 화행에서 공손하지는 않다. 동의하는 것보다 동의하지 않는 것이 더 공손한 경우가 있는데, 감사화행, 사과화행, 칭찬화행의 응대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이때는 비공감화 행이 공감화행보다 일반적으로 쓰인다.
(26) ㄱ. 갑: 고마워.
을: ㉠ 천만에요./㉡ 네.
ㄴ. 갑: 미안해.
을: ㉠ 괜찮아요./㉡ 네.
ㄷ. 갑: 오늘 너무 예쁜데?
을: ㉠ 아니에요./㉡ 네, 맞아요.
(26ㄱ㉠)은 감사화행에 대해 응대할 때 공감하지 않는 것이고 (26ㄱ㉡)은 공감하는 것이다.
을이 갑의 감사화행에 대해 공감하면, 을은 자신이 감사를 받을 자격이 된다고 스스로 인정 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라는 관용의 격률(generosity maxim)을 어기게 된다.
그러므로 감사화행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보다 비공감하는 것이 더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 이다. (26ㄴ㉠)은 사과화행에 대해 응대할 때 공감하지 않는 것이고 (26ㄴ㉡)은 공감하는 것이다. 을이 갑의 사과화행에 대해 공감하면, 을은 갑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므 로 다른 사람에게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재치의 격률(tact maxim)을 어기게 된다. 그러 므로 사과화행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보다 비공감하는 것이 더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27ㄷ㉠)은 칭찬화행에 대해 응대할 때 공감하지 않는 것이고 (27ㄷ㉡)은 공감하는 것이다.
을이 갑의 칭찬화행에 대해 긍정하면, 을은 자신에 대한 칭찬은 최소화하라는 겸양의 격률을 어기게 되된다. 그러므로 칭찬화행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보다 비공감하는 것이 더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2.3.6. 동정의 격률(sympathy maxim)
동정의 격률(sympathy maxim)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반감은 최소화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동정은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28) ㄱ. 도자기가 깨졌네.
ㄴ. 이런 말을 하기가 너무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네.
(29) ㄱ. 가슴 아프게도 자네 부친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군.
ㄴ. 원 이럴 수가. 더러운 혐의를 네가 몽땅 뒤집어 썼다면서?
ㄷ. 퍽 힘들지? 더 잘하려면 그래도 되풀이 연습을 해야 해.
ㄹ.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런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나. 망설여지는 게 당연해.
(28)은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반감은 최소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것이고, (29)는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동정은 최대화하라는 격률을 지킨 것이다.
동정의 격률을 어긴 경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 경우를 보면, 동정의 격률이 왜 필요한지 를 알게 될 것이다.
(30) (사찰에 가서 승려에게) 예수 믿으십시오.
(31) 여보세요? 철수니? 야, 신문 부고란 보니까 너희 아버지 돌아가셨다면서? 부의금 부치려고 하는데, 계좌번호 불러 봐.
(30)의 화자는 상대와의 반감을 높이고 있고, (31)의 화자는 동정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30, 31)은 모두 동정의 격률을 어기고 있고, 공손하지 못하다.
3. 공손 표현
이 장에서는 언어에서 나타나는 공손 표현과 한국어의 종결어미로 공손을 나타내는 경우 를 살펴보도록 한다.
3.1. 공손을 위한 언어적 장치들 3.1.1. 문법적 장치의 사용
한국어에서는 종결어미나 선어말어미로 공손을 나타낸다.
(1) ㄱ. 철수가 갔습니다.
ㄴ. 철수가 갔어요.
ㄷ. 철수가 갔소.
ㄹ. 철수가 갔네.
ㅁ. 철수가 갔어.
ㅂ. 철수가 갔다.
(2) ㄱ. 선생님께서도 식사하시죠.
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1)의 경우는 상대높임을 조절하는 종결어미의 예이다. (1ㄱ)은 ‘하십시오체’, (1ㄴ)은 ‘해요 체’, (1ㄷ)은 ‘하오체’, (1ㄹ)은 ‘하게체’, (1ㅁ)은 ‘해체’, (1ㅂ)은 ‘해라체’의 예이다. (2)는 선어말어미 ‘-시’와 ‘-겠-’을 사용하여 공손을 나타낸 예이다.
문말이나 문중에 나타나는 ‘요’의 사용에서도 공손의 기능을 찾아볼 수 있다.
(3) ㄱ. 나는요, 철수가요, 정말 좋아요.
ㄴ.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ㄷ. 저기 있잖아요, 지금 가봐야 하는데요.
(3)의 ‘-요’는 청자를 대우한다는 면에서 공손의 표지이다.
영어에서는 조동사를 사용하여 공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4) ㄱ. What's your name?
ㄴ. May I ask what's your name?
ㄷ. Could you lend me a pen?
(4ㄴ)의 경우 조동사 ‘may’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허락을 얻으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요청 이나 질문이 상대방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극적 공손 전략(negative politeness strategy)을 사용하고 있고, (4ㄷ)에서는 ‘could’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능력을 존중하는 태도 를 취함으로써 적극적 공손 전략(positive politeness startegy)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게 된 다.
한국어에서도 영어의 조동사에 비견될 만한 표현들이 있다. 어미와 보조동사의 연속체로서 이런 것을 나타낸다.
(5) ㄱ.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ㄴ. 이것을 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5ㄱ)은 ‘-어도 되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영어의 ‘may’에 해당하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5 ㄱ)은 ‘-어 주다’는 [혜택]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 표현을 통해서 상대가 나에게 혜택을 주 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공손을 표현하고 있다.
3.1.2. 간접적으로 나타냄.
화자와 청자의 인칭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공손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6) 선생님: 이거 누가 했니? 참 잘했다.
영희: 철수가 다 했어요.
철수: 아닙니다. 모두가 다 같이 했어요.
(7) ㄱ. 어쩌나, 도자기가 깨졌네.
ㄴ. 네가 이 도자기를 깼니?
(6)은 화자를 드러내지 않고 공손함을 나타낸다. (7)을 보면 주어를 드러내지 않고 생략하 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7ㄱ)이 (7ㄴ)보다 더 공손하다고 할 수 있다. (7ㄱ)은 물건을 깨 뜨린 행동의 주체를 밝히기보다는 물건이 깨어진 현상을 나타냄으로써 상대방에게 주는 부 담을 줄이고자 한 데서 공손함을 얻게 된 것이다.
에둘러 표현하여 공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8) ㄱ.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ㄴ. 당신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직접적으로 말한 (8ㄱ)보다 에둘러 표현한 (8ㄴ)이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3.1.3. 울타리어의 사용
울타리어(hedge)는 화자가 발화할 뒤의 화행에 대해 청자에게 준비하게 하는 말이다. 울 타리어를 사용하여 공손함을 표시하는 것도 언어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9) ㄱ. 실례합니다만 신촌 가는 길이 이쪽입니까?
ㄴ. 죄송하지만,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ㄷ.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10) ㄱ. Close the window. if you can.
ㄴ. Two hamburgers, please.
(9)는 ‘실례합니다만’, ‘죄송하지만’, ‘차린 것은 없지만’이 울타리어로 사용되고 있는 예이다.
(10)은 영어에서 ‘if you can’, ‘please’와 같은 울타리어를 사용한다.
3.1.4. 발화수반력 약화
발화수반력을 약화시켜서 공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11) ㄱ. 선생님, 함께 가십시다.
ㄴ. 선생님, 함께 가시지요.
ㄷ. 선생님, 지금 몇 시쯤인가요?
ㄹ. 선생님, 지금 몇 시쯤인지요?
(11ㄱ)은 어미의 형태상으로는 아주높임의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였으나 공손하지 않은데, 청유의 부담을 줄인 (11ㄴ)과 같은 표현으로 바꾸면 공손한 표현이 된다. (11ㄷ)은 직접적 인 질문이 주는 부담이 있는데, (11ㄹ)은 간적접인 의문형식(간접 인용문)을 취함으로써 그 부담을 줄이고 있다.
평서문은 수사의문문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하다. 따라서 진술화행에서는 평서문이 수사의문 문보다 더 공손하다.
(12) 갑: 경험도 없는 철수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야.
을: ㄱ. 전문가가 한들 안 될 거예요.
ㄴ. 전문가가 한들 되겠어요?
(12ㄱ)은 평서문을, (12ㄴ)은 수사의문문을 사용하였다. (12ㄱ)이 (12ㄴ)보다 더 공손한 것 을 볼 수 있다.
3.1.5. 특정 어휘 사용
지소사를 사용하여 공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지소사’란 작게 표현하는 어구를 뜻한 다. 지소사는 요청이나 명령에서 상대방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쓰인다.
(13) ㄱ. 차 한 잔 할까요?
ㄴ. 한 입만 줘.
ㄷ. 부탁 하나 들어줄래?
ㄹ. 한 번 놀러 오세요.
ㅁ. 한 마디만 할게.
ㅂ. 지우개 좀 빌려 줄래? (반 끊어서 빌려달라는 이야기인가?) ㅅ. 잠깐만 시간을 내 주실래요?
(14) 갑: 합격을 축하해요.
을: 간신히 합격한걸요.
(13)은 자신의 일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 표현으로 ‘간신히’ 합격했음을 말하는 겸양으로 인 하여 공손함을 드러내고 있다. (14)도 자신이 합격한 것을 작게 표현한 것이다.
이미 앞의 예문에서도 나왔지만 ‘좀’이라는 지소사가 공손함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일 은 흔하다. 상대방에게 명령하거나 요청하는 상황에서 ‘좀’이 사용되면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되어 명령과 요청의 발화수반력을 약화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좀’을 쓰지 않은 표현에 비해 화자는 공손함을 나타낼 수 있다.
(15) ㄱ. 조용히 해 주세요.
ㄴ. 좀 조용히 해 주세요.
(16) ㄱ. 아버지, 용돈 주세요.
ㄴ. 아버지 용돈 좀 주세요.
높임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17) ㄱ. 진지 잡수세요.
ㄴ.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17ㄱ)의 ‘진지’, ‘잡수시다’나 (17ㄴ)의 ‘성함’은 공손을 나타내는 공손어휘이다.
공손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18) 갑: 합격을 축하해요.
을: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18)은 합격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덕분임을 말하는 것은 사 실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공을 돌리는 표현을 통해 공손함을 나타내고 있 다.
3.2. 종결어미 사용과 공손
한국어를 대상으로 보편적 현상으로서 공손 논의를 할 경우 특히 한국어에서 공손을 나타 내기 위한 언어적 장치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밝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어 어미가 공손 장치로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미 사용과 관련된 공손 현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종결어미와 형태에 따라 어떻게 공손을 나타내게 되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종결어 미가 중요한 이유는 종결어미가 문장을 마무리 지을 뿐만 아니라 담화에 대한 화자의 태도 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3.2.1. -네
먼저 종결어미 ‘-네’의 경우를 보기로 하겠다. ‘-네’는 [현재지각]의 의미를 가진 종결어
미이다. ‘현재지각’이란, 그전까지는 몰랐다가 현재 새롭게 알게 된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19) 얘가 아직까지 잠을 안 자네.
(19)에서 화자는 아이가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자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현재지각]상태를 나타낸다.
‘-네’가 사용된 현재지각 발화는 ‘-네’가 사용되지 않은 일반 발화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하 다. 현재지각 발화는 방금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전제하고, 일반 발화는 사실을 그전부 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20) ㄱ. 너 참 예뻐.
ㄴ. 너 참 예쁘네.
(20ㄱ)은 일반 발화의 예이고, (20ㄴ)은 현재지각 발화의 예인데, (20ㄴ)이 (20ㄱ)보다 칭 찬의 발화수반력이 약한 것을 볼 수 있다.
현재지각 발화는 발화수반력이 약하므로, 진술할 때 사용되면 공손함을 나타낸다. 진술은 화자의 주장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발화수반력이 약해지면 자신의 주장을 약하게 하는 공손 함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21) 갑: 철수 이번 시험 성적이 아주 엉망이야.
을: ㄱ. 그 정도면 괜찮은 점수네요.
ㄴ. 그 정도면 괜찮은 점수예요.
(22) ㄱ. 선생님께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네요.
ㄴ. 선생님께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21), (22)는 모두 진술화행에서의 예이다. (21ㄱ)은 지각을 나타내는 ‘-네’가 사용된 예이 고, (21ㄴ)은 ‘-네’가 사용되지 않은 예이다. (21ㄱ)이 (21ㄴ)보다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22ㄱ)은 지각을 나타내는 ‘-네’가 사용된 예이고, (22ㄴ)은 ‘-네’가 사용되지 않은 예이다. (22ㄱ)이 (22ㄴ)보다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정표화행 중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화행일 때는 현재지각 발화를 사용하 면 덜 공손하다. 상대에게 호감을 나타낼 때는 강하게 나타내는 게 예의인데, 현재지각 발화 는 발화수반력이 약하므로 호감을 약하게 나타내게 되기 때문이다.
(23) ㄱ. 오늘은 안색이 참 좋으시네요.
ㄴ. 오늘은 안색이 참 좋으세요.
ㄷ. 잘 오셨네요.
ㄹ. 잘 오셨어요.
(23)은 모두 정표화행에서의 예이다. (23ㄱ)은 지각을 나타내는 ‘-네’가 사용된 예이고, (23ㄴ)은 ‘-는데’가 사용되지 않은 예이다. (23ㄱ)이 (23ㄴ)보다 덜 공손한 것을 볼 수 있 다. (23ㄷ)은 지각을 나타내는 ‘-네’가 사용된 예이고, (23ㄹ)은 ‘-네’가 사용되지 않은 예 이다. (23ㄷ)이 (23ㄹ)보다 덜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3.2.2. -는데
종결어미를 이용한 공손표현은 ‘-는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는데’는 [배경]의 의미 를 가지고 있다. ‘S1는데 S2’에서는 S1는 배경 제시의 역할만 하고, S2가 실제로 중요한 내 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는데’를 사용하면, 일반 발화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하다.
진술화행일 때는 일반 발화보다 ‘-는데’가 사용된 발화가 더 공손하다. 그 이유는 진술화 행은 주장하는 내용인데, 자신의 것을 약하게 주장하는, ‘-는데’를 사용한 발화가 자신의 것 을 그대로 주장하는 ‘-는데’를 사용하지 않은 발화보다 더 공손하기 때문이다.
(24) 갑: 누가 이렇게 방을 깨끗이 정리했지?
을: ㄱ. 제가 했는데요.
ㄴ. 제가 했습니다.
(24)은 진술화행에서의 예이다. (24ㄱ)은 [배경]을 나타내는 ‘-는데’가 사용된 발화이고, (24ㄴ)은 ‘-는데’를 사용하지 않은 발화의 예이다. (24ㄱ)이 (24ㄴ)보다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거절화행일 때도 ‘-는데’가 사용되지 않은 일반 발화보다 ‘-는데’가 사용된 발화가 더 공 손하다. 그 이유는 거절화행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화행인데, 약하게 거절하는 것이 일반 적으로 거절하는 것보다 더 공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화수반력이 약한 ‘-는데’가 쓰인 발화가 ‘-는데’가 쓰이지 않은 발화보다 더 공손하다.
(25) 갑: 이거 바로 좀 부탁해요.
을: ㄱ. 지금은 곤란한데요.
ㄴ. 지금은 곤란합니다.
(25)는 거절화행에서의 예이다. (25ㄱ)은 [배경]을 나타내는 ‘-ㄴ데’가 사용된 발화이고, (25ㄴ)은 ‘-ㄴ데’가 사용되지 않은 발화이다. (25ㄱ)이 (25ㄴ)보다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정표화행 중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화행일 경우는 ‘-는데’가 사용되지 않은 발화 보다 ‘-는데’가 사용된 발화가 덜 공손하다. 그 이유는 상대호감 화행은 강하게 할수록 공손 한데, ‘-는데’는 발화수반력이 약해서 약하게 호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26) 갑: 제가 담근 김치 맛이 어때요?
을: ㄱ. 아주 좋은데요.
ㄴ. 아주 좋습니다.
(26)은 정표화행 중 상대호감화행에서의 예이다. (26ㄱ)은 배경을 나타내는 ‘-은데’가 사용 된 발화이고, (26ㄴ)은 ‘-은데’가 사용되지 않은 발화이다. (26ㄱ)이 (26ㄴ)보다 덜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정표화행 중에서 사과화행의 경우도 ‘-는데’가 사용되지 않은 발화보다 ‘-는데’가 사용된 발화가 덜 공손하다. 그 이유는 사과화행은 강하게 할수록 공손한데, ‘-는데’는 발화수반력 이 약해서 약하게 미안함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27) 갑: 일을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떻게 해?
을: ㄱ. 죄송한데요.
ㄴ. 죄송합니다.
(27)은 정표화행 중 사과화행에서의 예이다. (27ㄱ)은 배경을 나타내는 ‘-ㄴ데’가 사용된 발화이고, (27ㄴ)은 ‘-ㄴ데’가 사용되지 않은 발화이다. (27ㄱ)이 (27ㄴ)보다 덜 공손한 것 을 볼 수 있다.
3.2.3. -다고
종결어미 ‘-다고’가 사용된 경우에도 공손의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다고’는 간접인용 문에 사용되는 보문자이다. 즉, “철수가 집에 영희가 있다고 말했어.”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이 ‘-다고’가 종결어미로 사용되면 남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자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해진다.
명령화행에서, ‘-다고’를 사용한 발화는 사용하지 않은 발화보다 더 공손하다. 그 이유는 명령은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발화수반력을 약하게 하는 것이 더 공손하기 때문이 다.
(28) ㄱ. 좀 조용히 하라고.
ㄴ. 좀 조용히 해.
ㄷ. 자, 어서들 앉으라고.
ㄹ. 자, 어서들 앉아.
ㅁ. 대답 좀 해 보라고.
ㅂ. 대답 좀 해 봐.
(28)은 명령화행의 예들이다. (28ㄱ), (28ㄷ), (28ㅁ)은 간접인용을 나타내는 ‘-다고’를 사 용한 발화이고, (28ㄴ, ㄹ, ㅂ)은 ‘-다고’를 사용하지 않은 발화이다. ‘-다고’를 사용한 발화 가 더 공손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청유화행에서도 ‘-자고’를 사용한 발화가 더 공손하다. 그 이유는 명령화행에서일 때와 같 다.
(29) ㄱ. 이번 일은 우리 같이 하자고.
ㄴ. 이번 일은 우리 같이 하자.
(29)는 청유화행의 예이다. (29ㄱ)은 ‘-자고’를 사용한 예이고, (29ㄴ)은 사용하지 않은 예 인데, (29ㄱ)이 (29ㄴ)보다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3.2.4. -을걸
종결어미 ‘-을걸’은 [짐작]의 의미를 나타낸다. 그래서 ‘-을걸’이 사용된 발화는 사용되지 않은 발화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하다.
진술화행에서 종결어미 ‘-을걸’을 사용한 발화는 그렇지 않은 발화보다 더 공손하다. 그 이유는 진술화행은 화자가 주장하는 내용인데, 강하게 주장하는 것보다 약하게 주장하는 것 이 더 공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화수반력이 약한 ‘-을걸’을 사용하는 것이 더 공손한 것 이다.
(30) 갑: 내가 직접 만나서 왜 그러는지 이유를 좀 물어봐야겠어.
을: ㄱ. 그 친구 기분이 안 좋으니까 지금 만나지 않는 게 좋을걸.
ㄴ. 그 친구 기분이 안 좋으니까 지금 만나지 않는 게 좋아.
약속화행에서 종결어미 ‘-을걸’을 사용한 발화는 그렇지 않은 발화보다 덜 공손하다. 그 이유는 약속화행은 강하게 할수록 공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화수반력이 약한 ‘-을걸’을 사용하면 덜 공손한 표현이 된다.
(31) 갑: 자꾸 미루지 말고 확실한 날짜를 말해 주세요.
을: ㄱ. 네, 내일은 될걸요.
ㄴ. 네, 내일은 됩니다.
3.2.5. -거든
종결어미 ‘-거든’은 [까닭]의 의미를 나타낸다. 즉, ‘-거든’은 ‘-거든’이 사용된 발화가 선 행 발화에 대한 까닭을 제시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진술ㆍ부정화행에서는 ‘-거든’을 사용한
발화가 그렇지 않은 발화보다 덜 공손하다. 왜냐하면 [까닭]을 말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발화수반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즉, 근거인 발화가 일상적인 발화보다 더욱 주목을 끌기 때문에 발화수반력이 더 강한 것이다.
(32) (철수가 상대 때문에 갔다는 것을 타박하는 상황에서) ㄱ. 철수가 갔거든요.
ㄴ. 철수가 갔어요.
(33) 갑: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을: ㄱ. 회의가 늦게 끝났거든요.
ㄴ. 회의가 늦게 끝났어요.
(34) 갑: 오늘은 우리가 이길 거야.
을: ㄱ. 아니거든요.
ㄴ. 아니에요.
타박하는 상황에서 ‘-거든’이 사용된 (32ㄱ)은 그렇지 않은 (32ㄴ)보다 덜 공손하다. 변명 하는 상황인 (33)과 부정화행인 (34)에서도 ‘-거든’이 사용된 발화가 그렇지 않은 발화보다 덜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거든’은 발화수반력이 강하고, 앞서 다룬 ‘-는데’([배경]의 뜻을 지님.)는 발화수반력이 약하다. 따라서 진술화행에서는 ‘-거든’이 사용된 발화가 ‘-는데’가 사용된 발화보다 덜 공 손하다.
(35) ㄱ. 선생님, 저녁에 아르바이트가 있거든요.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ㄴ. 선생님, 저녁에 아르바이트가 있는데요.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종결어미 ‘-거든’은 [까닭] 중에서도 객관적인 까닭([원인])을 나타낸다. 이것이 진술을 나타내는 곳에 쓰이면, 주관적인 까닭([이유])을 나타내는 ‘-니까’보다 공손하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주관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발화수반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36) 갑: 새집 단장을 노란색으로 하셨네요.
을: ㄱ.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거든요.
ㄴ.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니까요.
(36)에서 보듯이 같은 [까닭]의 뜻을 나타내는 ‘-니까’와 비교해 보면 더 공손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거든’이 객관적인 까닭([원인])이고, ‘-니까’는 주관적인 까닭([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