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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초기시의 도시 체험과 배치 전략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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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8)유창민*

목 차

1. 들어가며

2. 일상의 가치와 문학적 형상화 3. 자본주의 도시체험과 배치 전략 4. 나오며

<국문초록>

김광규의 초기시에서 일상은 빈틈의 발견에서 출발한다. 근대적 사유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빈틈이 도시에서 발생 된다. 빈틈에서 발생되는 ‘유무’에 대한 관심이 그의 시의 출발이다. 도시에서 자본주의를 경험한 시인은 자본의 주체와 타자를 구분한다. 자본으로부터 주체적이지 못한 화자의 태도는 ‘비탈길’, ‘가로등’

과 같은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또한 반복적인 출퇴근 길에서 일상에 함몰되어 가 는 화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김광규는 자본주의 구조를 읽어 내며 동시에 그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김광규 초기시는 ‘유무’의 논리를 적용하여 ‘우리’라는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4․19 세대인 시인에게 있어서 세대적 연대감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우월했던 측면이 있다. ‘그’의 죽음과 남겨진 ‘우리’의 변절 사이 에서 발생하는 빈틈은 그의 초기시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논리였다. 시인은 ‘그’의 넋을 위로하고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다시금 증명해 보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일상적 논리에 적응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이처럼 김광규의 초기시는 일상의 빈틈에서 출발하여 일상의 모습을 관찰해낸 다. 이때 일상의 부조리함을 각성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련의 과정이 동시

* 동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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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의 모습과 속성을 규명 해내기 위해 대조를 활용한 배치와 빈틈을 메우기 위한 물 이미지의 활용은 그의 초기시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제어 : 일상성, 4․19, 도시 체험, 배치, 김광규

1. 들어가며

김광규는 일상적 체험을 시로 형상화 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의 실체와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초기시는 일상성을 중심으로 하여 현대시 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일상이라는 반복적 현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김광 규의 시는 읽기가 쉽다. 그만큼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정 서를 대변하고 있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그의 시가 읽기 쉬운 것은 그만큼 상징적이거나 다의적인 특성을 지닌 서정시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쉬운 시의 가치를 평이하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광규의 시가 쉽고 보편적인 이유는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과 동 시에 문제적으로 일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김광규의 첫 시집 뺷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뺸이 1979년에 발표된 이후 그에 대한 관심은 일상과 도시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니게 되었다. 권 영민은 김광규의 시에서 도시 일상의 생활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의 시에서 일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1) 김응교는 도시 화된 현실 속에서 인간의 피폐성을 지적인 언어로 묘사하는 특이한 균형을 보여주는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김광규를 꼽고 있다.2)

1) 권영민, 뺷한국현대문학사2뺸, 민음사, 2002, 401~402면.

2) 김응교, 뺷사회적 현실과 상상력뺸, 소명출판사, 2002, 432~4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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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논의에서 두 가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규의 시에는 일상 이라는 특징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런 경향은 김광규에 대한 연구 의 흐름을 일상어 사용과 일상성이 그의 시에서 대두된 원인을 찾는 방향 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렇게 외연적으로, 주제적인 면에서 김광규의 일상성 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일상이 어떤 방식으로 시로 구체화되었는지 에 대한 연구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일상의 배치 전략 과 일상을 관통하는 의식 세계의 실체를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다.

일상성은 공간 인식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체험하면서 발생하는 모순 지 점을 발견하고 그 체험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를 밝혀야 김광규 시가 일상성을 체화하고 있음을 규명할 수 있다. 단순히 일상적 모습만을 제시했 다고 일상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광규 시의 일상성이 어떻게 동시대의 일상 공간을 인식하며, 어떤 전략을 통해 일상을 문학적으 로 형상화하며, 일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세계 인식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 해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김광규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살펴보면 그의 시를 지배하는 것은 단순 성, 분명성, 명료성, 정직성으로 요약된다. 시가 지니고 있는 함축, 상징, 다 의적인 특징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그의 시는 운율보다는 산문적이며 일상 적인 실체에 접근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때 산문적이며 일상적인 모습들이 시 내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배치되어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한 배치 전 략에 일상은 시적인 의미를 얻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김광규의 이러한 배치 전략의 실체를 밝혀 보고자 한다. 김광 규의 초기시에 나타난 일상에 대한 관심은 동시대 사회의 모습과 구체적 실체를 규명하는 단초가 된다. 한편, 김광규가 일상을 시화 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특이할 만한 사항은 작은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관심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상과 접속하거나 그 가운데 발생하는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그의 서사의 중심에는 동시대 젊은이들이 공유하였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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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흐르고 있다. 김광규는 그러한 세대 의식을 관통하는 죽음, 동질감 등을 기억해내는 일이 초기시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김광규는 시작 초기에 일상의 사건을 나열하고 배치하거나 비교 하고 대조하여 일상적 공간에서 발견되는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사건의 의 미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시에서 일상은 독창적 시적 전략을 통해 새롭 게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배치와 비교 대조의 전략, 서사적 특징은 일상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2. 일상의 가치와 문학적 형상화

마샬 버만은 근대의 여러 요인들을 살펴 ‘현대화’를 정의했다.3) 근대의 여러 요인 가운데에 도시는 근대를 규정하는 기본 단위로 설정된다. 그리고 도시의 근간을 지탱하는 도시인들의 일상은 근대 도시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도시와 일상의 외연적인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현대의 실체에 접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 하는 것이 그 이상의 의미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인 이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체험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 내에는 다양한 군상의 도시인이 존재한다. 그들이 겪는 도시 체험의 방식은 상이하 기 마련이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위치에서 도시를 체험하는지를 살펴본다 면 근대 도시의 실체가 보다 입체적으로 규명될 수 있다. 김광규의 시에 등 장하는 도시인들은 공통된 일상 공간 속에서도 분열된 시선으로 각자의 입 장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입체적이다.

이처럼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자본 주의적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체험하고 그것을

3) 마샬버만, 윤호병, 이만식 역, 뺷현대성의 경험뺸, 현대미학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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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규원은 현대시의 해체 과정이 일상의 끌어들임과 관계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사회의 산업화 과정과 김광규의 시 속에 등장하는 ‘시시콜콜한 도시의 모습’들이 만나 새로운 의미망을 형 성하고 있다고 하였다.4)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을 일종의 장으로 보는 것에서 그의 이론을 이끌어 낸다.5)일상을 다루어내는 것은 겉보기에는 무의미한 사실들 속에서 중요 한 어떤 것을 잡아내고, 그 사실들을 정돈함으로써 이 사회의 정의를 내리 고, 또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전망을 내릴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는 일상의 의미를 확인하는 연구로, 일상은 무의미하지 않으며 일상 그 자 체에 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내포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때 주목할 것은 일상이 의미를 얻기 위해서는 ‘정돈’할 필요성이 있다. 무의 미한 사실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의미를 얻기에 부족하 다. 따라서 일상성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사실들의 관계와 배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행위이다. 도시를 체험하는 것은 도시의 일상을 단순히 그려내는 것 이 아니다. 도시를 체험하는 주체의 시각에서 정돈될 때 일상은 의미를 확 보하게 된다. 김광규의 시에서는 일상적 사실이 시어의 배치 전략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시인이 바라보는 시적 대상과 그에 대한 판단을 대조적인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일상의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

한편, 도시인의 일상은 상호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도시의 일상을 살아가 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과 마주치고 소통하게 된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 에 사소한 마주침 혹은 소통이, 사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한 측면으로서 보이지 않는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야민은 보들레 르의 군중체험을 통해 근대의 풍경과 근대인의 색다른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한다.6)근대인은 상호 작용을 통해 근대를 살아가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근

4) 오규원, 「후기 산업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위상」, 뺷문예중앙뺸, 1992년 12월, 34면.

5) 앙리 르페브르, 박정자 역, 뺷현대 세계의 일상성뺸, 세계일보,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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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기의 한국문학에서 박태원, 이상의 산책은 다양한 근대인과 접촉하고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근대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하는지 를 체화한 훈련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광규의 초기시에서도 타자와의 지속적인 접촉이 이 루어지고 있으면 반복적인 도시민의 일상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타자와 의 만남과 관계 맺기를 통한 상호작용 속에서 현실 감각을 살릴 때 현대시 에 나타난 일상이 의미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김광규의 시에 나타나는 타인 과의 접촉은 단순한 일상적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그 만남을 통해 주체와 타자를 구분해 내기도 하고 만남과 만남의 변화를 통해 그것이 지니고 있 는 현실적 의미망을 생성해내기도 한다.

3. 자본주의 도시 체험과 배치 전략

3.1. ‘빈틈’의 발견과 대조적 관계

일반적으로 김광규의 초기시는 뺷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뺸(1979년), 뺷아 니다 그렇지 않다뺸(1983년), 뺷크낙산의 마음뺸(1986년)으로 한정된다. 그의 첫 시집이 1970년대 후반에 나오기는 하나 문학사적으로 김광규의 초기시 는 6,70년대의 우리의 일상적 현실을 착실하게 관찰하여 비판적 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광규가 일상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문학의 소명을 분명성에 두고 있 기 때문이다. 일상은 그 자체로 구체적이기 때문에 분명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김광규는 「시의 정신」에서 한국의 옛 시의 경우 무엇을 노래한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하였고, 향가․속요․시 조․가사․판소리 등은 모두 당시의 생활을 담고 있다고 하였다.7) 이러한

6) 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뺷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뺸, 민음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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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김광규가 생각하는 시란 ‘생활’과 ‘분명’함이다. 분명 하지 않고 애매모호할 경우 무엇을 담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의 김광규의 시에서 는 난해함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를 응시하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가 선언처 럼 드러나 있다. 이 시는 군더더기가 없이 명료하여 수월하게 시가 읽히며 난해하거나 관념적인 어휘도 보이지 않는다.

내 어렸을 적 고항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영산이었다. // 영산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하여 영산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 영산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 구름 없이 밤하늘 달빛 속에 또 는 별빛 속에 거무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 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영산이 불현듯 보 고 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영산은 온데간데 없어 지고 이미 낯선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 <영산> 전문

김광규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용인과 평택 등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사건들 가운데에는 불명확한 기억으 로 남겨진 경우도 있다. 고향이 아니고 전쟁 통에 잠시 머물렀던 장소에 대 한 기억이라면 기억의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불명확한 과거는 시인에게 혼 란을 주고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극복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위의 시에서 과거 기억 속 영산은 ‘아무도 오르지 않았다’는 서술을 통해 평범한 산과는 다른 ‘신비로운 산’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영산은 낮에는 안개로 밤에는 어둠으로 인해 과거의 기억 속에서도 그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안개와 어둠으로 둘러싸인 영산은 신비롭지만 실체를 쉽게 알 수 없는 대상이다. 어쩌면 그것은 실재하지 않고 작가의 기억 속에 끼어든 것

7) 김광규, 「시의 정신」, 뺷김광규 깊이 읽기뺸, 문학과 지성사, 2001, 4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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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도 모른다.

인용시에서 시간이 흐른 뒤 화자가 찾은 고향에는 영산의 모습이 존재하 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낯선’ 등의 시어는 무언가 과거의 기억에 착오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영산’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영산’이라는 대상은 ‘불명확’이라는 의미로 대체된다. 이렇게 분절 된 기억으로 인해 발생한 불명확성은 확인 과정을 거쳐 실체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인은 스스로 기억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불명확한 빈 공간을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김광규는 이 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그러한 빈 공간을 메워 나가는 여정 을 그려낸다. 이 시에서 화자는 기억을 찾아 고속버스를 타고 낯선 고향을 찾아간다. 하지만 ‘영산’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았다.’, ‘알 수 없었다.’, ‘없다고 한다’의 서술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실체 규명 여행에서 찾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여행을 통해 시인은 불명확성 과 이별을 하게 된다.

이제 시인은 고향이 아닌 현실적인 도시에서 빈틈을 메우고자 한다. 이때 빈틈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배치 구조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진다.

위의 시의 배경인 영산이 바로 시인이 불명확함에서 명확함으로 넘어서는 지점이며 새로운 배치의 필요성을 느끼는 공간에 해당한다. 그 지점이 김광규 초기시의 출발점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온 현실은 명확한 사건들로 이루 어져 있고 시인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문법으로 세계를 재배치한다.

교회당의 차임벨 소리 우렁차게 울리면 / 나는 일어나 창문을 열고 / 상쾌하게 심호흡한다 / 새벽의 대기 속에 풍겨오는 / 배기 가스의 향긋한 납 냄새 / 건강은 어차피 하느님의 섭리인 것을 / 수은처럼 하얀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 만원 버스에 실려 직장으로 가며 / 나는 언제나 오늘만을 사랑한다 / 오늘은 주택은행 에 월부금을 내는 날

- <오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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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의 초기 시에서 빈공간은 그의 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빈틈을 메우려는 시인의 독창적 행위와 결과물이 그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 문이다. 앞선 시에서 살펴보았듯이 과거 고향 영산은 기억과 달리 존재하지 않았다. 단절이라는 시공간적 빈틈이 김광규의 시에 등장하였다. 김광규의 초기시는 그러한 빈틈 찾기와 메우기의 작업이다. 출퇴근을 하는 일상적 공 간에서도 그러한 빈틈이 나타나기도 하며 언어와 언어 사이의 작은 공간에 서도 그러한 빈틈이 발견된다.

위의 인용시에서 ‘교회당의 차임벨 소리’와 ‘울리면’ 사이에는 하나의 공 간이 마련되어 있다. 시인은 언어와 언어 사이에 발생하는 맥락 사이의 공 간에 주목한다. ‘우렁차게’와 ‘교회당 차임벨’의 시어의 관계는 일반적 접속 이 아니다. 시가 아닌 일반 문장에서는 ‘은은하게’ 혹은 ‘은혜롭게’와 같은 수식어가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인용시에서는 그러한 일반적 접속 대신에 피수식어와 수식어 사이의 낯선 접속을 시도한다. 낯선 접속으로 인해 교회 당이라는 공간은 의심받게 된다. 이러한 접속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적으 로도 영향을 끼친다. 낯선 조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는 이러한 낯설게 하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접속으로 만들어진 문장은 이어지는 다음 문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독 자는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이어질 시의 내용을 정상 적으로 독해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쾌하게 심호흡한다’라는 시어 에는 ‘상쾌하지 않다’는 역설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시인은 친절하게 다시 한 번 그러한 역설적 관계를 새로운 배치로 부연 설명한다. ‘새벽의 대기’와

‘배기가스’의 배치를 통해 앞선 문장이 상쾌한 호흡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를 재차 밝힌다.

인용시는 계속해서 ‘수은’과 ‘콩나물국’을 접속시킨다. 지속적인 낯선 조 합으로 시어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역설적 의미가 이 시의 기본 구조 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일상과 만나는 지점이 ‘만원 버스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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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직장’, ‘월부금 내는 날’이다.

현실은 반복되고 있다. 반복되는 ‘오늘’의 연속이다. 그 오늘을 지속적으 로 반복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이다. 반복의 중심에는 ‘주택은행’에 내 야하는 ‘월부금’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김광규 시의 일상성은 단순히 일 상의 반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일상이 반복되는 구조와 핵심을 규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부조리하고 역설적인 일상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시어의 낯선 배 치를 선택했다.

권영민에 의하면 일상성은 시대정신 혹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해야할 필 요가 있다.8) 그런 면에서 위의 시에서 김광규는 일상을 단순히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적 논리가 팽배해지고 있는 산업화 시대의 감수 성을 낯선 시어의 배치와 역설적 의미 생성으로 드러내고 있다. ‘월부금’은 단순하게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을 단적으로 드러 내는 제도이다. 자본주의는 실물이 아닌 가상의 화폐와 그것을 지탱하는 신 용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다. 안정적이거나 신용이 확실하면 대출이 가능 하고 그것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월부금’은 신용을 기반 으로 한 구매 방식이다. 지금 당장 집을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신용이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집을 구매할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 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신용 을 갖추고는 있지만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 「좀팽이처럼」은 자본주의 체 험과 그 구조에 대한 판단이 공간 배치와 상반된 수식서의 사용을 통해 역 설적으로 나타나 있다.

8) 권영민, 뺷한국현대문학사2뺸, 민음사, 2002, 401~402면. “시의 목표 자체가 일상적인 감각 의 실현 자체로 고정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시적 언어에서의 일상성의 획득이란 한 시대의 정신과 삶을 통합시킬 수 있는 감수성에 바탕을 이룰 때에 시적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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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몇 푼 찾아가지고 / 은행을 나섰을 때 거리의 / 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 트려놓았다 / 대출계 응접 코너에 앉아 있던 / 그 당당한 채무자의 모습 / 그의 땅 을 밟지 않고는 / 신촌 일대를 지나갈 수 없었다 / …중략… / 50억 인구가 살고 있는 / 이 땅덩어리의 한 귀퉁이 / 1,000만 시민이 들끓고 있는 / 서울의 한 조각

/금고 속에 넣을 수 없는 / 이 땅을 그 부동산업자가 / 소유하고 있었다 마음대 로 그가 / 양도하고 저당하고 매매하는 / 그 땅 위에서 나는 온종일 / 바둥거리며 일해서 / 푼돈을 벌고 / 좀팽이처럼/그것을 아껴가며 살고 있었다.

- <좀팽이 처럼> 부분

위의 시는 서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돈을 찾는 화자의 행위가 나타나 있으며 그러한 행위가 벌어지는 구체적 장소가 명시되어 있다. 동시에 시적 화자는 거리라는 공간을 거닐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

그의 체험은 인용된 것처럼 거리에 불어오는 찬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과 같이 수월하지 않다. 화자는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소외되어 있다.

신촌 거리에 있는 은행에 들러 돈을 찾는 장면에서 이 시는 극명하게 이 분법적으로 갈린다. 돈을 몇 푼 찾는 나의 모습은 돈을 벌기 위해 ‘바둥거리 고 아끼고 살아야’ 하는 좀팽이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화자가 만난 은행 안의 부동산 업자는 신촌 일대의 땅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 의 거리 소유는 그를 거리로부터 소외시켜 놓지 않았다. ‘나’가 좀팽이인 것 과 달리 부동산 업자에 붙어 있는 ‘당당한 채무자’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바둥거리는 나’와는 극명하게 대립된다.

이러한 대립된 수식어와 이미지를 통해 이 시는 자본주의 구조의 핵심에 접근해 가고 있다. 부동산 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그의 자본을 확장시 키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신용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업자는 은행에 서 당당하게 대출을 받고 그 자본은 투자로 이어져 부동산업자는 ‘바둥거리 지’ 않아도 부를 축적해 나갈 수 있다. 이에 비해 화자는 ‘온종일 바둥거리 며 일해서’ 푼돈을 벌 수 밖에 없다.

이 시에 나타난 극명한 대조적 배치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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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자는 언제든지 법의 보호 아래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인용시에서 부동산 업자는 ‘마음대로’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 ‘양도, 저당, 매매’할 수 있다. 시인은 이것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 다. 그렇지만 ‘바둥거리지’, ‘당당한’이라는 수식어가 각각 꾸며주는 대상에 대한 시선을 노출시키고 있다. 적어도 대조적 배치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두가 당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렇게 김광규는 인 용시처럼 은행을 방문하는 일상적 사건을 통해서 그것을 체험하는 사람의 심리를 수식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을 입체 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김광규의 시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 한다. 시 「중년」에는 도시를 낯설어 하는 화자의 태도가 구체적으로 묘사되 어 있다.

낯선 도시에서 / 술 취한 저녁 / 부동산 업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 쫓아오며 경 적을 울렸다 / 나는 모른 척 걸어갔다 / 주유소 앞을 지나 비탈길을 / 자갈이 깔린 비탈길을 / 비틀대며 걸었던 것이다 / 어둠을 피해 / 어느 사진관 입구 / 불빛 앞 에 섰을 때 / 나는 안으로 들어갈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 그리하여 밤새도록 술 마시고 / 웩웩 토하고 / 해장국집을 나섰을 때 / 밤을 새운 가로등은 피곤해 보였 고 / 부지런한 행인들은 더욱 낯설었다 / 냉수를 마시고 / 손을 씻고 / 어딘가 여 름 풀밭에 누워 / 나는 여유 있는 웃음을 웃고 싶었다

-시 「중년」 전문

시 「중년」 역시 「좀팽이처럼」처럼 ‘부동산 업자’가 등장한다. 70-80년대 한국의 자본주의와 부의 축적에서 부동산 및 투기와 부의 축적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당대 부동산 업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팽배한 분위기였다.9)한국

9) 「부동산 투기 복덕방이 조장, 한사람이 18개월 새 22번까지 매매」, 뺷경향신문뺸, 1978.3.8.

1면. 경향신문의 이 기사에서는 제목의 수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에 앞장서는 부동산 업자 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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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자본주의의 빈틈에서 발생한 부정 축재에 다수의 국민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동산 분배 불평등의 심화는 소득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원인이 된 다.10)한곳으로 부가 쏠리다 보니 다른 한쪽에서 겪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크게 느껴지게 된다. 인용시 역시 도시의 거리에서 화자와 부동산 업자 의 대비적인 이미지로 출발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업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경적을 울리지만 화자인 ‘나’는 비탈길을 비틀대며 걸어가고 있다.

극명한 대비를 활용한 배치는 이 시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미지에서도 나타난다. ‘비탈길’과 ‘가로등’은 화자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잘 나타내는 이 미지이다. 화자는 ‘부지런한 행인’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낯설게 느낀다. 도 시에 속해 있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밤새 술을 마셔보기도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사진관 입구’의 ‘불빛’을 갈망하는 것은 화자가 도시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욕망이지만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기회’를 잃 고 도시에 소속되지 못한다.

자본주의에 속할 ‘마지막 기회’를 잃은 화자에게 도시는 부정적 대상이 다. 「내가 내일 죽게 된다면」에서 ‘내가 내일 죽게 된다면 / 편리한 교통과 우수한 약 아무 소용 없이 /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에 도시에 대한 부정 성이 표출되어 있다. 도시체험에 나타나는 대조적인 관계 설정과 배치, 대 조적 이미지와 수식어의 배치는 김광규 초기시에서 화자의 처지를 나타내 는데 있어서 효과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열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이 대규모의 조직적인 소개업자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 영의도의 아세아 부동산대표 강세용에 대해 정밀 세무사찰을 실시한 결과 상습적인 투기 조장 행위와 거액의 탈세 사실을 밝혀내고 전매차익에 대한 포탈 세금 등 5억 2천 9백만원을 추징하였다.”

10) 장상환, 「해방후 한국자본주의 발전과 부동산 투기」, 뺷역사비평뺸, 2004, 69면.

(14)

3.2. ‘유무’의 배치와 기표 ‘우리’

김광규의 시는 앞서 「영산」에서도 그랬듯이 ‘有無’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의 빈틈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발생하 는 문제의식에 김광규의 초기시는 접근을 하고 있다. 「有無1」과 「有無2」는 시인의 문제의식 접근 방법을 대변하는 시에 해당한다. ‘그러나 손으로 붙 잡으려면 그것은 여전히 아무 곳에도 없었다’(「有無2」)라는 서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없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도시를 방황해보지만 잡을 수 없는 현 실에 좌절한다. 시인은 초기시를 지배하는 상징적 기표들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져 가고 그러한 과정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11)

이때 ‘죽음’은 그의 상징적 기표로부터 멀어진 단절을 의미한다. 시 「나」

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찾기 위해 여러 관계를 나열해보지만 화자 는 답을 찾지 못한다. ‘나’와의 관계에서 ‘우리’라는 연대가 제외되었기 때문 이다. 시 「진혼가」는 ‘나’를 찾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특히 ‘우리’, ‘그’라는 존재의 본질 규명을 통해 ‘우리’의 기표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애초부터 그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 새벽녘 바다와 마주서서 / 흘러내리는 모 래시계를 바라보며 / 때로는 건널목 신호등 앞에 잠시 /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아니다 / 분명히 그는 있었다/창가에 걸린 그의 옷은 바람에 흔들리고 / 책상 위 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안경 / 피우던 담배 다섯 개비 남았고 / 즐겨 마시던 술이 반 병쯤 / 눈빛 목소리 몸짓 떨쳐버리고 / 마침내 몸까지 남겨놓고 / 그는 떠나간 것일까 / 그를 보내고 우리가 남은 것일까 / 아니다 / 신발을 벗어놓고 / 그는 갑 자기 안으로 들어갔다 / 기억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 우리는 그러면 밖에 있는 것 일까 / 밖에서 서성거리며 그를 찾는 것일까 / 그럴 필요는 없다 / 이제 아무것도

11) 김석, 「에크리」, 살림, 2007, 115면. 라캉은 시니피에에 대한 시니피앙의 우월성과 자율 성을 강조한다. 김광규가 설정한 ‘우리’는 기표로 그 기의인 시니피에보다 우월한 가치 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라는 기표가 지니고 있는 가치에 도달하지 못한 화자 는 끊임없이 기표로부터 분리된다. ‘우리’ 기표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형상화 된 것이

「진혼가」를 비롯한 세대적 의식이 표출된 시에 해당한다.

(15)

그를 가리지 못하고 / 우리를 숨기지 못한다 / 가장 뚜렷한 모습으로 / 그는 저 안 에 있는 것이다 / 그를 생각하지 말고 / 그를 보라

-「진혼가」 전문

인용시는 ‘그’의 존재 ‘유무’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애초부터 그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이 시는 시작되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지속적인 생각의 고심 끝에 화자는 ‘그’의 존재를 확신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옷’을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묘사하듯이 화자는 ‘그’의 안경, 담배, 술, 눈빛, 목소리, 몸짓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의 실체를 확인해 본다.

하지만 이 시가 그의 실체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듯이 ‘그’는 떠나 ‘기억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남아 ‘기억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와 ‘우리’의

‘안’과 ‘밖’이라는 공간적 제한이 분명한 이별 상황이다. 틈이 벌어졌기에 ‘그’

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김광규는 빈틈에서 기표 하나를 제시한다.

인용시에서 ‘그’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를 기억하려는 화자의 분명 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다. ‘그’는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한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실체를 가릴 수 없다고 강 조한다. ‘그’ 존재를 믿고 ‘그’가 현재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하기 위해 화자는 ‘그’를 생각하지 말고 ‘보라’는 주문을 한다. ‘그’는 ‘우리’

를 규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존재이다. ‘그’의 죽음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 는 것은 ‘우리’와 ‘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행위이다.

김광규는 4․19세대이다. 그가 대학에 다니던 해에 혁명이 발생했고 그 러한 경험과 기억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내고 있다.12) 4․19 세대는 역사 적 사건이라는 동일한 기억을 기반으로 하기에 세대 의식을 매우 분명하게 드러낸다. 다른 세대와의 차이점도 극명할 뿐만 아니라 동일 세대간의 동질

12) 김광규는 대학 1학년 입학하자마자 4․19 당시 데모대에 참여하였음을 이승하와의 대 담에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승하․김광규, 「김광규 시인과의 만남」, 뺷열린시학뺸 38호, 고요아침, 2006, 24면.

(16)

감 역시 확고하게 드러낸다.13)「진혼가」에서 ‘그’를 그려내고 기억하는 행 위는 1960년대 등장한 신세대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세대적 동질감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이 동질감은 이들 세대를 엮는 특수성이 다. 따라서 이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청년 시대를 회고해 내며 그 시대 의 핵심 기표인 ‘우리’를 그려낸다.

4․19가 나던 해 세밑 /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 하얀 입김 뿜으며 /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어리석게 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 위해서 살리라 믿 었던 것이다 /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 사 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 다 /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 혁명이 두려운 기 성 세대가 되어 /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 회비를 만 원씩 걷고 /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 즐겁 게 세상을 개탄하고 /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 적잖은 술 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 …후략…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부분

위의 시는 4․19가 있었던 해로부터 18년 후 친구들을 만난 사건을 기반 으로 하고 있다. 만남의 자리에서 과거와는 달리 변해버린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만남의 장소와 사건 자체의 일상적인 모습을 객관적으로 진 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광규 초기시의 대표적인 작품에 해당한다. 김광규 는 이 시를 통해 ‘만남’이라는 일상적 장면을 객관적인 거리에서 바라보고

13) 김기석, 「무력감과 공상 사이-사회 변동과 청년의 성격형성」, 뺷사상계뺸, 1963, 153~

163면. 당대 청년들의 세대적 동질감에 대해 김기석은 다음과 같이 진단을 하고 있다.

“오늘의 학생들의 동세대에 대한 친근감은 상당히 강한 것 같다”

(17)

있으며 나아가 ‘만남’의 변질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상이 지니고 있는 이면의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인은 객관적이며 반성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중년으로 접어든 화자 자신 을 포함한 현재 ‘우리’의 속물 근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시에서는 과거와 현 재 상황의 선명한 대조를 통해서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 빠져버린 가치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시인은 젊은 날 동지들과 만나 토론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닥쳐오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는 젊은이의 일상의 모습 속에는 순수한 열정이 가득 차 있었다. 비록 그러한 행동이 ‘어리석게도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순수함에서 비롯되었을지라도 그러한 열정이 노래로 뿜어져 나와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 낭만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순수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낭만적이며 동시에 빛나는 의미를 획득하 고 있다. 1960년대 신세대들은 열정적이며 치기어리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4․19 부상 청년 3명의 근황 기사를 보면, 이들 청년은 병석에서도 단식 투 쟁을 하며 동일세대의 삶과 죽음을 고민하고 있다.14)이렇게 이들이 보여준 병석의 열정은 미담으로 신문 기사에 실린다. 김광규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역시 젊은이들의 열정과 순수한 시절이 기억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중년의 사내들은 일상 속에 물들어가는 현대의 슬픈 그림자 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목에는 ‘넥타이’가 자연스럽게 걸려 있으며 회 비 ‘만원’씩을 내며 만남을 시작한다. 18년 전 나누었던 토론 대신 ‘월급’과

‘물가’ 걱정과 ‘떠도는 이야기’가 그들의 주 관심사였다. 1970년대 후반이 되 면 이제 1960년대 신세대들은 중년에 접어들게 된다. 40을 넘었거나 막 접 어들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랑’과 ‘병역’ 같은 때묻지 않은 고민이 아니라 현실적인 ‘월급’과 ‘물가’였다. 치솟는 물가는 70년대 후반 가 장 큰 문제였다. 새해를 앞두고 물가 인상 관련 기사를 보면 이를 확인할

14) 「4.19 부상 청년 3명이 단식」, 뺷동아일보뺸, 1962.3.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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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15) 18년 전 이들이 공유하였던 세대적 동질감이 다른 방향으로 변 해가고 있음을 이 시의 후반부는 구체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두 개의 일상이 대조적으로 배치되어 나타나 있다. 그 일 상은 서로 다른 시어들로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예를 들어 4․19가 나던 해 세밑의 풍경을 지배하는 이미지는 ‘목청껏 부르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이 세대들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노래이기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 래’이다. 그들의 세대적 특수성은 ‘정치’와 상관없는 순수함으로 대변된다.

다른 세대와는 차별화된 이 노래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노래 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목청껏 자신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시인 은 이러한 세대 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토론을 벌이고 대포를 마시며 고민 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일상의 단면을 동원하고 있다. 이때 일상은 그들 의 세대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구심점이다. 그들의 젊은 날의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던 ‘노래’와 ‘별똥별’은 다시 떨어져 그들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일상은 순환적이며 반복적이다. 젊은 날 그들을 대변했던 일 상적 모습과 그 순환 논리는 18년이 지나 속물적인 중년의 모습으로 바뀌 었지만 과거를 다시 회상하게 한다.

이에 비해 현재 일상을 지배하는 순환논리는 과거의 열정과는 다른 가치 가 작동하고 있다.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있어서 토론과 노래는 불필요한 가치이다. 이들이 만남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회 비’와 ‘월급’과 같은 자본적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고민은

‘치솟는 물가’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며 그것도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목소리를 낮추는 것은 다른 세대와 이들이 더 이상 차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상은 자본주의 논리에 포섭되었다.

15) 「새해 물가 인상 러시 예상」, 뺷동아일보뺸, 1978.12.28. 1면. “6개월간의 잠정적인 물가고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중략) 내년 물가는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10%를 훨씬 초과, 13내지 15%선까지 이를 전망이며 이 같은 물가 인상폭이 대부분 상반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략)”

(19)

이처럼 위의 시는 두 개의 극명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일상은 그 시대와 시대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어서 직접 관여하고 있다.

일상의 근간을 이루는 순환성 속에서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구체적 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규 초기시는 현실의 모습에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시 「작은 사내들」

에서 일상에 함몰되어 ‘성명과 직업과 연령만 남’아 너무 작아져 보이지 않 는 상황에서도 ‘그러므로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다’라고 강렬하게 의지를 드 러낸다. 이때 시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물’에서 찾는다. 일상과 물의 공통점은 순환성에 있다. 김광규의 초기시에 나타나는 ‘일상’은 왜곡된 자 아의 모습을 해결하고자 ‘물’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 다. 물에 대한 관심이 왜곡된 자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물의 힘」, 「물의 모습 1」, 「물의 모습 2」, 「물의 소리」, 「물오리」, 「안개의 나라」와 같이 물과 관련된 시가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오줌과 정액 피와 땀이 뒤섞인 / 땅 위의 생활을 하지 않고 물은 / 곧 돌아간다 / 길가의 더러운 하수도를 지나 / 강가의 시원한 나무 그늘을 지나 / 아 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물은 / 흘러내려가 / 가장 낮은 곳에서 바다가 된다 // 돌면 서 멈춰선 팽이의 머리처럼 / 수평으로 머물다가 물은 / 바람이 불면 겉은 뒤집고 /말없이 깊은 속을 보여주지만 / 그 속은 눈앞에서 언제나 겉이 되고 / 우리는 결 국 겉만을 본다 / 위도 아래도 없이 스스로 출렁대는 물은 / 아무 생각도 하지 않 고 / 누구도 속일 수 없어 / 해일이 없는 어느 날 / 조용히 우리를 찾아온다 // 부두 의 기중기를 가라앉히고 물은 / 땅 위로 올라온다 / 천천히 강을 거슬러올라와 / 계곡을 넘쳐 산을 잠기게 하고 / 갈라진 땅을 하나로 뒤덮고 / 우리의 속을 그 겉 이 되게 하고 / 우리의 밖을 그 안으로 만든다 / 그리고 우리를 가득 채운 물은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이 된다

-「물의 모습 2」 전문

인용시에서 화자는 물의 속성을 우선 찾아본다. 1연에서 ‘뒤섞인’,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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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가장 낮은 곳으로’에서 물의 속성이 잘 나타나 있다. 다른 것과 잘 섞이고 장소를 쉽게 바꾸며 낮은 곳을 찾아들어가는 물은 쉽게 ‘우리’를 찾 아온다. 앞선 인용시 「진혼가」에서 화자의 문제는 ‘그’과 분리된 것이다. ‘기 억 안’과 ‘밖’의 분리는 ‘우리’의 분리를 의미한다. ‘우리’에서 ‘그’는 소실되 었고 나머지 ‘우리’인 ‘우리-그’는 변절되었다.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에게

‘물’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로 갔던 물이 다시 땅위로 올라와 ‘갈라진 땅’을 메우고, ‘산을 잠기게’ 하고 무엇보 다 ‘우리의 속을 그 겉이 되게’한다. ‘속’과 ‘겉’의 사이에 그어진 갈라진 선 을 메울 수 있는 것, 선이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는 힘을 물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물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꿈’인 것이다.

4. 나오며

김광규의 초기시에서 일상성은 작고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비 롯되었다. 김광규의 시에서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미시적인 사물들이 존 재하고 그것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속되는 방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세부적인 현실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일상 바라보기는 의미 있는 시 도이다. 김광규의 일상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시들은 1960-70년대 한국 사 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그릇이었다.

한편, 김광규의 초기시는 난해한 서정시의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일상 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자본주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모습을 있 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본고는 김광규의 초기시에 나타나는 일상이 포착해낸 당대적 의미를 고찰해보고 일상을 시로 형상화하기 위한 시적 전략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김광규 초기시의 일 상이 단순히 신변잡기적인 나열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광규의 초기 일상시는 배치 전략을 통해 자본주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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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질서에 대한 해석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모습 속에 나타난 반성적 사유의 실체에 도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광규의 초기시에서 일상은 빈틈의 발견에서 출발한다. 근대적 사유 이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빈틈이 도시에서 발생 된다. 빈틈에서 발생되는

‘유무’에 대한 관심이 그의 시의 출발이다. 도시에서 자본주의를 경험한 시 인은 자본의 주체와 피주체를 구분한다. 자본으로부터 주체적이지 못한 화 자의 태도는 ‘비탈길’, ‘가로등’과 같은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이에 비해 자 본의 주체인 ‘부동산 업자’는 떳떳하며 강인한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한편, 반복적인 출퇴근 길에서 일상에 함몰되어 가는 화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 기도 한다. 이렇게 김광규는 그의 일상시를 통해 자본주의 구조를 읽어 내 며 동시에 그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김광규 초기시는 ‘유무’의 논리를 적용하여 ‘우리’라는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4․19 세대인 시인에게 있어서 세대 적 연대감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우월했던 측면이 있다. 세대적 측면에서 김광규 시에 등장하는 ‘우리’ 혹은 ‘우리’를 지배했던 ‘그’의 존재는 매우 의의 가 있다. 순수하며 동시에 세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과 남겨진 ‘우리’의 변절 사이에서 발생하는 빈틈과 가치의 ‘유무’는 그의 초기시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논리였다. ‘그’의 넋을 위로하고 ‘그’의 존재를 재차 확인하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자 하였다.

이미 일상적 논리에 적응한 ‘우리’의 모습에 시인은 반성적 사유를 보이게 된다. 이때 물 이미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

왜곡된 ‘우리’의 모습을 ‘물’로 메우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김광규의 초기시는 일상의 빈틈에서 출발해하여 일상의 모습을 관찰해낸다. 이때 일상의 부조리함을 각성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련 의 과정이 함께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의 모습과 속성을 규명해내 기 위해 대조를 활용한 배치와 빈틈을 메우기 위한 물 이미지의 활용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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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시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본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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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해방 후 한국자본주의 발전과 부동산 투기」, 뺷역사비평뺸, 2004. 6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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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Urban Experiences and Arrangement Strategies in the Early Poems of Kim Gwang-gyu

16)Yoo, Chang-min*

In his early poems, Kim Gwang-gyu started his daily life by discovering a crack. In cities, cracks began to emerge which had not been experienced before modern thinking. In his poetry, the starting point is his interest in "presence and absence" found in cracks. Having experiences with capitalism in an urban environment, the poet distinguishes the subject of capital from the non-subject of it. The attitudes of the speaker that is not independent from capital are embodied in such images as "slopes" and

"street lights." They are also embodied in the way that the speaker gets buried in daily life on the repeating commute route. Most of all, Kim reads the capitalist structure and, at the same time, points out its irrationality.

His early poems show the traces of his contemplation over the relationships of "us" by applying the logic of "presence and absence." Since he went through April 19 Revolution, the poet had a much stronger sense of solidarity with his generation than the other generations. The crack between "his"

death and "our" defection was another logic that dominated his early works.

He tried to demonstrate "our" values once again by consoling "his" soul and signing the memories of "his" existence, thus reflecting on himself that had been adjusted to the daily logic.

Those findings indicate that Kim made a start with the cracks of daily life and observed the aspects of daily life in his early poems, which also show his series of processes to wake up to the irrationality of daily life and solve the problems. It was also found that he was consistent with the arrangement based on contrast to illuminate the aspects and attributes

* Dong-Eui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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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daily life and the utilization of water images to fill up the cracks in his early works.

Key Words : Daliness, The Urban Experiences, April 19 Revolution, Arrangement, Kim Gwang-gyu

<필자소개>

이름 : 유창민

소속 : 동의대학교 문학인문교양학부 전자우편 : yugija@gmail.com

논문투고일 : 2016년 12월 22일 심사완료일 : 2017년 2월 10일 게재확정일 : 2017년 2월 13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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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발굴성과는 조사된 단일유적의 고고학적 결과를 발굴보고서를 통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고고학적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석불이나 탑비 등 미술사 분야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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