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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담긴 화양절충(和洋折衷)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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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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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투고일_2019.06.10. 심사기간_2019.07.01-14. 게재확정일_2019.08.02.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담긴 화양절충(和洋折衷)의 영향 The Influence of Compromise between Japanese and Western Styles Revealed in Japanese Horizontal-Vertical Mixed Typesetting 박지은_홍익대학교 대학원 / 안병학(교신저자)_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Park, Ji Eun_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 Ahn, Byung Hak(Corresponding author)_Hongik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 배경과 목적 1.2. 연구 문제와 범위, 방법 2. 일본어 쓰기 방향의 전개 과정 2.1. 가나 탄생부터 개항기 이전(1853년 이전): 쓰기 방향 정착과 가로짜기 유입 2.2. 개항기부터 전쟁기 이전(1853년-1930년): 쓰기 방향 혼란과 대립 2.3. 전쟁기(1930년-1945년): 쓰기 방향 통일의 움직임 2.4. 전쟁기 이후부터 PC 보급 이전(1945년-1970년대 후반): 쓰기 방향 혼용의 정착 2.5. PC 보급 이후부터 현재(1980년대부터 현재): 쓰기 방향 혼용 정착과 가로짜기 확산 3. 일본의 외래사상 섭취 관습과 화양절충의 문화 3.1.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사상사: 일본의 원형론과 외래사상의 섭취 3.2. 양풍ー화양병존ー화양절충으로의 변화와 문화적 반영 4.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특징과 화양절충 4.1.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특징 4.1.1. 쓰기 방향에 따른 주보조 글의 역할 분담 4.1.2. 가독성 조절과 시선의 분산 4.1.3. 문단 배치의 유연성 4.2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담긴 화양절충 4.2.1. 정착과 재해석을 통한 실용성 반영 4.2.2. 동등과 우위의 관계 4.2.3. 동·서양 융합을 통한 절충 문화의 토착화 5. 결론과 제언 참고 문헌.

(2)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담긴 화양절충(和洋折衷)의 영향 The Influence of Compromise between Japanese and Western Styles Revealed in Japanese Horizontal-Vertical Mixed Typesetting 박지은_홍익대학교 대학원 / 안병학(교신저자)_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Park, Ji Eun_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 Ahn, Byung Hak(Corresponding author)_Hongik University. 요약 중심어 일본어 타이포그래피 가로짜기 세로짜기 가로·세로짜기 혼용 화양절충. ABSTRACT Keyword Japanese typography Horizontal typesetting Vertical typesetting Horizontal-vertical mixed typesetting Compromise of Japanese and Western styles. 19세기 후반 서구에 의한 강제 개항으로 시각문화가 변화된 점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 근대화 과정의 공통 점이다. 그러나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각 나라마다 다른 면모를 보이고 특히 일본은 중국, 한국보다 서 구의 것을 적극 수용하여 그들 고유의 것으로 변용한 흔적이 문화 곳곳에 보이는데 이를 화양절충(和洋折衷)이 라 부른다. 이 연구에서는 일본어 타이포그래피에서 가로와 세로를 동시에 쓰는 혼용짜기 구조에 화양절충이 반 영된 내용과 형식을 탐구한다. 대부분 가로짜기로 정착한 한국, 중국과는 달리 일본은 여전히 세로짜기를 고수 하고, 가로짜기,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를 매체와 장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부리고 있다. 이것이 가 능했던 대표적인 이유를 일본의 시각문화에 반영된 화양절충으로 보고, 이에 대한 증거를 가로짜기가 유입된 이 후부터 현재까지 일본어 쓰기 방향이 변화한 과정, 일본의 사고 원형과 서구를 받아들이는 관습을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고층론(高層論)을 통해 고찰했다. 이어 일본이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화 양절충이 의·식·주문화에 어떠한 태도와 방법으로 반영되었는지를 바탕으로 일본어 타이포그래피에서 가로·세 로짜기 혼용에 나타나는 화양절충의 특징을 형식과 나누어 분석했다. 종합하면, 일본 문화에는 새로운 문화를 그들 방식으로 변용하는 고유의 태도가 묻어 있으며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서는 첫째, 가로짜기 유입 후 질서 없이 쓰인 방식을 여러 방법으로 적용하는 시행착오 겪으며 각 쓰기 방향의 특징을 그들만의 것으로 소화 해 실용성을 높인 점. 둘째, 서구의 쓰기 방식을 우위에 두지 않으며 자국의 것과 대등하게 바라보며 보조·보완 의 관계를 적용한 점. 셋째, 비교적 충분한 시간과 주체적으로 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동서양 이 절충된 쓰기 환경을 토착화한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연구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내재된 사고와 관습이 한글 가로짜기 전환 과정과 결과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비판적 후속연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It is common in the modernization process that Korea, China, and Japan’s visual culture changed due to the forced opening of each country’s ports by the West in the late 19th century. In particular, Japan embraced Western influences more eagerly than others, and the traces of transforming them into their own are seen in various parts of Japanese culture, which is called the “compromise of Japanese and Western styles.” In this study, we explore the contents and forms of Japanese typography that reflect the compromise of Japanese and Western styles in horizontal-vertical mixed typesetting. Unlike in Korea and China, where they have mostly decided to use horizontal typesetting, they tend to use a mixture of horizontal-vertical typesetting structures in Japan. We considered the typical reason that enabled this as the “compromise” of Japanese and Western styles reflected in the visual culture of Japan, and to take evidences of this, we studied the process of how Japanese writing direction has changed since the introduction of horizonal typesetting. We also studied Japanese people’s archetype of thought and practice of accepting the West through the political theorist Masao Maruyama’s theory (高層 論). Then, based on how Japan accepts Western culture and how the compromise of Japanese and Western styles are reflected in their life culture, we analyzed the characteristics of such compromise shown in the mix of horizontal-vertical typeset layouts, both in terms of content and form. As a result, three points can be summarized: First, Japanese improved the practicality of typesetting by absorbing the characteristics of each writing direction in their own way as they went through numerous attempts to apply methods that were undisciplined and used after the introduction of horizontal typesetting. Second, they also did not put a priority on the Western style of writing, but considered it as equal to that of their own country’s script, and then applied a “supportive and complementary” relation for each other. Third, they had enough time and an open-mindedness to independently reform culture, which enabled the establishment of a typesetting environment with a mixture of Eastern and Western styles. We hope that this study ultimately leads to critical follow-up studies on how Koreans’ inherent thoughts and customs have influenced the process in which vertical typesetting was changed into horizontal typesetting in Korean, and its outcome.. 178.

(3) 1. 서론 1.1. 연구배경과 목적 중국, 한국, 일본 각 3국은 동아시아라는 밀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상호 교류를 통한 문화적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서로 미쳐왔다. 특히 글자를 대하는 태도와 다루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면이 보이는데 중국의 한자(漢字, Chinese, B.C.1800), 한국의 한글(Hangeul, 1443), 일본의 가나(仮名, Japanese, 800)가 공통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로·세로 모든 방향으로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자는 등장 초기부터 세로로 쓰였고 한자를 간소화하여 만든 가나, 한자문화권에서 관습적으로 영향을 받은 한글 모두 창제 때부터 세로 방향으로 쓰였다.1) 그러나, 19세기 후반 서구에 의한 개항과 근대화에 따라 영미권 글자가 유입되고, 과거 한자와의 조합을 우선시하던 관습이 점차 로마자 중심으로 기울게 된다. 이로 인해 글자의 쓰기 방향이 바뀌거나 추가된 경우는 한자와 가나 그리고 한글이 유일하다.2) 현재 대만과 홍콩을 제외한 한자, 한글은 가로 짜기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여전히 세로짜기를 고수하고 있으며, 특히 책의 판형, 글의 장르 등에 따라 가로짜기를 사용하기도, 혹은 가로·세로를 한 지면에 섞어 짜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연구자는 동아시아 3국 쓰기 방향이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던 원인은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국가적 정세와 상황뿐만 아니라, 내재적인 사상적 관습과 태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본다. 특히 일본에서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더 활발한 데에는 두 국가에 비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를 대하는 차별된 사상적 바탕이 작용했음에 주목한다. 일본의 정치학자이자 사상가인 마루야 마 마사오(丸山眞男, 1914-1996)가 1970년대에 발표한 ‘고층론(高層論)’은 외래사상을 섭 취해 만들어진 일본 사상의 원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화양절충(和洋折 衷)ー일본과 서구의 요소를 합쳐 갖추고 있는 관습’이 하나의 문화 양식으로 일본어 쓰기 방향 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연구자는 이 연구를 통해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가능했던 원인에 서구문화를 받아들이 는 일본의 사고와 태도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어떻게 타이포그래피의 구조적 특징으로 이어지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2. 연구 문제와 범위, 방법 이 연구에서 다룰 문제는 첫째, 일본어 타이포그래피에서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가 나타난 시기는 언제부터이며 그 전후 상황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둘째, 일본의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셋째, 위 두 문제를 바탕으로 일본어 가로·세로짜 기 혼용이 가능했던 바탕에 화양절충의 사고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연구의 범위는 일본어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가장 많이 보이는 매체 인 서적으로 제한했다. 혼용 방식은 현재 정착해 사용하고 있는 우종-좌횡형(본문이 오른쪽 부터 시작하는 세로짜기, 본문 이외의 부가적인 글이 왼쪽부터 시작하는 가로짜기가 조합된 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다른 방식의 가로 또는 세로짜기 및 혼용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일 경우 부분적으로 다루었다. 연구의 전개는 일본어 쓰기 방향 변화의 전개 과정, 서구문 화 수용에 반영된 사고와 태도, 가로·세로짜기 혼용 타이포그래피 구조와 이에 담긴 의식을 분석하는 순으로 진행했다. 먼저 가나 탄생부터 개항기 이전, 개항기 이후 가로짜기 방식이 서구로부터 유입된 전쟁기 이전, 전쟁기, 패전 이후부터 PC 보급 이전, PC 보급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5단계로 분류하여 일본어 쓰기 방향 변화를 분석했다. 다음으로 마루야마 마사오가 1972년 집필한 『역사문화 의 고층』을 중심으로 몇 가지 강연과 논문 내용을 더해 일본의 원형론과 외래사상을 섭취하는 관습을 분석했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화양절충이 일본 문화와 타이포그래피 전반에 어떻게 1) 구자은, 「한글 가로짜기 전환에 대한 사적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2, p.16 2) 구자은, 앞의 논문, p.23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79.

(4) 반영되었는지, 특히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반영된 흔적과 그 의미를 분석했다.. 2. 일본어 쓰기 방향의 전개 과정 2.1. 가나 탄생부터 개항기 이전(1853년 이전): 쓰기 방향 정착과 가로짜기 유입 일본어는 중국의 한자, 이에 파생되어 만들어진 히라가나(平仮名), 가타카나(片仮名), 총 세 가지 글자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가나는 만요가나(万葉仮名)에서 시작되는데 한자음을 빌려 고대 일본어를 표기하는 방식이며 이것이 변화해 지금의 형태로 정착한다. 가나는 한자와의 조합이 절대적인 글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한자의 세로짜기 전개 방식에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했으며 이에 따라 세로짜기 문화가 정착하게 된다. 일본어 학자 야나이케 마코토(家名池誠)(2003)3)에 의하면, 일본 출판물에서 최초로 가로짜 기가 쓰인 것은 18세기 후반, 『난학(蘭学)』4)이 소개된 다음부터이다. 1788년 난학자 오츠 키 겐타쿠(大槻玄沢)가 간행한 난학 입문서 『난학계제(蘭學階梯)』(그림 1)를 시작으로 막 부(幕府)의 허락 하에 네덜란드 글자를 공식 소개하는 것을 계기로 민중 사이에 가로짜기 형식 이 퍼지게 되었다. 이 서적에서는 외국어 발음을 기재하는 루비(ルビ)5)의 역할로 일본어의 좌횡서가 사용되며 그 영향으로 본문의 우종서 형식과 어우러진 우종-좌횡형 혼용짜기의 흔 적을 볼 수 있다. 1806년에 간행한 게사쿠(戯作)6) 작가 시키테이 산바(式亭三馬)의 『오노가 바카무라우소지즈쿠시(小野バカムラ嘘字尽)』에서는 이를 모방한 부분 가로짜기 흔적이 보 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공식 문건에 쓰일 정도로 일본 글자문화 전체에 영향을 행사하는지는 못했으며, 여전히 세로짜기가 보편적이었다.. <그림 1> 『난학계제』에서 보이는 일본어 좌횡서의 흔적. 2.2. 개항기부터 전쟁기 이전(1853년-1930년): 쓰기 방향 혼란과 대립 난학 이래로 일본어 혼용짜기는 1853년 쿠로후네 사건(黒船来航)7), 즉 서구에 의한 개항부터 늘어났다. 이 시기에는 영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서구 국가의 대부분 가로로 쓰는 글자들이 유입된다. 일본어 가로짜기가 가로짜기를 하는 외국어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계기8)이다. 세로로만 쓰던 일본어를 외국어의 가로짜기에 맞춰 90도 회전하거나, 좌횡서, 우횡서, 좌종서, 우종서 등 쓰기 방향에 혼란이 일어난 사례를 이 시기의 시각매체에서 다수 발견할 수 있는데, 3) 屋名池誠, 『横書き登場ー日本語表記の近代』, 岩波書庫, 2003, p.32 4) 네덜란드를 통해 들어온 유럽의 전반적인 기술, 학문, 문화 등을 일컫는 말 5) 한자 옆에 다는 작은 글자. 한자의 일본어 음독을 기재하며 후리가나(フリガナ), 7호 활자로도 불림 6) 에도 시대(江戸時代)때 유행한 오락과 유희를 다루는 소설 7) 1853년 가에이(嘉永) 6년에 미국의 매튜 C. 페리(Matthew C. Perry) 제독이 이끈 해군 동인도 함대의 증기선 2척을 포함하여 함전 4척이 일본에 내항한 사건 8) 屋名池誠, 앞의 책, p.22 180.

(5) 크게 우종형 세로짜기, 우종-우횡형 혼용짜기, 좌횡형 가로짜기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특이하게 봐야 할 것은 이 시기 편찬된 외국어 사전이다. 외국인이 일본어를 학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사전 대다수에서 외국어의 좌횡서 형식에 따라 일본어를 가로로 90도 회전 하는 경우가 많았고『영일수진옥편(和英袖珍字彙, 1884)』,『불일사전(仏和辞書, 1886)』 등 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일영대사전(和英大辞典, 1896)』, 『신일영사전(新式日英辞典, 1905)』 등에서는 외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좌횡형 가로짜기한 사례도 볼 수 있다. 『일본백과 대사전(日本百科大辞典, 1907-1919)』과 같은 신문, 잡지, 사전류에서는 우종-우횡형 혼용 짜기로 쓰인 흔적도 볼 수 있다.(그림2) 이 방식은 우종형으로 짜인 본문에 부가 텍스트를 억지로 맞춘 형식이다. 현재 서적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우종-좌횡서형 혼용짜기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21-1926) 말기부터이다. 쇼와 초기에 쓰기 방향의 종류가 이전보다 통일 되는데, 잡지 「여성직업(女性職業, 1925)」 창간호, 「테아토르(テアトル, 1926)」 창간호, 「고베신문(神戸新聞, 1928)」(그림2)의 기사 일부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림 2> 초기 사전과 신문의 쓰기방향: 좌측부터 불일사전, 일영대사전, 일본백과대사전, 고베신문. 2.3. 전쟁기(1930년-1945년): 쓰기 방향 통일의 움직임 전쟁기 일본의 국가 정세는 쇄국과 효율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1933년 3월 국제연맹 탈퇴 나 1937년 7월 중일전쟁 발발 등,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패전까지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고립되던 때였다.9) 이 시기 일본은 전쟁 승리를 위해 민중의 애국 의식을 높이는 방법으로 시각 매체에 일본스러운 것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부각했다. 일부 학자는 서구의 것보다 일본의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1868-1912)에 유입된 서구문 화가 일본에 해가 되는 것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전통문화나 근대 산업을 강조한 대외 선전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10) 특히, 태평양전쟁기 (1941-45)에 발간한 「프론트(FRONT, 1942-45)」와 같은 대외선전잡지는 당시 유명한 해외 서적의 레이아웃과 그래픽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외국어 버전으로만 발간하는 등 서구 형식을 있는 그대로 차용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치며 점차 여러 용도에 걸맞은 형식 논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로짜기에 대해서는 과거 우횡형의 경우 전통적, 국수적인 이미지를 지닌 점, 좌횡형의 경우 진보적, 국제적인 이미지를 지닌 점11)을 논거로 사상적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 신문광고에 서는 좌횡형을 거부하고 우횡형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보였다. 태평양전쟁기에 이르러서는 좌 횡형으로 통일되는 조짐을 보이는데, 이는 영미권 국가를 상대로 고도의 군사력이 필요했던 9) 가와하타 나오미치, 심우진 옮김, 『하라 히로무와 근대 타이포그래피: 1930년대 일본의 활자·사진·인쇄』, 워크룸프레스, 2017, p.147 10) 가와하타 나오미치, 앞의 책, p.147 11) 屋名池誠, 앞의 책, p.162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81.

(6) 근대전에서 합리와 효율을 추구한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좌·우횡형 가로짜기의 대립은 계속되 었으나 외국어 방식과 동일한 좌횡형 가로짜기로 점차 변해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 영향으로 우종-좌횡형 혼용짜기가 점차 우위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림 3> 전쟁기 쓰기 방향 변화: (좌)도시철도 승차권의 쓰기 방향 변화(1942년 3월 추정), (우)마이니치 신문 광고의 좌횡서 거부 현상(1943년 추정). 2.4. 전쟁기 이후부터 PC 보급 이전(1945년-1970년대 후반): 쓰기 방향 혼용의 정착 패전 직후 전쟁 트라우마, 국가 정체성 상실, 미국의 정치 개입 등 부정적 정세 속에서 도쿄올 림픽 개최, 신칸센 개통 등 국가 재건과 경제 부흥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 서 전쟁기 극에 달았던 제국주의적 가치관이 옅어지고, 시각문화도 과거의 다소 극단적이었던 쇄국 성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1960-70년대는 다양한 기술로 글자를 부릴 수 있는 매체와 방법이 확장된 시기이다. 첫 번째 상징적 사건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전자사진식 자12) 개발이다. 컴퓨터 화면에 문자의 위치를 그대로 표시할 수 있는 편집 레이아웃 장치가 개발되면서 신문, 잡지, 광고 등 인쇄 매체의 복잡한 조판이 쉬워졌다.13) 두 번째는 미디어 영역의 확장이다. 경제 발전에 따라 광고, 출판, 연극, 영화, 교육 관련 미디어 영역이 확장된 것은 물론 디자인 관련 기관 설립, 다수의 잡지 발간, 하위문화의 등장으로 다양한 문화 현상과 활발한 평론이 나타났다. 세 번째로,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일본 그래픽디자인 선구자들이 등장한 점이다. 다나카 잇코(田中一光),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 가메쿠라 유사쿠(亀倉雄 策) 등 디자이너의 활약이 넓어졌다. 이런 정세 속에서 일본 디자인의 원형과 전통적 모티브에 대한 탐구와 실험이 활발히 행해졌다. 글자 쓰기 방향은 여러 방식으로 혼재되었던 형식이 점차 우종형, 우종-좌횡형 혼용, 좌횡형 세 가지로 통일되면서, 일본어와 외국어의 특징을 절충한 조합 지점을 찾아갔다. 대표적으로 소녀잡지 「히마와리(ひまわり, 1947-52)」(그림 4), 사상잡지 「에피스테메(エピステ メー, 1975-79)」 등 다양한 장르의 잡지 본문 레이아웃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림 4> 잡지 히마와리 복각판 제4권의 내지 일부. 12) 사진 기술을 활용한 조판 방식으로 활자를 쓰지 않고 한 글자씩 사진 인화지에 감광시켜 조판하는 방식 13) 小宮山博, 『タイポグラフィの基礎』, 試文堂新光社, 2010, p.96 182.

(7) 2.5. PC 보급 이후부터 현재(1980년대부터 현재): 쓰기 방향 혼용 정착과 가로짜기 확산 우종형, 좌횡형, 우종-좌횡형 혼용 세 가지로 쓰기 방향이 점차 좁혀진 이후 개인용 컴퓨터(이 하 PC) 보급과 디지털 매체가 확산하면서 과거와 비교하여 좌횡형 가로짜기가 두드러졌다. 1974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소형 컴퓨터가 개발된 후부터 일본도 단일보드 컴퓨터가 판매되면서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특히 PC가 보급된 이래로 혼용짜기 타이포그래피가 더욱더 빠르고 활발해졌다. PC 운용 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이 영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컴퓨터 디스플레이는 물론 이를 통해 출력되 는 시각 매체 전반이 가로짜기에 기반했다. 1979년 발매된 최초의 일본어 워드프로세서 JW-10도 당시에는 좌횡서 중심이었다. 그 후 발매된 MS Office, Adobe와 같은 일반인 보급형 문서, 그래픽 프로그램에서는 작업 영역에 글자를 입력할 때 가로, 세로 모두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메뉴가 구성되었다. 일본의 경우 과거부터 꾸준히 세로짜기를 사용한 영향으로 일반 문서, 소설, 만화 등 문고본 레이아웃 에서 본문 텍스트는 세로짜기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가로짜기를 주석 처리, 그림 캡션, 전각문자 변환, 텍스트 상자 활용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부가 텍스트로 유연하게 활용되 었다.(그림 5) 그 결과 지금은 PC 뿐만 아니라 디지털 매체에서도 PC 응용프로그램에서 다져 진 레이아웃 환경이 재현되어 자유롭게 쓰기 방향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매체가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 가로짜기 레이아웃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레이아웃이 쓰이고 있으나 인쇄·출판 매체에서는 매체마다 특성과 글의 장르에 따라 아직도 쓰기 방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고본, 소설, 만화, 신문, 교과서와 같은 서적에서는 전통적인 우종형 세로짜기를 고수하고, 외국어 번역 실용 서적이나 일부 교과서를 중심으로는 좌횡형 가로짜기, 잡지를 중심으로 우종-좌횡형 혼용짜기가 주로 쓰이고 있다.. <그림 5> 일본 MS Word의 텍스트 상자 기능: (좌)우종-좌횡형 혼용짜기, (우)좌횡-우종형 혼용짜기. 3. 일본의 외래사상 섭취 관습과 화양절충의 문화 3.1.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사상사: 일본의 원형론과 외래사상의 섭취 마루야마 마사오의 1979년 케이오대학 강연 「일본사상에 있어서의 고층문제」의 내용에 의 하면, 밖으로부터 온 것, 즉 외래사상이 일본사상사의 주선율임을 언급한다.14) 그는 유교와 불교, 자유주의,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등 외래 이데올로기가 일본에 들어와 어느 정도 반동, 수정, 변용되어 나타나는 것을 고층(高層) 또는 집요저음(執拗低音)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다. 가장 원형이 되는 것을 그리스도교의 세계상, 고대 중국의 세계상, 고대 인도의 세계상 세 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원일본적 세계상으로 정의한다. 이 세 가지 세계상이 섞여 만들어진 일본적 세계상이 성립되는 근거는 천지초발(天地初発)이다. 유토피아적 세계상은 애초에 없 고,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하는 흐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순간과 지금을 타고 역사 14) 노병호, 『역사의식의 고층(古層)과 일본의 근대ㅡ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真男)의 두 시간」, 일본연구, Vol.37, 2008, p.37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83.

(8) 속에서 접하는 새로운 것, 즉 외래사상이 고층 혹은 집요저음을 통해 변형되는 것이 바로 일본 적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郎)는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버려 외국에 뒤지지 않는 국가를 만드는 취지가 되길 바란다”고 읊은 메이지 천황의 노래15)를 예로 들며 일본적 섭취 사관이 반영된 문화변용론을 주장했다. 또한 개항 후 외래사상 수용의 특징이 변하는데, 바로 모범국가(模範国)를 표방하는 태도이다. 예로부터 일본의 모범국가 표본은 중국이었으나 이것이 메이지 유신 이후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서구 여러 나라로 바뀌며 근대 국가 구축의 기반 마련에 작용했다. 일본 제국주의 구축의 모델 이 된 프로이센 헌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앞서 다룬 지금을 향유하는 천지초발적 세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토피아 같은 이상 세계보다는 어딘가에 있는 나라들이 바로 모범 국의 표본이 되고 이들의 문화와 관습을 섭취, 소화하여 그들과 동등한 위치로 따라잡거나, 혹은 우위로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3.2. 양풍ー화양병존ー화양절충으로의 변화와 문화적 반영 섭취를 통해 일본의 것으로 변용하는 관습은 일본문화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구문 화가 유입된 이후 일본의 의·식·주는 서구와 일본의 것이 절충된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메이지 정부가 수립된 이후 정책 슬로건은 부국강병(富國强兵), 식산흥업(殖産興業)이었고, 이는 구 화(欧化) 혹은 양풍화(洋風化)로 구체화하였다.16) 탈아입구(脫亞入歐)17)를 지향하고 정책 과 제도 모든 면에서 서양의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고 일본과 서구의 것이 함께 공존했다. 그것이 양풍(洋風)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화양병존(和洋並存)이다. 일본과 서구 양식이 공존 함과 동시에 서구의 것을 일본인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섭취, 변용하는데 이것은 화양절충(和 洋折衷)과 닮았다. 의복문화부터 살펴보자면, 메이지 시대에 들 어온 양복의 영향으로 1920년대에는 모던걸, 모던보이가 유행하며 양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과 전통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공존했 다. 또한 여학생을 중심으로 기모노에 하카마 (袴)18)를 교복으로 착용했다.(그림 6) 과거 여성은 무녀 직위를 제외하고는 하카마를 착 용하지 않았는데, 바지를 입게 된 것은 양복 스타일을 흉내 낸 생활의 지혜로 보인다.19) 지금도 기모노, 하카마 등 전통 의상에 케이프, 베레모 등 양식 잡화를 함께 꾸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전통복을 드레스로 바꾸거나 레이 스를 덧대는 등 의복 형태를 부분적으로 바꾸. <그림 6> 1903년 하카마형을 채택한 헤이안여학원의 교복. 는 화양절충을 볼 수 있다. 일본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육식을 하지 않다가 19세기 후반 메이지정부 수립 후 육류가 수입 된 때부터 음식문화에 화양절충이 나타났다. 메이지 천황의 ‘육식 선언’은 음식 서양화의 표방 이었다.20) 그 영향으로 서구의 육식과 일본의 채식이 절충되고 여러 가지 요리법이 나타나는 데, 이시재(2015)21)는 대표적인 3대 화양절충 요리로 돈가스, 카레라이스, 고로케를 뽑는다. 15) 이희복, 「전통사상과 고유양식, 그리고 일본사상: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사상사 방법론을 소재로」, 인문과학연구, Vol.24. 2010, p.334 16) 우치다세이조, 「양풍(洋風)에서 화양병존(和洋幷存) 그리고 화양절충(和洋折衷)으로 전개과정ー일본 근대 초기 상류층 주택양식의 성립과정에 나타난 국가적 주택양식의 탄생에 관한 고찰」, 동아시아 문화연구, Vol.53, 2013, pp.209-212 17)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간다는 뜻 18) 일본 전통 의복인 기모노의 한 종류로 폭이 넓은 하의를 통칭함 19) 이경규, 이행화, 「근대 일본의 도시문화 수용을 통해 본 여성 복식의 변천」, 일본근대학연구 제44집, 2014, p.226 20) 이시재, 「근대일본의 화양절충(和洋折衷)요리의 형성에 나타난 문화변용」, 아시아리뷰, Vol.5(1). 2015, p.45 21) 이시재, 앞의 논문, p.51 184.

(9) 마지막으로 주거문화에서는 양풍에서 화양절충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뚜렷하다. 양풍화는 메 이지정부 초기에 본격적으로 제도화 되었다. 일본 전국의 모든 성곽을 부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로 전통 건축물을 파괴하는 행위가 일어났다. 그 영향으로 양식 건물이 많이 지어지며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물이 서로 섞이는 화양관병렬형주택(和洋館並列形住宅)이 나타났다. 메 이지 초기 극단적 양풍화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전통적 표현을 계승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1988년에 낙성된 메이지궁전(明治宮殿)(그림 7)은 외관은 교토어소(京都 御所)를 본떠 전통적 형태로 지어냈고, 목조형 외관에 서양의 좌식형 인테리어로 내부를 꾸몄 다. 또한 1923년 일어난 관동대지진에 의해 파손·소실된 건축물을 서양의 것을 본떠 재건축하 게 되면서 화양절충형 양식이 일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츠키지혼간지(築地本願寺)(그림 8)는 관동대지진 이후의 화재로 소실된 본당을 1934년에 재건한 사례다. 인도 고대 불교 건축의 외관을 본뜨고, 내부는 진종사원의 일본 전통 양식을 띄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림 7> 메이지궁전의 외관과 내관. <그림 8> 츠키지혼간지의 외관과 내관. 의·식·주에서 알 수 있는 화양절충의 특징은 첫째, 기존의 문화에 서구권 문화 유입을 주체적으 로 수용하고 일본인 누구나 공감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재해석한 것. 둘째, 그럼에 도 전통의 고유한 성격을 잃지 않으며 서구와 일본의 것를 동등하거나 우위의 관계로 바라본 것. 셋째, 전통성과 서구성이 융합되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양식을 창조한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4.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특징과 화양절충 4.1.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특징 4.1.1. 쓰기 방향에 따른 주보조 글의 역할 분담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가장 큰 특징은 글의 역할에 따라 쓰기 방향을 다르게 하는 점이다. 일본 서적의 쓰기 방향은 본문을 기준으로 크게 우종형 세로짜기, 좌횡형 가로짜 기, 우종-좌횡형 혼용짜기 레이아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종형 세로짜기는 과거 만요나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85.

(10) 가부터 이어온 전통 방식으로 현재 일본의 서적 본문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특히 소설, 수필, 문예집, 평론, 학술서, 신문, 잡지, 만화 등 일본의 언어와 문화를 다루는 글에서 많이 보인다. 이와 반대로 좌횡형 가로짜기는 1800년대 유입된 외국어의 영향을 받아 정착된 방식 으로 카탈로그, 과학서, 참고서, 번역서 등 외국 언어와 문화를 다루는 글에서 많이 쓴다. 가 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의 기본 구조는 우종형 세로짜기를 본문(text)으로, 좌횡형 가로 짜기를 파라텍스트(paratext)로 전개한다. 세로짜기로 쓰이는 서적의 레이아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본문을 우종형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큰 제목, 중간 제목, 작은 제목, 부연 설명, 그림 설명, 각주, 페이지 번호 등 본문을 보조하는 글, 즉 파라텍스트는 좌횡형 가로짜기 구조 를 많이 쓴다. 드물지만 이와 반대로 좌횡형 가로짜기가 본문으로, 우종형 세로짜기를 파라텍 스트에 쓰며 쓰기 방향에 따라 문단 사이의 주와 보조 관계를 확실하게 한다.. <그림 9> 문고본(좌), 역사 지식서(우)의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 4.1.2. 가독성 조절과 시선의 분산 쓰기 방향에 따른 본문과 파라텍스트의 관계는 가독성과 시선 분산에 차이를 준다. 윤상한 (2009)은 쓰기 방향에 따라 일본인들의 시지각이 변하는 것을 분석했는데, 매체의 판형이 인간의 시지각을 고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다22)고 한다. 또한 가로짜기 유입에 따라 매체의 판형이 다양해지고, 쓰기 방향을 인지하는 시지각 변화의 폭이 더욱 확장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일본어 문단 짜기는 두 가지 쓰기 방향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매체의 특성에 따라 변화하는 가독성의 차이를 고려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서적류의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에서는 주로 본문과 파라텍스트를 다르게 전개하는데, 글자 크기를 현저하게 작게 처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본문을 읽을 때 쓰기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주위의 파라텍스트로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반대로 파라텍스트만을 읽을 때 본문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게 한다. 쓰기 방향을 달리 함으로써 가독성과 시지각에 차이를 주는 것은 가로·세로짜기 혼용 레이아웃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4.1.3. 문단 배치의 유연성 가로·세로짜기 혼용에서 주와 보조의 역할 분담, 가독성 조절과 시선 분산이 가능한 데에는 한 가지 쓰기 방향으로 전개되는 레이아웃과 비교하여 레이아웃의 공간적 제약이 적다. 다시 말해 서적 한 권에 쓰이는 배치의 종류가 다양하고, 유연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독자의 시지각 운동을 활발하게 유도할 수 있다. 문고본과 같이 지면의 상단 또는 하단에 페이지 번호와 제목 표기를 가로로 쓰는 등 파라텍스 트의 역할을 최소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적에서 단락이나 이미지를 배치하는 위 치가 한 책에 여러 가지 형식을 띈다. 한 권의 서적 레이아웃에서 글씨 크기나 글줄사이 등 22) 윤상한, 「현대 일본어의 가로쓰기, 세로쓰기에 관한 고찰ー언어표상에 있어서의 매체, 운동성, 신체성의 관점에서」, 일본언어문화 제14집, 2009, p.165 186.

(11) 가장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나, 본문 단처리를 1-3단으로 나누거나 이미지와 파라텍스트의 배치를 통일하지 않는 등 레이아웃의 변화가 많이 이루어진다.. <그림 10> 과학 지식서의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 텍스트와 파라텍스트 분리를 통해 시선이 분산됨. <그림 11> 디자인 지식서의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 본문의 1-3단 내외로 한 단 처리, 그림과 파라텍스트를 불규칙적으로 배치함. 4.2.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에 담긴 화양절충 4.2.1. 정착과 재해석을 통한 실용성 반영 서구로 인한 근대화 시기 동양 각국에서는 가로짜기 유입으로 인해 쓰기 방향의 충돌과 정착의 과정을 동일하게 겪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한 가지 쓰기 방향을 정책적으로 수용한 나라가 많다. 일본은 그 과정에서 서양과 일본의 것을 섞으며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을 겪었고, 통일되 지 않던 것이 점차 몇 가지로 정착되었다. 다른 동양 국가와 비교하여 일본은 쓰기 방향에 대한 강제적 정책이나 큰 제약이 없었다.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각 쓰기 방향만의 특징과 장점을 반영하여 실용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1950년대부터 인쇄 매체가 발전하고 다양한 출판물들이 나타나 다양한 레이아웃 실험이 가능했다. 이러한 실험은 세로짜기가 지닌 레이아웃의 한계를 가로짜기를 함께 씀으로써 보다 실용적으로 극복했다. 이는 앞서 분석한 것처럼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일본의 태도가 전통 고유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새로 유입된 것을 현재 상황에 실용적으로 쓰기 방향에 반영된 일종 의 ‘문화변용’이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입하고 반영하며 그들만의 것으로 재해석한 결과이다..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87.

(12) 4.2.2. 동등과 우위의 관계 일본어의 가로·세로짜기 혼용은 보통 세로짜기를 바탕으로 한 서적에서 흔히 보인다. 4.1.1에 서 다룬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텍스트와 파라텍스트 간의 주와 보조 관계는 일본이 서구의 것을 섭취하고 그것을 소화함으로써 자국의 문화를 상대적으로 동등하거나 우위의 입장에 놓 으려는 관습적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본문을 일본의 전통 쓰기 방식인 세로짜기 로, 파라텍스트를 서구의 가로짜기로 구분하며 주된 내용과 보조 내용으로 구분하게 된 이유이 다. 이는 가로짜기로 일괄 전환한 다른 동양 국가와는 다른 면으로, 기존 문화를 서구의 것과 동등하거나 우위에 있는 관계로 바라보며 보조·보완한 화양절충 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4.2.3. 동·서양 융합을 통한 절충 문화의 토착화 앞서 살펴본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는 동·서 융합이 반영된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실용성을 바탕으로 서구문화를 재해석하고 역할에 따라 보조·보완의 관계를 맺음으로 로만 알파벳과 일본어의 쓰기 방향 구조를 긴밀하게 융합하여 지금의 일본어 타이포그래피 구조를 구축하고 고유문화로 완전히 토착화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근대화 초기 단절과 개입의 상황이 많았던 한국, 중국과는 달리 시기 상 주체적으로 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여건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화양절충은 메이지 시대 문명개화(文明開化)23)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약 140년 동안 이뤄졌다. 자신들 고유의 사상을 단순히 실용성을 기반으로 서구화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신중하게 융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셈이다. 특히 전자·디지털 매체는 전면 서구 기술에 기반을 두고 가로짜기 로 치우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로짜기와 가로·세로짜기 혼용이 쓰이는 데에는 이미 토착된 쓰기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가로짜기의 실용성, 효율성을 이유로 시각문 화를 무리하게 변화할 필요가 없었다.. 5. 결론과 제언 이 연구는 서구의 영향 속에서 일본의 쓰기 방향과 문단짜기 방법 속에 고유의 사상적 관습, 태도, 내면의 인식이 함께 반영되었고, ‘화양절충’의 관습과 태도가 ‘주체성’을 담는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일본어 쓰기 방향의 변화 과정을 종합하면, 개항기 전에 난학을 통해 처음으로 가로짜기가 행해진 점. 개항부터 전쟁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서구문화를 받아들여 여러 외국어에 맞춰 일본 어 쓰기 방향을 특별한 규칙 없이 다양하게 부린 점. 전쟁기에는 국가 의식을 향상하기 위해 쇄국 성향을 매체에 노출함과 동시에 서구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관습이 공존하며, 세로짜기 와 가로짜기 사용에 대하여 사상적 대립이 있던 점. 전쟁기 후부터 PC가 보급되기 전에는 다양한 전자·시각 매체가 개발되어 쓰기 방향이 우종형, 좌횡형, 우종-자횡형 혼용 세 가지로 정착된 점. PC가 보급된 후부터 지금까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운용 시스템이 가로 짜기 환경에 맞춰진 매체의 영향으로 전보다 가로짜기가 확산된 점이다. 여기서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첫째, 외래문화를 수용하고 소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며, 둘째, 변해가는 환경과 현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나 이를 자국 고유의 문화 양식과 관습으로 조합하려 했으며, 셋째, 일본의 문화를 국가적 차원으로 서구의 문화권과 동등하거나 우위에 두려한 점이다. 이는 일본의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가 주장한 고층론, 즉 섭취한 외래의 사상을 일본만의 것으로 변용하는 태도와 일치했다. 유입된 외래사상을 섭취하 고 일본의 것으로 변용한 화양절충은 일본의 의·식·주문화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녹아 있었다. 일본어 타이포그래피의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에도 반영된 화양절충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쓰기 방향으로 정착하지 않고 혼용으로 쓸 수 있던 원동력은 외래 것을 일본 고유의 것으 로 변용하는 고층적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는 책의 장르나 23) 1875년 계몽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가 저술한 「문명론의 개략」에서 ‘civilization’을 번역하면서 사용한 단어로 서구문 화가 유입되어 일본의 과거 봉건 사회의 제도와 관습 등이 변화한 현상을 일컫음 188.

(13) 각 쓰기 방향 고유의 특징에 따라 본문과 파라텍스트로 글의 주와 보조 역할을 분담하고, 이는 레이아웃에 분명한 차이를 주어 시선을 분산하고 가독성을 조절하며, 이를 통해 레이아웃을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특징으로 이어진다. 종합하자면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은 전통 고유의 방식인 세로짜기에 실용성 기반의 가로짜기를 상황에 맞게 반영한 점, 각 쓰기 방향의 역할 구분을 확실하게 하며 동등한 관계를 만든 점, 그리고 이것이 한국, 중국과는 달리 일본만 의 새로운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은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 고유의 전통성과 서구의 것을 동등하게 대한 화양절충의 태도는 한국, 중국에서 볼 수 없는 가로·세로짜기 혼용 구조를 낳았다. 본래 세로짜기도 일본 고유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자음에서 따와 만든 가나의 구조적 형태나 한자와 섞어 사용하는 일본어의 특성이 중국의 것을 일본의 것으로 변용한 것이기 때문 이다. 고층이란 고유의 것이란 없고, 단지 고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그것이 일본인 들의 사상적 관습에 내재하여 있고 그 흔적이 문화 곳곳에서 화양절충의 면모로 드러난다. 초연결의 환경에서 우리는 무너진 동서의 경계와 이로 인해 이질적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 으며 보편화하는 현상을 본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성은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우리의 근본 적 뿌리에는 서구와 다른 무엇이 있다. 유입된 것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지는 우리의 문화 정체성 구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본어 가로·세로짜기 혼용의 사례는 한글이 전면 가로짜기로 전환한 이유와 과정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공한다. 개항 이후 곧바로 식민 통치를 받은 점, 해방 이후 전쟁기를 겪은 점, 급격한 산업 발전이 일어난 점 등 우리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한글의 문단짜기, 나아가 시각문화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 는지 비판적인 시선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가와하타 나오미치, 심우진 옮김, 『하라 히로무와 근대 타이포그래피: 1930년대 일본의 활자·사진·인쇄』, 워크룸프레스, 2017. 小宮山博, 『タイポグラフィの基礎』, 試文堂新光社, 2010. 屋名池誠, 『横書き登場ー日本語表記の近代』, 岩波書店, 2003. 구자은, 「한글 가로짜기 전환에 대한 사적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2. 노병호, 「역사의식의 고층(古層)과 일본의 근대ー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真男)의 두 시간」, 일본연구, Vol.37, 2008. 우치다세이조, 「양풍(洋風)에서 화양병존(和洋幷存) 그리고 화양절충(和洋折衷)으로 전개과정ー일본 근대 초기 상류층 주택양식의 성립과정에 나타난 국가적 주택양식의 탄생에 관한 고찰」, 동아시아 문화연구, Vol.53, 2013. 윤상한, 「현대 일본어의 가로쓰기, 세로쓰기에 관한 고찰ㅡ언어표상에 있어서의 매체, 운동성, 신체성의 관점에서」, 일본언어문화 제14집, 2009. 이경규, 이행화, 「근대 일본의 도시문화 수용을 통해 본 여성 복식의 변천」, 일본근대학연구 제44집, 2014. 이시재, 「근대일본의 화양절충(和洋折衷) 요리의 형성에 나타난 문화변용」, 아시아리뷰, Vol.5(1), 2015. 이희복, 「전통사상과 고유양식, 그리고 일본사상: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사상사 방법론을 소재로」, 인문과학연구, Vol.24, 2010.. 기초조형학연구 20권 4호 (통권94호).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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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